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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의 윤소희

EDITOR_FASHION 최은초롱 기자 EDITOR_FEATURE 정혜연 기자, 윤혜진

입력 2020.05.22 14:00:02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끝과 시작 사이에 선 윤소희는 여유로웠다. 말간 얼굴, 살랑거리는 스커트, 비트 있는 음악. 윤소희와 완벽한 오후를 보냈다.


티어드 원피스 이로.

티어드 원피스 이로.

데뷔 8년 차 배우 윤소희 하면 2013년 tvN ‘식샤를 합시다’의 철부지 여대생이 먼저 떠오른다. 그때 인상이 워낙 강렬했다. 간간이 TV에서 볼 때면 ‘저런 표정도 있구나’ 싶었다. 얼마 전 종영한 tvN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이하 ‘요즘 책방’)에서 설민석, 장강명 등 내로라하는 지식인들과 조곤조곤 자신의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은 윤소희라는 배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과학고 조기 졸업,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점이 증명(?)되는 순간이랄까. 

촬영 내내 지켜본 윤소희는 몇 개의 표정, 카이스트 출신이란 수식어로 기억했던 게 미안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레몬 컬러 셋업 슈트를 입고 스튜디오 마당에서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한 마리 나비 같았다. 쉬는 시간 오물오물 젤리를 먹는 모습은 또 아이 같았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윤소희는 6월 fashionN 뷰티 프로그램 ‘팔로우미’ 시즌 13의 MC로 돌아온다.


블루 컬러 톱, 원피스 모두 잉크.

블루 컬러 톱, 원피스 모두 잉크.

나른한 오후 콘셉트의 촬영이었어요. 평소 이런 날엔 무얼 하나요. 

집에 리클라이너 소파가 있는데 누워서 넷플릭스 보는 거 좋아해요. 시즌 10까지 있는 ‘프렌즈’를 4~5회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모던패밀리’와 ‘브룩클린 나인 나인’ 같은 웃긴 미드도 좋아하고요. 본 걸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해요. 노래도 많이 듣고. 날씨 좋을 때는 엄마 차를 빌려 친구들이랑 남양주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도 해요. 

얼마 전 ‘요즘 책방’이 종영했는데 이젠 숙제(?) 안 해도 돼서 시원섭섭하겠어요. 

정말 책 읽는 동안은 오전 오후 구분이 없었어요. 그런데 책에 빠져드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보다 보면 ‘소설책인데 왜 과학적 원리가 나오지?’ 이럴 때도 있고, 연관 지어 다른 쪽으로 생각을 확장하게 되고요. 또 출연진을 4~5개월 정도 만나다 보니 책의 어느 부분에선 ‘이적 선배가 이런 톤으로 이런 얘기를 하겠구나’ ‘설쌤이 이런 말씀 하시겠구나’ 음성 지원이 되는 거예요. 워낙 재미있게 촬영해서 시원하기보단 섭섭한 마음이 더 커요. 




프릴 장식 톱 에이치앤엠. 쇼트 팬츠 앤아더스토리즈.

프릴 장식 톱 에이치앤엠. 쇼트 팬츠 앤아더스토리즈.

책을 읽을 때 메모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독서법은 서울대 장대익 교수도 칭찬할 정도였어요. 주로 어떤 걸 적나요. 

일단 대략적인 내용의 흐름을 정리하고,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과 연관 지어 질문할 것들을 찾아 적은 뒤 조사해요. 그러면 새로 발견한 부분이 또 재미있어서 같이 적어놓아요. 제가 하나에 꽂히면 계속 파는 습관이 있어요. 그걸 잘 기억하고 싶어서 그림과 글로 기록해두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면 기억에 오래 남고, 무엇보다 방송할 때 얘기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요즘 책방’에 출연하면서 총 21권의 책을 읽었는데 술술 읽힌 책 한 권, 정말 힘들게 읽은 책 한 권씩 꼽는다면요. 

출연자분들 대부분 비슷할 텐데 ‘햄릿’이 아무래도 대본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잘 읽혔어요. 번역이 원문의 느낌을 잘 살려서 굉장히 재미있기도 했고, 머릿속으로 무대가 그려지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읽기 싫었던 책은 ‘타인의 고통’이란 책인데 그냥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전쟁과 테러, 폭력에 관한 포토저널리즘 평론인데, 사진을 보는 것조차도 괴로웠어요. 

‘요즘 책방’은 ‘역시 카이스트 출신은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 방송이지 않았나 싶어요. 소희 씨에게 카이스트 출신이란 수식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에는 부담도 없지 않았는데 ‘잘살아야겠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 그런 다짐을 항상 하게 해주는 수식어예요. 사실 다른 거보다 학교 이름, 학교가 가진 이미지에 누가 되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먹칠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하프 팬츠 모두 스튜디오톰보이. 화이트 뮬 지니킴.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하프 팬츠 모두 스튜디오톰보이. 화이트 뮬 지니킴.

벌써 데뷔 8년 차예요. 본인이 생각하는 대표작을 꼽자면. 

얼마 전에 데뷔 8년 차라는 걸 깨닫고 엄청 충격받았어요. 옛날이랑 지금 내가 뭐가 달라졌을까 생각해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말뿐인 게 아니라 몸으로, 마음으로 내 직업이 배우구나 저절로 느껴지는 때가 오더라고요. 마음도 편해지고 일도 더 재밌게 느껴졌어요. 

대부분 저를 보면 ‘식샤를 합시다’를 많이 얘기하셔서 그게 대표작인가 싶어요. 워낙 캐릭터가 저랑 비슷해서 친구들도 ‘내 친구가 왜 저기 있지?’ 그런 느낌이었다 하더라고요. 감독님도 좋은 분이라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요. 대표작이라 듣는 건 그 작품이고, 제가 생각하는 대표작은 딱히 없어요. 촬영하다 보면 애정이 생겨서 어느 하나만 딱 고를 수가 없어요. 

얼마 전 tvN 드라마 ‘외출’ 속 워킹맘 변신은 솔직히 놀라웠어요. 이제 스물여덟 살, 열심히 사랑하고 결혼에 대한 로망을 가질 나이인데, 어떤가요.

저는 왔다 갔다 해요. 원래 한 가지를 정해놓고 그것만 쫓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주변에서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정말 좋겠다’ 했다가, 누가 결혼하기 싫다며 이유를 이야기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고. 제가 너무 팔랑귀인가요?(웃음)


블라우스 앤아더스토리즈. 데님 팬츠 인스턴트펑크.

블라우스 앤아더스토리즈. 데님 팬츠 인스턴트펑크.

연애가 하고 싶진 않나요. 

가끔 연애하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해요. 그런데 친구들 중 결혼 이야기 오가는 걸 옆에서 지켜보니 잘 만날 수 있는 거 아니면 만나지 말아야겠단 생각도 들고. 일의 재미를 느낄 즈음과 맞물려서인지 절실하게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어졌어요. 이상형은 있어요. 저는 여릿여릿한 사람보단 좀 덩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성격은 다정하고 저한테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자상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좋고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차도남, 나쁜 남자는 왜 만나지? 생각해요. 그건 그냥 나쁜 거잖아요(웃음). 


니트 모조에스핀. 플리츠스커트 분더캄머. 이어링 루이르.

니트 모조에스핀. 플리츠스커트 분더캄머. 이어링 루이르.

데뷔 초부터 함께해온 매니저가 세운 신생 기획사로 옮겼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고요. 

6월부터 뷰티 프로그램 ‘팔로우미’ MC를 하게 됐어요. 의미 있는 역으로 드라마 특별 출연도 할 예정이고요. 사실 10년째 알던 사람들이라 새로울 것 없이 늘 같은 마음이에요. 저는 어떤 사람과 일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자주 보는 사람이 좋아야 스트레스받지 않고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잖아요. 

‘윤소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배우로 남고 싶은가요. 

MBN 드라마 ‘마녀의 사랑’에서 김영옥 선생님과 일해본 후로 김영옥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졌어요. 선생님이 굉장히 유쾌하세요. 사람들이 김영옥이란 배우를 보면 떠오르는 게 있잖아요. 보면 괜히 반갑고 그런 배우요. 저도 그런 이미지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이종호 디자인 김영화
제품협찬 루이르 분더캄머 스튜디오톰보이 앤아더스토리즈 에이치앤엠 이로 인스턴트펑크 잉크 지니킴 모조에스핀 
헤어 이예슬 메이크업 최수일 스타일리스트 장지연



여성동아 2020년 6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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