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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걸린 두 제자를 사랑과 헌신으로 돌본 ‘울보선생’ 최관하

■ 기획·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 글·최숙영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2.11.21 12:12:00

한 고등학교 남자 교사의 이야기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시인이며 가곡 및 찬송가 작사가이기도 한 최관하씨, 근육병에 걸린 두명의 제자를 사랑과 헌신으로 보살피며 희망을 가르쳐, 병을 호전시킨 장본인이다. 그를 거쳐간 학생들의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이 들 때문에 하루라도 울지 않는 날이 없다는 그의 감동적인 이야기.
근육병 걸린 두 제자를 사랑과 헌신으로 돌본 ‘울보선생’ 최관하

몸이 불편하고, 소외된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그는 항상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고 아파한다.

왜‘울보 선생님’일까, 영훈고등학교 국어교사 최관하씨(40)를 만나러 가는 동안 내내 궁금했는데 실제 만나고 보니 이해가 됐다. 학생들이 저마다 지닌 가슴 아프고 고달픈 사연 때문에 하루라도 울지 않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처럼 여리고 맑고 선하게 보였다. “학생들과 같이 학교 앞 분식집에서 밥을 먹고 오는 길”이라면서 그는 밝게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무리의 학생들이 뒤따라와 있었다.
올해로 교직생활 12년째인 그는, 97년 근육위축증에 걸린 문석이(당시 17세)의 담임을 맡으면서 아프고 소외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팔, 다리 등 근육세포가 말라가다가 결국 심장 근육까지 마비돼 죽게 되는 근육병, 원인도 알 수 없고 기적만을 기다릴 뿐인 불치병이다.
“89년 교직생활을 시작할 때 전교조 활동을 했었어요. 교육계의 어두운 현실이 싫었죠. 하지만 문석이를 만나면서 비판보다는 사랑으로 학생들을 감싸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죽어가는 생명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느꼈던 거예요.”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아 절망할 수는 없었다. 그는 매일같이 문석이를 찾아가 어루만져주었고 새벽마다 기도를 하고 수업시간에 쓰러질 때는 문석이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느날인가, 그날도 문석이가 사시나무처럼 떨고 힘들어해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상황이었다. 차에 태워 집으로 데리고 가는 중에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더란다.
“선생님, 단체기합 같은 거 받을 때 선생님이 때리는 매를 마음껏 맞고 싶어요.”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그다. 보통 아이들이 그렇게도 맞기 싫어하는 매를, 문석이는 맞고 싶어도 맞을 수가 없다니….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극진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6개월 뒤에 문석이의 병은 기적처럼 호전되었고 어두웠던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또 다른 근육병 환자인, 옆반 학생 현욱이가 그를 찾아온 것도 그 무렵이다. 선천성 근육병인 문석이와는 달리 현욱이는 중 3때 갑작스럽게 발병했다. 자꾸만 가늘어지는 한쪽 팔 때문에 병원을 찾았는데 잘못된 진단 탓에 근육이완수술까지 받았다. 1년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부모님은 서울대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근육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버스기사인 아버지는 술로, 어머니는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현욱이는 이런 상황에 급기야 자살까지 기도했던 아이. 그런 현욱이가 그를 만나면서 희망에 눈을 뜬 것이다.
현재 문석이와 현욱이는 병이 완치된 건 아니지만 많이 호전돼, 문석이는 한국 성서대학 신학과에 재학중이고 현욱이는 미국 유학중에 있다.
“그 일을 겪은 후 저는 기도하는 교사가 됐어요. 2000년부터 3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를 했죠.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몸이 불편하고 소외된 학생들한테 희망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부모가 갑자기 죽거나 이혼해 방황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힘내라’고 말로만 위로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절대자인 신에게 기도하고 간구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를 거쳐간 학생들의 사연은 수없이 많다. 이혼한 어머니가 동거남에게 살해당한 후 호주에서 홀로 귀국해 살고 있는 정은이,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급성맹장으로 쓰러졌던 소녀가장 인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자 자폐증에 걸려버린 경진이…. 불우한 제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모아 그는 최근 ‘울보선생’(좋은교사 출판)이란 책을 냈다.
“사람들이 ‘문제아’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들한테는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오히려 부모들에게 있습니다.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거나 IMF 이후 이혼한 가정이 늘면서 아버지가 실종됐거나 노숙자가 된 경우, 아이들도 상처를 받고, 그 상처는 어른들보다 훨씬 더 깊은 경우가 많았어요. 아무리 말로 위로를 해줘도 그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이제는 교사의 혼자 힘만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시대가 아니예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전념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는 시대예요.”

근육병 걸린 두 제자를 사랑과 헌신으로 돌본 ‘울보선생’ 최관하

그는 지난 3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 수업 시간마다 기도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체벌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성경 구절을 외우게 한다. 즉, 성경구절을 적은 북마크 수십장을 만들어서 말썽을 부린 학생들에게 매를 들기보다는 그 성경구절이 적힌 북마크를 뽑게 하고 그것을 외우게 한다. 만약에 집에 가기 전까지 못 외웠을 때는 엽서를 주고 다음날까지 그 성경구절을 적어오게 한다.
그래도 말을 안 듣는 학생인 경우에는 공책 한 권을 주고 “요한복음 몇장부터 몇장까지 외운 다음 그것을 공책에 모두 적어오라”는 식으로 시킨다. 그것이 어쩌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매를 맞는 것보다 더 곤혹스런 벌일 수도 있다.
“어떤 녀석은 보니까 책상의 절반에 북마크가 붙어 있는 거예요. ‘너 이렇게 나한테 많이 걸렸냐?’고 물으니까 씩 웃더라고요. 요즘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성경구절의 북마크를 뽑고 싶어합니다.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힘들 때 성경구절을 읽으면 마음의 위로가 되잖아요.”
이처럼 학생들을 잘 다루기 때문일까, 학교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들의 담임은 늘 그가 맡는다. 불치병에 걸린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살려낼 정도이니 말썽꾸러기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그에겐 문제도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내’와 ‘소망’을 가져야 해요. 아이들이 가출하거나 폭력을 휘둘러서 ‘문제아’로 낙인 찍혀도 애정을 갖고 끝까지 지도해야 합니다. 저는 해마다 학기가 시작하면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한테 1년 동안 이룰 소망을 적어서 제출하라고 해요. 그리고 학기가 끝나갈 때쯤 그 소망을 적은 종이를 나눠주고 얼만큼 이뤘는지 체크하게 합니다. 저도 물론 학생들한테 소망을 가져요. 아무리 ‘문제아’라도 교사가 끝까지 참고 그 아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매년 가정방문도 한다. 집에 한번 가보는 것이 아이와 백번 상담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가정방문은 학생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수단이 될 뿐 아니라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주머니를 털고 동창회의 도움을 받아 한달에 7명의 학생들에게 10만원씩 생활비를 주는 최관하 선생님, 이런 그에게 부인 오은영씨(35)와 두 딸 다솜이(8), 다빈이(5)는 든든한 후원자다. 영어교사로 교직생활을 했던 부인은 누구보다 그를 이해하며 적극 밀어준다고 한다.
“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교사는 학생에게 인내와 소망을 갖고 학생은 교사에게 신뢰와 존경을 갖는 그런 학교 말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한테도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그들이 장차 또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해지겠어요?”
그의 말이 참 따뜻하게 들린다. 학생들은, 그가 지혜롭고 똑똑한 만화주인공 위제트를 쏙 빼닮았다고 해서 ‘위제트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凍
“아이들을 울리는 많은 시련 때문에 저 또한 매일같이 울었습니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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