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U

“단언컨대,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우리말로 놀아주는 게 중요해요”

영어교육 전문가 최재진

김명희 기자

2025. 06. 10

영어유치원은 꼭 보내야 하고, ‘빅 3’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고 꼭 들어가는 게 좋을까? 영어 사교육 최전선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은 최재진 작가가 이에 답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유아 영어 사교육 시장이 눈에 띄게 과열되고 있다. 서울 강남과 대치동을 중심으로 이른바 ‘7세 고시’라 불리는 영어유치원 입원 경쟁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부모들의 조기 영어 불안감도 날로 심화하고 있다. 심지어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5~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입성하기 위해 까다로운 레벨 테스트를 치르고, ‘빅 3’ ‘빅 10’ 같은 학원 순위는 부모들 사이에서 하나의 지표처럼 오르내린다. 서울 주요 영어유치원 설명회는 1년 전부터 대기자가 몰리고 원어민 교사 수업, 파닉스 조기교육, 회화 중심 커리큘럼은 이제 유아교육 시장의 ‘기본 옵션’이 됐다.

미국 존캐럴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에서 10년간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영어를 가르쳐온 최재진 씨는 “진정으로 영어유치원을 즐기는 아이는 10명 중 1명도 안 된다”고 단언한다. 그는 영어유치원 교사로도 일하며 아이들이 영어 수업에 몰입하지 못하고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를 수없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책 ‘잘 노는 아이가 영어도 잘한다’를 펴냈다. 책은 ‘영어를 일찍 시작해야 유리하다’는 통념과 달리 모국어 발달, 놀이 경험, 비인지 능력을 기반으로 한 영어 학습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운 아이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가 결국 영어 실력도 깊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수많은 연구는 외국어 능력이 모국어 발달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말한다. 모국어가 깊이 있게 발달해야 외국어 학습도 탄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교육학계와 언어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어설픈 영어로 부모와 대화하기보다는 모국어로 풍부하고 깊이 있게 소통한 경험이 장기적인 영어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최 작가는 미국 유학 시절 상류층 가정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하며 아이들의 일과가 ‘공부’가 아닌 ‘놀이와 운동’으로 꽉 차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영어 조기교육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주도성, 감정 조절력, 문제해결력 같은 비인지 능력을 길러주는 환경이었다”고 말한다.

책에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른 영어 교육법부터 유치원 선택의 기준,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점과 태도에 관한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실제로 두 아이를 비학군지에서 키우며 대학 부속 유치원에 보낸 최재진 작가에게 지속 가능한 영어 교육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영유에서 일반 유치원으로 리턴하는 아이들도 많아  

영어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영어유치원은 어머니들이 아이 교육에 대해 정말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사교육 레이스에 올라타기로 결심한 뒤 선택하는 곳이에요. 보통 ‘우리 아이 옆에 조금 똑똑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영어유치원이 그런 필터링을 해줄 거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죠. 요즘은 놀이 중심보다는 학습 중심 영어유치원이 많고, 시작 연령도 점점 낮아져요. 이제는 4세 아이들도 다니니까, ‘영어 과몰입’이라는 말이 진짜 실감 나요. 아이들이 영어에 많이 노출돼 있다 보니 확실히 귀는 트여 있어요. 간단한 표현은 잘 따라 하고, 리액션도 빠르죠. 그런데 그 영어가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는 도구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더라고요.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이 녹아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에요. 누가 먼저 예시를 주면 그걸 따라 이어가긴 해도, 자기 생각을 말로 먼저 꺼내는 건 어려워해요.



책에 “영어유치원을 즐기는 아이가 10명 중 1명 정도”라고 한 부분은 충격적이었어요. 

영어유치원은 강제로 아웃풋을 끌어내야 하는 시스템이에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일련의 발달 과정을 거치듯 언어도 마찬가지예요. 외국어를 배울 때 먼저 듣고 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영어유치원은 읽기와 쓰기가 강조될 수밖에 없어요. 그걸 하지 않는 놀이식 영어유치원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죠. 만 5세가 되면 3점대(미국 초등학교 3학년 수준) 영어학원, 이른바 ‘빅 3’에 가기 위한 시험을 봐야 해요. 읽기, 쓰기를 강조하다 보니 소근육 발달이 더딘 남자아이들이 특히 힘들어해요.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뇌에서 계속 “뛰어놀라”고 하는데 유치원에서는 “얌전히 앉아서 쓰기만 하라”고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7세쯤 일반 유치원으로 옮기는 아이도 많아요. 이런 경우는 어머니들이 무척 용기 있다고 생각돼요. 주변의 시선이나 뒷말을 감수하면서 아이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거든요. 물론 영어유치원에서 잘 버티는 아이들도 있긴 하죠. 그런 친구들은 사실 어디서든 잘할 아이들이에요. 대부분은 무리하게 학습을 하다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쯤엔 번아웃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영어유치원과 일반 유치원 사이에서 고민이 된다면 어떤 점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학습식 영어유치원, 놀이식 영어유치원, 이중언어 놀이 학교, 몬테소리 기반 유치원, 학습식 일반 유치원, 숲 유치원, 보육을 우선으로 하는 시설, 국제학교 킨더가든 등 정말 많은 선택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성향이에요. 배움에 욕심 많고 적극적인 아이는 학습 중심 영어유치원이 잘 맞아요. 만약 TCI(기질검사)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심사숙고, 절제, 질서 정연, 낙천성, 낮은 불확실성, 두려움, 낮은 대인 수줍음, 활기, 낮은 정서적 감수성, 거리두기, 독립성 등의 성향을 지닌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적합하죠. 반면 예민하거나 낯선 환경에 약한 아이는 영어유치원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영어유치원은 대부분 한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단어 테스트, 쇼 앤드 텔(show and tell·발표) 등 긴장감 있는 활동이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괜찮을지 꼭 고민해보시면 좋겠어요. 

영어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좋은 유치원을 선별하는 기준은 어떤 게 있을까요.

원장님이 영어 교육 경험이 있고 상주하는 곳을 추천해요. 원장님의 교육 철학과 일상 관리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부담임 교사의 근속 연수가 길수록 안정적 수업이 이루어지니 그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어요. 또 언어 발달을 평가할 때 정량 평가 뿐 아니라 담임과 부담임의 관찰을 통한 정성 평가가 있는지 여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 및 놀잇감이 충분히 제공되는지 여부, 유치원과 부모님 간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지 여부 등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 보이는 신호는 어떤 게 있나요.

처음 기관에 들어가서 얼마 동안은 적응 기간이라 힘들어할 수 있지만 3~4개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가기 싫어하거나, 배가 아프다든지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잘 살펴보셔야 해요. 반대로 잘 적응하는 아이들은 유치원 얘기를 시시콜콜 다 해요. 하원하는 순간부터 점심 메뉴, 놀이 내용까지 말이 많죠. 저는 아이 둘을 모두 대학 부속 유치원에 보냈는데, 옷이나 몸에 흙을 묻혀 오거나 신발이 젖어서 올 때가 많아요. 그게 아이가 잘 놀았다는 증거예요. 그런 흔적이 남는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들이 영어 조기교육에 올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사춘기 이전에 모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이후의 언어 발달도 어렵다는 에릭 레너버그의 ‘결정적 시기 가설’의 영향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 이론은 사실 ‘모국어 습득’에 대한 거예요. 우리가 살고 있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영어를 외국어로 접하는 상황) 환경에서는 노출의 양과 동기, 의지가 영어 실력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쳐요. 그리고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모국어의 수준을 넘어설 수는 없어요. 자기 생각을 말하고, 감정을 나누고, 논리를 세우는 연습은 모국어로 먼저 해야 해요. 사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오늘 날씨 어땠니?” 이런 생활 영어 몇 마디가 아니잖아요. 자신의 철학, 생각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게 진짜 실력이에요. 수능 영어 문제를 봐도 그래요. 점점 사고력 중심 문제가 많아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수능 1등도 영어유치원 출신이고, 꼴등도 영어유치원 출신”이란 말이 있죠. 실제로 영어 못하는 아이들 보면 국어 점수도 낮은 경우가 많아요.

한국 사람 중 영어 인터뷰 잘하는 사람으로 윤여정 배우와 봉준호 감독을 꼽으셨는데, 그것도 모국어의 깊이 때문이군요. 

맞아요. 외국어로 사람을 웃기기란 정말 어려워요. 유머는 언어 실력의 정점이거든요. 청중, 맥락, 내 캐릭터까지 모두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에요. 윤여정 배우님은 유머와 자기 성찰이 섞인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시고, 봉준호 감독님은 영어 인터뷰에도 자기만의 철학이 녹아 있어요. 예를 들어 2020년 오스카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새기면서 영화 공부를 했다”고 말했는데, 스코세이지 감독이 그 말을 똑같이 한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봉준호 감독이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닙니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작품 세계와 무수한 인터뷰, 책에서 한 이야기들을 종합해서 자기식으로 해석해 풀어낸 거예요. 이런 분들은 영어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각을 전하는 도구로 쓰세요. 그래서 저는 더 깊이 있는 영어를 구사한다고 느꼈어요.

최재진 씨는 아이들이 뛰어논 흔적을 많이 남겨오는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말한다. 

최재진 씨는 아이들이 뛰어논 흔적을 많이 남겨오는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말한다. 

미국 상류층, 한국 재벌가 모두 운동 중시   

대치동에서 일하며 자녀를 비학군지에서 키우는 이유는 뭔가요.

아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유치원, 초등학교까지만 키우는 게 아니니까요. 고등학생쯤 되면 체력이 정말 중요해지는데, 체력과 기본 습관이 안 되어 있으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한계가 오더라고요. 대치동에서 보면 초등학교 5학년쯤 갑자기 성적이 확 오르는 ‘유니콘’ 같은 아이들이 있어요. 학원을 많이 다닌 것도 아닌데, 어디를 가나 상위권 반에 들어가는 아이들. 이 친구들은 비인지 능력, 즉 생활 습관이 정말 잘 잡혀 있어요. 결국은 이 뒷심이 성적을 끌어올리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사교육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조절력을 기를 수 있도록 자연 친화적인 숲 교육을 강조하는 유치원을 선택했어요.

‘Okay, calm down’ ‘Don’t do that’ 이런 식으로 ‘대치동 제이미맘’처럼 영어를 섞어 쓰는 게 영어교육에 도움이 될까요.

놀이터에 가보면 영어를 섞어 쓰는 엄마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웃음). 제가 일하는 대치동 유치원의 부담임 선생님들 가운데는 자녀 교육을 잘하신 분들이 많아요. 첫째는 의대, 둘째는 과학고나 외고에 간 경우도 많죠. 그분들께 자녀 교육법을 물어보면 “나는 애랑 예술의전당에 가서 그냥 산책하며 얘기했어” “애가 종이비행기 접기를 좋아해서 놀이터 가서 하루 종일 비행기 날리며 놀았어” 이런 식이에요. 단순히 영어 잘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어떤 말에 호기심을 보이는지를 제대로 관찰하고 거기에 맞게 양육하신 거죠. 그분들의 공통점은 지금도 자녀와의 관계가 아주 끈끈하다는 거예요. 실리콘밸리에 있는 자녀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가족여행을 여전히 함께 다녀요. 영어를 억지로 끼워 넣기보다, 아이와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국 상류층 가정에서 베이비시터로도 일하셨다고요. 그들은 교육에서 어떤 걸 강조하나요.

정말 ‘운동’을 강조했어요. 미국은 대입에서 SAT(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봐요.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수영, 축구, 테니스, 캠핑 등 스포츠를 해요. 운동을 통해 자기 조절력, 유연성, 협업 능력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거죠. 또 이게 소셜 활동으로 이어져요. 아이들이 스포츠를 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부모들도 네트워킹을 해요. 그리고 그 집안만의 전통, 자신만의 스토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엔 항상 이걸 해”라든가, “나는 축구를 잘하기 위해 이런 것까지 해봤어” 같은 것들요. 제가 일했던 가정 중의 한 곳은 아빠가 NGO에서 일하고 엄마는 다국적 기업의 임원이었는데, 그들은 다양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분들이었어요. 저를 베이비시터로 고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한국 재벌가 자녀들의 영어교육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일반 가정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아이들에게 1:1로 영어를 가르쳤는데요.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딸들은 초중학교 때는 해외 유학을 잘 안 보내시더라고요.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곁에 두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때문에 제주나 송도 국제학교보다 차라리 비인가 국제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아들들은 고등학생쯤 되면 미국이나 영국의 보딩스쿨로 많이 보내요. 그렇더라도 나중에 한국에서 가업을 이어가야 하니, 우리말 교육에 신경을 쓰세요. 독서와 같은 기본적인 소양을 중시하고, 역사나 수학도 학교 진도 나가기 전에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말로 한번 다 훑고 나가요. 딸은 악기, 아들은 운동을 꼭 시키고 여행도 많이 다녀요.  

책에서 비인지 발달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비인지 발달 중 작업 기억, 인지적 유연성, 억제 통제 등 3가지 실행 기능이 학업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돼요. 작업 기억은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고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김치찌개 끓이다 아이가 숙제 봐달라고 하면 잠깐 가서 도와주고, 다시 돌아와서 ‘아 맞다, 김치찌개 마무리해야지’ 하는 게 작업 기억이죠. 유치원에서도 이런 연습을 매일 해요. “가방 정리하고 자리에 앉으세요” 하면, 아이는 순서대로 행동해야 하죠. 이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읽으면서 내용을 잘 기억해내기 때문에 나중에 읽기 이해력도 높아져요. 인지적 유연성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에요. 원래 바깥놀이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미세먼지가 심해졌어요. 이때 다른 놀이를 찾아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언제 바깥놀이 가요?”라고 계속 묻는 아이도 있어요.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죠. 계획했던 일이 여의치 않을 때, 순서를 바꾸고 조정하는 힘이 바로 인지적 유연성이에요. 억제 통제는 하고 싶은 걸 참는 능력이죠. 예를 들어 유튜브 쇼츠 보고 싶은데, ‘내일 영어 단어 시험이 있으니까 오늘은 공부해야지’ 하고 참는 게 억제 통제예요. 물론 아이가 계속 억제만 하며 살 수는 없어요. 미취학 아동 시기에는 ‘자기조절력’을 연습하는 단계지, 통제만 강요해서는 안 돼요. 이런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놀이’예요. 휴대폰 게임 이런 거 말고 아이가 스스로 상상하고 계획해서 하는 놀이요. 그런데 학습 중심 영어유치원에서는 짜인 커리큘럼대로 움직여야 하니 이게 어렵죠. ‘남이 짜준 계획’에 적응하느라 자기 안의 욕구를 계속 억제해온 아이는 결국 사춘기에 그걸 터트리게 되죠. 어릴 때부터 자기감정을 말하고, 자율적으로 조절해보는 연습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그런 파열음이 덜했을 거예요.

어릴 때는 영어와 좋은 감정 쌓는 게 먼저 

아이들 놀이 수준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요.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을 줘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서 툭툭 치고 그냥 가버려요. 예전 같으면 레고든, 구슬이든 만져보면서 자기 나름의 놀이를 만들어냈는데 그런 탐색력이 많이 줄었어요. 영어유치원에서 일반유치원으로 ‘리턴’한 아이들의 경우 특히 놀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요. 담임 선생님이 하나하나 시범을 보여주고, 어떤 놀이가 있는지부터 알려줘야 해요. 그렇게 해야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깨닫게 되거든요. 특히 6세쯤부터는 ‘연합 놀이’를 해요. 이건 정해진 규칙이 생기기 전 단계의 놀이예요. 축구처럼 정형화된 룰을 따르기보다는 그냥 공을 차면서 자연스럽게 역할과 흐름을 익혀가는 거죠. 이 시기의 놀이에서 아이는 ‘아,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구나’ ‘내가 이걸 해야 하는구나’ 같은 자기 역할과 책임감을 배워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혼자 노는 건 조금 해도, 친구랑 어울려서 협력하거나 상호 작용하는 걸 힘들어해요. 결국 사회성이나 대화 능력에서도 차이가 나죠. 사회는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잖아요.

영어 잘 못 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 말하기 흥미를 키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나는 영어 못했지만 우리 아이는 꼭 잘했으면 좋겠어!’라는 기대는 내려놓으시면 좋겠어요. ‘이 만큼 투자 했으니 이 정도 결과는 내야 한다’는 아웃풋에 대한 조급함도 내려놓으시고요. 아이의 영어는 ‘엄마가 영어로 얼마나 즐기느냐’에서 시작돼요. 엄마가 영어를 즐기지 않는데 아이만 영어를 좋아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아이가 취학 전일 때는 엄마도 아이 수준의 영어를 함께 익히는 게 좋아요. 영어 동요를 함께 부르고, 영어 영상을 보면서 ‘아, 이런 표현은 이렇게 쓰는구나’를 배우고, 그걸 아이와 함께 써보는 거예요. 그렇게 영어를 ‘같이 자라게’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실 엄마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스피킹’인데, 그건 외주를 맡기셔도 돼요. 화상 영어나 낭독 수업, 영어 말하기 대회 등을 통해 아이의 말하기 욕구를 해소해주시고 엄마는 엄마 역할, 즉 따뜻한 밥을 해주는 사람, 아이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어주시면 됩니다. 영어에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여행’을 추천해요.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 속 즐거운 기억이 영어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이어지고, 그게 장기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아이가 영어를 ‘즐거운 언어’로 기억하게 될 거예요.

#대치동사교육 #영어유치원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게티이미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