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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 인터뷰

사기, 절도 혐의로 검거된 안정환 어머니 안모씨 눈물 고백

“남편 없이 혼자 정환이 키우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 쭦글&사진·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입력 2002.11.08 15:05:00

사기와 절도 혐의로 수배를 받던 축구 스타 안정환의 어머니 안모씨가 지난 10월15일 포천의 친척집에서 체포되었다. 아들 안정환의 결혼식에도, 월드컵 경기장에도 나타나지 못하고 숨어살아야 했던 그가 이제야 털어놓는 그간의 생활, 아들 안정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사기, 절도 혐의로  검거된 안정환 어머니 안모씨 눈물 고백
월드컵 스타 안정환의 어머니 안모씨(44)가 10월15일 경기도 포천군의 친척집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었다. 사기와 절도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배를 받던 안씨는 전날인 10월14일 오전 11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 모 모텔 앞에서 용산서 소속 문모 경사(40)의 검문을 받자 “그냥 달아나자”며 운전자 김모씨(40)를 사주해 문경사를 차에 매단 채 10m 가량 달아난 혐의다.
그의 구속 소식을 듣고 10월16일 서울 용산 경찰서 강력 2반을 찾았다. 구속사실이 신문 등을 통해 보도된 후 취재진이 연이어 들이닥쳤으나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설왕설래 끝에 입을 연 것은 그날 오후 3시 경이었다. 그는 큰 오빠(65)를 통해 강심제를 받아든 뒤 천천히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한 건 있지만 사기나 절도로 모는 건 말도 안돼요. 이번에 저를 사기, 절도죄로 몬 김씨(58)와는 3개월 전 만났어요. 평생 도박으로 늙은 여자인데, 제가 정환이 엄마라니까 살갑게 접근하면서 언니, 동생하며 지내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5백원짜리 도박판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간 거예요. 갔더니 20만원을 주면서 저보고도 치라고 하대요. 전 화투는 잘 못치니까 금방 10만원을 잃고 말았죠. 그래서 난 안친다고 10만원을 다시 그 여자 지갑에 넣어둔 거예요.”
안씨는 평소 친하게 지낸 김씨의 지갑에서 10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쳤다는 혐의로 수배됐던 것. 그러나 안씨는 이것이 터무니 없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데 10만원만 훔치는 경우가 어딨냐는 것이다. 더욱이 신용 카드를 훔쳐 사용했다는 혐의는 더욱 말이 안된다며 어이없어 했다.
“(이번에 같이 구속된)기사하고 나하고, 또 노래방하는 언니가 같이 있었는데, 우리끼리 밥사먹고 오라면서 김씨가 신용카드를 꺼내줬어요. 가서 밥먹고 김씨 준다고 초밥까지 사왔어요. 그리고 카드는 돌려줬죠. 세상에 카드 훔쳐서 7만9천원 쓰는 사람 보셨어요? 근데 그걸 가지고 신용카드를 훔쳐 사기를 쳤다고 고소를 한 거예요.”
구속영장 또한 절도나 사기가 아닌 ‘공무집행방해’로 청구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고소인 김모씨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를 고소했던 것일까? 그는 그 이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꽁지돈(도박판에서 빌려주는 돈)’ 3백만원 정도를 빌려서 쓰고 갚지 못했는데 그걸로는 소송을 걸 수 없으니까 다른 혐의를 씌워 고소했다는 것이다.
“경찰을 차에 매달고 달아난 것도 사실 오해가 있었어요. 갑자기 나타나서 제 이름을 부르는데 빚쟁이가 동원한 깡패라고 생각한 거예요. 경찰인 줄 알았으면 도망치지 않았죠. 어찌됐건 방 한칸 없이 빚쟁이에게 쫓기며 사는 것보다 차라리 낫네요. 이렇게 체포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요. 죄가 있으면 죄값을 치뤄야죠.”
10월14일 경찰의 불심 검문을 뚫고 도주한 그는 포천의 친척 집으로 향했다. ‘이제 때가 됐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자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수하기 전 어머니나 한 번 더 볼 생각으로 어머니를 포천으로 오시게 했는데 어머니와 만난 순간, 경찰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사기, 절도 혐의로  검거된 안정환 어머니 안모씨 눈물 고백

1년여 전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하지만 모친의 구속은 안정환에게 많은 갈등을 줄 듯.

그는 빚쟁이에게 쫓기느라 항상 긴장을 풀 날이 없었다고 했다. 현재 그가 지고 있는 부채는 이자를 포함할 경우, 6억원이 넘는다. 그가 밝힌 부채 원금은 약 4억원 정도. 왜 그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는지 물었다.
“다 살림 빚이에요. 정환이를 어릴 때부터 저 혼자 키우다 보니까 지게 된 빚이죠. 정환이 아버지는 정환이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어요. 혼인 신고도 못하고 돌아가신 터라 정환이는 제 호적에 올렸죠. 중학교 수학 선생하던 애 아버지를 그렇게 보내고 저 혼자 애를 키우려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친정 아버지 생전에는 살만 했는데,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고 나니까 어디 기댈 구석도 없고…. 그때부터 쌓아온 빚이 불어불어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는 어린 시절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건축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당시 살던 집 평수가 1백평이 넘었다고 하니 살림살이를 대충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데 안정환이 여섯살 될 때, 부도를 맞았고 그 충격으로 친정아버지는 결국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는 당시 같이 살던 큰오빠 가족과도 헤어져 친정어머니와 함께 중앙대학교 앞에 권리금 6백만원, 보증금 1백80만원을 주고 커피숍을 차렸다. 하지만 건물이 도시 계획에 걸려 헐리는 바람에 6개월만에 권리금을 떼이고 보증금만 간신히 받아 나왔다. 권리금 6백만원을 순식간에 날리고 수중에 있던 돈까지 떨어지자 그는 미혼이라고 속이고 개인회사에 취직했다.
“없는 형편에 먹고 살려고 저 혼자 발버둥 쳐도 어디 제대로 살 수가 있어야죠. 아는 사람들은 그래요. 정환이가 그러면 안된다고, 지네 엄마가 지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지가 그럴 수가 있냐고요. 몇 십만원씩 되는 전지훈련비, 합숙비, 유니폼비, 식비까지 끝없이 돈이 들어가는데 그걸 어떻게 제가 다 벌어서 메꿔요. 여기서 꿔서, 저기서 꿔서 그렇게 살아 온거지. 제가 사치를 해서 그 빚을 졌으면 말을 안해요.”
서울공고 2학년 재학 시절, 안정환은 어려운 집안을 돕는다고 방학 때 지하철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 안씨는 그 사실을 알고 “내가 누굴 믿고 사는데, 그러다가 근육이 망가지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눈물의 매를 들어야 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에 가려고 할 때도 한참 실랑이를 했던 그들 모자지간이다. 그런데 어쩌다 두 사람은 이렇게 돌아서고 말았을까?
“물론 정환이가 98년 대우 로얄즈 입단할 때 1억2천만원 계약금 받은 것 중 7천만원은 빚갚으라고 저한테 줬어요. 3천만원은 급한 빚을 변제하고, 나머지 4천만원은 공항동에 전셋집 얻어 들어갔죠. 근데 정환이가 유명해지니까 빚쟁이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거예요. 돈 나올 구석은 달리 없으니까 집 주인에게 전세금 빼서 5백씩, 1천만원씩 갚고…. 그때도 빚쟁이들이 구단으로 정환이를 찾아간다고 협박하고 그래서 여기저기서 사채 끌어다 갚다보니까 계속 빚이 늘어난 거예요.”
어머니 안씨는 안정환이 어머니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98년 7천만원, 그리고 그 이후 몇 번에 걸쳐 총 1억6천만원을 자신에게 주었다는 것. 그것으로 안정환은 빚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안씨는 ‘그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숨겨둔 빚이 있었고 그 돈이 불어나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때 안정환은 그 돈이 ‘도박빚’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안씨는 아니라고 부정했다.
모자지간이 결정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99년 12월 그가 안정환의 법적 대리인으로 행세하며 캐릭터 개발업체인 ‘씨디 코퍼레이션’과 캐릭터, 초상권 사용 계약을 맺은 일 때문이었다. 부산 아이콘스의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이 ‘안 선수의 초상권은 구단에 속해 있으므로 안 선수 어머니와의 계약은 무효’라고 발표한 뒤 사업이 무산되자 씨디 코퍼레이션 측은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2001년 7월 이 소송에서 패소하자 이 업체는 어머니 안씨를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그때부터 연락이 끊겼어요. 단 돈 1백원을 안주더라고요. 하긴 이탈리아 있을 땐 정환이도 돈이 없었죠. 그때 한 국제전화 CF에 나갔는데, 그걸 보고 빚쟁이들이 난리가 났었어요. CF 찍고 큰 돈 받은 줄 알더라고요. 초상권료 9백만원은 정환이에게 가고, 또 매니지먼트 30% 떼고 제가 받은 건 1천만원 밖에 안돼요. 그때 어머니 모시고 제가 아파트 15층에 살고 있었어요. 더워서 노인네가 힘들어하니까 1백50만원 주고 에어컨 하나 사고 나머진 빚잔치하고 끝냈죠.”
그는 미안한 마음에 그 이후 돈 달라는 소리는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안정환이 배려한 것이 어머니의 CF 촬영이었다. 아들의 동의 하에 그는 CF를 찍을 수 있었고, 그것이 그가 기억하는 아들의 마지막 도움이었다.
“마음 속에서 절 지웠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고. 그래서 그랬어요. 다음 생애에는 엄마같은 사람 만나지 마라. 빚은 내가 책임져 줄테니까 너는 너대로 잘 살라고요. 그 이후 친척들이 5만원, 10만원 주는 거 가지고 살았어요. 여관 방 전전하면서…. 생활비도 한푼 준 적 없어요. 할머니에게 매달 1백만원 정도 부쳐줬는데, 거기서 한 50만원 떼어 받아서 살았죠.”
안정환 선수 부인 이혜원씨하고는 직접 상면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 처가에서 만나자고 해 혜원씨 어머니와 한 번 만난 게 전부라고.
“통화는 몇 번 해봤죠. 제가 사실 정환이한테는 뭐라 해도 혜원이한테 말할 처지가 되나요. 우리 집이 사실 정환이 빼곤 볼 것도 없는 집인데, 그런 정환이를 보고 시집 와준 것만도 고맙죠. 월드컵 끝나고 혜원이에게 제가 전화를 했어요. 정환이는 연락을 해도 금방 끊어버리니까 혜원이한테 한 거예요. 내가 지금 있을 곳이 없으니까 다만 돈 3백(만원)이라도 해서 월세방이라도 얻어달라고. 그랬더니 다음날 정환이가 연락을 해왔어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자기도 이젠 어쩔 수가 없다고. 엄마가 살인을 해도 감싸줘야 할 사람이 자긴데, 그 놈이 저한테….”
그는 이야기 도중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변변치 못해 또 누를 끼치게 됐다’고 미안함을 표하다가도 막상 구속된 자기 처지를 생각하면 원망스런 마음도 드는 듯 했다. 그는 “정환이가 조금만 날 도와줬어도 내가 이 지경까지야 됐겠냐”며 어깨를 들썩였다.
“혹 이런 나 때문에 지한테 상처라도 줄까봐 내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데…. 빚쟁이들이 정환이 찾아간다고 하면 혹 이런 엄마있다고 소문 번질까봐 그렇게 쉬쉬, 여기서 사채 끌어다가 메꾸고, 저기서 끌어다 메꾸고…. 정환이 놈은 절 쳐다도 안보는데, 그래도 정환이 매니저가 ‘정환이 일본 들어가고 나면 제가 월세 들어가게 해드릴게요’ 하면서 추석전에 30만원을 보내주더라고요. 그 돈 가지고 당장 고시원에라도 가 있으라면서. 대선 끝나고 2월쯤에 자수 기간이 있으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그렇게 버티려고 했는데…(울음).”
한편 일본 스포츠 신문들은 안정환의 어머니 구속 사실에 매우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일본 J리그 시미즈 S 펄스 소속으로 뛰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일본신문 보도에 따르면 안정환도 어머니 소식을 듣고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현재 안정환은 한국의 아는 사람을 통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집요한 관심을 보이는 일본 언론에 어머니 사건에 대한 심경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10월17일) 어머니하고 통화했다. 아직 조사단계라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나는 나, 어머니는 어머니라고 내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고.
이런 경우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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