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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푸근한 만남

데뷔 30년 기념 음반 낸 가수 양희은

“제 삶과 음악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2.11.14 10:27:00

가수 양희은이 데뷔 후 처음으로 라이브 음반 및 DVD <양희은·30 Live>를 내놓았다. 지난 8월31일에 있었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DVD 제작은 통기타 가수 중 그가 두 번째라고 한다. “가수 경력 3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매일매일 노래연습을 한다”는 그의 음악사랑 & 아줌마로서의 평범한 삶.
데뷔 30년 기념 음반 낸 가수 양희은
‘아침이슬’ ‘한계령’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 주옥 같은 히트곡으로 우리의 가슴을 적셔온 가수 양희은(50).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라이브 음반 및 DVD 를 내놓았다. 지난 8월31일에 있었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그의 히트곡들은 물론 그가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나눈 정겨운 입담까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DVD 제작은 통기타 가수로 고 김광석에 이어 그가 두 번째라고 한다.
-72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라이브 음반과 DVD를 내놓았는데,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요.
“처음부터 라이브 음반과 DVD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SBS에서 제 공연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촬영한 것인데, 화질이나 음질, 구성이 너무 좋았어요. 비디오와 오디오 담당 엔지니어들이 ‘이것만은 남겨야 한다’고 ‘강추’했을 정도죠. 저야 옛날 구닥다리 아날로그 세대니까 DVD가 뭔지도 잘 몰랐는데, 작업을 마친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당시의 공연모습이 너무도 생생히 담겨져 있어서요. 관객의 두근거리는 숨소리와 맥박까지도 느껴질 정도였죠.”
-이번 음반에 대다수의 히트곡들이 실렸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가 있다면.
“어릴 적 우리집 풍경을 떠올리게 한 ‘백구’라는 노래에요. 키우던 강아지가 죽고 나서 동생이 쓴 가사에 김민기씨가 곡을 붙였죠. 또 스스로 살아 제 품으로 돌아온 ‘한계령’도 기억에 남네요.”
-스스로 살아 가수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한계령’은 아주 각별한 노래에요. 사실 그 노래 때문에 제가 한동안 가수생활을 그만뒀어요. 처음 ‘한계령’을 타이틀로 음반을 내겠다고 했을 때 음반회사로부터 ‘왜 히트칠 수 없는 노래만 부르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참 기가 막혔죠. 사실 첫 히트곡인 ‘아침이슬’이 워낙 떠버려서 두 번째 노래도 그 버금은 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왔고요. 노래를 그만 두고 싶었고, 노래만 그만 두면 행복할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그 노래가 실린 음반이 나왔을 때 바로 엎어버렸어요. 그리고 남편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떠났죠. ‘한계령’은 그로부터 딱 5년 뒤에 사람들에게 알려졌어요. 그때 저는 미국에 있었는데 저조차도 깜작 놀랐죠. 저희 고모가 ‘한계령’ 참 좋다고 하셔서 한계령이라는 곳이 좋은 줄 알았어요. 제가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조차 가물거렸을 정도니까요. 아무도 밀어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살아 가수인 제 품으로 돌아온 노래죠.”
-4년째 MBC 라디오 를 진행하고 있는데 매력이 있다면.
“다른 프로보다 사람 냄새가 많이 느껴져요. 사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그랬어요. 보내온 사연의 깊이가 너무 대단해 읽기만 해도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매일 한강 둔치에 가 흐르는 강물이나 쳐다보고 했었죠. 지금은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너무 가슴 아린 사연을 보면 하루 종일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 바로 아줌마잖아요. 그들의 삶에서 저도 용기를 얻죠.”
-최근 를 같이 진행하는 김승현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김승현은 업무상 배임수재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다).
“뭐, 곧 밝혀지겠죠. 아직 기소 중이니까. 누가 뭐래도 저는 승현이를 믿어요. 믿음이나 호감 없이는 같이 진행을 못하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시청자들 중 그 누구도 김승현을 욕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우리 식구 아니냐’ ‘우리의 희로애락을 다 전해주던 사람인데 식구라면 미우나 고우나 다 끌어 안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사연들이 인터넷에 올라와요. ‘아~ 이것이 만이 가지는 정겨움이구나’ 싶었어요.”

데뷔 30년 기념 음반 낸 가수 양희은

그는 탤런트 양동근을 좋아해 ‘양동근 파마’를 했다가 지금은 관리하기가 힘들어 짧게 잘랐다고 한다.

-지금 머리 스타일(그는 삐죽삐죽한 짧은 퍼머 머리를 하고 있었다)이 참 독특하네요.
“아하, 이 머리요? 사실 양동근 파마를 했는데, 다 잘라내고 남은 거에요. 양동근을 너무 좋아해서 머리 스타일까지 따라 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머리카락에도 힘이 없어지네요. 관리하기도 너무 힘들어서 짧게 잘랐죠.”
-양동근이 아역 탤런트로 활동할 때부터 열혈팬이었다고 들었어요. 양동근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미국에서 살 때 이라는 드라마를 빌려 봤어요. 그때 양동근이 주인공의 아역을 맡았죠. 하긴 그때는 이름도 몰랐어요. 근데 연기가 너무 기억이 남더라고요.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지켜보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MBC 시트콤인가에서 그 얼굴을 다시 보게 된 거예요. ‘어디서 봤지’ 하다가 ‘아하! 관촌수필에 나왔던 그 어린 배우구나’ ‘세상에~ 사춘기를 지나서 얼굴이 저렇게 변했네’ 싶었어요. 어쨌든 애정을 갖고 지켜볼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재미있어요. 일종의 낙이 되기도 하죠. 한번은 양동근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 시트콤 담당 PD에게 부탁했죠. 한번 출연하겠다고. 다행히 OK 해줘서 양동근의 고모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양동근의 입장에서는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양동근이가?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던데. 하긴 그게 내가 양동근을 좋아하는 이유죠(웃음).”
-일상은 어떠한가요?
“그냥 평범해요. 언제나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아침밥 차려서 남편과 함께 먹고 진행하러 방송국으로 출근하죠. 미국에 있을 때 전업주부로 살았기 때문에 그 생활패턴이 몸에 배어서 규칙적으로 살고 있어요. 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가는 편이고 밤에는 밖에도 잘 안나가요. 1년 중 밖에서 저녁식사를 한 것이 3주도 안될걸요. 그냥 집에서 저녁밥 차려 먹고 남편과 이야기하고 텔레비전 보고 그래요.”
미국에서 전업주부로 산 탓에 지금도 일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가
-음반 작업도 모두 집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한다면서요.
“스튜디오는 무슨… 그냥 연습실이지. 통기타 가수들은 어쿠스틱 사운드니까 방음장치가 잘돼있는 스튜디오가 필요 없어요. 밴드 멤버들도 모두 일산(그의 집은 일산에 있다)에 사니까 모두 자전거 타고 설렁설렁 와서 연습하고, 녹음하고, 술도 한잔 하면서 작업해요. 별다른 행사가 없을 때도 노래 연습은 매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밴드 멤버들의 밥은 내가 해줘요. 예전에 밥을 안 챙겨 줬더니 단결력이 떨어지더라고요. ‘밥심’이라는 것이 참 무서워요. 우습게 넘길 게 아니죠. 같이 밥을 해먹으면서 쌓이는 유대감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남편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가요.
“아기가 없고 우리 둘뿐이니까 항상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몇 년 전 우리 부부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삶의 템포와 강도를 약간 낮췄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고 저도 너무 바쁘게 살지 않으려 해요. 남편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너무 편안해요.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고 싫어질 정도로요.”
-두 달 전 양희은 홈페이지(www.yangheeun.co.kr)가 오픈했는데 직접 관리를 하는 건가요.
“관리야 젊은 사람들이 하지. 저는 독수리 타법도 잘 못한다고 야단맞아요. 그래도 매일 들어가서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봐요. ‘리플’을 잘 남기지 못해서 문제지만(웃음).”
-자주 만나는 친구들도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종종 모이는 모임이 있는지요.
“‘늘 푸른 모임’이라고 있어요. 김자옥, 박미선, 진미령, 전유성, 조영남, 주병진, 이경애, 조갑경, 이경실 등이 멤버예요.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밥 먹고 곗돈 모아서 여행가고 그랬죠. 종종 내가 멤버들을 집으로 초대해 밥을 해주곤 했는데. 연락책이었던 (이)성미가 캐나다로 이민가면서 모임 자체가 깨졌어요. 그래도 예전 멤버들끼리 늘 문자메시지 보내고 전화해서 안부 묻고 그래요. 주로 ‘광대’들의 이야기를 나누죠. 우리는 바로 광대니까(웃음).”
- 독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함이 그리워지던 때잖아요.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허전함을 발전적으로 해소하기를 바래요. 무엇보다도 자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20~30대 주부들 ‘바쁘다’ ‘돈이 아깝다’는 등의 이유로 취미개발을 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아요. 하지만 40대에만 들어서면 시간이 참 많이 남아돌아요. 이른바 갱년기 우울증도 오고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좋은 취미를 꼭 하나라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인터뷰가 있던 날 청바지에 캐주얼한 복장으로 나타난 양희은은 의 청취자들과 함께 1박2일로 MT를 떠난다고 했다. 마치 소풍을 떠나는 어린이마냥 무척 즐거워하는 그를 보면서 ‘아줌마로 멋지게 사는 법’을 알 것 같았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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