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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파문의 내막

영화 <신 설국> 정사 장면 유출로 곤욕 치른 일본인 탤런트 유민

■ 기획·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 글·문용성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01. 09

지난 12월 초 국내에서 자리잡은 일본인 탤런트 1호 유민의 누드·정사 장면이 인터넷상에 나돌아 세간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영화 <신 설국>의 한 장면이라 해명했으나 유민이 지녀온 순수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정사장면 인터넷 유출의 내막, 그리고 유민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영화  정사 장면 유출로 곤욕 치른 일본인 탤런트 유민

유민도 당초 출연 제의를 받고 정사 장면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유민(24)을 둘러싼 인터넷 파문은 지난해 12월5일 파격적인 노출과 포즈의 정사 장면 사진이 인터넷상에 나돌면서 시작됐다. 40컷이 넘는 이 사진들은 일본 여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중 누드와 정사 장면을 모아놓은 한 사이트에 처음 등장했고, 이것이 국내의 한 사이트에 옮겨지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유민의 캡처 사진은 일본명인 ‘후에키 유코’라는 이름으로 올려져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사진들은 곧바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있는 유민의 팬카페 ‘순수유민’과 공식 홈페이지(www.ymssr.com) 게시판에 올랐고, 이날 네티즌의 접속이 폭주해 한동안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사진을 보면 유민이 한 남자와 옷을 벗은 채 서로 애무하는가 하면, 또 일본 전통복장인 ‘기모노’를 벗고 가슴을 노출하기도 했다.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영락없이 포르노의 한 장면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유민이 일본에서 출연한 영화 <신 설국>의 한 장면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 설국>은 일본 한 술집에서 일하는 게이샤(손님의 유흥을 도와주는 일종의 웨이트리스)와 자살을 기도하는 중년 남자와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을 그린 영화. 2001년초 제작에 들어가 그해 11월 일본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며 <설국>의 저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사쿠라 아키라가 새로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고토 고이치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하와이 국제영화제와 상하이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출품된 바 있다. 러닝타임이 2시간에 가까운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정사장면은 5분이 채 안되지만 누군가가 이 장면만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간 것이다.
누드 사진을 본 팬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충격적이다”거나 “실망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양국간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자” 또는 “포르노도 아닌데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는 반응이 엇갈린 것. ID ‘순이사랑’은 “유민을 순수한 배우로 생각했는데 포르노 같은 장면이 나와 충격을 받았다”며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반면 ID ‘유민러브’는 “영화배우라면 베드신을 찍을 수도 있다. 유민을 진정한 배우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또 ‘YuMin4U’라는 ID를 가진 네티즌은 “일본영화 중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는 영화는 거의 없다. <신 설국>은 작품성이 아주 뛰어난 영화이고, 일본 배우들은 그런 장면을 당당하게 찍는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한편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일부 장면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안 유민은 12월5일 오후 11시경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현재 유민이 출연중인 SBS 드라마 <올인> 외주제작사 초록뱀 프로덕션측에서 유민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해명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것.
“명작이 졸지에 포르노영화로 둔갑해 안타까웠다”
영화  정사 장면 유출로 곤욕 치른 일본인 탤런트 유민

인터넷에 유포된 영화 <신 설국>의 한 장면.


이날 기자들이 모인 홍익대 앞 초록뱀 프로덕션 사무실에서 유민은 “먼저 많이 놀랐고 속상하다”며 입을 열었다.
유민은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개봉되지 않아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기에 용기를 내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명작이 졸지에 포르노영화로 둔갑했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후 마음을 가다듬은 유민은 이 영화 출연 계기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고, 소감을 말할 때는 “한국 인터넷의 발전이 대단하네요”라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신인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주연 제의에 솔깃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정사 장면이 한 차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탓에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감독님이 2개월에 걸쳐 설득하셨고, 이 영화가 일본에서 유명한 작품이라 도전해봐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어요.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습니다.”
아직도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한국측 매니저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사건을 의뢰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여 사태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 이후 일본측 반응은 심각했다. <신 설국>의 공동제작사인 고토 고이치 사무소와 소라무가 한국에서 유민의 출연 장면들이 마치 포르노처럼 둔갑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는 저작권 침해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나선 것.
유민의 한국측 소속사에 따르면 12월6일 저녁 고토 고이치 감독이 국제전화를 걸어와 “내 작품이 싸구려 영화로 전락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며 상당한 불쾌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토 감독은 또 “오늘 한국의 영화수입사 세 군데로부터 <신 설국>을 수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수천억원을 준다 해도 <신 설국>을 한국에 팔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에 유민의 소속사 역시 “영화의 일부에 불과한 정사 장면만으로 예술 영화를 엉뚱하게 포르노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유민의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 유민의 일본측 소속사인 스카이플래닝이 <신 설국> 제작 당시 한국에 수출할 경우 이 장면은 삭제하기로 이미 제작사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어차피 국내에 수입되더라도 문제 장면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이 한국에 오기 전에 출연한 일본영화는 <신 설국> 외에도 <호타루>가 있는데, <호타루>는 지난해 1월 국내에서 개봉했다. 지난해 한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유민은 KBS 일일드라마 <결혼합시다>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등 현재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낙심했던 유민은 지난 12월9일 SBS <올인> 촬영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출국전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저를 믿고 위로해준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씩씩하게 연기활동에 전념해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며 당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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