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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라이프 │ 축하합니다

13년 만에 둘째 아이 임신한, 차승원 아내

■ 기획·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글·김순희(여성동아 리포터) ■ 사진·동아일보 사진 DB파트, 이수진 제공

2002. 10. 04

“요즘엔 말도 조심하고 좋아하던 컴퓨터 게임도 중단했어요” 20대 초반에 엄마 아빠가 되었던 차승원 이수진 부부. 아무것도 모른 채 소꿉장난하듯 첫아이를 키운 이들에게 13년 만에 찾아온 둘째 아이의 임신 소식은 기쁨 그 자체다. 이씨의 임신으로 인해 그동안 끊임없이 나돌았던 두 사람간의 불화설, 별거설, 이혼설에 대한 이야기도 쑥 들어간 상태. ‘기왕이면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차승원의 아내 이수진이 행복한 일상을 털어놓았다.

13년 만에 둘째 아이 임신한, 차승원 아내
차승원(31)·이수진(35) 부부는 요즘 입이 귀에 걸려 있다. 88년 네살 연하인 차승원씨와 결혼해 이듬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이수진씨가 둘째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기에 여념이 없는 차승원은 영화 <광복절 특사> 촬영중에도 틈만 나면 집에 전화를 건다. 축하인사가 폭주하기는 이수진씨도 마찬가지. 맑고 톡톡 튀는 목소리의 소유자인 이씨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면서 설레는 마음을 내비쳤다.
“아이를 낳고 키웠던 게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내가 아이를 낳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마치 첫아이를 임신한 사람처럼 허둥대기도 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 키우는 법도 다 잊어버렸어요(웃음). 몇 개월부터 태동을 시작하는지조차 잊어버려 임신·출산과 관련된 책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즐겁고 기쁘기는 한데 나이가 들어 임신을 해서 그런지 태아의 건강상태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몸이 몹시 피곤하네요.”
”둘째 아이의 임신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남편이에요”
생각보다 입덧은 심하지 않지만 이씨는 서른다섯 나이로 ‘고령 산모’ 축에 드는 상황이라 신경 쓰이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감기에 걸리면 약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아내가 안쓰러워 차승원은 영화 촬영 도중 짬짬이 전화를 걸어 아내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비가 와서 촬영이 연기되거나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와 밥은 제때 먹었는지 꼭 물어봐요. 임신 전에는 노아(아들)가 학교에 잘 갔다 왔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였는데 요즘엔 제 건강 먼저 챙겨요. 아니, 저보다는 뱃속의 아이 때문에 저를 챙긴다는 게 맞겠네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제가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따라가기도 하고요.”
차승원은 시간만 나면 <광복절 특사> 촬영장인 전주에서 서울 집으로 달려온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길에 뿌리는 시간이 훨씬 많음에도 늦둥이를 임신한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온다고.
<광복절 특사>는 두 남자의 ‘눈물나는 교도소 재입성기’를 그린 영화.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에 포함된 줄 모르고 탈옥한 두 남자가 탈옥 후 그 사실을 알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모험담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 싸움꾼 출신 체육교사로, <라이터를 켜라>에서 능청스러운 삼류 건달 보스로 나와 웃음을 선사한 이후 <광복절 특사>에서 다시 한번 통쾌한 웃음을 선보일 예정인 차승원은 ‘이제야 진짜 아빠노릇을 하게 됐다’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임신하니까 남편이 가장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나이 들어서 임신하니까 정말 여러 가지 검사를 많이 하네요. 사실 나이 들어서 임신하면 기형아 출산율이 높다는 말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긴 해요. 사실은 오래전부터 둘째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딸을 낳는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벌써 낳았을 겁니다(웃음). 남편이나 저나 둘째 아이만큼은 딸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해서 의사선생님께 여쭤봤는데 가르쳐주지를 않네요. 꼭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13년 만에 둘째 아이 임신한, 차승원 아내
차승원 부부는 첫아이를 낳을 때도 딸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아들이 태어난 것. 차승원은 아들을 ‘여자답게’ 꾸미기 위해 짧은 머리보다는 긴 머리를 선호했다고 한다. 이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아는 머리 기르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엄마 손에 이끌려 종종 미용실에서 ‘퍼머 머리 소년’으로 변신했다.
옷가게에 가도 남자아이 옷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아기자기한 여자아이의 옷뿐이었다. 하지만 아들에게 치마를 입히는 엽기적인(?) 일은 피했다. 그러나 치마는 아니었지만 노아의 옷은 대개 꽃무늬였다. 딸을 키우고 싶은 부모의 욕심 때문에 노아는 ‘반은 아들, 반은 딸’이 되어 자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노아가 머리 모양은 여전히 ‘퍼머 머리’였다. 그런 노아는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혹시 너 여자 아니냐’는 놀림을 받은 후 집에 돌아와 엉엉 울었다고 한다. 그제야 노아의 머리 형태가 아들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 이씨는 미장원으로 달려가 노아의 긴 머리를 싹뚝 잘랐다.
지금도 이씨는 아들보다는 딸이 좋다고 한다. “아들이 있으니까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씨는 “아들은 낳아서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아들이요? 그거, 장가가면 끝 아닌가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제 친구들 신랑을 보나 우리 신랑을 보나 남자들은 다 똑같더라고요. 뭐가 똑같냐고요? 아들 낳아서 힘들여 키워 장가보내면 마누라밖에 모르는 게 남자들이더라고요. 그저 마누라 치마폭에 쌓여서…. 예전에는 딸은 시집보내면 남의 식구 된다고 뒷바라지도 안 해주었잖아요. 친정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도 있고요. 하지만 요즘은 안방에 화장실이 있는 시대로 발전해서 그런지 딸들이 친정과 가깝게 살지 않나요?(웃음)”
딸을 낳아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는 이씨와는 달리 중학교 1학년인 노아는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부모와 함께 놀러가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년으로 부쩍 자란 노아는 태어날 동생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엄마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애들은 초등학교 5학년쯤 되면 사춘기에 접어드는 것 같아요. 노아도 그즈음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것 같고요. 어디 가자고 해도 혼자 있겠다면서 엄마, 아빠만 갔다 오라고 할 때가 많아요.”
둘째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각오를 다진 지 2∼3개월 만에 임신에 성공(?)한 이씨의 출산예정일은 내년 1월. 이씨는 널리 알려진 대로 유명한 ‘통신 작가’이자 게임마니아다. 솔직하고 감칠맛 나는 글솜씨로 연하의 남자 차승원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우누리 유머짱 게시판(humor.byulnow.com)에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진짜 차승원의 부인이 맞냐’는 확인성 질문을 받기도 했던 그는 즐겨 하던 컴퓨터 온라인 게임도 중단했다. 컴퓨터에서 발산되는 전자파가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싶어서다. 또한 직선적인 성격인 그는 말도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하는 스타일이지만 요즘은 되도록 가려가며 조심조심 한다고. 특별한 태교법은 없지만 바로 이런 것들이 태아를 위한 자신의 배려라고 한다.
“그나저나 애 낳아서 키울 일이 걱정이네요. 노아는 친정엄마가 봐주셨고 목욕이나 기저귀 갈고 우유 타 먹이는 일은 남편이 다 했거든요. 전 무늬만 엄마였지 아이 키우는 일은 남편이 더 잘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대학생 아빠’였던 시절보다 바빠져서 둘째 아이를 보살펴주기가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면 노아 때 못지않게 잘 할 것 같긴 해요.”
“출산준비물은 남편이 다 알아서 준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 이씨는 몸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둘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둘다 철모르던 시절에 부모가 되어 소꿉장난하듯 아이를 키웠던 차승원 부부는 이제야 ‘진짜 부모’가 되어가는 즐거움을 맛보며 둘째 아이와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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