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프로는 아름답다

새드라마 <고독>에서 열다섯살 연하남과 사랑 연기 펼치는 이미숙

“거침없이 다가오는 사랑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여자 있나요?”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김순희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2. 11. 10

영화배우 이미숙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KBS 새 미니시리즈 <고독>에서 40대 미혼모 역을 맡은 그는 사회통념상 허락되지 않는 20대 청년과의 진한 사랑 연기를 펼친다.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고독>의 촬영현장에서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미숙을 만났다.

새드라마 에서 열다섯살 연하남과 사랑 연기 펼치는 이미숙
이미숙(42)은 요즘 가슴이 아리도록 애잔한 사랑의 늪을 헤매고 있다. ‘때 늦게’ 찾아온 사랑 때문에 뒤를 돌아볼 겨를도, 옆을 쳐다볼 겨를도 없다. 상대 남자는 열다섯 살 연하. 물론 드라마 속에서의 사랑이다.
99년 방영된 SBS 드라마 <퀸> 이후 영화에만 전념해 왔던 그는 10월21일 첫 방영된 KBS 미니시리즈 <고독>으로 3년 만에 브라운관을 다시 찾았다. 열다섯살 난 딸을 둔 40대의 미혼모 경민 역을 맡은 것. 지난 10월17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KBS 드라마센터 <고독>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는 쉬는 시간에 스태프들과 담소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고독>은 40대의 미혼모 경민과, 같은 회사의 부하직원인 20대의 청년 영우(류승범)와의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드라마.
“연상연하의 사랑을 다뤘던 이전 작품들과 완전히 달라요. 불륜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죠. 나이차와 아이의 존재, 그리고 이전 남자친구와의 관계 등 뛰어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고독>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정말 ‘이런 사랑이 과연 이루어질까’ 그게 이 드라마의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는 ‘젊은 남자’와의 사랑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98년 영화 <정사>에서 동생의 남자인 이정재와 정사까지 벌이는 위험한 사랑을 경험한 것. 이정재와는 정확히 13년, 류승범과는 그보다 더 나이차가 난다.
“이정재씨와 류승범씨는 저희 세대와 생긴 것부터가 달라요. 또 세대가 달라서 그런지 느낌도 다르고요. 대신 젊은 친구와 작업을 함께 하니 재충전되는 것 같아 좋아요.”
“젊은 남자와의 사랑,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기업이미지 컨설팅 회사의 창립멤버이자 이사인 경민은 동종업계에서도 자타가 그 능력을 인정하는 인물.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이 싫어 등돌린 남자에게 그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빌미로 이미 마음이 떠난 남자를 잡아두어서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다.
그러나 아이를 지울 순 없었다. 그래서 낳았다. 한때 딸을 보면서 ‘아이에게 아빠가 있어야 하는데…’ 하며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소중한 건 딸과 자신의 일이다. 경민에게는 오로지 ‘엄마’의 역할만 있을 뿐 ‘여자’는 없다. 그런데 그 앞에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한, 당신은 여자”라며 “마흔이든 쉰이든 여자”라고 말한다.
그는 경민과 영우의 ‘특별한 사랑’에 너무나 당당하다. 남자가 어린 여자와 사랑하면 괜찮고 여자가 그러면 손가락질받는 세상에 시위라도 하겠다는 듯 자신만만하다.
“할리우드 같으면 나이 든 여자가 나이 어린 상대를 만나 불꽃 튀는 사랑을 할 경우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불가능하지 않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선에서 멈추지 않을까 싶어요.”
<고독>은 지난해 KBS 주말드라마 <푸른 안개>에서 40대 유부남과 20대 여성의 사랑을 그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표민수 PD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화려한 시절> 등의 노희경 작가가 만나 의욕적으로 만드는 작품. 두 사람은 이미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슬픈 유혹> 등을 같이한 ‘드라마 커플’이다.
표민수 PD는 방송가에서 ‘불륜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대표적인 인물.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푸른 안개> 등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 다루어졌다. 그는 <고독>에서도 또다시 ‘불륜 메이커’라는 꼬리표가 붙여질 만한 남녀 관계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미혼모와 총각의 사랑이니 겉모습은 ‘불륜’이 아니지만 ‘상식적인 사랑’의 틀을 벗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두분이 만든 작품을 오랫동안 관심 있게 지켜봤어요. 그동안 표민수 감독이나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한번쯤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죠. 마침 경민이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적이라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새드라마 에서 열다섯살 연하남과 사랑 연기 펼치는 이미숙

<고독>은 <거짓말><바보같은 사랑>을 만든 노희경 작가, 표민수 PD의 작품이다.

비록 드라마 속이지만 나이 사십에 쓸쓸한 빈 가슴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사랑에 푹 빠진 이미숙. 아이까지 있는 마흔의 여자가 해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젊은 남자’를 사랑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떨쳐버릴 수 없는 여자가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에게 실제로 이런 사랑이 나타난다면…, 아니 그는 이런 사랑을 꿈꿔봤을까.
“거침없이 다가오는 사랑 앞에서는 무너지지 않을까요? 류승범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달려오면 무너질 수도 있겠죠.”
드라마 속에서 류승범은 이미숙의 입술을 덮친다. 류승범이 뿌리치는 이미숙을 강하게 낚아챈 후 덮치는 강렬한 키스신이다.
“살짝 하면 되지 뭐. 별다른 느낌은 없어요. 오히려 제작진과 상의해 너무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사랑의 감정을 담은 애정표현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미숙의 남편 홍성호 박사는 아내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노출 수위’ 정도만 신경 쓰는 편. 홍박사는, 아내가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홍박사의 방 한쪽 벽면 콘솔 위에는 단란한 가족사진이 놓여 있다. 열다섯살, 열한살 두 아이의 엄마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이미숙을 아내로 둔 홍박사는 “제 아내가 예뻐요? 글쎄 같이 살아보면 그다지 예쁘다는 것을 못 느껴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긴 제가 봐도 대단하다 싶은 면이 있긴 있어요. 40대에 집사람만큼 활동하고 있는 배우가 드물잖아요. 드러내놓고 대단하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죠”라며 살짝 속내를 내비쳤다.
배우로서의 자기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사흘은 2∼3시간씩 운동을 하며 몸매를 가꾸는 이미숙이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바로 두 아이들. 그는 미국에서 유학중인 두 아이들을 직접 돌보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한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그는 방학 때 아이들이 귀국하면 자신이 직접 챙겨주려고 애를 쓴다. 집을 비울 때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밥을 좀 챙겨 먹였으면 좋겠다”고 부탁할 정도.
홍박사는 <고독> 촬영 때문에 바쁜 아내를 대신해 지난 10월18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아이를 만나 아빠 노릇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도 보통의 맞벌이 부부처럼 산다”고 말하는 홍박사는 “인기는 집밖에서 존재할 뿐 가정에서는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톱스타인 그를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이 무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홍박사는 “옛날에 떠돌던 소문들말고 새로운 소문은 없나요? 워낙 소문들뿐이라서요”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받아넘긴다. 톱스타의 남편으로 오래 살다 보니 ‘쓸데없는’ 소문들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비법을 체득했다고.
드라마 <고독> 속의 경민만큼이나 실제의 이미숙도 당차고 활기차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돌아다닌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 그래서 그런지 그는 40대라는 나이를 잊고 산다. 긴장감이 맴도는 촬영현장에서도 휴식시간이 되면 수다스러울 만큼 종알거린다. ‘아름다운 프로’ 이미숙이 보여줄 열정의 산물 <고독>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