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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유명 영화감독과의 섹스 체험 담긴 자전소설 쓴 신인작가 서환

“열아홉살에 만났던 감독, 변태적이었던 그와의 섹스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 기획·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글·김순희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2.28 15:49:00

‘10대 때 겪은 방황을 그렸을 뿐이다’라는 서환씨의 자전소설 <나는 스무살에 자유를 보았다>가 출간 전부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잘 나가는 축에 드는 영화감독과의 만남과 섹스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채기가 심한 10대 시절을 보냈던 신인작가 서환씨가 1년 동안 가졌던 유명감독과의 ‘관계’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이름 석자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40대 유명 영화감독 A씨. 서환씨(필명·20)의 뇌리에 A씨는 변태적인 섹스를 요구한 ‘불쾌한’ 남자로 각인돼 있다. 서씨는 A감독과의 만남과 섹스 이야기 등을 다룬 자전소설 (명상출판사)의 출간을 앞둔 신출내기 작가. 서씨는 이 소설에서 유명 영화감독과의 섹스 이야기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어 출간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사람과의 섹스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섹스가 즐겁지 않았거든요. (잠시 침묵)… 변태적이었어요.”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간직한 서씨가 A감독을 만난 것은 2002년 초. 평소 A감독의 영화를 좋아했고 그를 존경하던 서씨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감독에게 보여주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그 감독에게 제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화번호를 알려고 영화인협회에 문의했더니 영화사로 알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곳에 전화를 걸었더니 ‘영화배우 지망생이냐’고 묻대요.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주면서 메일로 연락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서씨는 “시나리오를 살펴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A감독에게서 답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워낙 유명한 감독이었기 때문에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에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했기 때문이다.
“감독님과 처음 만난 날 모텔로 향했어요”
“기대는 안했어도 메일을 보낸 후부터 ‘혹시나’ 싶어서 자꾸 메일박스를 열어보게 되더라고요.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없자 ‘그럼 그렇지 유명한 감독이 나 같은 사람을 만나주기나 하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잊어버리고 있는데 메일을 보낸 지 일주일 만에 답장이 왔어요. ‘시나리오는 잘 봤다. 시간나면 한번 만나자. 내가 전화를 하겠다’고 했어요. 답장을 받았을 때 얼마나 기쁘고 가슴 설레었는지 몰라요. 친구들에게 ‘감독님이 답장을 보냈다’고 자랑을 하자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믿지 않는 눈치였어요.”
그로부터 며칠 후 A감독은 서씨에게 전화를 걸어 “ 충무로 대한극장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감독님은 극장 앞에서 서성대는 저를 봤을 때 ‘아, 저 여자구나’ 하고 금방 알아차렸다고 하대요. 메일을 보낼 때 내 사진을 함께 보내서 그런지 감독님이 날 금방 알아봤어요. 만나자마자 그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허리선이 참 예쁘다’는 말부터 건네더라고요. 충무로를 거닐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인근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어요.”
처음 만난 두 사람의 대화는 지난해 한국영화계에 괄목할 만한 흥행작을 남긴 A감독에 대한 영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화의 줄거리가 영화에서 ‘섹스’쪽으로 흐르자 A감독은 서씨에게 “성관계를 한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서씨는 A감독의 질문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다. 영화감독이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물어볼 수도 있는 질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서씨는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자퇴했다. 관악부 활동을 하면서 선배들과 빚은 갈등과 마찰이 원인이었다. 자퇴 후 그는 사진영상학과에 다니는 언니와 언니 친구들의 작품을 위해 ‘누드모델’로도 활동했고 외국어 학원에 다니던 열여덟살 때 친구로부터 서른 살의 스페인 남자를 소개받았다.
“중학교 때 키스를 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된 키스는 그가 처음이었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좋아하는 감정도 있어서 만난 지 며칠 만에 섹스를 했어요. 그게 첫경험이었죠. 하지만 그는 순전히 자기만 좋은 섹스를 하는 남자였어요. 여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으니 섹스가 재미도 없었고 섹스를 하는 시간도 아주 짧았어요.”
스페인 남자와는 한달 만에 헤어졌다. 일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그가 출국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남자와의 섹스 이야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던 A감독은 슬며시 서씨의 손을 잡으며 “나는 지금 너를 안고 싶어”라는 말을 건넸다.
“그때 전 그가 유명한 감독이라는 점 때문에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감정도 없으면서 여관에 따라갔어요. 약간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괘념치 않았죠. 또 그 사람이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 부담감도 없었고(서씨는 헤어지고 나서야 A감독이 결혼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영화판에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와 그런 관계를 맺으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영화사의 연출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 A감독은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 서씨는 “섹스를 통해서라도 A감독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일종의 성 상납이었던 것.
“그는 섹스를 하기 전에 지갑에서 투명한 테이프를 꺼내더니 질 안에 삽입하더라고요. 그게 피임기구라고 하대요. 평소에도 늘 가지고 다닌다고 했어요. 감독님과의 섹스는 한마디로 최악이었어요. 살결은 부드러운 편이었는데 유독 체취가 좋지 않았어요. 또 섹스 도중에 갑자기 제 얼굴에 대고 사정을 해서 깜짝 놀랐고 기분도 썩 좋지 않았어요. 하여간 보통 사람들이 하는 섹스는 아니었어요. 섹스 후 화장실에서 씻고 있으면 나 몰래 문을 살짝 열어서 샤워하는 장면을 숨어서 보기도 하고….”
처음 만난 날 성관계를 가진 두 사람은 이후 신촌과 충무로 일대의 모텔을 돌아다니며 한달에 한두 번씩 관계를 맺었다. 서씨는 특히 A감독의 입이 참 거칠었다고 했다. ‘랭귀지 섹스’를 즐긴 A감독은 사람들이 많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도 서씨의 엉덩이에 페니스를 갖다 대는 등 노골적으로 성애를 즐겼다고 한다.
사람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노골적인 성애 즐기기도
“‘사람들이 감독님의 얼굴을 알아보면 어쩌려고 이러냐’고 했더니 ‘내가 톱스타냐. 내 얼굴을 알아보게?’라고 말하고는 그런 행위를 멈추지 않았어요. 섹스를 할 땐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말들을 많이 했고요. 내게 오럴 섹스 등을 요구했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응하지 않았죠. 감독님이 나를 만나면 섹스에만 몰두하기에 ‘왜 섹스와 관련된 얘기만 하냐’면서 준비중인 다음 작품과 내가 보낸 시나리오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난 너하고 만날 땐 섹스만 하고 싶어’라고 하더라고요.”
A감독은 서씨에게 “너말고도 스물다섯살 된 여자와도 섹스를 즐긴다”며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고 한다. 자취를 하는 스물다섯살의 ‘그녀’는 A감독이 서씨를 만나기 전부터 알던 사이라는 것. 그러나 서씨는 “A감독이 생각했던 것만큼 여자관계가 문란한 것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가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보니까 맘만 먹으면 성적인 만족을 채워줄 여자는 도처에 깔려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요. 감독님은 질투심이 유난히 많았어요.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톱스타 남자배우들에 대해서 물어보면 ‘걘 키도 작고 못생겼어’라고 대답하든가, 그렇게 말하기 곤란할 정도로 잘생긴 배우에 대해서는 ‘난 걔한테 관심 없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곤 했거든요.”
서씨는 A감독과의 섹스에서 “단 한번도 오르가슴에 오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감독님은 외모나 성격, 그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영화 등을 살펴보면 섹스에 도가 튼 남자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성에 대해 뭔가 억눌린 부분이 많은 사람 같았어요. 감독님은 여자를 늦게 알았고 여자를 사귀어본 경험도 많지 않다고 하대요.”
새로운 작품에 들어간 A감독은 촬영장에서 서씨에게 “잘 있느냐”고 안부전화를 걸었고, 지방에서 촬영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오면 어김없이 서씨와 함께 모텔로 향했다.
“5~6개월 동안 감독님과 내키지 않은 섹스를 하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난 그의 섹스 도구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 자신을 뒤돌아봤죠.”
검정고시를 통해 지난해 대학생이 된 그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겠다고 맘먹었고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 A감독을 만나서 자전소설을 쓰고 있다고 밝히자 그는 “그럼 나도 소설 속에 등장하겠네”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소설 내용에 약간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크게 반대를 하거나 화를 내진 않았다는 것.


서씨에게 ‘애인’이 생긴 것은 소설을 쓰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상대는 CF와 뮤직비디오를 찍는 촬영감독 K씨였다.
“아는 선배를 통해 K씨를 소개받았어요. 그를 만나면서 감독님과 마음에도 없는 섹스를 하면서 느꼈던 아픔과 고뇌를 덜어낼 수 있었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K씨에게 감독님과의 관계는 말하지 않았어요. 영화촬영 때문에 바쁘다면서 두달 정도 연락이 없던 감독님으로부터 지난해 11월초에 ‘만나자’는 전화가 왔어요. 감독님에게 ‘나에게 애인이 생겼고 잠시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했더니 ‘애인은 섹스를 나보다 잘하냐’고 물어보면서 몹시 질투하는 눈치였어요. 그러면서 ‘나하고 (섹스를)하고 난 뒤에 애인을 만나러 가면 안되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럴 수 없다고 했죠. 임신중이었거든요. 그걸로 감독님과의 만남은 끝났어요.”
K씨의 아이를 임신한 서씨는 “우리 두 사람은 사랑했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쳐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제게 돌을 던진다면 맞을 각오는 돼 있어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산부인과에 갔다 와서 참 많이 우울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사랑이란 게 무엇이고 섹스가 아름답고 황홀한 것이라는 걸 가르쳐줬던 K씨와는 지난 1월말에 말 못할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헤어졌어요. 그에겐 감독님과의 관계나 스페인 남자친구와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다 알겠죠. 소설 속에 그 모든 이야기들이 들어 있으니까요.”
고교 자퇴, 누드모델, 외국인 남자친구와의 낯선 섹스, 유명 영화감독과의 관계, 그리고 A감독을 만나기 전 영화판을 기웃거릴 당시 알게 된 영화계 남자와 몇몇 연예인들과의 성관계, K씨와의 사랑과 임신중절까지… 긴 생머리를 손가락으로 자주 빗어 넘기는 습관을 가진 서씨가 스무해 동안 걸어온 ‘남다른 생활’ 이야기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잖은 고민이 뒤따랐다고 한다.
“저는 천성적으로 솔직한 걸 좋아하고 뭘 숨긴다거나 거짓말을 잘 못해요. 물론 솔직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소설을 쓰면서 솔직함과 삶의 여유, 내가 살아가는 스타일을 깨달았어요. 는 내 자유에 대한 기록이며 내 기억에 대한 열렬한 습작인 동시에 열병과도 같았던 10대 시절에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에요.”
곧 이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 서씨는 “나의 청춘은 오늘도 길을 잃고 방황하며 헤매지만 그 흔들리는 열정의 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조건이기도 하다”면서 “이 메시지가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 그 누군가의 뇌리 속에 깊숙이 삽입되기를 바라며 스무살의 영혼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이 자유로운 모습으로 비상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서씨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A감독도 분명 할 말이 있을 터. 그러나 그는 그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의 핸드폰은 켜져 있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다. 전화통화가 어렵자 2월14일 오후 6시경 서씨와의 인터뷰 사실을 밝히며 ‘반론을 듣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같은 날 밤 10시경.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서씨의 주장에 대해 감독의 입장을 듣고 싶으니 연락을 달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겼지만 대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감독님의 이야기는 소설 속의 일부분에 불과해요. 남들과는 다르게 방황하며 살아왔던 10대에 대한 기록을 소설을 통해 남겼을 뿐이지 감독님을 사회적으로 비난받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소설을 읽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욕을 한다 할지라도 결코 두렵지 않다는 서씨. 그러나 ‘돌 맞을 각오는 돼 있다’며 내심 자신의 소설이 가져올 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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