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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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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윤소이 MIND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니 어려운 이웃이 보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해서 다같이 돕게 되기를 바란다”

글 · 김유림 기자 | 진행 · 안미은 기자 | 사진 · 안지섭(ab STUDIO)

2015. 11. 03

배우 윤소이와의 만남은 두 번에 걸쳐 이뤄졌다. 화보 촬영에 앞서, 지난 10월 3일 ‘여성동아 창간 기념 바자회’에서 홍보대사로 참여한 그를 만났다.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하루 종일 민낯에 따가운 가을볕을 받으며 열심히 물건을 파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BEAUTIFUL 윤소이 MIND

슬릿 네크라인 니트 원피스, 프린지 트리밍 판초 모두 에트로. 스웨이드 앵클부츠 헬레나앤크리스티. 골드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근 들어 좋은 일, 착한 일에 동참하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말이 유행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착한 일은 그 자체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연예계에는 강한 신념으로 봉사 활동에 앞장서는 이들이 많다. 그중 배우 윤소이(30)도 빼놓을 수 없다. 이달 창간 82주년을 맞은 ‘여성동아’와 윤소이의 만남은 그렇기에 더욱 행복한 인연이다.

지난 10월 3일 ‘여성동아’는 창간을 자축하는 의미로 윤소이가 소속된 봉사 단체 ‘더 호프’, 세브란스 안·이비인후과병원과 함께 어린이 환자 개안 수술비 모금을 위한 바자회를 열었다. 홍보대사로 한두 시간 머물다 갈 줄 알았던 윤소이는 기자의 선입견을 깨고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물건을 팔았다. ‘더 호프’는 4년 전부터 연세대세브란스 안·이병원을 통해 안질환 및 희귀병 환자를 돕고 있는 작은 자선 모임으로 8명의 패션·뷰티 업계 인원들로 구성됐다. 이들 중 연예인은 윤소이가 유일하다. 10월 중순 ‘여성동아’ 표지 촬영을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난 윤소이는 바자회 때 그대로 털털한 모습이었다. 어깨에 걸친 에코 백이 그녀의 소박한 생활 방식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그에게 먼저 지난 바자회 소감을 물었다.

“‘더 호프’에서 진행한 두 번째 바자회였는데,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특히 익명의 독지가께서 거액을 내고 사라지셔서 다들 많이 놀랐잖아요. 세상에는 여전히 마음 따뜻한 분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수익금 전액이 좋은 일에 쓰이는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했어요. 물건 파느라 하루 종일 목소리를 높였더니 저녁쯤 목이 좀 아프긴 했지만요(웃음).”

BEAUTIFUL 윤소이 MIND

그래픽 패턴 블라우스, 스커트 모두 에스카다. 자수 플라워 체크 코트 에르마노설비노.

아이들에게 빛 찾아주는 일 보람되고 행복해

그동안 윤소이는 ‘더 호프’를 통해 30여 명의 어린 안질환 환자들에게 빛을 선물했다. 시신경을 다친 경우 보통 6개월에서 1년 사이 수술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2백만원 안팎의 수술비가 없어 끝내 시력을 잃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윤소이는 “아프리카에서도 비타민 부족으로 시력을 잃는 아이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이면 개안 수술이 가능하다. 개개인의 작은 정성이 누군가에게는 빛을 찾는 희망이 된다는 걸 많은 이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 활동은 2005년 법륜 스님을 주축으로 하는 제3세계 구호 단체 JTS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2009년 아프리카에 직접 다녀온 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한다. 한때는 봉사 활동을 알리는 게 자랑처럼 비칠까 봐 걱정도 했지만 법륜스님으로부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해서 같이 도우라”는 충고를 듣고 고민은 단숨에 사라졌다고 한다. 현재 그는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아프리카 지역에 ‘빨간 염소’ 보내기 캠페인에도 동참하고 있다. 빨간 염소는 아프리카 니제르 지역의 생계 수단이자 단백질 공급원이다.

“저 역시 어릴 때 가난했어요. 반지하방, 옥탑방에도 살아봤죠. 비록 작은 힘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욕심내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돕고 싶어요.”

윤소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후 홀로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이런 사연은 얼마 전 출연한 SBS ‘썸남썸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그는 방송에서 채정안, 채연과 함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을 방문했다가 지난날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남자에 대한 불신 등을 털어놓았다. 방송 후 그는 지인들은 물론 SNS를 통해 많은 이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도 저와 똑같은 아픔이 있고, 제 고백을 보면서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사연을 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오랜 세월 혼자 힘겹게 끌어안고 산 상처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다. 상처 없는 사람 없다’였는데, 어릴 때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털어놓고 보니 엄마 말씀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BEAUTIFUL 윤소이 MIND

에스닉 패턴 맥시 드레스 에트로. 모직 롱 코트 이상봉.



BEAUTIFUL 윤소이 MIND

터틀넥 톱, 앞뒤로 배색된 모직 코트 모두 페이우. 와이드 팬츠 질샌더. 골드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펌프스 힐 브라이드앤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이웃을 생각하다

BEAUTIFUL 윤소이 MIND

레이스 패턴 톱, 플리츠스커트 모두 페이우. 퍼 장식 가죽 시계 펜디.

그가 가슴속 멍울을 스스로 터트린 것처럼 최근 그의 삶에는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화려한 배우로서의 삶과 평범한 인간 윤소이의 일상이 주는 괴리감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것. 열여섯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그동안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조바심 내며 살았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 소탈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배우라고 해서 매 순간 반짝일 수는 없더라고요(웃음). 한때는 화려한 삶을 살려고 애쓴 적도 있지만 그리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늘 긴장하고, 안달하다 보니 금세 지치는 느낌이었죠. 오늘처럼 예쁘게 치장하고 카메라 앞에 설 때는 배우 윤소이지만, 조명이 꺼진 뒤에는 아주 평범한 30대 초반의 여자일 뿐이에요. 모드 전환을 쉽게 하게 됐다는 게 최근 제 삶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예요(웃음). 제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노 메이크업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만나도 아무렇지 않은 가족, 친구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일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그는 지난해 방영한 KBS 드라마 ‘천상여자’ 성공 이후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에서 형사 캐릭터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10월 말 개봉하는 영화 ‘어떤 살인’에서도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에 나서는 형사 역을 맡았다. 한때 윤소이는 데뷔작인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으로 액션 배우 이미지가 굳어진 게 걱정이었지만, 관객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의미 있다는 걸 이젠 깨달았다고 한다.

“배우 박진희 씨와 친한데, 제가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니까 진희 언니가 ‘대표작 하나 없이 사라지는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확고한 캐릭터가 있다는 건 투정 부릴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하는 거예요. 순간 머리가 멍했죠. 제가 그동안 배부른 소리를 했구나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캐릭터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것 같아요.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를 찍을 때는 오랜만에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하는 게 편하고 즐겁더라고요. 그보다 앞서 촬영한 영화 ‘어떤 살인’은 심리 스릴러인 만큼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감이 있었고, 관객이 공감하는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작품이에요.”

치열하게 자신과 싸웠던 20대를 돌아보며 “많이 아파하고 깨지면서 조금씩 어른이 돼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윤소이. 그가 결국 꿈꾸는 미래의 자신 모습은 ‘롱런 하는 배우’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믿음직스럽게 해낼 수 있는 내공 깊은 연기자 말이다.

BEAUTIFUL 윤소이 MIND

태슬 장식 니트 톱 로우클래식. 페도라 보브.

제품협찬 · 로우클래식(02-516-2004) 보브(02-3479-1861) 브라이드앤유(02-515-4727) 에르마노설비노(02-3479-6287) 에스카다(02-3442-5760) 에트로(02-566-4308) 이상봉(02-543-5604) 질샌더(02-517-0663) 페이우(02-2254-0036) 펜디(02-511-1143) 헬레나앤크리스티(02-6905-3509)

디자인 · 최정미

헤어 · 신선아(김활란뮤제네프)

메이크업 · 이선민(김활란뮤제네프)

스타일리스트 · 최경원

어시스트 · 권소현 이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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