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의 아들 인근 씨가 최근 계열사를 퇴사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입사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이직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의 시작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룹 전략 부서로 곧장 진입하기보다 유명 컨설팅 펌에서 실무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은 뒤 복귀하는 경로가 재계 후계자들의 ‘경영 승계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의 행보는 SK그룹 내에서도 낯설지 않다. 그의 누나인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 역시 2015년부터 2년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한 뒤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을 거쳐 사업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히 최 부사장은 베인앤드컴퍼니 재직 시절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이어졌다.
과거 기업 후계자들의 경로는 비교적 단순했다.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뒤 그룹 기획실에 입사하고, 계열사 CEO를 거쳐 자연스럽게 회장직을 잇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ESG 개선, 디지털 전환 등 기업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재계 3·4세대는 보다 치열한 수련 과정을 거칠 필요가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은 경영 승계를 앞둔 재벌 2~4세들에게 ‘사관학교’ 역할을 한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아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AP팀 담당(휴직 중) 등도 컨설팅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그룹 내 전략 부서나 신사업 부문에 배치됐다.

기업과 컨설팅사 윈윈, 한국 경영 환경에 맞게 적용은 숙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딸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각각 스탠퍼드대와 MIT에서 MBA를 마친 후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회사에 입사하는 루트를 밟았다. 이에 따라 최근 KB증권을 퇴사한 막내아들 정예선 씨도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자수성가 기업인 중엔 쿠팡의 김범석 의장(보스턴컨설팅)과 컬리의 김슬아 대표(맥킨지, 베인앤드컴퍼니)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이다. 이들은 전략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 초기부터 빠르게 조직을 확장해왔다.글로벌 컨설팅 회사는 대기업 CEO의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전략, 구조조정, 신사업 발굴 등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간에 산업 구조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후계자들은 다양한 경영 이슈에 대한 실전 감각을 키우게 된다. 특히 맥킨지, 보스턴컨설팅, 베인앤드컴퍼니와 같은 톱티어 컨설팅 회사들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탁월하다. 컨설팅 업계에서 쌓은 인맥 역시 미래 경영에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조직’이라는 상징성은 단지 내부 역량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향후 필요한 인재를 사전에 확보하거나 파트너를 물색하는 통로로도 기능한다. 2023년 미국 스타트업 온덱(OnDeck)의 발표에 따르면, 맥킨지 출신 인물 중 7.1%가 다른 회사의 CEO를 맡고 있었으며 베인앤드컴퍼니가 6.7%, 보스턴컨설팅 6%, 키어니 5.6%, 올리버와이먼이 5.3%로 뒤를 이었다. 이는 이들 컨설팅 회사들이 단지 ‘자문 그룹’이 아닌 ‘미래 경영자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컨설팅 회사 입장에서도 이들이 미래의 고객이라는 점에서 ‘윈윈 관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흐름에 대해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한때는 선진 경영 기법을 배워오기 위해 유학과 컨설팅 펌을 거치는 게 필수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서구식 상업 자본 중심 경영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며, 우리 고유의 경쟁력을 무시한 채 외국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다 보니 오히려 위기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며 “글로벌 경영 기법을 받아들이되 우리 환경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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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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