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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반가운 그녀

영화 <이중간첩>으로 2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고소영

■ 글·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쿠앤필름 제공

2003. 02. 03

고소영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하루> 이후 2년 만의 일. 컴백작품은 <이중간첩>으로, 그는 고정 남파간첩 역할을 맡아 ‘90년대 최고의 흥행배우’ 한석규와 호흡을 맞췄다. “CF로 돈만 벌면서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항간의 비난을 불식하듯 당당하게 충무로로 재입성한 그녀를 만나본다.

영화 으로 2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고소영

영화 <하루> 이후 CF에서만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영화배우 고소영(31). 그녀가 ‘간첩’이 되어 돌아왔다. 영화 <이중간첩>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윤수미’는 북으로 넘어간 아버지의 생존을 위해 남한에서 활동하는 고정간첩. 위장 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한석규)를 돕다가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되고, 결국엔 남과 북 모두에게 버림받는 비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 동안 주로 톡톡 튀고 발랄한 현대 여성을 연기해온 고소영에게는 어쩌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인 셈이다. 게다가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건 한석규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중도 그리 크지 않다. “스크린 복귀작이니만큼 좀더 역할 비중이 큰 영화를 골랐으면 좋지 않았겠냐”라는 반응이 있는 것도 알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중간첩>이 여자 연기자로서는 명백한 한계가 있는 ‘남성 중심 영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대 여성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데다가, 이런 규모 큰 영화도 한번은 겪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좋은 작품 속의 한 부분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한석규와 CF에서 호흡을 맞춘 적은 있지만 스크린에서 함께 연기하는 건 처음. 그러나 한석규가 워낙 배려를 잘해줘서 영화를 찍는 내내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라하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중에 제 생일을 맞았어요. 근데 어떻게 알았는지 석규 오빠가 마리오네트 인형과 오페라 <카르멘> 티켓을 선물로 주더라고요.”
또 촬영 스태프들이 <하루> 때와 똑같아 촬영장에서의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심적 부담은 컸다고 고백한다.
“4년 만에 영화로 복귀한 석규 오빠나 저나 둘다 오랜만의 출연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주변의 기대치가 높더군요. ‘오래 쉬었는데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자’는 말을 들을 때면 간혹 두려운 생각도 들었어요. 게다가 경쾌한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남북문제를 다룬 무거운 영화라 반응이 어떨지 걱정도 되고요.”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묵직한 영화이다 보니, 영화 속 ‘멜로’연기도 결코 쉽지 않았을 터다.
“그 흔한 키스신 하나 없어요. 극도로 감정 표출을 자제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역이에요. 멜로 아닌 멜로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무뚝뚝한 듯한, 그러나 절절한 사랑 연기를 표현하는 것도 숙제였지만, 고충은 따로 있었다고. 고소영이 한 영화잡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겨울철에 반팔만 입고 야외촬영을 했다. 입김이 나오면 안된다고 해서 얼음물을 마셔가며 촬영을 했고, 나뭇가지에 맺힌 고드름을 바라보며 고스란히 비 맞는 장면을 촬영했다. 뚱뚱해 보일 위험을 감수하고까지 옷 안에 ‘핫팩’을 붙였는데 그쯤 되니 그것도 소용 없었다”고 한다.

영화 으로 2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고소영

그 동안 발랄한 현대여성을 주로 연기해온 고소영은 [이중간첩]에서는 어둡고 무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래도 전 다른 이들에 비하면 고생을 많이 한 건 아니에요. 그동안 남북문제를 다룬 작품인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가 모두 빅 히트를 친 만큼 <이중간첩>도 이 영화들 못지 않게 흥행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1월24일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장에는 안성기, 박중훈, 정우성, 이성재, 이정재, 장동건 등 쟁쟁한 톱스타들이 찾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중 고소영의 상대역을 했던 배우만 무려 세 명. <구미호> <비트> <러브>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우성과 <연풍연가>의 장동건, 그리고 <하루>의 이성재가 그들이다. 워낙 잘생긴 미남 배우들과 공연하다 보니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는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정우성씨는 가장 많은 작품을 같이 해서 오래 된 친구 같아요. 그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너는 이성재씨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최고거든요. 이성재씨도 지금 새로운 영화를 찍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됐음 좋겠어요.”
“휴식기간이 길어진 것은 출연작 결정에 신중을 기했기 때문”
비록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는 고소영을 볼 수 없었지만, CF는 예외였다. ‘CF의 여왕’답게 그녀는 각종 광고에서 특유의 도도하고 똑부러진 모습을 보여왔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꼽아보아도 삼성카드, 트롬세탁기, 비너스, 하이트맥주, 도시바 노트북 등. 톱 모델인 만큼 계약금만 대충 따져봐도 10억대가 훌쩍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연기는 안 하고 CF로 돈만 번다”는 좋지 않은 시선이 따라다닌 것도 사실.
이런 평가에 대해서 고소영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휴식기간이 길어진 건 출연작 결정에 신중했기 때문이다. 이제 연기 경력이 11년에 달하는 만큼, 예전처럼 쉽게 출연작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연기자 본인과 관객 모두가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 차기작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도 그런 ‘신중함’의 표현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한다.
대신 고소영은 당분간 ‘환경홍보대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오는 4월15일, 16일 한일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월드컵 1주년 기념조인트 환경콘서트’의 ‘환경홍보대사’를 맡아 국내외 환경문제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그와 공동으로 ‘환경홍보대사’로 위촉된 사람은 일본 최고의 프로듀서 고무야 데츠야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방법을 몰라 참여를 못했어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동료 연기자들에게도 환경 보호에 앞장서달라고 적극 권유할 생각이에요.”
한편, 그는 그 동안 CF 외에는 통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악성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최근 그의 매니저가 인터넷 팬카페에 사실이 아니라는 글을 올려 소문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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