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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연

한 살배기 딸 입양한 차인표·신애라 부부

“가슴으로 낳은 예쁜 우리 딸, 당당하게 세상에 공개하면서 키울 거예요”

기획ㆍ김유림 기자 / 글ㆍ최승현‘조선일보 기자’ / 사진ㆍ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일간스포츠 제공

2006. 01. 04

탤런트 차인표·신애라가 한 살배기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예전부터 줄곧 둘째를 입양할 생각이 있음을 밝혀온 신애라가 얼마 전 갓난아기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예은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기로 결심한 것. 두 사람에게 둘째 딸을 얻은 기쁨 & 공개입양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한 살배기 딸 입양한 차인표·신애라 부부

탤런트 차인표(39)·신애라(37) 부부가 갓 태어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지난 12월14일 오전 수화기 건너 만난 신애라는 맑게 웃으면서도 무슨 일 때문인지 대화에 전념하지 못한 채 분주했다. 알고 보니 청담동 집에서 입양한 딸 예은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던 참이었다.
“지금 우리 예쁜 딸 때문에 바쁘네요. 박수 받을 일도 아니고, 대단한 일도 아닌데. 저나 인표씨는 단순하게 생각했거든요.”
신애라는 “내 배 아파 낳아도 내 자식이지만, 하느님이 다른 방식으로 주셔도 내 자식이라 생각했다”며 “이렇게 힘든 세상에 어쩔 수 없이 혼자 자라게 된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예은이란 이름은 ‘예수님의 은혜’라는 뜻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부부가 입양을 염두에 둔 것은 오래된 일. 어려서 “이웃집 아기들 목욕을 도맡아 시켜줬다”는 신애라의 유별난 ‘아이 사랑’이 시작이었다. 신애라는 결혼 직후부터 보육원·복지원 등을 다니며 부모 없는 아이를 보살피는 ‘봉사’이자 ‘취미’ 활동을 시작했고, 그때 이미 입양을 결심했다.
“결혼 초기에는 보육원을 열심히 다녔어요. 그냥 아이들이 좋았거든요. 한때 보육원에서 아이를 입양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그게 쉽지는 않더군요. 저처럼 갓난아기가 아니라 큰 아이를 입양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에요. 전 그런 큰 그릇은 못 돼요.”
차인표는 신애라가 입양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러자”면서도 “과연 하게 될까, 하느님이 허락해주실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고 했다.
“수많은 아이들 중 우리가 한 명을 고른다는 것, 그게 힘들었어요. 제가 아내와 함께 정민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누구의 선택과도 상관없잖아요. 그런데 입양은 우리가 무슨 권리로 아이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근원적 질문과 마주하게 하거든요.”

갓난아기 돌보는 봉사하다 만난 예은이, 자꾸 눈에 밟히고 꿈에도 나타나 입양 결심
신애라 역시 “숱한 아이들 중 한 명을 데려온다는 게 나머지 아이들을 또 한 번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한동안 “아무래도 입양은 어렵겠다”며 마음을 고쳐먹은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에서 50여 명의 갓난아기를 돌보다가 만난, 요람 속 한 동글동글한 얼굴이 자꾸 눈에 밟히고, 꿈에서도 나타나자 결국 촬영장에 있는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때가 된 것 같아요. 입양, 해야겠어요.”
신애라는 “예전부터 예은이와 제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며 “예은이가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었는데 하느님께 계속 기도하다 보니까 ‘이제 입양해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고 했다.
부부의 일곱 살 먹은 아들 정민이는 귀여운 동생이 생긴다는 소식에 신바람이 났다고 한다. 12월14일 이날 오후 동생과의 첫 만남을 기대하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고 으스대며 등교를 했다고. 정민이는 오래전부터 “예쁜 동생을 하나 주세요”라며 하느님께 기도하곤 했다고 한다.

한 살배기 딸 입양한 차인표·신애라 부부

신애라는 “아이구 녀석, 앞으로 자기한테 닥칠 풍파를 모르고” 하면서 “마음씨 여린 정민이가 부모의 사랑이 동생에게 쏠리면 섭섭해할지 모른다”면서도 “하하하” 소리내며 웃었다.
“왜 ‘아우탄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동생이 생기면, 큰아이는 아무래도 부모의 관심을 덜 받게 되니까, 서운하고 뭐 그런 거요. 정민이는 아직도 엄마, 아빠한테 뽀뽀하고 사랑한다고 하고 스킨십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그런 부분이 조금은 걱정이 돼요.”
하지만 신애라는 “정민이한테 ‘아기 만질 때는 꼭 손을 씻고 만져야 한다’고 이야기해줬더니, 오늘 아침 저한테 도리어 ‘손을 꼭 씻고 아기 만지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며 다시 웃었다.
차인표가 예은이를 본 첫 느낌은 어땠을까? 그는 “예은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주로 잠만 자는데, 제가 가자 눈을 번쩍 떴다”며 “그때 우리 딸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사실 처음에 예은이 보러 갔을 때는 옆에 수십 명의 다른 아이들이 있어 예은이 얼굴만 계속 보기가 미안하더라고요. 그 아이들한테요. 어른에 의해 아이들의 운명이 인위적으로 갈린다는 느낌 때문에. 이 아이들 중 일부는 외국으로 가고, 또 보육원으로 가기도 할 거고…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다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예은이는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자라게 된다. 부부는 “100퍼센트 공개입양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세상에 무덤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비밀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훗날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이가 받는 충격은 우리 엄마, 아빠가 친엄마, 친아빠가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에 큰 게 아니래요. ‘내가 사람들이 쉬쉬하는 어두운 그늘에 속해 있었다’며 느끼는 충격이 훨씬 커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요. 아이한테 그런 시련을 줄 필요가 없잖아요.”
신애라는 “아기 때부터 ‘너는 엄마가 가슴 아파서 기도하다가 하느님이 선물로 주셨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입양이 활성화된 미국도 공개입양이 정착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 공개입양이 확산될 때는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정착됐다고 해요. 부모도 아이도 떳떳하고 편해졌고요. 우리 사회도 입양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공개입양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신애라는 직접 낳은 것보다 예은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민이 낳았을 때는 산후조리하면서 몸이 안 좋아서 좀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예은이는 제가 이렇게 건강한 상태에서 데려와서 돌봐줄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아요. 또 제가 정민이도 키워봤고, 복지원에서 신생아들도 많이 돌봐왔기 때문에 훨씬 수월할 것 같아요.”

“훗날 아이에겐 ‘엄마가 가슴 아파서 기도하다 하느님께 받은 선물’이라 말할 거예요”
입양에 대해 아직 낯설어하는 시선이 많은 사회 분위기. 가족들 반대는 없었을까? 차인표는 “부모님이나 장인어른이나 ‘오케이’ 하시는 데 단 1분도 안 걸렸다”고 했다. 그의 장모는 지난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너희들 뜻이 정 그렇다면 입양도 좋다”고 허락했다고 한다.
“간혹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자라면서 어디가 아프면 어떻게 하냐?’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낳아서 기른 자식도 내일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하느님한테 다 맡기는 거죠.”
신애라는 “입양이라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아이한테 바라는 것 없이 사랑을 나눠주자고 생각하면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차인표는 “예은이를 맞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기쁨이 샘솟고 행복했다. 왜 이런 기분 좋은 일을 진작 안 했을까 싶다”며 “예은이가 나한테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 살배기 딸 입양한 차인표·신애라 부부

신애라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당분간 방송활동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한다.


“복지원에 남자들도 많이 와요. 이미 자기 자식 다 키워놓고 오시는 연세 많은 아주머니들도 많고요. 입양까지는 못해도 사랑을 나누자고 생각하는 젊은 엄마들도 적지 않죠. 그래서 참 흐뭇해요.”
차인표는 사뭇 진지했다.
“입양을 하는 과정에서 대한사회복지회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이 놀랐어요. 1년에 1만여 명 정도의 위탁 대상 아이들이 생기는데, 그들 중 5천여 명만 국내 또는 해외로 입양된다고 하더군요. 나머지 아이들은 평생 가정 없이 자라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아이들이 커갈수록 입양이 잘 안된다고 해요. 참 안타깝더라고요. 입양이 자연스러워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입양은 숨겨야 한다’는 생각이 빨리 사라져야겠죠.”
차인표는 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국내 입양이 잘 안된다고 하는데 회장님은 장애아들의 경우 오히려 잘 자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진 선진국에 입양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불량주부’로 꽉 찬 연기를 보여줬던 신애라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당분간 방송활동을 접을 생각이다. 차인표도 현재 촬영 중인 영화 ‘한반도’만 마치면, 집에 꼭 붙어 있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차인표는 “영화를 마치고 나서 중국에 가서 활동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예은이가 갓난아기이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같이 있어 줘야 될 것 같다”며 “귀여워서, 예뻐서 죽겠다”고 했다.
“예은이 백일 되면 부부가 같이 방송에 나갈 거예요. 모두들 궁금해하시니까 예쁘게 자라고 있는 예은이 모습 사진으로 보여드리려고요.”
10년 넘게 같이 살면서 가치관까지 똑같아진 차인표·신애라 부부. 이들의 용기 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내며 예은이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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