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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녀들의 리그

결혼후 더욱 왕성한 활동 펼치는 미시 MC 3인방

이지희·박선화·안지형의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 를 잡은 비법 공개

■ 기획·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글·배선아 ■ 사진·정경택 조영철 기자

2003. 02. 11

어느날 청첩장과 사표만 남기고 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이 많다. 아직까지도 남편 내조와 육아를 여성의 미덕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다 살림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방송계에서는 결혼 후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파워 미시 MC들이 있어 화제다. MBC <섹션 TV 연예통신>의 이지희, SBS <여행쇼! 일상탈출>의 박선화, EBS <굿모닝 실버>의 안지형이 바로 그들이다.

결혼후 더욱 왕성한 활동 펼치는 미시 MC 3인방

“제 실수에 더 떨려하는 남편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예요”
밝고 다양한 표정, 순간순간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재치발랄한 멘트, 그리고 라디오 진행자다운 정확한 발음과 편안한 목소리. 바로 MBC <섹션 TV 연예통신>의 메인 패널 이지희(31)의 매력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방송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대학 졸업 후 방송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성격도 변하더군요. 원래는 차분하고 조용한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사람이 확 달라져요(웃음).”
95년 상명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그룹의 사내 방송국을 거쳐 한동안 한국 스포츠 채널이라는 케이블 TV의 기상 캐스터로 일했다. 그러다 우연히 응모원서 마감 전날, MBC에서 ‘DJ 선발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좀더 전문적인 방송일을 하고 싶었고 이 기회를 놓치면 훗날 많이 후회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그는 라디오 부문 대상을 받았고 SBS <주병진 데이트라인> 제작진의 눈에 띄어 공동 MC로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MBC <섹션 TV 연예통신> <파워, 소비자 세상>, EBS 에 출연하고 있으며 CBS 라디오 <이지희의 산뜻한 오후>를 진행하고 있다.
“튀지 않는 성격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강한 개성으로 주목을 받다가 이내 잊혀지는 동료들을 많이 봤거든요. 결혼을 하고 나서 일이 더 많아졌지만 제 열혈 팬인 남편 덕분에 오히려 더 잘 해내고 있어요.”
벤처 사업을 하는 남편 홍재영씨(33)와 그의 형제, 자매들 모두 이지희의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초등학교 동창들. 지난 98년 지금은 시누이가 된 친구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홍씨를 만났다.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느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다 두 사람은 그의 방송 스케줄이 비는 날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회도 먹고 바다도 보면서 데이트를 한 두 사람은 서울로 돌아왔고 김포공항에서 먼저 홍씨가 ‘항상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프러포즈를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하는 마음에 수줍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연애 5개월 만인 99년 5월 화촉을 밝혔다.
“결혼 전부터 남편은 제 일에 대해서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더 잘 해보라고 격려해주죠. 그러면서도 제가 나오는 방송은 잘 못 보겠대요. 제가 실수할까봐 저보다 더 떨린다나요(웃음). 사실 결혼한 뒤로 일이 잘 안 들어와도 할 수 없다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든든한 응원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결혼 전보다 더 잘 풀려요.”
빡빡한 일정으로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지만 그는 집안일과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는 실력파 주부다.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된장찌개. 그는 앞으로 미시 MC라는 점을 십분 살려 요리나 건강 프로그램에서 맘껏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한다.


“방송일을 좋아하는 제 모습을 보면 남편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대요”
결혼후 더욱 왕성한 활동 펼치는 미시 MC 3인방

“‘영화가 있는 여행’ 코너를 맡으면서 멋진 곳에 갈 기회가 많았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온 대나무 숲이었어요. 숲을 흔드는 바람과 그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 마치 제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었죠. 결혼 후에는 이렇게 순간순간 일 자체를 즐기게 된 것 같아요.”
SBS <여행쇼! 일상탈출>의 고정 패널이자 ‘영화가 있는 여행’코너의 리포터를 맡고 있는 박선화씨(32). 아직도 앳된 외모를 지녔지만 알고 보면 올해 결혼한 지 6년차 주부로, 네살 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그는 93년 숙대 졸업반 시절 MBC 전문 MC 공채 2기 시험에서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등’을 차지했다. 그후 MBC <생활정보 바로 알기> <주부경제정보> EBS의 <미리 가본 대학>, MBC의 <장학퀴즈>,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서 MC 겸 리포터로 활약했다.
95년 친구의 소개로 남편 장성식씨(32)를 만났다. 순수하고 자상한 경영학도였던 남편과 2년여 열애 끝에 결혼한 그는 남편과 미국 유학을 떠나 자신은 조지타운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남편 장씨는 MBA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IMF 외환위기로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원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니까 학비며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라기 시작했어요. 갓 태어난 태영이까지 고생시킬 수가 없어 그야말로 눈물을 머금고 귀국을 결정했죠. 둘 다 학위는 놓쳤지만 그때 겪은 어려움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준 것 같아요. 또 생각보다 빨리 제가 방송에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요. 남편은 방송일을 좋아하는 제 모습을 보면 그냥 자기도 기분이 좋아진대요. 화면에 비치는 모습이 예전보다 더 예뻐졌다면서 자기도 가끔 가슴이 설렌다나요(웃음).”
처음 방송 복귀할 때는 산후조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도 불어 있었고 마음도 처져 있었다. 결혼과 유학, 출산으로 2년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신에게 혹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MBC <피자의 아침>에서 리포터를 물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맥을 동원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다시 시험을 봤다. 합격이었다. 또 강의청탁이 들어와 대학과 기업의 강단에 서기도 했다.
“결혼 전에는 ‘얼마나 예쁘게 나올까’가 주된 관심사였어요. 그래서 카메라 렌즈에 온 신경이 집중되곤 했죠. 지금은 아줌마가 돼서 그런지 외모보다는 ‘어떻게 하면 모든 스태프와 호흡을 더 잘 맞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단순히 대본을 외워 읽는 게 아니라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요.”
일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가급적 집에까지 가지고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남편과의 사소한 부부싸움은 사라진 지 오래.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봐주는 시집과 친정 부모에게 감사한다고. 그는 퇴근한 엄마를 반기고 기뻐하는 아들 태영이 덕분에 미안함과 동시에 행복의 극치를 맛본다고 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시트콤 연기자로 변신해 삶의 구석구석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그에게서 노련하면서도 풋풋한 신인의 면모가 엿보였다.


“회식을 할 때는 아예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남편까지 참여시켜요”
결혼후 더욱 왕성한 활동 펼치는 미시 MC 3인방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정보 프로그램 EBS <굿모닝 실버>의 MC 안지형씨(36)는 TV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하면서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국대 체육교육학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는 졸업반 때인 88년 KBS의 아침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를 구한다는 자막을 본 어머니의 권유로 방송국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곧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주부’ 리포터를 뽑는 자리였기 때문. 어색하게 방송국을 빠져나오던 그는 우연히 KBS <가정저널> 제작진의 눈에 들어, 방송에서 주부들에게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 <생방송 언제나 젊음>이라는 노인 대상 프로그램에서 리포터 의뢰가 들어와 정식 리포터가 됐다.
“남들은 운 좋게 방송국에 들어갔다고 부러워했지만 막상 저 자신으로선 참 고되고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대학 졸업 후 원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로 교사 발령이 났는데 군사지역에 덜렁 딸 하나만 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선생님의 꿈이 좌절됐죠. 그때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어요. 남편이 너무 좋아 제게는 결혼만이 살 길로 보였죠(웃음).”
90년 무역업을 하는 방재훈씨(39)와 결혼한 그는 이듬해 딸 선화(12)를 낳고 연년생으로 아들 경호(11)를 얻었다. 갓난아기 둘을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살던 그는 갑자기 방송에 대한 미련이 샘솟았다고 한다. 지긋지긋하게만 느껴지던 일이 새록새록 첫사랑에 대한 추억처럼 찾아들었던 것.
그는 출산 후 늘어난 체중을 관리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을 의뢰했다. 하지만 방송복귀가 쉽지 않았다. 92년부터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간간이 섭외가 들어왔지만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중이 너무 적었다. 하지만 열심히 참여했다. 성실함과 부단한 노력 덕분에 EBS의 <부모의 시간>을 필두로 EBS <문화센터>, KBS <생방송, 아침을 달린다>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MBC <피자의 아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케이블 TV 대교방송 <엄마와 함께 신나는 놀이를>에서는 첫 MC를 맡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시 일한다는 사실조차 숨겨야 했어요. 결혼할 때 남편이 제가 너무 힘들어하는 걸 보고는 ‘결혼 후 방송국 100m 이내 접근금지’라는 단서를 달았거든요. 하지만 일에 대한 제 열정을 이해해주신 친정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시어머니께서도 남편을 설득해주셨고 시아버지께서는 가끔 방송국에 데려다 주시곤 해요.”
이제는 제법 자란 아이들이 가족신문에 엄마의 얼굴을 크게 붙이면서 ‘우리 엄마는 TV MC다!’하고 자랑스러워하지만 그는 일 때문에 어린 남매를 여기저기 맡겼던 시절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남편의 성원을 얻기까지도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애교도 부려보고 화도 내고 억지도 써봤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결국 그는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잠자는 시간을 아껴 집안일과 아이들 챙기기에 더욱 정성을 쏟았다. 회식을 할 때는 아예 팀을 집으로 불러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며 남편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했다.
“남편은 제가 나온 프로그램을 본 척도 안할 정도였어요. 요즘엔 ‘어서 가봐. 늦을라’ 하며 대신 청소기를 돌려주기까지 해요. 고생고생 끝에 <굿모닝 실버> MC가 되고 나니까 저 몰래 은근슬쩍 ‘혹시 그 프로그램 봤냐?’ 하면서 자랑하고 다녔다고 하더군요. 지난해에는 모 신문에 제 인터뷰 기사가 났는데 하루는 신문을 오려서 액자에 넣고는 턱 하니 벽에 걸어두는 거예요(웃음). 여보 그리고 애들아, 고마워. 더 잘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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