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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부부가 함께 보세요│이 부부가 사는 법

클레이사격으로 건강과 행복 한방에 지키는 홍영기·김남미 부부

갈등해소하고 사랑 키워주는 부부 노하우

■ 글·최순옥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2.10.14 16:40:00

주말이면 경기도 외곽의 사격장에 나가 사격을 즐기는 홍영기 김남미 부부.
클레이사격은 보기와 달리 위험하지도 않고, 목표물을 맞추는 재미가 쏠쏠해서 중독될 만큼 매력이 있다고 한다. 맑은 공기를 쐬면서 표적을 맞추는 통쾌함에 주중의 피곤함을 씻고,
집중력까지 길러줘 더욱 좋다는 이들 부부의 클레이사격 예찬.
클레이사격으로 건강과 행복 한방에 지키는 홍영기·김남미 부부
“타~앙!” 산탄총의 울림과 함께 공중에서 분해되는 오렌지빛 접시, 사수들의 긴장된 눈빛이 일순간에 풀리면서 입가에는 상쾌한 웃음이 감돈다. 총소리에 놀란 까치의 민첩한 날갯짓까지 한폭의 그림이 되어 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한 종합사격장 주변은 익어가는 가을빛으로 아름답다.
코에 스치는 화약냄새가 더없이 정겹다는 클레이사격 동호인들. 주말이면 사격장에서 3.8kg 총대를 메고 오렌지빛 석고접시를 사정없이 날려버리며 스트레스 또한 같이 날려버렸다. 클레이사격이란 시속 60∼120㎞로 빠르게 날아가는 흙(clay 클레이)으로 빚은 접시모양의 표적을 총으로 쏘아 맞추는 것으로 집중력, 지구력, 순발력을 향상시켜주는 대중적 스포츠이기도 하다.
사격을 시작한 지 이제 6개월을 갓 넘겼지만 선수급 실력으로 ‘총 잡자 바로 왕고참’이라고 불리는 홍명기씨(34)와 3개월째 새내기인 부인 김남미씨(34).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클레이사격’ 동호회 회원으로 경기도 사격장에서 매주 사격 기초교육과정을 익히고 있다.
딸 예지(6)를 앞세우고 교육장에 들어선 두 사람, 검정색 상하의를 맞춰 입은 패션감각이 보통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근 평택시에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며 체인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중에는 매장 일이며 벌여놓은 사업들이 많아 며칠씩 밤새워 일하거든요. 생각 같아선 주말엔 푹 늘어지게 잠이나 잘까 하다가도, 막상 일요일이 되면 총 쏘는 재미를 놓치기 싫어 거의 매주 이곳에 오는 편이에요.”
“이이는 진도가 무척 빨라요. 처음 총 쏘는 날 목표물을 여러 번 명중시키는 걸 보고 주변에서 다들 놀랐대요. 기초교육에 참가했던 다른 회원들이 어떻게 하냐고 물어올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입문한 기간은 짧은데도, 얼마 전 전국 사격시합에 경기도 대표로 나갔어요. 그 동안 이것저것 취미활동을 시도해봤는데 잘 안 맞는다고 하더니, 이이한테는 사격이 딱인 것 같아요.”
자기에게 맞는 취미를 갖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부부는 사업이 바쁘긴 해도 짬짬이 스킨스쿠버나 골프에 시간을 할애했는데, 활동적이고 운동 반경이 큰 스포츠를 즐기는 부인 김씨와 달리 남편 홍씨는 영 취미를 못 붙이더란다. 사격에 막연한 흥미를 느껴 인터넷 검색을 하던 홍씨가 클레이 사격동호회에 가입한 건, 무엇보다 다음 사이트의 클레이사격 동호회 운영자가 같은 평택에 살고 있다는 이유가 큰 몫을 차지했다. 게다가 평택에서 가까운 화성에 시설을 제대로 갖춘 사격장이 있는 것도 사격과 금세 친해지게 만든 원인이라고.
보통 남자들이 취미에 푹 빠지게 되면 가정에 소홀해지게 마련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부부간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지금은 함께 사격을 즐기지만 처음부터 그랬을 것 같지 않아 넌지시 부인 김씨에게 물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매주 총 쏘러 간다고 집을 비우는 통에 이들 부부에게도 티격태격 다툼이 잦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사업을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한가롭게 부부만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사격에 재미를 붙인 남편은 주말마다 딸 예지와 부인을 내버려두고 혼자 사격장으로 나가기 일쑤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클레이사격으로 건강과 행복 한방에 지키는 홍영기·김남미 부부
“우리 부부는 큰 일로 싸운 적은 거의 없어요. 서로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는 편이거든요. 운동 취향만 좀 다른 편이어서 이이가 사격 시작한 걸 그냥 이해하려 했는데, 주말마다 혼자만 사격하러 다니는 건 용납이 안되더군요. 워낙 좋아하니까 말릴 수는 없고 해서, 남편이 이끄는 대로 저도 사격을 하게 된 거죠. 해봤더니 총 쏘는 맛이 아주 그만이에요. 그래서 이젠 저도 주말에 남편과 예지랑 나들이 삼아 이곳에 와요.”
클레이사격 동호회원들이 꼽는 클레이사격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한결같이 꼽는 것은 “답답한 실내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넓은 들판과 숲이 있는 사격장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점이다. 총 쏘는 게 대부분일 거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이들이 정작 집중해서 총을 쏘는 시간은 2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보다는 인근 숲을 산책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는 시간이 길다.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 부부들이 아이들 데리고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고 한다.
일반 사격은 보는 것만으로는 재미를 느낄 수 없지만, 클레이사격은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즐겁다고 한다. 아울러 총기를 사용하지만 면허취득 등의 복잡한 절차도 없고 계절과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실제로 겨울에 눈이 내리거나 비오는 날에는 목표물인 클레이가 더 잘 보인단다.) 개인장비를 마련하지 않아도 사격장에만 오면 총과 기타장비 모두 대여해 준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게다가 초보자도 보통 한달 정도만 배우면 쉽게 명중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동호회 회원들하고 함께하면 좋은 게 많아요. 단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고, 서로 보고 배우고 가르쳐주는 동안 사격 실력과 함께 인간관계도 좋아지거든요. 또 사격은 집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몸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해요. 그러니 자연히 술모임이 많았던 사람들도 집에 일찍 들어가는 등 자기관리를 하게 되요. 그러니까 부부사이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제 경우가 딱 그래요. 때문에 친구들한테 ‘배신자’라는 소리도 가끔 듣지만요.”
어제 거래처 사람들과 회식이 있어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며 컨디션을 걱정하던 홍씨는 본인의 걱정과 달리 첫발부터 명중을 시켰다. 이어서 부인 김씨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방출기(클레이접시를 띄우는 기계) 버튼을 힘껏 눌러준다. “타-앙!!” 아쉽게도 첫발을 명중시키지 못했지만 저만치 날아가 깨지는 접시를 보니 그것도 즐겁다.
한번 사격대에 들어서면 25발을 쏜다. 보통 남성들은 50~100발 정도를 쏘고, 여성들은 25~50발까지 쏜다. 일단 사격대에 들어서면 1회에 2발씩 장전해서 쏘게 된다.
“지난 8월24~25일 태릉국제사격장에서 제8회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 사격대회가 있었어요. 그때 남편이 경기도 대표로 참가했는데 첫날은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 못해 입상권 안에는 들지 못했어요. 이튿날은 정말 거의 다 명중시킬 정도로 잘했는데….”
“자기 몸에 착 붙는 총이 있는데, 첫날 사용한 총이 잘 안 맞았어요. 그래서 기대와 달리 성적이 안 좋았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해야죠.”
건장한 체격의 홍씨는 입상하지 못한 게 조금 쑥스럽다는 듯 웃는다. 홍씨를 보니 취미활동이 어느 궤도에 오르면 활동 자체를 즐기면서도 기량 향상에 대한 객관적인 실력 검증이 따라줘야 재미가 두배가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남편 못지 않게 훤칠한 키에 늘씬한 체격의 김씨 역시 사격대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하자 이내 손사래를 친다.
“남편과 달라서 전 기록이나 목표를 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같이 사격을 즐기지만 입장은 다른 부부.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 부부의 여유로움이 썩 좋아보였다.

엄마, 아빠랑 뚝 떨어져 풀밭에서 개미잡기에 한창인 예지를 보면서 혹시 총기를 다루는 스포츠라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지 슬며시 걱정이 들어 물어보니 “걱정하는 만큼 위험하지 않다.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사고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클레이사격은 일단 어른들의 스포츠거든요. 중학생 이상이어야 시작할 수 있어요. 또 사격장 안에서는 철저하게 규칙에 따라야 하니까 사고날 확률이 없어요”
홍씨 말마따나 총기를 다루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룰이 꽤 엄격하다. 그들이 속한 동호회에서는 가입할 때 신상을 모두 공개해야 하며, 기초교육 이수 정도와 정기모임 등의 참석 여부에 따라 회원등급이 매겨지는 등 다소 까다로운 관리를 하고 있다. 동호회 운영자 홍인표씨(48)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격은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어 있고, 총으로 하는 스포츠잖아요? 따라서 동호회도 단순 친목모임 이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격장 안에서 총은 놀이기구지만 누군가 불순한 목적으로 밖으로 내돌리면 그야말로 살상무기가 되잖아요. 회원관리가 다소 까다로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이런 운영방향은 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고 동호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정신은 같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 자세와 원칙을 지키면 의외로 까다롭지 않은 게 사격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복장 규정. 사격하기에 편할 정도의 옷이면 모두 착용 가능하고, 사격대에 들어갈 때는 사격용 조끼만 입으면 된다고 한다. 그저 구경 삼아 사격장에 왔다가 얼떨결에 사격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스커트 차림에 힐을 신고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한다.
현재 전국 클레이사격 동호인 수는 50만명. 그렇지만 주변에 총 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없다고 하니, 동호회원들이 웃는다. 전국에 산재한 사격장에 가보면 자신들이 웃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나.
수렵 본능이 남아있는 남성들이야 젊은 시절 군입대 경험도 있고 해서 여러모로 총에 친숙하겠지만 날이 갈수록 사격에 입문하는 여성들이 늘어가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궁금증을 푸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날아가는 ‘클레이접시’를 통렬하게 부수는 쾌감, 목표물을 맞추는 순간 팽팽했던 긴장이 파열하는 그 맛을 직접 현장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사격은 정확성과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잘 맞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긴 사격과 양궁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만 떠올려봐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사격장에서 만난 홍명기·김남미 부부는 돌아오는 주말에도 어김없이 사격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조만간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동남아나 중국 시장에 수출하고 싶다는 당찬 계획을 세운 이들 부부에게 사격은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사업을 하며 늦추지 못했던 긴장감을 풀어놓는 데 안성맞춤이다.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로, 연인으로, 사업파트너로 함께하는 이들 부부는 ‘클레이사격 동호인’이라는 공통분모로 더욱 단단히 묶인 느낌이었다.


여성동아 2002년 10월 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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