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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세 아이 엄마 되는 정혜영

“가족이 늘수록 행복도 커지는 것 같아요~”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9. 02. 19

아이 낳기를 꺼리는 풍조 속에서 정혜영은 ‘다둥이 가족’이 되기로 했다. 넷째까지 낳아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미래를 꿈꾼다는 그의 단란한 일상 & 태교법.

세 아이 엄마 되는 정혜영

정혜영(36)의 새해 소망은 딸 하음이(3), 아들 하랑이(2)처럼 셋째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 기르는 것이다. 짧은 분홍빛 원피스에 하이힐로 멋을 낸 그는 “임신 후 되도록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옷을 입고 구두를 신는데, 오늘은 멋을 좀 부렸다”며 소녀처럼 까르르 웃었다. 하지만 배를 쓰다듬으며 인터뷰 장소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엄마다웠다.
“임신 5개월째에 접어들었어요.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에게 알리려 했는데 얼떨결에 알려졌죠.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밥은 먹었냐, 춥지는 않냐며 배려를 많이 해주세요. 몸도 마음도 든든하고 행복해요~.”
정혜영은 “입덧 때문에 다소 고생했지만 타고난 건강체질이라 끄떡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남편 션(37)의 마음은 편치 않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과 ‘돌아온 일지매’ 촬영 스케줄이 겹쳐 아내가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 밤샘 촬영을 하는 날이면 식사는 거르지 않는지, 내복은 입었는지 수차례 확인전화를 건다고 한다.
“남편과 아이들 챙기는 건 제 몫인데 요새는 거꾸로 됐어요. 며칠 전 남편이 저보다 먼저 일어나 밥상을 차리기에 ‘나는 잘 먹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더 자요’ 한 뒤 후다닥 도망 나왔어요.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요.”
‘돌아온 일지매’에서 그가 맡고 있는 백매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젖 한번 물리지 못하고 쫓겨나 평생 아이를 그리워하면서 사는 인물. 그는 “캐스팅 제의를 받은 날 원작 만화를 들고 집에 갔는데, 남편이 먼저 읽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역할은 네가 맡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 역시 백매의 모성애를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성한 아들을 둔 엄마라는 설정이 마음에 걸려 지인들에게 ‘내가 어울릴까?’ 하고 묻기도 했어요. 하지만 옛날 같으면 열여섯 살에 시집가 아이 낳는 일이 많고, 그렇게 따지면 충분히 스무 살짜리 아이를 둔 엄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백매처럼 모성애가 강한 엄마예요. 제 밥은 안 챙겨도 아이들 밥은 꼭 챙겨요. 일찍 촬영장에 나가는 날이면 아무리 피곤해도 평소보다 빨리 일어나 음식을 만드는데, 이것저것 많이 먹이고 싶어서 가스레인지 불을 모두 켜놓고 동시에 요리하죠. 연기도 중요하지만 엄마·아내 역할에 더 충실하고 싶어요.”
세 아이 엄마 되는 정혜영

산부인과에 네 식구 함께 가서 초음파로 셋째 아이 확인
그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자식”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하음이, 하랑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신기하고 사랑스럽다는 것. 힘에 부치다가도 아이들 미소 한 방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난다고 한다.
“백매처럼 아이를 빼앗긴다면 저는 하루도 못 살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걸요. 그래서 촬영장에 갈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몸이 부들부들 떨려요. 결혼 전이었다면 이런 역할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까지 했던 어떤 역할보다 애착이 가요.”
신기하게도 그가 촬영을 할 때면 날씨가 따뜻해진다고 한다. 한복을 입기 때문에 부른 배를 감출 수 있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특별한 태교를 하기보다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해요. 시간을 따로 내진 못하지만 촬영 틈틈이 태담을 나누죠. 하랑이는 아직 어려 동생의 존재를 잘 모르지만 하음이는 알아요.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지?’ 하더니 자기가 아기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연극을 하더라고요. 얼마나 의젓한지…. 산부인과에 네 식구가 함께 가는데, 얼마 전에는 초음파를 보면서 동생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두 사람은 셋째 아이 이름을 ‘하나님의 율법’이라는 뜻으로 ‘하율’이라고 지었다.
“결혼 전부터 넷을 낳아 기르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셋째를 가졌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벌써 넷째 이름까지 지어놓더라고요(웃음). 아이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만 저보다 아이를 더 잘 보는 남편이 있어 걱정 안 해요.”
세 아이 엄마 되는 정혜영

인터뷰하기 전 션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정혜영에게 꽃다발을 주고 갔는데, 정혜영은 “남편은 늘 나를 감동시키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다”며 행복해했다.
“저희 부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남편은 완벽한 사람이에요.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낸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 남편으로 인해 저도 많이 달라졌고요. 서로의 결점을 들추기보다는 칭찬하고, 격려하면 싸울 일이 안 생겨요.”
두 사람은 ‘천사부부’라고 불린다. 결혼 후 매일 1만원씩 모아 밥퍼나눔운동본부에 기부하고, 한국컴패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매달 1백 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 둘째 하랑이를 가졌을 때 홀트아동복지회에 1천만원을 기부했던 정혜영은 미니홈피를 통해 “CF 촬영으로 번 돈 1억을 홀트아동복지회에 곧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틈만 나면 기부할 생각부터 한다는 이들은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4대 보험과 자동차보험 외에는 변변한 보험이나 저축통장이 없다. 집도 전세다.
“남편이 먼저 ‘수익금 전액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리나라 아이들을 위해 쓰자’고 제의했어요. 약간 서운한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을 믿기 때문에 그 말을 따르기로 했죠. 저희가 도와준 아이들이 자라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길 기도했고요.”
아이들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는 미래를 꿈꾼다는 정혜영. 올여름, 그의 따뜻한 마음씨를 닮은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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