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가까이 입시 현장을 경험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올해 입시를 이렇게 정의했다. 현역 수험생 수가 크게 증가한 데다, 지난해 확대됐던 의대 모집 정원이 다시 원상 복귀되면서 최상위권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사회탐구(사탐)로도 메디컬·이공계 진학이 가능해지자 사탐 선택자가 대거 늘어나면서(일명 ‘사탐런’)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9월 모의평가에서 과탐 응시자는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사탐 응시 비율은 68.21%로 6월(66.9%)보다 더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 대표는 이런 복합적 변수들 때문에 수시와 정시 입시 결과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상황에 맞춰 지원 전략을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탐런 열풍에 수능 최저 맞추기 초비상
앞서 ‘역대급’이라고 하셨는데, 올해 입시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2022학년도 문과와 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수학·국어 선택 과목 간 점수 차, 이른바 ‘문과 침공’이라는 이과생의 문과 교차 지원 등 구조적 이슈가 누적돼왔습니다. 올해는 거기에 몇 가지 큰 변수가 겹쳤습니다. 먼저 현역 수험생이 약 4만7000명 늘어나 학교 내신 상위층의 인원이 함께 증가했고, 지난해 의대 모집 인원이 늘었다가 올해 다시 줄어드는 바람에 최상위권의 입결이 재편됐습니다. 최상위에서의 변화는 중상위권과 그 아래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또 하나는 사탐런의 강도입니다. 탐구 과목별 응시 인원 차이가 벌어지면서 1, 2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과목마다 큰 차이가 나고 있어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적 변수’가 성적 분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학생들에겐 그것만큼 무서운 게 없죠. 결과적으로 올해는 수시, 정시 모두 ‘예측 불허’의 성격이 강합니다.
학생 수 증가가 수시 경쟁이나 입결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예년에 비해 내신 1, 2등급을 받은 학생 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통상 고3 학생들은 수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내신 상위권 인원 증가가 곧 수시 합격선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실제로 진학사가 2026학년도 수시 지원 대학을 공개한 수험생 중 의대 수시 학생부 교과·종합 전형 지원자 7162명의 내신을 분석한 결과 평균 1.43등급으로 지난해(1.56등급)보다 0.13등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9월 모의고사(9모) 성적이 나왔는데, 주목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과학탐구(과탐) 선택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탐 1, 2등급 인원이 3만2656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7626명(약 35.1%)이나 줄었습니다. 과목별로는 화학Ⅰ의 1, 2등급 인원이 4252명에서 2234명으로 약 47.5% 줄었고, 지구과학Ⅰ도 40.9% 감소했습니다. 반면 사탐 1, 2등급은 6만519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5883명(약 9.9%) 늘었어요. 과목별로는 세계지리 41.6%, 윤리와 사상 37.5%, 사회문화가 20.6%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탐만 2과목 선택한 학생들은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 최저)을 맞추는 것 자체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입니다.
사탐으로 전환한 학생들은 일단 잘한 선택이라 보이는데요, 정시에서의 유불리는 어떨까요.
수시 관점에서 보면 사탐으로 바꾼 학생들이 수능 최저를 맞추기 훨씬 수월해졌어요. 모수(응시자 수)가 증가해서 1, 2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시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응시 인원이 늘어나면 백분위 상위 구간에 동점 또는 고득점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어 과목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즉, 수시에서는 사탐이 유리하지만 정시에서는 경우에 따라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과탐 응시자가 줄어든 만큼 과탐에서 고득점을 받는다면 정시에서 매우 큰 메리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탐을 유지하고 있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은 많이 혼란스러울 텐데요, 어떤 마인드를 갖는 게 좋을까요.
과탐 선택자들이 수능 최저를 맞추는 게 불리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너무 낙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과탐 1, 2등급 인원이 크게 줄어든 만큼 과탐에서 높은 등급을 확보하면 정시에서 경쟁력이 매우 커집니다. 과탐 두 과목 모두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폭이 넓어질 겁니다. 과탐 한 문제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큰 만큼 실수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내년에 수능을 치르는 고등학교 2학년들도 사탐으로 바꾸는 게 좋을까요.
고2 학생들의 3월·6월·9월 모의고사 결과를 추적해 보면 지난해 동기 대비 사탐 선택 비율이 약 3%p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미 상당수가 과목을 갈아탄 셈이죠.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통합 수능 마지막 해인 2027학년도에는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사탐 선택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올해 수능에서 특정 과목 간 유불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면, 고2 학생들 사이에서도 사탐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만 봐도 고3 수험생의 약 77%가 사탐을 응시하는 상황인데, 내년에는 80~90%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무작정 따라가기식 선택’에는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단기적 유불리에만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진로 방향, 장기간 학습 전략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
영어는 6모·9모의 난이도 차가 컸는데, 수능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6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 비율이 약 19%였던 반면 9모에서는 4%대로 급감했습니다. 이런 변동성은 평가원이 학생 전체 학력 수준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한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평가원은 지난해 수능 난이도(1등급 6.1%) 정도에 맞추려고 하겠지만 불확실성이 크므로 9월 모의고사 수준에 대비해 공부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9월 모의고사를 치르는 수험생들. 올해는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입시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능 영어 9모 수준 난도로 대비해야”
예년에 비해 수시 지원 현황에도 큰 변화가 있다고요.올해 의대, 약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등 의약학 전체 수시모집 지원자 수는 정원 내 자연계열 모집 기준 11만2364명으로 2022학년도 의대 학부 전환 완료, 약대 학부 선발 시작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의약학 총지원자 수는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됐던 2025학년도 14만3935명으로 최고를 기록했다가 올해 3만1571명이 줄어들어 1년 만에 최저로 돌아섰어요. 서울대 자연계와 연세대 자연계도 각각 11~12% 정도 지원자가 감소했고요. 반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인문대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0.2%가 증가했습니다. 주요 10개 대학 기준으로 보면 자연계 수시 지원자는 약 7000명 감소한 반면 문과 계열 지원자는 약 1만5000명 증가해 문과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해진 양상입니다. 의대 모집 정원 변동·전형 불안·N수(반수, 재수) 감소 등 복합 요인이 맞물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도전보다 안정 지원을 선택한 결과로 보입니다.
‘인서울’ 선호가 약해졌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올해 수시 지원 현황을 보면 지방 거점대학 지원자 수가 약 10% 증가한 반면 서울·경인권 근접 소재 대학의 증가는 약 1.4%에 그쳤습니다. 이는 지방 학생들이 ‘서울 진학’으로 무조건 쏠리지 않고 지역 내에서의 실리(취업·지역 인재 전형 등)를 고려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전통적 의미의 ‘무조건 인서울’ 심리가 약화하는 징후가 관찰됩니다.
수능 지원 패턴이 이렇게 달라진 건 입시 기관에서도 예측했던 부분인가요.
사실 지금과 같은 흐름은 기존 예상과 정반대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의대 쏠림 현상이 워낙 강했고,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과 비중이 7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문과 지원자가 크게 늘면서 문과 비중이 60% 선까지 올라섰고, 이과 비중은 오히려 50% 이하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이런 흐름은 학생들이 단순히 ‘이과가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적성·학문적 성향·문제해결 방식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올해 고2부터는 문과 학생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배경은 대학의 학문 구조 변화입니다. 최근 무전공 선발이나 융합 전공 제도가 확대되면서 문과와 이과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습니다. 문과 학생이 자연계 학문을 부전공하거나,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AI 같은 기술 융합을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죠. 이런 흐름이 맞물리면서, 과거처럼 문과와 이과를 획일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융합적 선택과 유연한 진로 탐색으로 이동하는 것이 이번 입시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시 지원 경향 보면 인서울 선호도 낮아져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떻게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 한 달간의 학습 효율은 지난 10개월 전체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학습량을 근본적으로 늘리고, 실전 훈련을 매일 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1~3등급대 학생들은 탐구 과목에서 ‘한 문제도 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전 단원 점검을 해야 하며, 국어·수학·영어 같은 변별력 높은 과목의 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교재나 방법론을 갑자기 도입하기보다 지금까지의 학습 패턴을 점검하고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올해 입시는 포기하고 재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학생들도 있을 텐데, 재수해서 수능 2등급 이내에 들어오는 학생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남은 기간 공부에 집중하길 권합니다.
수험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상위 10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외대, 서울시립대)에 진입하려면 수능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 입시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주요 대학의 여러 학과에서 수능 3등급대 합격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심지어 4~5등급대에서 출발한 학생들이 막판에 점수를 끌어올려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국·수·탐 평균 3등급 안에 들어온다면 주요 10개 대학 도전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국·수·탐에서 3·3·3 기준을 맞췄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상위권 대학 지원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어차피 안 된다’는 생각보다 ‘어디까지 올릴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시와 수시 모두 열려 있는 만큼, 지원 전략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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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이상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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