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적나라한 성생활을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 세계적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킨제이 보고서>와 같은 자료가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었다. 아주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성환씨(28)가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20대 성인남녀의 섹스 행태와 성의식을 분석한 <옐로우 파일>이 그것. 이씨를 만나 설문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재작년 학교에서 ‘현실과 통계’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설문조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첫 키스와 첫 경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려고 했어요. 평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섹스 행태는 물론 피임, 낙태 등 전반적인 성의식에 대한 조사로까지 확대됐어요.”
언뜻 황당해 보이는 설문조사이지만 이씨는 자기가 궁금한 것은 다른 사람도 궁금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영국 어학연수 기간에 ‘이런 것도 설문조사를 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분석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내용의 분석서가 서점에서 판매되고, 실제 찾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20대의 성의식 분석서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물론 주위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전공(컴퓨터공학)을 놔두고 다른 것을 한다고 교수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고, 친구들도 말렸다. 부모님도 반대를 했지만 그는 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밀고 나갔다.
“지금은 부모님께서 제 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전문가도 아닌 그가 설문조사를 해서 한권의 책으로 묶기까지는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를 위해 1년 동안 휴학을 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1차 설문조사 질의서를 만드는 데 2개월, 설문조사를 하는 데 4개월, 답변을 분류해 통계를 내는 데 2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2차 질문서를 보내고, 통계를 분석해서 글을 쓰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제가 학생이라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설문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솔직히 아마추어가 한 것이어서 설문문항이 몇가지 잘못된 것도 있어요. 하지만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고 자부해요. 제가 한 설문조사와 다른 곳에서 했던 비슷한 설문조사를 비교했는데 결과가 같았어요. 또한 통계학에서는 신뢰도 검증방법으로 자체적으로 표본을 다시 뽑아 전체 통계와 비교하는 작업이 있어요. 그것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어요.”
설문문항을 보면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무엇인가’처럼 노골적인 질문도 많다. 당연히 얼굴을 맞대고 하는 일대일 대면조사는 불가능했다. 하루 종일 한통의 설문답변을 받기도 힘들었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마저도 메일삭제를 당하는 것은 물론 여성들로부터 “고소하겠다”는 항의전화를 받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60문항에 이르는 성에 대한 설문을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인구비례에 맞게 20만명의 표본집단을 선정해서 설문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 가운데 남성 5백87명, 여성 5백14명에게서 1차 설문에 대한 응답이 왔어요. 이들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2차 설문을 보내 남성 1백96명, 여성 1백37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어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성 통념과는 다른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여성은 큰 성기를 선호하지 않고, 섹스 강도도 거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 그런데 설문결과는 여성이 좋아하는 남자의 성기는 짧은 쪽(7%)보다 긴 쪽(44%)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삽입운동 또한 여성은 빠른 삽입운동(59%)을, 남성은 반대로 느린 삽입운동(69%)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씨는 빠른 삽입운동은 여성의 질벽과 음핵을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고, 느린 삽입운동은 남성이 질 안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각각 선호하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제가 직접 조사를 하고서도 통계결과에 대해 놀란 부분이 많았어요. 킨제이 보고서에는 20대 여성은 오르가슴을 못 느끼고 30대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 조사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발견인 셈이죠.”
또한 눈길을 끄는 게 여성의 자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섹스를 경험한 여성의 70%가 자위를 하고 있고, 특히 23%는 자주 한다고 응답했다. 자위의 방법은 70%가 자신의 성기 주위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고, 질 내 삽입형 자위를 하는 여성은 19%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과거에 비해 성이 개방되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몇명의 이성과 섹스를 즐겼는가’ 하는 질문을 했는데 남성의 57%가 5명 이상의 이성과 섹스를 한 경험이 있고, 한명의 여성하고만 섹스를 했다고 대답한 경우는 9%밖에 되지 않았어요. 여성 역시 5명 이상의 남성과 섹스를 한 비율이 37%이고, 한명의 남성하고만 섹스를 한 사람은 31%밖에 안되었어요. 남성은 평균 5명, 여성은 2.5명과 섹스를 했더라고요.”
특히 같은 기간에 두명 이상의 연인과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이 29%, 여성이 13%에 달해 충격을 주었다.
또 오르가슴은 20대 여성은 느끼기 힘들고 30대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킨제이 보고서>와는 달리 <옐로우 파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섹스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들 가운데 68%의 여성이 자주 혹은 가끔씩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반면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32%에 불과했다. 섹스 중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다는 여성의 8%는 자위행위를 통해서 느꼈다고 응답했다.
“언제 오르가슴을 느끼냐는 질문에 여성의 29%가 전희(애무)에서 느낀다고 대답했어요. 보다 구체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애무시간을 묻자 44%가 10∼20분, 36%가 20분∼30분이라고 응답했어요. 여성들은 대략 20분 정도면 애무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많은 남성들이 애무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심지어 여성의 19%가 상대방의 가장 싫은 섹스형태로 짧은 애무를 꼽았을 정도로 불만이 있다는 거예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게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애무받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성에게 섹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계를 묻는 문항에 가장 많은 사람(41%)이 애무라고 대답했다. 삽입(22%)과 사정(16%)을 합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애무를 적게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성의 82%가 섹스할 때마다 상대방을 애무하는데 반해, 여성은 39%만이 섹스할 때마다 상대방을 애무한다고 응답했다.
애무와 관련한 설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대가 이전 세대보다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남성이 여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커니링구스와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펠라치오 등 오럴섹스에 적극적이었다. 섹스할 때 남성의 42%가 커니링구스를, 여성의 51%가 펠라치오를 즐겨한다고 응답했다.
재미있는 건 펠라치오는 남성의 39%가 가장 좋아하는 성행위로 꼽은 데 비해 여성은 19%가 가장 싫어하는 성행위로 꼽았다는 점이다. 반면 커니링구스는 여성의 76%, 남성의 77%가 한차례 이상 경험했는데, 여성의 68%가 좋아한다고 대답하고, 남성도 19%가 가장 하고 싶은 성행위로 꼽았다. 남성이 애무를 하는 데 적극적인데 반해 여성은 아직 수동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언제 오르가슴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지 않았을 때보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했을 때(31%), 클리토리스를 자극한 후 삽입했을 때(45%) 더 확실하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76%가 클리토리스 자극이 오르가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부부의 섹스트러블 가운데 하나가 체위에 대한 것이다. 오럴섹스는 물론 심지어 항문성교까지 요구하는 남편과 이를 변태라고 혐오하는 아내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일기도 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번쯤 ‘내 남편이 변태일까? 아니면 남들은 하는데 나만 너무 소극적인 걸까?’ 하는 궁금증에 빠진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섹스를 할 때 주로 어떤 체위를 할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설문결과를 보면 20대의 경우 사회적 통념보다 섹스체위가 훨씬 다양하고 노골적이지만 그에 따른 갈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섹스시 가장 부담되는, 또는 싫은 상대방의 섹스행위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남자의 37%가 상대방의 보수적인 섹스형태를 꼽아 상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섹스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여성은 51%가 항문섹스, 오럴섹스, 항문애무 등 자극적인 행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섹스체위 중에서 지금까지 변태적인 행위로 인식되었던 항문섹스는 예상외로 남녀 모두 4명 가운데 1명은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남자의 14%가 가장 하고 싶은 섹스체위로 항문섹스를 꼽았다. 성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항문섹스가 이제는 변태적 행위가 아니라 성행위의 한 옵션처럼 인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항문섹스를 경험한 사람들의 만족도에서도 남성 60%, 여성 75%가 정상적인 섹스보다 항문섹스가 더 흥분이 된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중 58%의 여성은 흥분되지만 수치스럽다고 답변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항문섹스를 실제로 하는 비율은 극히 낮은 편이에요. 항문섹스를 보조체위로 즐겨 사용하는 비율도 남녀 모두 1%밖에 되지 않아요. 극히 미미한 숫자라고 볼 수도 있죠. 특히 여성들은 거부감이 많아요. 28%의 여성이 항문섹스를 요구받고 거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가장 부담되는(또는 싫은) 상대방의 섹스행위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여성(22%)이 항문섹스 요구라고 응답했거든요.”
항문섹스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형태인 애니링구스(입으로 항문을 애무하는 것)에 대해 남성의 11%, 여성의 6.7%가 ‘보통 섹스를 할 때 한다’고 응답, 의외로 많은 숫자가 항문애무를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물론 여성의 10%가 가장 싫어하는 성행위 요구로 꼽아 아직은 부담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은 반대로 12%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성행위로 꼽아 대조를 보였다.
섹스 체위별 선호도를 보면 흔히 ‘정상체위’로 불리는 남성상위 체위가 아직까지는 가장 보편적인 체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 82%, 여성 89%가 남성상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체위라고 응답을 했고, 보조체위로 즐겨 사용한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90% 이상이 남성상위를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상위는 여성들에게 특히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46%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로, 7%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체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66%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로, 15%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체위로 꼽았다. 남성보다 여성이 남성상위를 더 좋아하는 것은 여성이 편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고, 질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씨의 분석이다.
두번째로 즐겨 사용하는 체위는 여성상위. 여성상위를 주된 체위로 사용하는 비율은 남녀 각각 5%로 적지만, 체위를 변경할 때 남성의 41%, 여성의 50%가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상위는 남성의 17%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로, 38%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체위로 응답했다. 이는 여성보다 높은 수치로 남성상위와는 반대로 남성들이 더 좋아한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는 남자가 편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고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의 설문조사가 20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30대 기혼자들의 섹스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여성은 남성의 생각을, 남성은 여성의 생각을 잘 알아야 서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 책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책에는 섹스경향 이외에도 피임, 낙태 등 20대 성인들의 성에 대한 다양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솔직한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이씨는 자신의 자료가 중고등학교 성교육 교재는 물론 여성학의 강의자료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그렇게 활용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재작년 학교에서 ‘현실과 통계’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설문조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첫 키스와 첫 경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려고 했어요. 평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섹스 행태는 물론 피임, 낙태 등 전반적인 성의식에 대한 조사로까지 확대됐어요.”
언뜻 황당해 보이는 설문조사이지만 이씨는 자기가 궁금한 것은 다른 사람도 궁금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영국 어학연수 기간에 ‘이런 것도 설문조사를 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분석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내용의 분석서가 서점에서 판매되고, 실제 찾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20대의 성의식 분석서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물론 주위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전공(컴퓨터공학)을 놔두고 다른 것을 한다고 교수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고, 친구들도 말렸다. 부모님도 반대를 했지만 그는 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밀고 나갔다.
“지금은 부모님께서 제 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전문가도 아닌 그가 설문조사를 해서 한권의 책으로 묶기까지는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를 위해 1년 동안 휴학을 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1차 설문조사 질의서를 만드는 데 2개월, 설문조사를 하는 데 4개월, 답변을 분류해 통계를 내는 데 2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2차 질문서를 보내고, 통계를 분석해서 글을 쓰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제가 학생이라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설문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솔직히 아마추어가 한 것이어서 설문문항이 몇가지 잘못된 것도 있어요. 하지만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고 자부해요. 제가 한 설문조사와 다른 곳에서 했던 비슷한 설문조사를 비교했는데 결과가 같았어요. 또한 통계학에서는 신뢰도 검증방법으로 자체적으로 표본을 다시 뽑아 전체 통계와 비교하는 작업이 있어요. 그것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어요.”
설문문항을 보면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무엇인가’처럼 노골적인 질문도 많다. 당연히 얼굴을 맞대고 하는 일대일 대면조사는 불가능했다. 하루 종일 한통의 설문답변을 받기도 힘들었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마저도 메일삭제를 당하는 것은 물론 여성들로부터 “고소하겠다”는 항의전화를 받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60문항에 이르는 성에 대한 설문을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인구비례에 맞게 20만명의 표본집단을 선정해서 설문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 가운데 남성 5백87명, 여성 5백14명에게서 1차 설문에 대한 응답이 왔어요. 이들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2차 설문을 보내 남성 1백96명, 여성 1백37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어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성 통념과는 다른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여성은 큰 성기를 선호하지 않고, 섹스 강도도 거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 그런데 설문결과는 여성이 좋아하는 남자의 성기는 짧은 쪽(7%)보다 긴 쪽(44%)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삽입운동 또한 여성은 빠른 삽입운동(59%)을, 남성은 반대로 느린 삽입운동(69%)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씨는 빠른 삽입운동은 여성의 질벽과 음핵을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고, 느린 삽입운동은 남성이 질 안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각각 선호하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제가 직접 조사를 하고서도 통계결과에 대해 놀란 부분이 많았어요. 킨제이 보고서에는 20대 여성은 오르가슴을 못 느끼고 30대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 조사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발견인 셈이죠.”
또한 눈길을 끄는 게 여성의 자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섹스를 경험한 여성의 70%가 자위를 하고 있고, 특히 23%는 자주 한다고 응답했다. 자위의 방법은 70%가 자신의 성기 주위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고, 질 내 삽입형 자위를 하는 여성은 19%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과거에 비해 성이 개방되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몇명의 이성과 섹스를 즐겼는가’ 하는 질문을 했는데 남성의 57%가 5명 이상의 이성과 섹스를 한 경험이 있고, 한명의 여성하고만 섹스를 했다고 대답한 경우는 9%밖에 되지 않았어요. 여성 역시 5명 이상의 남성과 섹스를 한 비율이 37%이고, 한명의 남성하고만 섹스를 한 사람은 31%밖에 안되었어요. 남성은 평균 5명, 여성은 2.5명과 섹스를 했더라고요.”
특히 같은 기간에 두명 이상의 연인과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이 29%, 여성이 13%에 달해 충격을 주었다.
또 오르가슴은 20대 여성은 느끼기 힘들고 30대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킨제이 보고서>와는 달리 <옐로우 파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섹스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들 가운데 68%의 여성이 자주 혹은 가끔씩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반면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32%에 불과했다. 섹스 중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다는 여성의 8%는 자위행위를 통해서 느꼈다고 응답했다.
“언제 오르가슴을 느끼냐는 질문에 여성의 29%가 전희(애무)에서 느낀다고 대답했어요. 보다 구체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애무시간을 묻자 44%가 10∼20분, 36%가 20분∼30분이라고 응답했어요. 여성들은 대략 20분 정도면 애무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많은 남성들이 애무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심지어 여성의 19%가 상대방의 가장 싫은 섹스형태로 짧은 애무를 꼽았을 정도로 불만이 있다는 거예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게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애무받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성에게 섹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계를 묻는 문항에 가장 많은 사람(41%)이 애무라고 대답했다. 삽입(22%)과 사정(16%)을 합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애무를 적게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성의 82%가 섹스할 때마다 상대방을 애무하는데 반해, 여성은 39%만이 섹스할 때마다 상대방을 애무한다고 응답했다.
애무와 관련한 설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대가 이전 세대보다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남성이 여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커니링구스와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펠라치오 등 오럴섹스에 적극적이었다. 섹스할 때 남성의 42%가 커니링구스를, 여성의 51%가 펠라치오를 즐겨한다고 응답했다.
재미있는 건 펠라치오는 남성의 39%가 가장 좋아하는 성행위로 꼽은 데 비해 여성은 19%가 가장 싫어하는 성행위로 꼽았다는 점이다. 반면 커니링구스는 여성의 76%, 남성의 77%가 한차례 이상 경험했는데, 여성의 68%가 좋아한다고 대답하고, 남성도 19%가 가장 하고 싶은 성행위로 꼽았다. 남성이 애무를 하는 데 적극적인데 반해 여성은 아직 수동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언제 오르가슴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지 않았을 때보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했을 때(31%), 클리토리스를 자극한 후 삽입했을 때(45%) 더 확실하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76%가 클리토리스 자극이 오르가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부부의 섹스트러블 가운데 하나가 체위에 대한 것이다. 오럴섹스는 물론 심지어 항문성교까지 요구하는 남편과 이를 변태라고 혐오하는 아내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일기도 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번쯤 ‘내 남편이 변태일까? 아니면 남들은 하는데 나만 너무 소극적인 걸까?’ 하는 궁금증에 빠진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섹스를 할 때 주로 어떤 체위를 할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설문결과를 보면 20대의 경우 사회적 통념보다 섹스체위가 훨씬 다양하고 노골적이지만 그에 따른 갈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섹스시 가장 부담되는, 또는 싫은 상대방의 섹스행위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남자의 37%가 상대방의 보수적인 섹스형태를 꼽아 상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섹스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여성은 51%가 항문섹스, 오럴섹스, 항문애무 등 자극적인 행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섹스체위 중에서 지금까지 변태적인 행위로 인식되었던 항문섹스는 예상외로 남녀 모두 4명 가운데 1명은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남자의 14%가 가장 하고 싶은 섹스체위로 항문섹스를 꼽았다. 성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항문섹스가 이제는 변태적 행위가 아니라 성행위의 한 옵션처럼 인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항문섹스를 경험한 사람들의 만족도에서도 남성 60%, 여성 75%가 정상적인 섹스보다 항문섹스가 더 흥분이 된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중 58%의 여성은 흥분되지만 수치스럽다고 답변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항문섹스를 실제로 하는 비율은 극히 낮은 편이에요. 항문섹스를 보조체위로 즐겨 사용하는 비율도 남녀 모두 1%밖에 되지 않아요. 극히 미미한 숫자라고 볼 수도 있죠. 특히 여성들은 거부감이 많아요. 28%의 여성이 항문섹스를 요구받고 거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가장 부담되는(또는 싫은) 상대방의 섹스행위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여성(22%)이 항문섹스 요구라고 응답했거든요.”
항문섹스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형태인 애니링구스(입으로 항문을 애무하는 것)에 대해 남성의 11%, 여성의 6.7%가 ‘보통 섹스를 할 때 한다’고 응답, 의외로 많은 숫자가 항문애무를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물론 여성의 10%가 가장 싫어하는 성행위 요구로 꼽아 아직은 부담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은 반대로 12%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성행위로 꼽아 대조를 보였다.
섹스 체위별 선호도를 보면 흔히 ‘정상체위’로 불리는 남성상위 체위가 아직까지는 가장 보편적인 체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 82%, 여성 89%가 남성상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체위라고 응답을 했고, 보조체위로 즐겨 사용한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90% 이상이 남성상위를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상위는 여성들에게 특히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46%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로, 7%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체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66%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로, 15%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체위로 꼽았다. 남성보다 여성이 남성상위를 더 좋아하는 것은 여성이 편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고, 질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씨의 분석이다.
두번째로 즐겨 사용하는 체위는 여성상위. 여성상위를 주된 체위로 사용하는 비율은 남녀 각각 5%로 적지만, 체위를 변경할 때 남성의 41%, 여성의 50%가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상위는 남성의 17%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로, 38%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체위로 응답했다. 이는 여성보다 높은 수치로 남성상위와는 반대로 남성들이 더 좋아한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는 남자가 편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고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의 설문조사가 20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30대 기혼자들의 섹스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여성은 남성의 생각을, 남성은 여성의 생각을 잘 알아야 서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 책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책에는 섹스경향 이외에도 피임, 낙태 등 20대 성인들의 성에 대한 다양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솔직한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이씨는 자신의 자료가 중고등학교 성교육 교재는 물론 여성학의 강의자료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그렇게 활용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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