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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그녀의 변신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서 40대 억척 아줌마로 열연하는 이응경

“요즘엔 푼수기 있는 사람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정이 가요”

■ 글·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2.12.11 15:00:00

언제나 정갈하고 반듯한 모습을 보이던 이응경이 억척스럽고 염치 없는 짠순이 아줌마가 되어 돌아왔다. 이제는 빈틈없이 완벽한 사람보다는 푼수기도 있고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사람이 더 좋다고 하는 그. 99년 이혼후 한동안 인터뷰를 꺼려하던 그를 오랜만에 만나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트콤 에서 40대 억척 아줌마로 열연하는 이응경
어라? 탤런트 이응경과 박영규가 조막만한 갈비 한 묶음을 들고 싸우고 있네. “외삼촌 생신에 뭐 드릴 것도 없는데, 우리 이거 갖다 드리자(살살 달래는 목소리로).”
“싫어. 나도 갈비 먹고 싶단 말이야(가당찮다는 말투로).”
“아 좀, 그러지 말고 이거 갖다 주자(갈비를 뺏으며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박영규).”
“아, 싫다는데 왜 이래…(빼앗긴 갈비를 다시 뺏으며 악을 쓰는 이응경)”
이런! ‘주자’ ‘싫다’를 거듭하며 갈비 쟁탈전을 ‘피 튀기게’ 벌이다 결국 몸싸움까지 벌어져 두 사람 다 뒤로 벌렁 넘어지고 말았으니….
순간, “컷, 엔지(NG)” 소리가 나면서 PD가 “아 왜들 그렇게 과격해요”라고 하자 두 사람의 모습을 숨죽이고 바라보던 스태프들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박영규가 “아유 웬 여자가 저렇게 힘이 세”라고 한마디 거들면서 또 한번 웃음바다로 변했다.
11월15일 SBS 일산 스튜디오에서는 드라마 촬영이 하루종일 진행되고 있었다. 이응경과 박영규의 갈비 쟁탈전도 그중 한 장면.
는 돈은 많지만 둔하고 눈치 없는 노주현과 손윗동서인 노주현에게 빌붙어 살며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쓰는 가난한 잔머리꾼 박영규를 중심으로 코믹하게 전개되는 시트콤. 이응경은 가난한 남편을 만난 죄(?)로 억척스럽고 염치 없는 40대 ‘짠순이 아줌마’로 나온다.
“아까 저 싸우는 모습 보셨죠?. 보니까 장난 아니죠? 이거 보세요. 아까 그 장면 찍다 멍들었어요. 갈비에 찔렸나 봐요”라며 손을 펼쳐 보이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응경의 손가락 두 마디에 그새 멍이 퍼렇게 들어있었다.
평소에도 먹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느냐고 했더니 “먹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혼자 먹겠다고 식탐을 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전 나눠 먹는 걸 좋아해요. 스태프들이랑 같이 어디 가서 음식을 시킬 때도 한 사람 앞에 하나씩 시켜 제각각 먹는 것보다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많이 시켜서 뷔페식으로 먹는 걸 좋아해요.”
뽀글뽀글한 아줌마 퍼머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약간 ‘촌티’ 나는 스웨터에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와 ‘효도신발’에 버금가는 편안한 단화를 신은 이응경. 그야말로 위 따로, 아래 따로인 형국이다.
드라마 컨셉트에 충실하고자 확실한 아줌마가 된 그도 막상 사진촬영을 하자니 조금은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아유 어쩌나, 머리에 드라이발도 좀 살리고 예쁘게 하고 찍어야 하는데 아줌마 머리에 아줌마 패션으로 찍으려니까 영 그러네” 라며 사진기자를 향해 “저 있잖아요, 다리사진은 좀 잘라주세요. 아래까지 나오면 정말 안돼요”라고 주문을 넣는다.
동글동글한 눈매에 오똑한 콧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언제까지나 청순가련한 여인의 모습으로 비쳐질 줄 알았던 이응경. 그런 그가 새침떼기 이미지를 벗어나 완전히 망가진(?) 아줌마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주는 걸 보니 한창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느낌이 든다.
연기자 아닌 보통 주부였다 해도 ‘퍼지는’ 스타일은 못돼
“지금 하고 있는 시트콤에서의 제 모습도 그렇지만 저는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는 뭔가 한구석에 빈틈이 있고, 푼수기도 있고, 모자란 듯한 사람이 좋아요. 뭐랄까, 그런 사람들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정이 가요. 사람이 너무 반듯하면 재미없잖아요.”
하지만 사람 자체는 어눌하게 보여도 일을 할 때는 프로답게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밤샘 촬영을 하다 보면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에 쫓긴다 해도 그런 걸 핑계로 적당히 넘어가는 것은 정말 싫다는 것.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잠자리에 들 때도 ‘내가 오늘 이건 이랬지, 저건 저랬지’ 하며 그날 있었던 일을 늘 되짚어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시트콤 에서 40대 억척 아줌마로 열연하는 이응경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응경. 그러나 아직 노처녀 역할은 충분히 맡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전히 앳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새 30대 후반. 그래서일까? 몇달전에 종영된 드라마 에서도 그랬듯 어느 순간부터 아가씨보다는 아줌마 역할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하자 이응경은 “그럼요, 나이가 있는데 당연하죠. 근데 아직은 완전한 애 엄마 역할을 맡기도 애매하고… 작년까지도 노처녀 역을 했어요. 그리고 전 아직도 노처녀까지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은 있네요”라며 씨익 웃어보인다.
이응경은 속에 없는 말은 안하는 스타일이다. 또 차라리 말을 안하면 안했지 거짓말도 잘 못한다. 아줌마 역할 운운하면서 나이 얘기가 나왔을 때도 기자가 상대방을 생각해서 일부러 만 나이로 쳐서 “서른여섯?” 했더니, 그는 “아니, 서른일곱이에요”라며 정정한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방송 나이’라 하여 어떻게든 한두살이라도 깎아내리려는 판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웬만한 처녀들보다 날씬한 몸매를 지닌 그에게 “연예인들은 날씬한 몸매와 매끄러운 피부 관리 비법을 물으면 대부분 체질이라고 하던데…”라고 운을 떼며 슬쩍 물어보았다.
“아유, 전 아니에요. 사람이 만날 밥 먹고 잠만 자면 살이 안 찔 수가 없죠. 전 항상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조금 살이 붙는다 싶으면 하루 한끼씩 걸러보기도 하고 며칠 굶어보기도 했는데 이젠 힘이 없어서 그건 못하겠더라고요. 나이가 드니까 뭐니뭐니 해도 ‘밥힘’은 있어야겠더라고요. 이제는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어디 나가서 운동하는 것도 어려워요. 규칙적으로 나가서 할 수도 없고 또 돈만 내고 시간이 안되서 못 나가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해 뛰긴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하루 1시간은 뛰자’고 다짐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그리고 전 1주일에 한번씩 피부관리 받고 집에서도 마사지를 꼭 해요. 아무래도 노력을 해야죠.”
연기자가 아닌 보통 주부였다 하더라도 성격상 ‘퍼지는’ 스타일은 못돼 가만히 앉아 살찌는 소리를 듣고 있진 않았을 거라고 한다.
그 순간 이응경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더니 잠시 자리를 피해 몇 걸음 떨어져서 전화를 받는다. 간간이 들려오는 대화가 딸과의 통화인 듯했다. ‘연습실은 언제 갈거냐, 지금 밖이 추우니까 옷 잘 입고 가라’면서 ‘엄마가 지금 얘기중이니까 조금 있다 전화할게’ 하며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지 않아도 이혼후 딸과 함께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는 그가 브라운관 밖에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상황을 봐가며 얘기를 꺼내려던 참이라 기회 삼아 “딸이 몇 학년이에요” 하며 슬쩍 묻자 다소 굳어진 얼굴로 한동안 기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냥 제 얘기만 하죠”라며 연기자 아닌 모습의 이응경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하며 화제를 바꿔 “ 자주 보세요?”라며 묻는다. 순간 고민하다 “9시 뉴스시간대와 겹쳐서 솔직히 못봤다”고 하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아니 정말요? 세상에 그럴 수가…” 하면서 “그래도 메인뉴스 시간은 지난 다음인데… 재밌어요. 꼭 보세요” 라며 시트콤 홍보를 한다.
평소 뭐든 꼼꼼하게 챙긴다는 그에게 “햄릿형?”이냐고 묻자 햄릿형이라고 얘기하긴 뭐하지만 돈키호테 스타일은 분명 아니라고 하는 그. 그 말에 기자는 돈키호테 스타일로 공과금을 내도 항상 때를 놓쳐 연체료를 문다고 하자 “어머, 왜 그러세요. 난 안 그래요. 아니, 왜 그런 아까운 돈을 내요. 물론 저도 정신없이 바쁘다 싶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잊어버릴 것 같으면 미리 메모해서 거울 앞에 붙여놔요” 한다.
순간 시트콤의 짠순이 아줌마 기질이 나타난다고 하자 이응경은 한술 더 떠 “참, 제 인터뷰, 송년호에 나오는 거 맞죠? 어, 그럼 가계부 나오는데… 저 한권 주실 거죠? 저 가계부 많이 쓰거든요” 한다. “정말 가계부를 쓰냐”고 되묻자 “아니, 드라마에서요. 실제로도 쓰고는 싶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니까 힘드네요. 그래도 가계부는 쓰지 못한다 해도 괜히 욕심 나잖아요.” 시트콤에 나오는 캐릭터 못지않은 알뜰살뜰함을 지닌 여자가 이응경이었다.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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