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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30대에 만난 교복 로맨스 무조건 해야 했어요”

배우 공명의 ‘고백의 역사’

정세영 기자

2025. 09. 30

순수한 연하남, 백수 형사 그리고 광기 어린 악역까지. 수많은 얼굴을 가진 배우 공명이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 속 10대 첫사랑 역으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8월 29일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했다. 인도네시아, 일본, 터키, 멕시코, 모로코를 포함한 총 31개국에서도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K-하이틴 로맨스를 향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입증했다.

‘고백의 역사’는 영화 ‘십개월의 미래’ ‘힘을 낼 시간’ 등 청춘들의 이야기를 순수하고 맑은 시선으로 그려낸 남궁선 감독 작품이다. 그는 짝사랑에 잠 못 드는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솔직한 대사와 청량한 영상미로 빚어내며 설렘 포인트를 저격했다.

‘고백의 역사’는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물이다. 열아홉 살 소녀 박세리(신은수)가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두고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세우던 중 전학생 한윤석(공명)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백의 역사’가 몽글몽글하고 사랑스러운 감성을 품을 수 있었던 건 남자 주인공 한윤석을 연기한 배우 공명의 힘이 크다. 공명은 첫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선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알맞은 온도로 풀어냈다. 그는 눈빛을 통해 윤석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했으며, 후반부에서는 그간 꽁꽁 숨겨두었던 감정을 온전히 폭발시키며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공명은 2013년 영화 ‘어떤 시선’으로 데뷔했다. 하얀 도화지 같았던 신인 공명은 영화 ‘극한직업’의 성공 이전까지 독립영화계를 중심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얼음강’,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금주를 부탁해’를 비롯해 군 복무 중에도 영화 ‘한산: 용의 출현’과 ‘킬링 로맨스’ 등에 얼굴을 비치며 공백 없이 활동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에서 첫 악역에 도전했다.



배우 ‘공명’ 하면 대부분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공명은 단단함과 끈기가 돋보이는 배우였다. 올해만 4개의 작품을 선보인 그는 “공명이란 배우를 만드는 데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는 독립영화부터 시작해 쉬지 않고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공명은 ‘고백의 역사’를 특별한 필모그래피로 꼽는다. 그는 “공명이라는 배우가 고등학생 청춘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였다며 “그래서 꼭 하고 싶었고, 잘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명은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동급생보다 한 살 많은 전학생 한윤석을 연기했다.

공명은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동급생보다 한 살 많은 전학생 한윤석을 연기했다.

스크린으로 기록한 청춘의 이미지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끌려 영화에 합류하게 됐나요. 

청량하고 무해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무엇보다 리메이크가 아닌 순수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끌렸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30대에 접어든 공명이라는 배우가 이런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죠. 또 윤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지금의 제 청춘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컸고요. 

 ‘10대 역할이 왜 30대인 나에게 왔지?’라는 생각은 안 했나요.

전혀요(웃음). 그보다는 ‘나를 아직 어리게 봐주시는구나’ 하는 감사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이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다른 배역은 나이에 맞게 캐스팅이 됐거든요. 혹시 그들과 비교되진 않을까, 걱정은 했어요. 그럼에도 하고 싶었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게 많은 노력을 했어요. 피부 관리를 위해 팩도 수시로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거든요. 어느 날은 스태프분이 모니터를 보시고는 “누가 공명보고 30대래!”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너무 기뻤어요. 내심 뿌듯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연기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목발을 짚는 신에서 윤상현 배우가 “형 운동 그만하세요. 전완근 지금 그거 고등학생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비주얼뿐만 아니라 피지컬과 체격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체지방을 줄이는 데 집중했죠.

고등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부분도 있나요.

외적인 부분은 분장팀이 애써주셨고, 개인적으로는 10대 윤석을 더욱 잘 묘사하기 위한 말투와 행동에 집중했어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학 온 윤석은 새로운 친구들과 학급 분위기에 낯설어해요.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하고 시니컬하게 행동하죠. 그 모습이 너무 어른스러워 보일까 봐 정말 많이 신경 썼어요. 상황에 너무 깊이 빠지기보다는 담백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죠. 또 윤석 내면의 아픔과 슬픔이 말투와 행동에 잘 녹아들 수 있게 매 신을 신중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윤석의 어떤 모습에 포커스를 맞춰 연기했나요. 

처음부터 한 부분만 집중하기보다는 윤석의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한 뒤 몰입하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산 로케이션 때는 정말 윤석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고요. 극 중 박세리는 원래 학교 최고의 인기남 김현(차우민)을 짝사랑했어요. 그러다 전학 온 윤석에게 마음을 뺏기죠. 세리가 윤석의 어떤 모습에 끌렸을지 신은수 배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윤석의 차분함 속에 녹아 있는 단단함 때문이에요. 이러한 모습이 세리에게 믿음을 주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생각해요. 

병원에서 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린아이처럼 솔직하게 감정을 토해내는 것으로 보였죠. 촬영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 장면이 거의 마지막 촬영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윤석에게 몰입하려 애썼어요. 사실 영화에서 윤석의 서사가 디테일하게 설명되진 않아요. 때문에 그 장면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눈빛, 미세한 표정 등 디테일한 요소 안에 윤석의 스토리를 담아내야 했거든요. 제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될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아 정말 다행이에요. 

박세리가 학교 인기남 김민에게 고백하기 위해 접은 학 알은 공명 씨의 지분이 컸다고요.  

맞아요. 제가 엄청나게 접었어요. 쉬는 시간에도 숙소에서도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사실 촬영 전까지는 학 알 접는 법을 몰랐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됐죠. 저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학 알을 접었어요. 은수 배우도 숙소에 가서 접겠다며 종이를 챙겨가고, 휴촬 때도 만들어보겠다고 가져갔거든요. 저는 학 알이라는 단어도 대본으로 처음 접했어요.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리딩할 때 제가 “학, 알?”이라고 되물으니 “지금처럼 모르는 것을 물을 때의 리액션이 촬영할 때 그대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고백의 역사’는 열아홉 살 소녀 박세리 (신은수)가 고백을 앞두고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짜던 중 전학생 한윤석(공명)과 얽히며 벌어 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백의 역사’는 열아홉 살 소녀 박세리 (신은수)가 고백을 앞두고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짜던 중 전학생 한윤석(공명)과 얽히며 벌어 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신은수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은수 배우는 정말 배울 게 많은 친구예요. 2023년 종영한 tvN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 농인 역할을 위해 수화를 열심히 배웠다는 걸 유튜브 등을 통해 알고 있었어요. 수화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거든요. 이번 영화 역시 은수 배우가 열정을 갖고 임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뒤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대본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나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주위에서 은수 배우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너무 잘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이야기해요. 그 정도로 많이 배웠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그간 현장에서 주로 막내 포지션을 맡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맏형이 됐어요. 책임감도 컸을 것 같아요. 

이번 촬영을 통해 지난 현장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선배님들과의 촬영이 워낙 많아 제가 분위기를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맏형이 되니 ‘그간 선배님들이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거였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죠. 맏형으로서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더 나서서 열심히 하게 됐고요. 다 같이 촬영할 때는 배우들이 너무 들떠 있지 않게 눌러주려고 노력했어요.

배우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도 가졌나요.

촬영 초반에 친해져야 끝까지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이 없을 때는 배우들끼리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편하게 놀았어요. 바닷가에서 게임도 하고 벌칙으로 입수하기도 했죠. 정말 재미있었어요. 

실제 학창 시절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인기가 없었다고 하진 않겠습니다(웃음). 친동생 도영(아이돌 그룹 NCT 멤버)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 인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동생과는 두 살 터울이고 같은 초중고를 나왔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관심받는 모습이 동생에게 더욱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가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했는데, 배우 서강준 형도 그 멤버였어요. 강준 형은 ‘산본 비타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그 지역에서 엄청 유명했거든요. 전 그 정도는 아니에요. 작은 지역에서 나름의 소소한 인기가 있었어요. ‘OO데이’ 같은 때 선물을 받고, 고등학교 입학 날 선배 누나들이 우리 반에 내려와 저를 보고 가고 그랬습니다. 하하. 

콤플렉스는 없었나요.

하나 있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스키니 진이 유행이었어요. 학생들 대부분이 교복 바지통을 줄여 입고 다녔죠. 그런데 저는 하체가 유독 남달라서 스키니 진을 못 입었어요. 그때는 그게 콤플렉스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지만요. 이 얘기를 하면 누군가는 “자랑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바지통을 못 줄인다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나름 최대한으로 통을 줄이고 다니긴 했지만요.

실제 학창 시절 고백의 승률 90%

공명 씨의 고백의 역사에 대해 얘기해준다면요.

좋아하는 이성에게 편지로 고백한 적이 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백을 했거나 받았던 적은 없는 것 같고요. 보통 화이트데이 같은 날이나 만우절에 장난치면서 관심을 표현했죠. 그렇게 “만날래?” 하다가 진짜 만난 적도 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주로 문자나 전화로 마음을 표현했던 것 같아요. 쑥스럽지만 승률은 80~90% 정도였습니다(웃음).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의 결말에 만족하나요. 

당연히 엔딩에 대해 의견이 갈리겠지만 저는 너무 만족스러워요. 헤어진 세리와 윤석이 재회하는 스토리도 너무 좋았고요. 개인적으로 속 시원한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꼈던 귀엽고 사랑스러움이 마지막까지 이어진 것 같아 뿌듯해요. 배우들끼리는 엔딩 이후 배역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세리랑 윤석은 대학생 연애를 할까?” “윤석은 군대 가지 않을까?” 등 수많은 상황을 상상했죠. 한번은 세리와 윤석의 결혼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는 “결혼까지 갈 것 같다”고 했지만 은수 배우는 “아닐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끼리 ‘고백의 역사’가 잘되면 세리와 윤석의 현실 연애를 담은 시즌 2도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30대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군 제대하고 30대가 되면서 딱 하나 다짐한 게, 여러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자는 거였어요. 다행히도 광기 어린 악역을 연기한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부터 영화 ‘고백의 역사’까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저는 다양한 캐릭터를 품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통해 들려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더 풍부했으면 합니다. 인간 공명으로서도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해요. 제 동생이 아이돌이잖아요. 아이돌은 우상이라는 의미인데, 저도 동생처럼 누군가에게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공명이라는 배우로서 아직 못 보여드린 게 많아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 스스로도 떨리고 기대됩니다. 

#공명 #고백의역사 #넷플릭스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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