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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 화제 │ 이런일이

연예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신일하가 처음 털어놓은 연예비화

”지난 30년간 지켜본 금품로비, 성상납 실태 이렇다.”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최숙영 ■ 사진·김형우 기자

2002. 10. 09

검찰이 대종상 신인여배우상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 칼럼니스트 신일하씨가 최근에 펴낸 소설 <광화문에 소나무를 심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실제 모델들을 소재로 해서 쓴 이 작품은 금품로비, 성상납 등 연예계 비리를 실감나게 그려냈기 때문. 신일하씨가 처음으로 털어놓는 연예비화, 그 충격적인 이야기.

연예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신일하가 처음 털어놓은 연예비화
대종상 신인여배우상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금품로비 의혹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계 비리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는 제37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 수상자 선정과 관련, 여배우 A씨의 매니저가 대종상 영화제를 앞두고 A씨의 신인상 수상을 위해 영화감독 김모씨를 통해 심사위원 등에게 8백5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A씨가 실제 신인상을 받은 점에 주목하고 당시 심사위원들을 소환해 집중 조사중이다.
그런데 이와 거의 유사한 이야기가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출간돼 눈길을 끈다. 영화계 취재 30년 경력의 기자 출신 영화 칼럼니스트 신일하씨(58)가 최근 펴낸 <광화문에 소나무를 심자>(전 2권, 여울미디어)가 그것. 이 장편소설은 영화계의 금품로비뿐 아니라 성상납 등 연예계 비리 전반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영화사들은 외화 수입쿼터를 따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수천만원의 금품과 골프 회원권을 돌리며 경쟁적으로 매수를 한다. 영화사 사장이 요리사로 감쪽같이 변장하고 심사현장에 들어가 심사위원장들과 거래를 벌이는 로비 풍속도는 최근 드러난 여배우 A씨의 금품로비 의혹사건이 빙산의 일각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책은 한 영화사가 여배우의 성상납 대가로 대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을 거머쥐는 실태도 담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장과 요정마담이 개입해 영화사가 여배우로 하여금 최고권력자 ‘코드 원’에게 몸을 상납하게 하고, 그 결과 영화사는 대종상을 독차지하는 것.
작가 신일하씨는 “이 소설은 충무로 비화와 영화사들의 로비형태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실제 모델의 이야기를 짜깁기해서 쓴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여배우는 누구일 것이다’라는 추측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개되지 않은 연예계 비화로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이전에도 영화 시상식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어요. 여배우 A양의 금품로비 의혹사건보다도 더 많은 액수의 돈이 영화상 시상식과 관련해서 로비자금으로 쓰인 적도 있었어요. 몇년 전에는 대종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투표를 했던 것이 드러나 후에 감독상이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죠.”
70∼80년대는 ‘감독과 여배우들의 스캔들’도 많았다. 당시 흥행감독으로 알려졌던 영화감독 L씨와 여배우 E양의 관계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다. E양을 발굴해서 ‘스타’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 영화감독이었기 때문에 그가 “이따가 내 방으로 와” 하면 E양이 거절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을 ‘성상납’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도 ‘성상납’이라는 개념보다는 ‘함께 어울리는 차원’으로 생각을 했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요즘엔 영화기획사들이 많이 생기고 그만큼 영화감독들의 파워가 약해졌기 때문에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확실하게 증거를 못 잡아서 그렇지, 요즘도 그런 일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70년 대한일보를 시작으로 한국경제신문과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출판 편집국에서 연예부 기자로 활약했던 신일하씨는 부장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뒤 계속 영화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연예계 비화를 많이 알고 있는 이유도 그동안 신문, 잡지 등에 연예계 관련 칼럼을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민감한 부분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그 부분을 말할 때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70년대에 있었던 일인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왔을 때 수청을 든 여배우가 있어요. 지금도 드라마에 나오는데 그 여배우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다음날 전세 비행기에 태우고 자기 나라로 가려고 했었어요. 이 사실을 안 기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었죠. 그 여배우가 누군지 결국에는 알아냈지만, 기사로는 쓸 수 없었어요. 정보부 직원이 직접 찾아와서 민감한 얘기니까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그 당시에는 외국에서 국빈들이 오면 여배우들이 많이 접대를 했었죠.”
‘가슴 큰 여배우’로 유명했던 영화배우 A씨는 중동의 한 국가의 왕자와 결혼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 이야기는 신문에 보도가 됐지만 결혼은 이뤄지지 않았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영화배우 A씨는 연예계를 은퇴했다. 이후 다른 남자와 결혼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또 “70∼80년대에도 여배우들과 정치인 사이의 스캔들이 많았다”고 신일하씨는 말한다. 그중 한 사람이 X양. 일설에 의하면 권력의 핵심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가 희생을 당했다고 한다. X양은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어느날 누군가에 의해 납치를 당한 그녀는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두절되다가 밤늦은 시각에 인사불성인 채 집 앞에 버려져 있었다. 그녀가 납치를 당했던 그 기간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본인을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이야기는 일반 사람들한테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연예계 비화’다.
당시 남자 탤런트 A씨는 그녀의 억울한 사연의 내막을 알고는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니다가 몇년 동안 방송 출연이 금지되는, 부당한 조치를 받기도 했다.
“재벌과 연예인들간의 스캔들도 많았어요. 지금은 돌아가신 모 그룹 A회장의 경우에는 말이 참 많았죠. 회장이 재력가로 한창 잘 나가던 시절, 미모의 여배우 H씨와 관계를 맺었다는 설이 있었어요. 당시 H씨가 임신을 하자 회장이 연예계를 은퇴시키고 돈을 줘서 미국으로 보냈다고 하더군요. H씨는 이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는데 H씨가 낳은 아이는 딸이었다고 해요.”
현재 활동중인 중견 탤런트 K씨도 A회장의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K씨가 회장의 아이를 낳았고 A회장이 성대하게 백일잔치를 해주었다는 것. 하지만 알아보니 그 얘기는 헛소문이었다. A회장의 아이를 낳았다는 당사자가 탤런트 K씨가 아니라 A회장 그룹 간부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심스러운 얘기들이 많이 있어요. 중견 탤런트 중에 모씨는 학계쪽 사람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는 확인하기가 어려워요. 아이를 호적에 안 올린데다 본인도 역시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니까 물증이 없잖아요. 그런 경우는 미심쩍긴 하지만 그냥 덮어두는 수밖에 없죠.”
그는 “요즘도 연예계에 그런 일이 없다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정치인이나 재벌들하고의 관계는 단순히 스캔들 차원을 넘어서 연예인들에게는 ‘파워’로 작용하므로 이들의 파워를 등에 업고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연예부 기자 초창기 시절, 이런 연예계의 비리를 보고 회의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돈과 인기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여배우들을 볼 때마다 삶의 씁쓸한 비애도 느꼈지만, 연예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좋은 일을 하는 이들도 많았고 인간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이들도 있었다.
“연예부 기자를 하면서 몹쓸 짓을 한 적도 몇번 있었어요. 지금은 결혼을 했지만 영화배우 K양의 경우 80년 후반에 결혼식을 안 올리고 남자하고 혼인신고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당시엔 남의 호적도 쉽게 떼어볼 수가 있었는데 K양의 호적을 떼어보니 혼인신고가 돼 있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죠. 그런데 K양은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어요. 제발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기자로서의 욕심에 그럴 수가 없었어요. 결국 기사를 냈고 그로부터 얼마 뒤 K양이 이혼을 했어요. 그 사람하고 도저히 맞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이혼할 생각으로 기사를 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던 모양인데, 일이 그렇게 되니까 어찌나 미안하던지…, K양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 기사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요?”
탤런트 C양의 경우도 그랬다. C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고 다녔는데 호적을 떼어 보니 엄연히 아버지가 생존해 있었다. 직접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가서 확인해보니까 그도 “맞다, 내가 C양의 아버지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C양이었다. C양은 끝까지 “나에겐 아버지가 없다, 돌아가셨다”며 그 사실을 부인했다. 그것이 너무도 괘씸해서 ‘C양의 아버지는 살아 있다’고 기사를 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C양에게 새아버지가 있었다고 한다. 즉 그녀의 어머니가 친아버지와 헤어진 후 재혼을 한 거였다. 그때도 그는 C양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연예인도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엔 정보가 빨라서 이니셜로 써도 어떻게 아는지 네티즌들이 알아맞히고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요. 그 때문에 어떤 때는 이니셜도 일부러 틀리게 쓰고 얘기도 뱅뱅 돌려서 하는데… 어쨌거나 무서운 세상이에요(웃음).”
신일하씨는 연예계도 많이 변한 것 같다고 한다. ‘스타시스템’이 도입돼서 옛날하고는 다르게 요즘엔 기자와 연예인들이 개인적으로 만나서 소주 한잔을 하며 친분을 쌓는 기회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기자생활을 했던 그 시절이 좋았던 것 같다”고 하는 그가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탤런트 노주현, 송기윤, 박원숙, 김영애 등이다.
“연예인들도 이제는 프로가 돼야 해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기력을 쌓는다면 권력이나 재력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스타가 될 수 있어요. 성상납에 관한 얘기는 요즘도 듣긴 하지만 그런 친구들은 오래 못 가요.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돕는다는 사실을 저는 지난 30년간 연예계 관련 칼럼을 쓰면서, 그 말이 연예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어요.”
신일하씨는 지난 9월초부터 문화일보에 ‘신일하의 연예 X파일’이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칼럼을 쓰다 보면 흥미 위주로 내용이 쓰여질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을 제일 경계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연예인들과 같이 호흡을 해서인지 그에게는 무덤까지 가지고 갈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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