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모르는 요리사와 대결

채널A ‘마스크 셰프’ 포스터.
정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요. 식당에 가는 날은 오전 8시, 방송 등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은 새벽 5시에 출근해요. 하지만 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마스크 셰프’에 합류한 계기는 뭔가요.
도전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오로지 실력으로 대결한다는 콘셉트가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하지만 심사만 하는 게 아니라 저를 지목한 도전자와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게 승부욕을 더 자극하더라고요. 제가 승부에서 지는 건 못 참거든요. 새로운 도전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직접 출연해보니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얼굴도, 실력도 모르는 상대와 겨룬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곧 ‘흑백요리사’ 이후에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줄 무대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꾸준히 공부해온 요리를 선보일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또 평소 존경하던 강레오, 김도윤 셰프님과 함께 심사위원을 맡을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두 분이 촬영장 분위기를 잘 풀어주셔서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전자레인지’로 모든 요리를 하는 도전자가 있었는데, 신선했어요. 1등을 거머쥔 도전자가 다음 승부에서 같은 재료로 다른 스타일의 요리를 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식으로도 요리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리고 제작진이 마스크 쓴 도전자들의 신분을 그야말로 ‘철통 보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화장실을 가거나 대기실 밖으로 이동할 때는 작가님께 미리 말씀드리고 나가야 했어요.
출연자로서 꼽는 ‘마스크 셰프’의 관전 포인트는요.
계속 추리하면서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는 점이죠. 마스크를 쓴 도전자가 누구인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도전자의 말투와 행동, 칼을 잡고 팬을 돌리는 모습 등에서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인지, 취미로 하는 사람인지 추리할 수 있거든요.

금요일 오후 9시 40분 채널A에서 방영하는 ‘마스크 셰프’. 정지선 셰프는 1회에 마스크를 쓴 도전자와 맞붙었다.
도전정신으로 걸었던 ‘중식의 길’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데, 수업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반면 요리는 공부하지 않아도 이해가 쉬웠어요.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요리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그중 중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때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중에서 전공을 선택해야 했어요. 한식과 양식은 인기가 많았는데, 일식과 중식은 인기가 없었어요. 당시는 중식과 일식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던 때라서요. 오히려 그런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호기심 반, 도전 정신 반으로 중식을 택했어요.
여러 요리 중 중식의 매력은 뭔가요.
화려함 뒤에 숨은 섬세함이라고 생각해요. 거칠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게 중식의 매력이에요. 또 중식은 조리 방법이 다양해요. 20년 넘게 매일 중식을 공부하고 실험하고 있는데요. 매번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이 생겨요. 질릴 틈이 없죠.
중식계는 남성 중심적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편견을 느낀 적은 없나요.
그런 인식은 중식뿐만 아니라 요리계 전반에 퍼져 있어요. 지금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방에서는 모든 스태프가 뜨거운 것을 만지고 무거운 것도 들어야 해서 남자들 역시 버티기 힘들어요. 심지어 중식은 화력이 더 세고 현장 분위기도 강한 편이니까 그런 편견이 더 심할 수 있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이력서를 넣는데, 매번 떨어지더라고요. 그때 남성 중심적이라는 편견을 느꼈어요.
편견을 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그런 사람들을 붙잡고 설득하기보다 여성 셰프인 제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식이 바뀌겠죠.
새우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딤섬을 자신만의 필살기로 만든 비결이 궁금합니다.
중국 유학 시절 갑자기 새우 알레르기가 생겼어요. 중식 요리의 80% 이상에 새우가 들어가서 정말 난감했죠. 하지만 ‘새우를 피하면 중식을 완성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서 맛을 테스트했죠. 또 레시피를 완벽히 외우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러면서 경험치가 쌓였고, 제 기준에 맞는 재료가 배합됐을 때의 냄새를 최대한 기억하려고 했어요. 지금은 딤섬 소의 냄새만으로도 맛의 밸런스를 알 수 있어요.
‘마스크 셰프’에서 “질 생각이 없다, 무조건 이기러 나왔다”는 발언이 화제였어요.
도전했으면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한번 승부수를 던졌으면 이겨야죠(웃음). 제가 늘 이긴다는 오만은 아니에요. 다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또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죠.


정지선 셰프의 유튜브 ‘정지선의 칼있스마’에 자주 출연하는 아들 이우형 군. 또래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태도와 예의 바른 모습에 시청자들의 “기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셰프’이자 ‘엄마’ 정지선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나요.아이의 성장을 보지 못할 때는 아쉽죠. 학교 행사에 함께하고 싶어도 일하러 매장에 가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저도 마음이 무거워요. 그래도 ‘부지런하면 2가지 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가정과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동안에도 외출해서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초반에 취업이 어려웠으니, 혹시라도 어렵게 얻은 기회가 사라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항상 있어요. 저에겐 일이 원동력이자 에너지예요. 그런 일을 못 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최대한 쉬는 시간을 두지 않으려고 했어요.
유튜브에 공개된 아들이 또래보다 어른스럽다는 반응이 많아요. 교육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뭔가요.
예의와 인사죠. 공부는 못해도 괜찮은데 예의 없는 사람은 되지 말라고 늘 말해요. 예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하죠. 아이도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가족들의 응원 방식은 어떤가요.
가족들이 거의 간섭을 안 해요. 오히려 그것이 가장 큰 응원이죠. 하고 싶은 일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나한테 관심이 없나’ 싶다가도 제가 출연하는 방송 시간에 맞춰 거실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가끔 카톡으로 하트 이모티콘이나 짧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하는데, 그게 정말 큰 힘이 돼요.
셰프로서 정지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돌이켜 보면 요리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어요.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는 셰프, ‘티엔미미’ 직원들을 책임지는 자영업자, 다양한 제품으로 도전하는 사업가, 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는 강사, 방송인 등 요리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었죠. 앞으로도 여러 방향으로 도전하면서 한계를 계속 넓히고 싶어요. ‘사람이 요리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가 지금의 목표입니다.
#정지선 #마스크셰프 #딤섬여왕 #여성동아
사진제공 정지선 채널A ‘마스크 셰프’ 사진출처 유튜브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