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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부인 권양숙 인터뷰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영부인이 되겠습니다”

■ 글·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1.08 17:40:00

지난해 12월19일 치러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선자가 그날밤 첫 기자회견을 통해 당선포부를 밝힐 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권양숙 여사의 눈시울은 서서히 붉어졌다. 남편을 바라보는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해 2월부터 열달 가까이 진행된 대선 레이스가, 아니 사법고시 준비생 노무현과의 만남에서부터 지난 30여년 역경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부인 권양숙 인터뷰

차기 영부인의 자리에 오른 권양숙 여사(57). 노무현 당선자(58)는 언젠가 “아내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권여사는 노당선자에게 가장 가까운 참모이자 마지막 동지였다.
노당선자의 인생역정만큼 권여사 역시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왔다. 1947년 경남 마산에서 1남3녀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좌익 전력의 아버지가 옥고를 치르면서 사실상 편모슬하에서 컸다. 71년 아버지가 옥사하면서 일찍 혼자가 된 어머니를 도우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그는 계상여상에 다닐 때는 낮에는 럭키(현 LG)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마쳤지만 돈이 없어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못내 졸업장조차 받지 못했다. 그후 부산지역의 해운회사 등지에서 경리사원 생활을 하며 가계를 돕던 그는 71년 고향 친구인 노당선자를 만나 2년여 만에 결혼했다.
권여사는 스스로 “아줌마 기질로 무장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신혼시절 고시 준비하는 남편 밥해주고 아이 키우며 농사를 짓던,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꾸려나가는 알뜰함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변호사가 된 뒤에도 가격이 가장 싼 오후 늦게 시장에 가서 장을 보았고, 경선 기간엔 어느 음식점이 값도 싸고 맛있는지를 꿰뚫을 정도로 근검절약이 생활화되었다.
간장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미더덕찜과 간장게장을 특히 잘 만드는 그의 음식솜씨는 이미 정평이 나있고, 살림살이뿐 아니라 정치인의 아내로서의 내조도 남달랐다. 남편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때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지적 관계의 동반자였다. 그리고 스스로 평가하듯이 노당선자가 험난한 정치역정을 헤쳐온 바람이었다면 그는 든든하게 노당선자와 가족을 지켜온 바위의 역할을 했다.
권여사는 조용한 성격이어서 자신이 말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도 단출하게 수행원 몇명만을 데리고 다니는 등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노당선자보다 한발 뒤에 서서 내조를 해왔다. 내조자가 주인공보다 너무 앞서서도 안되고 너무 뒤처져서도 안된다는 게 그의 내조 철학이다.
이제 노당선자는 2003년 2월25일부터 5년 동안 대통령으로 국정을 책임지게 된다. 권여사 역시 청와대의 안주인으로 과거 영부인들과는 또 다른 영부인상을 앞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권여사는 남편의 대통령 당선에 이어 또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장남 건호씨(30)가 지난해 12월25일 대학 재학시절부터 사귀어온 후배 배정민씨(26)와 결혼식을 올린 것. 이 때문에 그는 대통령 선거일 이후 아주 중요한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결혼식 준비에 열중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그를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서면을 통해 당선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부인 권양숙 인터뷰

권여사는 유세기간 동안 느낀 지역갈등의 골을 메우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진은 재래시장 유세 모습.


-노후보의 당선을 축하합니다. 지금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한편으론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남편이 당선된 만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보통사람들이 행복한 사회, 꼴찌가 웃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당선자를 제외하고 이 기쁨을 가장 먼저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솔직히 친정어머니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유세 기간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저희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그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당선이 되리라는 걸 확신하셨습니까?
“결과를 확신하면서 선거에 나서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만큼 국민이 믿음과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번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 선거처럼 마음이 행복했던 때는 없었습니다.”
-대선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선거 초반 대부분을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지역에서 보냈습니다. 지역갈등의 골이 생각보다 깊게 파였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앞으로 그 골을 메우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대선 기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단일화 합의가 이루어지고 협상과정에서 고뇌하며 기다리던 남편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납니다. 제가 남편에게 ‘우리는 가진 것도 없고 더 잃을 것도 없다. 지금까지 기대 이상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만일 우리가 안되더라도 최선을 다한 만큼 크게 실망할 일이 아니다’라고 위로했습니다. 남편도 제 말에 힘을 얻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영부인으로서 어떤 일을 하실 계획입니까?
“우선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내조에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또한 친인척 비리 단속에 신경을 쓸 것입니다. 이건 장관도 청와대 비서진도 할 수 없는 영부인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여성문제, 보육, 교육문제와 장애인과 노인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도 노력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영부인은 한 나라의 어머니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영부인이고 싶습니다.”
-여성단체에서는 여성문제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호주제는 특히 뿌리깊은 남성 위주 문화의 상징입니다. 국민적 합의로 호주제 폐지를 이뤄낼 수 있도록 홍보활동에 나설 생각입니다. 혹시라도 대통령이 다른 국정을 이유로 호주제 폐지 공약을 미루지 않도록 옆에서 독촉할 겁니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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