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진 부부간의 성은 결혼생활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모임에서 부부 사이에 있던 답답한 일들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잠자리’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렇게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죠. 이 기회에 각자 자기 부부의 성생활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네요.
사회 일단 ‘우리 부부의 성’을 얘기하는 이유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부부의 성을 서로 얘기하는 이유는 정보 교환이건 불만 토로이건 간에 결국 부부간의 원만하고 행복한 성생활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모두 동의).
지금 부부생활은 어떠세요? 전체적으로 원만한지 아니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성관계를 통해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지 편하게 얘기해볼까요?
배주영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리 부부는 사이가 좋을 때와 나쁠 때 잠자리에서 티가 나요. 서로 별 트러블이 없을 땐 잠자리도 좋은 편이죠. 얘기를 많이 나눈 날이나 밖에서 전화해서 신호를 보내는 날에는 안 자고 기다렸다가 하는데, 아무래도 서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요구해서 하는 날보다 황홀하죠.
강미옥 전 남편이 술 마시고 온 날에는 잠자리를 안해요. 냄새에 민감해서 술냄새랑 몸에 밴 음식냄새, 입 냄새 맡으면서 하기가 싫어요. 처음엔 남편이 그런 걸 언짢아해 했는데 지금은 술 마시고 오면 아예 도전을 안해요. 자주 술을 마시고 오니까 평소에는 잘 안하게 되고 날 잡아서 주말이나 쉬는 날 하게 돼요. 평균 한달에 한두번? 그래서 하려는 생각이 있으면 남편이 술 안 마시고 와요. 얘기도 나누고 둘이서 술도 같이 마시고 분위기를 내다가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저도 그게 편해요.
사회 한달에 한두번이면 뜸한 편 아니예요? 미옥씨는 욕구가 안 생기나요? 그럴 땐 어떻게 하죠?
강미옥 제가 좀 성욕이 적은 편인가 봐요. 가끔 하는 섹스가 편하고 맞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사회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데도 왜 성욕이 안 생길까요. 성욕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요인들이 있는 것인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네요. 부부간에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인지, 감정이 밋밋해진 탓인지, 아니면 욕구 자체가 없는 건지….
아이가 생긴 후 성욕에도 변화 일어
최영주 저도 남편이 하자고 하기 전까지는 먼저 하자고 한 적이 드물어요.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워서 그런지 기회가 정말 적어요. 일단 몸이 힘들고 피곤하니까 욕구 자체가 사라지더군요. 한달에 한번 한 적도 많아요. 어쩌다 에로틱한 영화 장면이라도 보게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마다 늘 남편과 기회가 맞는 것도 아니고요. 불만 쌓인 남편을 보니까 걱정이 되긴 하더군요. 부부간에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직장일이나 아이들 등 다른 일에 신경 쓸 일이 많으면 잠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신수영 전 남편과 섹스하는 걸 좋아해요. 둘이 잘 맞아요. 남편을 사랑한다는 느낌이 섹스할 때마다 크게 와닿아요. 섹스는 둘의 관계를 독특한 방법으로 소통시켜 주는 것 같아요. 연애할 때 처음 관계하던 날도, 혼전에 이래도 되나 하는 부담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복잡했어요. 그런데 몸은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정신적인 만족 위에 뭐랄까 둘을 이어주는 어떤 물길이 팍 뚫려 시원하다고 할까? 관계하고 난 다음날은 온몸에 전율 같은 것이 하루종일 남아있어 흥분된 상태로 일했던 것 같아요. 그 느낌은 결혼해서도 계속되었고 아이 가졌을 때도 우리 부부는 섹스를 했어요. 섹스는 사랑을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성미 섹스로 사랑을 확인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섹스한 다음날은 기분부터 달라져요. 남편이 하는 일이 잘 안돼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어요. 고민이 많다보니 잠자리도 뜸해졌는데, 왜 힘들어하는지 다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섭섭하더군요. 전 사랑과 섹스는 같이 가는 거라는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섹스로 확인되어야만 마음이 놓여요. 남편과 연애할 때 여행 가서 첫경험을 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된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신혼 때와 지금의 잠자리를 비교하기엔 무리죠. 아이가 태어나니까 섹스할 때 신경 쓰이는 일도 많고…. 대신 어쩌다 여행을 가서 하게 되면 새로운 느낌 때문인지 황홀한 느낌을 받게 돼요. 가끔 집에서도 아이가 할머니 댁에 가있을 때 특별한 밤이 되고요.
오영희 둘만의 여행이 아니라 가족여행이 잦아서인가? 전 여행 때도 잘 안 되던데…(웃음). 저는 섹스는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편이 요구하는 것도 서로 일상에서 이것저것 요구하듯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렇지만 남편이 술 먹고 들어와서 제 기분은 아랑곳 않고 요구하면 기분이 나빠요. 보통 때는 둘이서 같이 한잔 하고 분위기를 잡는 편이거든요. 그때는 주로 남편이 서비스를 해요. 술 준비하고 안주 내오고, 거기에 편안한 대화까지…. 주로 양주에 멸치를 안주로 먹는데 (일동 웃음) 기분이 풀리면서 잠자리로 이어져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가끔 언니네 가신다거나 여행을 가셔서 안 계실 때가 있어요. 그때가 기회죠. 남편도 그런 기회는 절대 안 놓쳐요. 아이 재워놓고 둘만의 오붓한 느낌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성욕 자체는 확실히 줄어드는 것 같아요. 대신 얘기 나누고 분위기를 즐기는 쪽을 더 선호하게 돼요.
박윤진 잠자리가 황홀했던 기억을 떠올리려니 잘 안되네요(일동 웃음). 하도 오래전 일이라…. 신혼 때는 정말 거의 매일 잠자리를 했는데 그땐 속전속결이었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남들도 다 이러나 보다. 어떻게 이렇게 사나, 그런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제가 기억에 남는 잠자리는 큰애를 임신하고 6개월쯤 되었을 때인가 그래요. 관계를 하는데, 남편이 너무나 조심스럽게 대해주더군요. 세심하게 어루만져주고 아주 만족스러웠죠. 그때가 참 좋았어요. 아기를 낳고 나면 당분간 힘들다는 그런 애틋함이 더해져서 다른 날과 달랐던 것 같아요.
이영신 부모님과 같이 사니까 우리 부부는 잠자리가 늘 신경쓰이는 편이에요. 신혼 초에는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으니 입 틀어 막고 하고…. 어떻게 애를 둘이나 낳고 살았나 몰라요(일동 웃음). 게다가 시어머님이 잠귀가 밝으신 편이거든요. 이래저래 신경 쓰이죠. 게다가 요즘은 시아버님이 아프신데 밤낮이 바뀌셨는지 거실에 하루종일 나와 계세요. 밤에 우리 잠자리 들 때도 안 주무시니까 관계하기가 더 신경 쓰여요. 그러니 아무래도 부모님 안 계실 때 편하게 마음 놓고 하죠. 여행가서의 섹스도 그런 점에서 좋고…. 좀 미안한 말이지만 얼마 전 아버님이 한달간 입원해 계셨는데, 어머님이 아버님 돌보시느라 병원에서 계셨어요. 아이들도 캠프 간다고 없고 그때 솔직히 좋더군요.
조인혜 우리는 결혼 전 연애시절에 술 먹고 여관에 갔어요. 서로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된 거죠. 그런데 문제는 둘 다 서툴기만 한 거예요. 그래도 둘이 있는 게 너무 좋아서 섹스를 잘 못해도 그냥 받아들여지더군요. 남편은 수시로 우리 초기 결혼생활 때 얘기를 많이 해요. 전 기억이 안 나는데 ‘처음 관계할 때 어땠다, 이제는 어떻다’ 이런 식의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 말을 듣다보면 부부의 성은 삶의 굴곡에 따라 변수가 많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부부는 여러 번 굴곡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변화가 많을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전 성관계 자체보다는 남편을 만지고 안고 기대어 자고… 그런 스킨십이 더 좋아요. 남편 품안에 있으면 너무나 마음이 놓여서 남편 살에 내 몸 어느 부분이라도 닿아야지 잠이 와요. 결혼한 지 13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팔베개를 안 해주면 잠이 안 들어요(일동 와~~ 부러운 웃음).
섹스보다 스킨십을 더 좋아하는 아내 이해 못하는 남편 많아
사회 정리하면 대체적으로 좋았던 경험은 여행지에서, 둘이 대화가 잘 되고 공감할 때, 자신이 배려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성생활이 만족스럽다로 보면 무방하겠네요. 그런데 남편들이 아내의 생각을 잘 아는 것 같아요? 어때요, 여러분의 남편은 부부의 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배주영 남편은 절 만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부담을 느끼는 거 같아요. 우리 부부는 잠자리 후에 꼭 물을 마시는데, 잠자리가 만족스러웠느냐 아니냐에 따라 물 먹는 태도가 달라져요. 서로 충분히 만족했거나 제가 만족스러워 하는 느낌이면 우리 남편은 거만하게 “물 좀 가져와” 그러고, 제가 좀 만족하지 못한 눈치면 자신이 벌떡 일어나 얼음 넣은 물을 제게 가져다주죠. 그러면서 “물 마셔, 빨리 식혀” 그래요(일동 웃음).
또 제가 아는 어느 언니네는 아저씨가 이것저것 보양식을 많이 드신대요. 스쿠알렌부터 영양제, 각종 보약 같은 것들 아시죠? 언니가 ‘너도 좀 신경쓰라’고 영지버섯 달인 물을 준 적이 있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줬더니 글쎄 마시면서도 제 눈치를 봐요. 뭐랄까.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00양 비디오가 떠돌 때 같이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남편 말이 걸작이에요. “에이, 저거 다 뻥이다. 어떻게 40분이나 하냐?”
박윤진 남자들은 여자들이 생각하는 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40분이라는 시간은 전희를 포함한 거잖아요. 실제 삽입 시간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데…. 전 아이 낳고 나서 서른 중반쯤 되니까 성욕이 확실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남편이 그런 저를 받쳐주지 못하네요. 결혼생활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으니까 잠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편인데, 남편은 제 서비스를 받고 곧 삽입하려고만 들어요. 자기만 만족하고 나면 끝인 거죠. 그러면 제 입장에서는 몸만 달궈놓고 끝나는 거죠. 제 몸은 아직 열려있는데 자기는 쿨쿨 자고있고…. 심지어는 관계를 끝내고 미처 제 몸에서 떨어지기 전에 코를 고는 경우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해하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치받쳐 올라오는데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영희 남편한테 얘기해야죠.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나누지 않는 건 문제잖아요. 남편한테 자신이 하고 싶은 성관계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게 필요해요.
박윤진 그렇죠. 그런데 한번도 그 문제를 정식으로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남편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부터 돼요. 참 다정다감한 사람인데, 제게 받는 데만 익숙해져서 잠자리에서 다정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예 잊은 거 같아요.
이정희 제 남편은 거의 잠자리 요구를 안해요. 제가 하는 편이에요. 제가 요구하면 거절하지 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