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앙드레 드랭의 ‘바쿠스의 춤’(1906). 2 샤토 무통 로쉴드 2016 와인과 윌리엄 켄트리지가 그린 라벨 그림.
‘바쿠스의 승리’는 바쿠스의 강림을 경축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보기만 해도 흥겨운 행진을 실루엣으로 표현했는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다. 오른쪽 첫 번째 사람은 한 손에 술잔(칸타로스)을 들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며 무리를 이끌고 있다. 두 번째 사람은 포도잎을 장식 삼아 머리에 두르고 있다. 그 뒤로는 표범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한 형상이 보인다. 표범은 바쿠스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 뒤로는 술에 기분 좋게 취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고, 이륜차에 올라타 두 팔을 번쩍 들고 선 인물도 보인다. 행렬의 끝에 선 이는 심벌즈 같은 악기를 손에 들고 있다.
실루엣으로 표현한 그림이지만 이상하게 들뜬 분위기와 흥겨움이 느껴진다. 어디선가 신명 나게 북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각자의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포도주를 나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잠시 시름을 잊은 듯하다.

GS아트센터 ‘예술가들’ 시리즈 첫 인물로 선정된 윌리엄 켄트리지.
강렬한 붉은 색조로 표현된 바쿠스는 휘어진 푸른 나무 아래서 춤을 추며 움직인다. 나무 밑 한 명의 추종자는 벌거벗은 채로 한 팔은 위로 올리고 상체는 살짝 구부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역동적인 느낌이 온전히 전해지는 둣하다. 아마도 바쿠스는 춤을 추며 이 여성에게 다가가는 중일 것이다. 여유가 느껴지는 자유로운 모습이다. 자연이 빚어낸 한 잔의 포도주에 목을 축이고 나른해진 몸으로 춤을 추며 해방감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켄트리지가 그린 ‘바쿠스의 승리’는 어쩌면 와인이 가진 순기능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 멋진 라벨이 아닐까 싶다. 적당량의 술에 기대 긴장을 풀고 조금 더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하며 자유를 느끼는 행위. 그 자체가 어쩌면 승리일지도 모르겠다. 고단한 삶을 잊게 해주는 단비 같은 2016년 빈티지는 여러모로 멋진 와인이다.
#샤토무통로쉴드2016 #와인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사진제공 이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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