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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형제 사랑

‘사랑의 학원강사’고(故) 조진만씨 동생이 교육사업 뛰어든 이유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박진숙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3.02.07 15:40:00

재작년, 작고 후 수천명의 학생들이 애도의 물결을 이뤄 화제가 되었던 유명한 학원강사 고(故) 조진만씨. 강남의 유명 논술강사이기 이전에 남다른 제자사랑을 펼친 참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는 고인의 정신을 동생이 되살리겠다고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액 연봉과 탄탄한 앞날이 보장된 컨설턴트의 길을 포기하고 전혀 다른 분야인 교육사업에 뛰어든 조진표씨의 사연.
‘사랑의 학원강사’고(故) 조진만씨 동생이 교육사업 뛰어든 이유

조진표씨는 형이 작고한지 1년이 넘도록 학생들의 추모가 이어지는걸 보고 형의 유업을 이어받기로 했다고 한다.


2001년 9월, 한 학원강사의 죽음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학교 교사도 아닌 학원강사의 죽음에 학생들의 애도 물결이 장례식장과 인터넷을 통해 끝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건 그가 강남에서 제일 인기 있는 논술강사였기 때문도 아니고, 족집게 강사였기 때문도 아니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그를 “진정한 선생님”으로 불렀다. 사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학원강사에게 “존경한다”며 제자를 자청하는 학생수가 4천명을 넘어선 것은 분명 특별한 사건이다. 그만큼 그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형이 못다 한 일을 하겠다”며 그의 동생이 고액연봉과 명예가 보장된 컨설턴트 길을 포기하고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컨설턴트들은 20년간 할 일을 압축해서 합니다. 그래서 30대 중반이면 이사로 승진하고 40대면 고위 간부직을 맡게 되지요. 저도 이사 승진을 눈앞에 둔 상태였고, 지난해 11월엔 국내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은 상태였어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형의 회사를 보란듯이 키워 사회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정하게 되었어요.”
형 조진만씨가 논술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몸을 부딪히며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면, 동생 진표씨(32)는 인터넷사업을 통해 지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골고루 교육의 혜택을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조진만씨는 학원 강의뿐 아니라 첨단기술과 교육을 결합시킨 동영상 논술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확산시키는 데 주력, 99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1년 9월엔 메가스터디 부사장을 겸하면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었다. 진표씨는 바로 그 메가스터디 전략기획팀장으로 옮겨왔다.
“형을 쫓아가려면 아직도 멀었어요. 아마 제자들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의는 제가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겁니다. 저는 다만 형이 못다 한 일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을 뿐이에요. 교육과 관련한 형의 많은 아이디어를 저만 알고 있어서 그것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고, 또 형이 추구하던 ‘재미있는 공부, 게임처럼 즐기는 공부’를 형의 회사를 통해 구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런 결정에 누구보다도 가족들이 반겼다. 맏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 어머니는 동생이 형을 대신하게 되었다며 기뻐했고, 아내 역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진표씨는 KIST와 포항공대 대학원을 마치고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딜로이트컨설팅의 한국지사 공채 1기로 입사하여 고액의 연봉을 받는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분야인 교육벤처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바로 형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형의 장례식 때 전국의 교복이 다 모였다고 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그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형의 추모사이트를 관리하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이 넘었는데도 사이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납골당에도 꽃다발과 편지들이 그치는 날이 없었어요. 형을 ‘진정한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학원강사에게 그런다는 게 어디 상상이나 되는 일이었나요?”

‘사랑의 학원강사’고(故) 조진만씨 동생이 교육사업 뛰어든 이유

형 조진만씨와 중국여행을 갔을 때(왼쪽). 진표씨는 작고한 형의 회사에 입사해 교육산업에 뛰어들었다(오른쪽).


그랬다. 진만씨는 ‘학원강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학생들 곁에 다가간 스승이었다. 사비를 들여 교재를 만들고, 그 교재를 나눠주기 위해 승합차로 출퇴근했다. 또한 하루 3천통의 전화를 마다하지 않고 학생들의 상담교사 역할을 했으며, 수강료가 없어 강의를 못 듣는 학생에게는 무료 수업도 해주었다.
“형은 평소 자신이 강의한 것들을 비디오테이프로 제작해두고 강의를 못 들은 아이들이나 지방의 아이들에게 보내주곤 했어요. 방송장비도 전부 자기 돈을 들여서 마련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테이프들을 형이 세상을 떠난 후에 어떻게 쓸까 하다가 무료 논술 포털사이트를 만들어 개방하고 있어요. 그리고 형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전달했지요. 그게 진정 형이 원하던 일이었으니까요.”
그에게 형 진만씨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형과 두 살 터울인 진표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형과 함께 할머니집에서 살았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형과 함께 하숙을 했다. 이렇게 형은 동생에게 부모를 대신하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다.
“어머니께서 그러시는데 어릴 때부터 형과 전 달랐다고 해요. 사탕을 주면 형은 대부분 제게 주었는데 전 한손에 받은 사탕을 꼭 쥐고 형 것을 뺏어먹었대요. 서울에서 함께 살 때도 똑같이 받는 용돈인데도 전 먼저 다 쓰고 형 용돈을 또 받아서 썼지요. 철 없던 시절에 제가 듣기 싫었던 말이 ‘진만이 동생’이었어요. 형과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전 상대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 됐다니까요(웃음). 형이 없는 지금 형 대신 제가 장남의 자리를 메워야 하니까 걱정이 많이 돼요. 학원강사하면서 하루에 3∼4시간 잘 정도로 바쁜 와중에 집안일에는 빠지지 않았고 사돈의 팔촌까지 챙겼으니까요. 이런 형을 제가 어떻게 쫓아가겠어요?”
그러나 동생 진표씨는 밤잠을 줄이면서 매일 형의 추모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 작년 인사동에서 전통찻집을 오픈한 어머니는 그곳에서 형을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오는 형의 제자들은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걸어 찻집을 장식하고 정기적으로 추모모임을 열기도 한다.
“언론에 비춰지는 형의 모습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강조되곤 해서 가족들에게는 상처가 되었어요. 형은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그것만을 위해 강의를 한 건 아닌데 자꾸 그런 쪽으로 비춰져 안타까웠죠. 어디 그뿐인가요, 형수님이 유학을 가셨던 것도 형이 보내준 건데 마치 아픈 형을 나 몰라라 한 것처럼 보도되었더라고요. 너무 과장된 것도, 왜곡된 것도 싫고 사실 그대로만 적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강남 최고의 유명 학원강사였던 형 진만씨는 사교육 현장의 한 가운데 서있었기 때문에 그의 진가가 오히려 바래지기도 했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공교육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누구나 질 좋은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실천했던 그였다. 그래서 버는 만큼 다시 교육에 재투자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기에 그가 남긴 재산은 ‘깡통 계좌’뿐이다.
“형은 그런 사람이었죠. 아낌없이 다 주는 사람. 지금 제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형이 제자들을 사랑하고 아낌없이 도와주던 그 정신을 어떻게 살리는 가입니다. 형의 정신을 잊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형으로 인해 제 삶의 노선이 바뀌기는 했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랑스러운 걸요.”
그는 형과 참 많이 닮았다. 외모도 닮았고, 자신은 이기적이라서 전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성품도 닮아 보였다. 형이 세상을 떠난 후 ‘내세를 믿고 싶어졌다’는 그의 곁에 늘 ‘착한 형’ 그늘이 함께해서 그들 형제의 꿈이 실현되길 바란다.

여성동아 2003년 2월 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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