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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팥쥐' 이어 영화 '2424'로 주목 끄는 신세대 매력남 김래원

■ 글·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2.11.15 10:25:00

“난생 처음 ‘퍼머’까지 하면서 노력했더니 ‘인기’로 보답받는 것 같아요”
지난 9월말 MBC 미니시리즈 '내사랑 팥쥐'가 종영됐다. 드라마의 주연 장나라, 김재원을 제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 김래원. 10월18일 개봉한 영화 '2424'에서 주연을 맡는 등, 신세대 연기자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내사랑 팥쥐' 이어 영화 '2424'로 주목 끄는 신세대 매력남 김래원
나이는 이제 고작 21살인데 연기 경력은 무려 6년이나 되는 ‘관록의 신인 배우(?)’ 김래원. 중학생 시절, 그는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당시 이미 키가 180cm(현재 신장은 185cm)가 넘었던데다 체구도 좋아 그는 유망 선수로 손꼽혔다. 그런데 발목 인대 부상으로 잠시 쉬는 사이 광고 연출을 하는 아버지 친구의 부탁으로 엘리트 학생복 광고에 출연하면서 그는 돌연 연예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그가 농구를 계속해서 농구 선수로 대성했을지는 모를 일이나 어찌됐건 지금 입장에서 보면 발목 부상이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열어준 셈이다.
농구 코트보다는 카메라 앞이 더 좋다고 생각한 그는 이후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스타트는 누구보다 화려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화, CF, 드라마를 종횡무진 누볐다. 사실 김래원은 96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할 때부터 이미 차기 톱스타감으로 손꼽히던 인물이었다. 훤칠한 키에 선 굵은 외모, 그리고 톤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 하이틴 스타의 첫 항목인 외모에서 이미 그는 평균 이상 점수를 딴데다 진중한 그의 성격도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
“이것저것 많이 했지만 뭘 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청춘‘에서야 비로소 감정 연기를 배울 수 있었죠. ‘청춘‘으로 청룡 영화제 신인남우상을 받았을 때 생각했어요. 아! 이거구나. 약간 극적인 느낌, 무게감 있으면서 딱딱한 연기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죠. 그게 아니란 건 최근에 깨달았고요(웃음).”
그가 이제서야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건 여러가지로 의아스러운 면이 있다. 하이틴 스타 군단의 산실로 불리던 ‘학교 2‘를 거쳤고,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선 어린 미달이의 애정공세까지 받는 혜교의 남자친구로 등장했다. 그외 그가 출연한 드라마만 해도 ‘어른들은 몰라요‘ ‘달콤한 신부‘ ‘도둑의 딸‘ 등 여러 편에 달한다.
그럼에도 당시 그는 그저 고만고만한 또래 연기자들 중 하나라는 인식밖에는 심어주지 못했다. 그가 그 원인으로 꼽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뭘 몰랐고, 다른 하나는 나이에 비해 너무 어두운 역할을 맡아왔다는 것. 어찌보면 명확한 분석이다. 그간 김래원의 이미지는 어두움이었다. 80년대라면 ‘대박’이 터졌음직한 우수어린 미남자. ‘학교 2‘를 비롯해 가수 이정현과 호흡을 맞췄던 호러 영화 ‘하피‘에서도, 그리고 그에게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안겨준 영화 ‘청춘‘에서도 그는 우울하고 그늘진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달랐어요. ‘내사랑 팥쥐‘에서 연기한 김현성은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밝고 경쾌한 남자거든요. 감정이 고여서 그늘이 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터져나오는 스타일이라, 그런 외향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퍼머까지 해봤어요. 처음 해본 건데, 나름대로 어울리지 않아요?”

'내사랑 팥쥐' 이어 영화 '2424'로 주목 끄는 신세대 매력남 김래원

(내사랑 팥쥐)에서 그는 장나라를 사이에 두고 김재원과 경합, 결국 사랑과 인기 양쪽에서 승리를 거뒀다.

분위기를 바꾸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내사랑 팥쥐‘에 출연하면서 비로소 그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발랄한 이미지 표현을 위해 퍼머는 물론 몸무게 또한 10kg이나 뺐다. 학교를 휴학하고 놀이공원에서 물개조련사로 일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건실한 젊은이 김현성 역으로 분한 김래원은 당초 장나라를 짝사랑하다 불치병으로 숨지는 ‘가련한 조연’으로 설정됐으나 팬들의 열성적인 성원 덕에 간신히 살아나(?) 라이벌 김재원을 물리치고 장나라를 품에 안았다. 팬들이 그와 장나라의 결합을 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했던 퍼머 머리와 돌고래 목걸이는 유행을 낳기까지 했다.
극중 상대역이었던 장나라와는 묘한 인연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두 사람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생. 게다가 고교 시절 그는 주호성씨로부터 연기 교습을 받았던 터라 장나라는 ‘스승의 딸’이기도 하다.
‘애늙은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보수적인 일면을 가지고 있는 그는 취미 또한 신세대치곤 별나다. 지난 8월 영화 ‘2424‘의 전주 촬영현장을 찾았을 때 정웅인, 전광렬 등 출연진은 그의 취미 생활 덕(?)을 톡톡히 봤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저수지와 강으로 간간이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마니아가 됐어요. 낚시를 하다 보면 시간이 많아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 영화 ‘2424‘ 촬영 때문에 전주로 내려갔을 때도 촬영 틈틈이 낚시를 해서 선배들하고 스태프들하고 매운탕을 끓여 먹었어요. 메기가 잘 잡히더라고요.”
김래원이 낚시에 매료된 이유는 바로 아버지 때문이다.아버지 김남섭씨는 낚시 전문잡지 ‘월간 낚시‘의 표지인물로 나왔을 만큼 소문난 ‘꾼’이다. 3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며 한 방송사의 아침프로그램에 출연할 만큼 이름을 날린 아버지는 한때 낚시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가문의 내력 탓인지 김래원은 유독 물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출연할 당시 그는 송어장에서 일하는 배역을 맡았고, 이번엔 물개조련사를 맡았으니 말이다.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지난 10월18일 개봉한 영화 ‘2424‘에서 그는 포장이사의 달인 한익수역을 맡아 포장 이사용 박스 테이프를 이용한 ‘테이프 액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단 한번의 손동작으로 상자를 밀봉하는 ‘신기’를 보여주는가 하면, 테이프를 던져 무기로 활용하는 ‘재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 ‘2424‘는 3백억원짜리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이사 가는 건달과 이삿짐을 싸주는 검찰의 실랑이를 그린 영화로 정웅인, 전광렬, 소유진 등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제 연기에 다소 어색한 점이 눈에 띄긴 하는데, 전반적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선배 연기자로 그는 조재현을 꼽는다. “구르고 깨지고, 비열할 정도로 닳고 닳은 연기를 하고 싶어 영화 ‘청춘‘에 출연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어디서 들은 듯한 기분이 들어 되물었더니 아니나다를까 그는 조재현의 이름을 꺼냈다. “정말 처절한 악역을 하고 싶다”는 말은 조재현이 자주 하는 말이다.
“‘청춘‘을 하고나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전에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갈증 같은 게 있었는데, ‘청춘‘을 하고 나니까 그냥 이렇게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꼭 상을 받아서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재현이 형도 그러더라고요.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게 되고 인기도 저절로 따라온다고. 그말을 믿어요.”
MBC 미니시리즈 ‘내사랑 팥쥐‘의 인기와 더불어 그의 주가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는 요즘 CF, 화보 촬영, 인터뷰, 영화 홍보 등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그가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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