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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가정환경 극복하고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한 소녀가장 이선양

■ 기획·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글·임소영 ■ 사진·박성배

입력 2003.01.14 15:46:00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2003년 서울대 인문학부 수시모집에 합격한 이선양양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소녀가장으로 어렵게 자라온 이양은 전남 창평고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후 한번도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학생이다. 또 고등학교 3년 내내 양로원 봉사활동을 계속해 더욱 박수를 받고 있다. 감동의 주인공 이선양양을 만나보았다.
불우한 가정환경 극복하고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한 소녀가장 이선양

서울대 합격 후 같은 반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히 웃고 있는 이선양양.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주변 사람들 도움 덕택에 여기까지 왔는데 자꾸 저한테만 잘했다고 하니까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전남 담양군 창평고등학교에서 만난 이선양양(18)은 자신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애써준 학교 선생님과 많은 독지가들에게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03년 수능시험에서 3백72점을 맞아 서울대 인문학부 수시모집에 합격한 이양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녀가장으로 자랐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사별하고 중학교 때 어머니가 재가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이양은 할머니(67)와 남동생(14)과 함께 힘들게 살아왔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돼 나오는 보조금이 생계비의 전부여서 변변하게 책 한권 살 형편도 못됐다. 이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얼굴에 그늘이 질 만도 한데 이양은 항상 밝고 쾌활했다. 2000년 창평고등학교로 진학한 이양은 반장과 학생회 임원을 맡아가며 적극적으로 생활해 주변에서 그의 처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또한 고등학교 3년 내내 친구들과 함께 학교 인근 양로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고운 심성을 지녔다. 그러면서도 자기관리에 철저해 고등학교 3년 동안 선두자리를 한번도 내주지 않았다.
“어렵게 살았지만 특별히 불행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어요. 저희 오누이를 사랑해주는 할머니가 계시니까요.”
할머니는 이양에게 ‘정신적인 지주’다. 공부하기 싫을 때나 생활이 게을러질 때 할머니만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끔 엄마 아빠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져도 당신 아픈 몸 돌보지 않고 손자손녀를 챙기는 할머니 은혜에 마음을 다져먹곤 했다.
“할머니가 간암이세요. 항암치료와 약물치료로 견디고 있지만 힘드신가봐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전혀 그런 내색 안하세요. 그런 할머니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어요.”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가장 먼저 할머니 얼굴이 떠오른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이양은 할머니에 대한 죄송함과 고마움이 항상 자신을 긴장시켰기에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기숙사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한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생활에 기복이 없으니까 시험 점수도 별로 기복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책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이양이 고등학교 내신 1등급을 유지하고 수능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
전남 창평고는 중학교 성적 상위 20% 학생들만 시험 봐서 들어가는 학교이기 때문에 내신 1등급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양은 기숙사와 학교를 오가며 3년을 하루같이 규칙적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남들이 걱정할만한 위기 상황이 없었다. 이양의 일과표를 공개하면 기상은 새벽 5시30분, 한시간 가량 아침 공부를 하고 학교 수업을 듣는다. 자율학습까지 마치면 오후 10시, 기숙사로 돌아와 새벽1시까지 야간 학습을 끝내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마음이 급하다고 수면시간을 줄여본 적도 없지만 여유 있다고 책을 등한시한 적도 없다는 이양. ‘하루에 한 걸음씩 3년을 걷다 보니 서울대 교문에 들어서 있었다’는 이양의 말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학교 수업 외에 과외공부를 따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학교 선생님이 가장 훌륭한 교과서예요.”
이양은 고액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닐 형편도 아니었지만 그럴 필요도 못 느꼈다고 말한다. 예습복습 철저하게 하면서 그날 배운 것을 그날 완전히 숙지하면 따로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 이때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대충 넘어가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3학년 수학문제를 풀 때 막히면 1학년 수학 책부터 다시 꺼내봤어요.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든요.”
이렇듯 이양에게는 대충대충이란 없다. 첫술에 배 부르려는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 공식을 무조건 암기하려는 미련스러움도 없다. 교과서를 보며, 혹은 선생님을 붙잡고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 이 방법이 고득점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각 과목마다 공략하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겠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것은 내용의 이해라고 생각해요. 교재도 여러 권 다양하게 보는 것보다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불우한 가정환경 극복하고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한 소녀가장 이선양

이양은 기숙사와 학교를 오가며 3년 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한 덕분에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원리가 이해되면 응용은 자유로운 법. 이양은 이처럼 단순한 원칙부터 잘 지켜야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이양이 공개한 고득점 전략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먼저, 언어영역의 관건으로 ‘다독’을 꼽았다. 이양의 어린시절,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엄마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오누이 손을 잡고 책방에 가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책방 가는 것이 습관이 된 오누이는 엄마가 재혼한 후로도 책방에 즐겨 갔다. 책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아예 책방에서 책을 끝까지 읽고 왔다. 이처럼 책을 가까이한 덕에 이번 수능시험에서도 언어영역이 가장 쉬웠다고 한다. 수리영역은 철저한 원리이해가 중요하다. 수학은 수업을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이 특징. 모르는 부분을 대충 넘어갔다가는 크게 낭패하게 된다. 따라서 수리영역은 돌담 쌓듯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탐구영역은 문제풀이보다는 내용 이해 쪽에 비중을 더 두었다. ‘문제 풀다 틀리면 화가 나서 오히려 공부가 안됐다’는 이양은 교과서를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학습의 기본이라고 귀띔했다.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영어가 가장 어려웠어요. 알파벳도 모르고 중학교에 진학했으니까요(웃음).”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영어 역시 짧은 기간의 노력으로 고득점을 기대하기 힘든 과목이다. 그러기에 이 양은 영어공부 전략을 치밀하게 세웠다. 독해, 문법, 듣기 영역을 나누어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했다. 여기에 실력 있는 영어선생님을 만나 영어를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 이렇듯 노력하는 학생과 실력 있는 교사가 함께 콤비가 되어 애쓴 결과 이양의 영어 수능점수는 모의고사 점수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월드컵 기간 동안 공부하기 싫어서 혼났어요”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에요. 만약 가족과 학교 선생님이 절 믿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이양은 스스로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어릴 적부터 이양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박수부터 쳐주던 할머니와 고등학교 3년 내내 한결같은 믿음을 보여준 선생님이 있으니 항상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자신감에 넘치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이양에게도 한번의 위기는 있지 않을까. “언제 제일 공부하기 싫었냐”고 묻자 이양은 “월드컵 기간 동안이었다”며 웃음지었다. 온나라가 축제 분위기인데 혼자 도서관에 앉아 있자니 한마디로 ‘속이 탔다’. 이양은 이렇게 앉아서 갈등하느니 차라리 거리로 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직접 태극기를 들고 거리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누구보다 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와 공부했다. 이런 이양을 보고 주변에서 ‘독종’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처럼 ‘놀 때와 공부할 때’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이 이양의 장점이다. 3년 동안 학교근처 양로원에서 자원봉사를 해 온 것을 봐도 이양의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봉사활동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그 반대였어요. 늘 소풍 가는 기분이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 마음이 즐거워지거든요. 그러면 공부도 더욱 잘돼요.”
이처럼 공부도 잘하고 심성도 고운 이양은 국문학자가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다. 가정형편을 생각하면 법대나 사범대에 가는 것이 낫겠지만 어떤 일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양은 인문학부를 지망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국문학자가 되기 위한 소양 쌓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학교의 관심과 기대, 할머니의 절대적인 믿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밝고 명쾌했다.
“다 제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열심히 살아간다면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래 김현이나 이어령 같은 국문학자를 꿈꾸는 이선양양. 이양의 대답대로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보폭대로만 걸어간다면 ‘그의 꿈★은 이루어질 것 같다’는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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