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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재미사업가 남편 따라 하와이로 건너간 탤런트 김서라

“연기활동 중단한 대신 아이 엄마로, 사업가로 바쁘게 살았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김선중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2.12.11 14:28:00

재미사업가 정현국씨와 결혼한 후 드라마 <왕과 비>를 끝으로 남편이 있는 하와이로 떠났던 탤런트 김서라가 두돌 된 아들의 엄마가 되어 2년 만에 귀국했다. 현지에서 피부관리 숍과 전문가 양성학교를 세워 사업가로도 맹렬히 활동중인 그의 억척스런 하와이생활 & 육아체험.
2년전 재미사업가 남편 따라 하와이로 건너간 탤런트 김서라
89년 영화 로 데뷔한 후 드라마 , 영화 등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탤런트 김서라(34).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강단에 서기도 한 학구파 연기자다.
그런데 연기자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99년 결혼한 그는 2000년 12월 드라마 를 끝으로 남편 정현국씨(39)를 따라 하와이로 떠나 많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주었다.
그가 남편 정현국씨를 만나게 된 것은 98년 8월 MBC 드라마 을 끝내고 잠시 미국여행을 떠났을 때. 하와이에 사는 어머니 친구분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과 갑작스런 선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첫인상이 그리 특별할 것도 없었고, 더구나 8세 때 이민을 갔기 때문에 한국말이 서툴러 변변한 대화조차 나눌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잊혀지나 했는데, 하와이에 머무르는 동안 시내에서 우연히 두번이나 그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어요. 사업에 몰두하느라 결혼에는 관심이 없던 남편이었지만 제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봐요. 열심히 한국어를 연습해서 저와 대화하려는 모습에 호감이 갔어요. ‘혹시 인연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귀국후 국제전화를 통해 사랑을 키우다가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어요. 억울한 건 저희가 결혼하자마자 국제전화료가 뚝 떨어진 거예요(웃음).”
결혼하고 연기활동을 접었던 그가 2년 만에 두돌 된 아들 하영이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아들과 함께 만난 김서라의 모습은 편안하고 밝아보였다. 남편의 사업일정에 맞춰 지난 10월말 세 식구가 함께 한국에 왔다가 남편은 일을 마치고 먼저 하와이로 떠났고 자신과 아들은 동부이촌동 친정집에 머물고 있는데, 12월초쯤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힘든 육아 때문인지 얼굴 살이 약간 빠진 것 외에는 예전의 고운 모습 그대로라고 하자 “2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보고 싶었던 사람들 다 만나보고,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을 먹은 덕분”이라고 한다. 몸매도 여전히 날씬해서 임신 기간에 체중이 30kg 넘게 불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임신 기간 동안 30kg 이상 불었던 체중 모유수유 덕분에 다 빠져
“임신 5개월까진 입덧 때문에 많이 못 먹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6개월에 접어들자 입맛이 급속도로 돌았어요. 뒤돌아서면 허기가 져서 자꾸 먹어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몸이 불었어요. 좋아하던 김치는 입에도 대기 싫었고 전에는 그리 즐기지 않던 육류가 많이 당겼어요. 나중엔 체중이 30kg이나 늘더라고요.”
그는 예정일이 넘도록 출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더구나 태아는 체중 4.5kg의 우량아. 산모가 살이 너무 많이 찐데다 아기마저 커 담당의사가 임신중독증을 걱정했을 정도였다. 다행히 제왕절개로 무사히 출산을 했지만 그는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한다.
김서라의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자 남편은 미모를 자랑하는 아내가 영영 ‘뚱뚱이’로 남을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출산후 아내의 체중이 서서히 빠지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남편의 태도가 내심 서운하고 얄밉기도 했지만 누구보다도 가정적이고 아기를 잘 돌봐주는 점을 감안해 눈감아주기로 했다며 웃었다.
“하영이 목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이 일찍 귀가해서 꼭 시켜주는데, 스킨십을 통해 부자지간의 정이 더 돈독해지는 것 같아요. 하와이의 좋은 점은 자연환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밤문화가 없어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가정적이란 거예요.”
김서라의 산후 다이어트 비법은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한 것. 틈나는 대로 유모차를 끌며 산책을 하고, 1년 넘게 모유수유를 하니까 살이 쑥쑥 빠지더라고 한다. 출산후 3개월 동안 매달 4∼5kg씩 체중이 감량되니 은근히 재미가 붙어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면서까지 가속도를 붙였다. 또한 하와이 중심부인 알로아 타워 인근 쌍둥이 빌딩에 살고 있는 그가 70평 아파트를 일하는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관리하는 알뜰함도 산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됐다.

2년전 재미사업가 남편 따라 하와이로 건너간 탤런트 김서라

남편 정현국, 아들 하영이와 함께 다정히 포즈를 잡은 김서라.

“요리솜씨도 많이 늘었어요. 아침엔 주로 팬케이크와 계란프라이를 준비하고 점심은 스파게티 정도로 간단히 먹어요. 대신 저녁만큼은 꼭 한국식으로 정성껏 차리죠. 하와이는 외식문화가 발달해서 부담스럽지 않게 자주 외식을 할 수 있어 주부들이 식사준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드물어요. 하영이 유아식은 주로 한국식으로 만들어 줘요. 오렌지, 사과, 당근즙을 시작으로 밤죽, 잣죽, 쇠고기 야채죽을 해주니 잘 먹더군요.”
초보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 때는 아기가 이유 없이 보채고 아플 때. 그녀 역시 친정엄마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타지에서 아기가 아플 때만큼 서러운 적은 없었다고 고백한다. 한번은 아기가 아픈 이유를 몰라 밤새 배만 마사지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중이염이었다고.
“하영이가 태어났을 때는 남편 판박이였는데 커가면서 외모나 성격이 점점 저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별명이 ‘스마일 보이’일 만큼 눈웃음도 일품이지요. 음악을 틀어주면 어느새 몸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렸을 적의 저예요.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무용을 전공한 제 꿈은 사실 배우가 아닌 무용가였거든요. 장손이라 하영이를 무척 예뻐하시는 시아버지는 끼 많은 손주를 보시며 ‘우리 아들은 안 그랬는데 누굴 닮았지?’라며 갸우뚱하시죠(웃음).”
를 끝내고 하와이에 가자마자 2개월 만에 하영이를 임신한 김서라는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정현국씨는 본격적인(?) 허니문을 즐기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다고. 태몽은 그녀가 직접 2번이나 꾸었는데 큰 상자를 열어보니 빛이 나면서 꿈틀꿈틀 용새끼 같은 것이 나오는 꿈과 낯선 사람이 커다란 수박과 토마토를 따서 자신에게 주는 꿈이었다.
부부 모두 늦은 나이에 본 아이라 그저 예쁘고 신기하지만, 거창한 인물로 키우겠다는 욕심은 없다. 착하고 건강하고 반듯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도 시키지 않을 작정이다.
“아들이 워낙 버튼 누르는 것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직업을 생각해내느라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미항공우주국인 NASA에 들어가, 버튼을 눌러 로켓을 발사시키는 과학자를 만들까’란 재미있는 상상도 해봤어요.”
김서라는 훌륭한 교육의 시작은 충분한 대화라고 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보통 아이가 잘못을 하면 버럭 화를 내거나 매를 드는데 미국 부모들은 알아들을 때까지 조용조용히 타이른다고 한다. 말귀조차 못 알아듣는 아기에게 완력이 아닌 대화로 충고한다는 것이 사실 부모에게 커다란 인내심을 요구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녀는 벌써부터 자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한 인격수양과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내년쯤 딸을 낳고 싶지만… 아들이든 딸이든 하늘이 주시는 대로 고맙게 낳아야죠.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생긴다는 것조차 큰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늦은 결혼이라 첫애 가질 때도 마음을 조금 졸였거든요. 주변에 서른을 넘기려는 노처녀가 있다면 육아를 위해서라도 빨리 결혼하라 권하고 싶어요. 노산을 하면 체력이 딸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으니까요. 빨리 출산을 끝내고 왕성하게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평소 관심 많던 피부관리 사업에 뛰어들어
육아·살림과 더불어 다이어트 성공의 일등공신은 사업가로서의 변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신 기간에 준비한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리려고 출산후 동분서주하며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이다.
배우로 활동할 때부터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하와이에 피부전문관리숍과 피부관리 전문교육기관이 절대적으로 적은 것에 착안해서 2000년 8월 가게와 전문학교를 오픈했다.
“하와이는 웨딩천국이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미국·유럽인들이 신혼여행지로 선호해요. 최근 미국에서는 젊은 커플들이 한적한 이곳에서 둘만의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는 게 유행이에요. 자연히 웨딩사업이 발달되어 있어요. 저의 매장도 웨딩비즈니스, 피부관리, 헤어 및 메이크업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미국은 기술직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대우가 우리와는 다르다고 한다. 국가시험을 통과한 피부관리사는 의사와 간호사의 중간적 지위를 얻을 만큼 인식이 좋다는 것. 성형미인보다 피부를 잘 가꾼 자연미인을 선호하는 그곳 사회의 분위기도 김서라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큰 용기를 주었다.

2년전 재미사업가 남편 따라 하와이로 건너간 탤런트 김서라

김서라는 하와이에서 사업가로도 변신했다. 그가 세운 피부관리전문학교 학생들과 함께.

“피부관리숍을 찾는 동양인 손님은 주로 일본인들인데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피부나 미용에 관심이 많아요.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한국의 배우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는데, 영화 를 기억하는 일본인들이 찾아와 반가워하더라고요. 팬들이 알아보고 찾아줄 때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끼죠.”
사업을 시작한 지 1년6개월 정도 흘렀지만 아직도 투자단계라고 밝힌 김서라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좀더 시간이 지나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고집해서 시작한 사업이라 반드시 성공해야만 남편에게 체면이 설 것 같다며 멋적은 웃음을 짓는다.
오랜 세월 다른 가정,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터라 김서라 정현국씨 부부도 신혼 초엔 크고 작은 충돌이 많았다고 한다. 둘 다 장녀, 장남이라 서로에 대한 배려나 책임감은 컸지만 ‘예스’와 ‘노’가 정확한 미국식 사고방식의 남편과 우회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김서라의 성격차이 때문에 갈등도 있었다고.
“내년부터 잠시 미뤄둔 연기 욕심 다시 부릴래요”
“저는 진짜로 화가 나면 말을 안하는 타입인데 남편은 그걸 가장 답답해하더라고요. 남편은 제가 잘못했다고 하면 ‘오케이’하고 끝인데, 저는 그렇게 안돼요. 4년 정도 지나니까 이제 저도 남편을 닮아가고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심하게 싸워도 금방 화해하는 서양식의 부부정서는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 부부 중엔 싸운 후 오랫동안 냉전하다가 금실마저 금가게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녀는 결혼이 환상이 아닌 생활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이상적인 부부란 서로에게 편안함을 주는 관계라는 것. “연애할 때엔 남자가 여자를 자상하게 챙겨주었지만 결혼후엔 아내가 바깥 일로 예민한 남편을 감싸안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부부생활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자신도 연애시절처럼 알콩달콩하진 않지만 남편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고, 묵묵히 힘이 되어주는 지혜로운 아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론 3∼6개월 간격으로 한국에 올 것 같아요. 이번에 몇몇 방송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내년 봄쯤 컴백을 권하시더라고요. 하와이에 가서 남편과 상의해서 결정할 생각이에요. 아기 아빠는 기본적으로 제가 배우생활 하는 것은 반대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떨어져야 하는 작품은 피했으면 해요. 그렇다고 단막극을 촬영하기 위해 국내에 올 수도 없는 일이고…. 욕심 같아선 2∼3개월 정도 작업하면 되는 미니시리즈를 하면 좋겠다는 욕심이에요.”
김서라는 연극무대와 대학강단에 서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마치 자신에 방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하고 에너지가 솟는다고. 관심 분야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몰두하는 학구적 면모의 그녀는 ‘피부를 연구하고 강단에서 서서 교육하는 직업’은 배우와 더불어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한다.
“확실히 인간은 시련과 고통을 통해 성숙해지나 봐요. 처음 이국 땅에 가서는 임신 때문에 입덧하랴 영어 스트레스로 입덧(?)하랴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발음이나 표현력의 한계는 있지만 듣기만큼은 거의 완벽하게 해결되었다고 자부해요.”
배우냐 사업가냐, 벌써부터 자신의 직함을 정해놓고 싶지는 않다는 김서라에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전업주부로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것. 사회활동을 병행할 그녀에게 앞으로의 숙제는 좋은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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