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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사랑

이미숙 앨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부들의 불륜체험 공개

■ 정리·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사진제공·니들필름

입력 2003.01.29 10:47:00

불륜을 경험한 한 기혼 여성의 일기를 모티브로 만든 편집앨범 <이미숙의 Diary 일탈을 꿈꾸며>의
인터넷 홈페이지(www.leediary.com)에 비슷한 경험을 한 주부들의 가슴 아픈, 또는 충격적인 불륜 고백들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오른 사연들을 필자들의 허락을 받아 소개한다.
이미숙 앨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부들의 불륜체험 공개

<이미숙의 Diary 일탈을 꿈꾸며> 앨범 재킷.


그는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를 알고 지낸 지 7년. 남편과 나의 연애시절과 결혼생활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2001년 이혼하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워낙 선하고 인상 좋은 사람이라 남편의 친구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사람이다.
늘 그런 좋은 감정만 갖고 있던 나였는데 그날은 참 이상하리만큼 내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남편친구의 결혼식. 남편은 웨딩카 담당이었기에 1차 피로연을 마친 후 신랑신부와 함께 공항으로 갔고, 난 워낙 남편친구들과 친했기에 2차 피로연 장소인 단란주점까지 함께했다.
그와 나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서로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왜이리 그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도 우린 가끔씩 서로 바라보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부르는 발라드 노래에 동시에 팔을 벌려 서로 안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우린 서로의 떨리는 가슴의 박동소리를 누군가 들을까봐 숨막히듯 끌어안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린 남편 몰래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낸다. 3일 전 남편과 여러 친구가 있는 자리에서도 아무도 모르게 우린 틈틈이 어깨를 두드리고 허리를 감싸며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리기에 바빴다.
지금 나는 미칠 것 같다. 이 짜릿한 두려움이 알려질까 무섭고, 그에게 가고 싶은 맘이 커지는 것 또한 무섭다. 갑자기 느껴진 이 감정의 실체를 나도 아직 모르겠다. 그저 분명한 건 내가 매일매일 그 사람만 떠올린다는 것. 그 또한 내가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이기에 미치도록 괴로울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남편에게 가슴 시리도록 미안하면서도 난 지금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다. 결혼하고 처음 느낀 이 설렘과 떨림, 그리고 그리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지만 지금의 난 이 두려움 속의 행복을 택할 것이다. 훗날 이 행복이 불행의 씨앗이 된다 해도…. (김은주)
돌아올 수 없는 길에 서있는 여자
소리 없이 사랑이 다가왔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고 부족한 것 없는 내게 그가 다가와 손을 뻗었을 때, 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그냥 이끌려가고 말았습니다. 그 역시 유부남이었지만,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서로 사랑을 절실하게 느끼고 간절히 원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사랑을 부여잡고 얼마를 아파하고, 얼마를 가슴앓이 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잠시’라고 하면서 온 길이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많이 와버렸습니다. 그와 연락이 안되는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난 항상 초초하고 불안에 떨며 나의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며 지내곤 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 줄 알지만, 그만두려는 생각만 해도 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간절히 그의 사랑을 원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사랑을 욕하고 질책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불륜이라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밤이면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는 날이 많아졌고, 그가 그의 아내와 같이 있는 생각만 해도 난 몸서리치곤 합니다. 그러면서 난 나의 남편이 나를 만지는 것이 겁나고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밤이면 남편이 내 옆으로 올까봐 일찍 잠들어버리거나 술에 취해 만신창이가 되어 잠을 청하곤 합니다.
그는 나를 보기 위해 먼길을 옵니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서 난 그와 한집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안되는 줄 알면서 자꾸만 그에게 빠져드는 나의 사랑에 나 자신도 얼마나 그와의 이별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난 아직 어린 두 아이들을 두고 그에게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입니다. 날 이 수렁에서 건져달라고 누군가에게 간절히 말하고 싶습니다. (베이비 블루)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침에 눈을 뜰 때도 밤에 잠자리에 눕는 그 시간에도 난 그를 생각한다. 내 옆에 누워있는 이 남자가 아닌 또다른 그를.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맘 깊은 곳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하기도 했던 7년이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에게 이런 사춘기 같은 사랑이 다시 오리란 건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그렇게 소리 없이 형태도 없이 심장 속으로 파고들어와 날 울리기도 하고 행복하게도 만들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통화를 하고도 서로 보고싶고 느껴지지 않는 현실을 괴로워하는 우리….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밤낮을 엇갈리며 정신없이 미친 듯이 말로라도 표현을 다해주려는 그 사람, 이제 그가 날 만나기 위해 나에게 온단다. 머언 곳에서. 우리가 이래도 되는 건지,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난 일상이 지겨워 탈출하고자 했던 것도 아니고 그리 불행하지도 않았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 나의 이 마음과 그의 그 마음을. 우리의 마음은 이미 서로에게 중독이 되어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나도 나지만 그가 걱정이다. 앞으로 정말 창창한 미래가 있는 그가 왜 나 같은 여잘 선택해 스스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지. 우리 만나서도 후회 없이 사랑하리라 약속했지만 두 아이를 두고 그를 따라 나설 자신은 없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불륜. 불륜은 불륜일 뿐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난 과연 지금 어디에 서있는 걸까?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나만 있을 뿐. 또 그 옆에 그가 있을 뿐. 우린 사랑하니까. 우린 미쳤으니까. (영아)

이미숙 앨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부들의 불륜체험 공개

너를 알게 된 것이 벌써 4년이 되었군. 난 결혼 7년차였지. 그때까지 난 남자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어. 아이가 둘이나 있었어도 말이야. 남자를 향한 애절함이나 가슴 아픈 것이나….
근데 너는 그것을 나에게 알게 했어. 보고 있어도 보고싶다는 말이 무엇인지, 아무 말이 없어도 같이 있음으로 인한 기쁨을 알게 했지. 멀리서 모습만 보아도 가슴 뛰게 만들고, 지금도 너의 사진을 보면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의 일상생활 하나라도 전부 알고 싶은 것은 왜일까?
너를 생각만 해도 애절해지는 이 마음을 난 어쩌지? 네가 선을 본다면 질투가 나고 ‘잘 안됐으면’ 하는 이 못된 마음은 무엇이지? 난 신랑이랑 지내면서 말이야.
그러면 안되는 것이지? 그래서 네게 항상 미안해. 밤에 신랑과 사랑을 나눌 때, 머릿속에는 온통 네 생각뿐이면서 너에게 너무나 미안한 것은 왜 일까? 맛난 것이 있거나, 좋은 것이 있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너인 것을 어쩌면 좋니. 이러면 안되는 것일까?
네가 너의 고민을 그 누구보다도 내게 먼저 상의해올 때, 난 또 착각을 하지. ‘얘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밤에 전화해서 통화를 원할 때도 마찬가지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 한번 없으면 마음을 접어야지, “이것은 미친 짓이야!”라고 외치며 머리를 흔들지만 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어쩌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있을 법한 일들, 가슴이 저며오는 아픔을 알게 한 너. 지금도 너를 떠올리면 나의 심장은 얼어붙는 것 같아. 한 남자의 여자이고 싶다고 느끼게 한 너. 직접 한번도 네게 해보지 못한 말, 사랑해. (조안나)
사랑해서 잊어야 할 사람
오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그와의 시간을 돌이켜 본다.
그와는 요즘 방송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채팅을 통해서 만났다. 난 그때 나만 사랑해주는 남편과 예쁘기 그지없는 건강한 두 아이들의 엄마이자, 전문직에 종사하는 미시족이었다. 처음으로 재미삼아 시작한 채팅에서 난 미혼인 척했고, 당시 대학원에 다니며 시간강사로 일하던 그를 알게 되었다. 그는 물론 미혼이었다. 두달여의 채팅으로 우린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그냥 궁금해서 딱 한번만 만나려 했다가 그만 첫눈에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우리. 내가 기혼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게 되었어도, 우리 사이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울긴 했지만 우린 너무 사랑했고,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2년여…. 우리의 끝은 그의 결혼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우리의 사랑 대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정상적인 관계의 여자를 원했다. 그는 결혼을 결심했고, 결혼 준비는 초스피드로 진행되었다. 그녀에게 마음이 기우는 그를 바라보는 내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의 행복을 위해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를 사랑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뜻 모를 눈물을 흘리는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남편과, 말없이 짜증만 부리는 엄마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겐 너무 미안하지만 그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가 있어서 여자로서의 내가 있었고, 그가 떠남으로써 여자인 난 죽었다. 일탈을 꿈꾸던 어리석은 한 여자의 사랑은 이렇게 끝을 맺는가.
난 아직도 그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그가 돌아올 때 실망하지 않도록 나를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언제나 지금 헤어질 때의 모습 그대로의 나로 기억되길 바라며…. (지니)
나쁜 남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고여버리게 되는…. 이러지 말아야지, 이래선 안되는 거지 하면서도 어느새 시선은 한곳으로….
그럴 수도 있더랍니다. 이미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음에도 내 눈엔 누군가가 새로 들어올 수도, 그럴 수도 있었더랬습니다.
내 생에 내가 만난 남자는 지금 내 곁을 변함없이 지켜주고 있는 이 사람, 단 한사람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다른 누군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알 수 없이 빨려들어 이미 내 맘은 내 맘이 아니었습니다.
참 무척이나 빨리 젖어들었습니다. 하루에 한번 스치는 게 고작이었는데. 언뜻 말 한마디 건네는 게 고작이었는데.
그는 참 빨랐습니다. 나에 관한 모든 것을 금세 알아내고, 내게로 성큼성큼 내가 알아차린 순간엔 이미 이만큼 앞에 와있었으니.
그도 나도, 우리는 해서는 안되는 불장난을 그래서 시작했더랍니다. 처음부터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더 이상은 말아야지’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내게 손을 내밀고 어깨를 빌려주고….
비밀스런 불장난이 더 애절하고 깊다고 하더니 정말이지 그랬나봅니다. 그를 바라보는 눈물 젖은 나와 차마 자신에게 오지 못하고 무언가에 얽매여 어쩔 줄 모르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그.
누군가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하는 불장난은 결국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만나는 내내 눈물짓고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에 큰 소리 내어 웃을 수도 기분좋게 즐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용기를 내어 가슴을 부여잡고 헤어졌습니다. 아니 내가 떠나왔습니다. 남겨진 그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새벽녘에 술 취해 전화하기도 하고 매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그 장소에서 애타게 바라보기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내 소식을 묻기도 하고… 그렇게 떠나지 못하고 내 주변을 맴도는 그를 보며….
만나는 동안 그의 그녀는 병들어갔고 나의 그는 모르는 척 변함없는 모습으로 애써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해서는 안되는,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하는, 차마 사랑이라 이름 붙여 부를 수도 없는…. 그랬습니다.
그는 날 위해 먼 곳으로 떠나주었고 나는 여기에 이렇게 남았습니다. 그는 나를 떠나는 아픔을 택했고 나에게는 이곳에서 고스란히 그동안의 기억들을 부딪혀내야 하는 고통이 남겨졌습니다. 그는 그의 그녀에게로, 나는 나의 그에게로. (02)


후배의 남편
전에 있던 회사에서 내가 참 귀여워하던 후배, 팀 막내로 들어와서 처음부터 내가 일을 가르쳐준 똑똑하고 사리분별 있던, 그래서 정이 가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보다 다섯살 어려서 내 입장에서는 한참 후배로 느껴졌지만 워낙 붙임성 있고 솔직하고 야무져서 어느 순간부터 공적인 관계에서 조금 더 넘어선 감정으로 대하게 되었고, 그 관계가 나는 참 좋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남편과 사랑을 했다. 그녀보다 네살 많은 그녀의 남편은 공교롭게도 거래처의 디자이너였다. 회식 자리에 그녀를 데리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게 되었고 우리 회사 회식이 있으면 와서 앉아있곤 했다. 그 남자 역시 붙임성 있고 분위기를 잘 맞추는 쾌활한 성격이어서 우리 부서 사람들과 흉허물없이 지내게 되었다.
나보다 한살 어린 그녀의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술자리에서 나를 지긋이 쳐다볼 때가 많았고 나 역시 그 시선이 과히 싫지 않았다. 처음엔 동생뻘인 그가 나에게 농을 거는 것이 낯설었지만 맞장구치면서 왠지 즐거웠으며 점점 그를 만나는 자리를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6개월 이상 그를 알고 난 어느날, 내가 모시던 팀장의 생일날이었다. 2차로 어느 유명 바에 갔다. 그날따라 술기운이 많이 돈 나는 어지러워져서 먼저 집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그가 바래다주겠다며 일어났다. 그의 아내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를 바래다주겠다는 말에 말리지 않고 오히려 부추겼으며, 사람들은 후배에게 그렇게 믿으면 탈난다고 장난을 쳤다. 우리는 그렇게 깔깔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오히려 과장되게 나의 어깨를 잡으며 부축하며 쾌활한 행동을 했다.
우리는 택시를 잡기 위해 지름길인 옆 회사 건물의 정원을 가로질러 갔다. 내가 술 취한 모습은 처음 봤다며 “그 나이에 술 취하면 깨지도 않는다”는 등 계속 장난을 걸던 그가 정원 중간쯤 가다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너무나 뜨거운 그의 체온에 먼저 놀랐고, 끌어안긴 것을 깨달은 것은 그 다음이었다. 겁이 났다.
무엇보다 겁이 난 것은 그가 술김에 이러는 것일까봐 그게 더더욱 겁이 났다. 그 순간만큼은 주위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단지 내 심장소리만 들렸다. 그가 들을까 두려웠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숨차게 했는지.
그는 나를 사랑해서는 안될, 내가 사랑해서도 안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밀쳐내기가 싫었다. 오렌지빛 가로등 아래 내 뒤에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내 숨결도 거칠어졌지만 나는 그 벅찬 설렘을 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아니라 네가 취했구나.”
웃음을 머금고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그렇게 말했다. 장난치듯 웃으며 나는 그를 떼어냈고 그 역시 떨어지면서 잠시 후에 굳은 웃음기를 보였다.
“뭡니까 누님, 남자가 끌어안는데 맹숭하게.”
“니가 남자냐구, 00한테 이른다.”
어색한 웃음….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러나 둘 다 이미 가슴은 터질 듯했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난 그가 날 좋아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챘음에도 나의 감정을 들키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 선을 넘고 싶지 않았을 뿐, 그 순간에는 내 후배에 대한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간신히 아무렇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주저리주저리 떠들면서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뿐이었고 심장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저릿함이 배 아래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택시 정거장이 보이는 대로변에서 두번째 그가 나를 안았을 때 나는 더이상 이성이 사라졌다. 사람의 입술이 그렇게 뜨거울 수 있는지 나는 처음 알았다. 대학교 때 첫사랑과 키스할 때의 떨림과 또다른 무언가가 저 밑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가 속삭였다. “나를 조금만 봐줘, 조금만 더.”
그의 아내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동생이다. 나는 남자친구가 있다. 그는 아내가 있다. 나는 내 남자친구와 결혼을 할 것이고, 나는 남자친구를 사랑한다.
그의 키스가 좋았고 그의 눈빛이 나를 뜨겁게 했다고 해서, 그와 있으면 세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오직 그만 느껴진다고 해서, 내가 그를 진실로 사랑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이십대 후반, 그 풋내나는 젊은 시절의 마지막 일탈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영화에서도 그랬듯, 내가 죽을 때 내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그가 아닌 내 남자친구였기에 나는 내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두달 남짓이지만 속였던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더이상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 한다. 나의 감정에 충실했을 뿐이고 그 순간 행복했고, 더 이상 속고 있는 사람도 속이는 사람도 없기에. 또 하나, 그 순간 나는 그를 정말 사랑했기에. (모네) 凍

여성동아 2003년 2월 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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