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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프라이버시 인터뷰

MBC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 이창순 PD가 처음 털어놓은
 ‘내 아내 원미경, 결혼생활의 애환…’

“부부는 늘 정신과 육체를 함께 하면서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 박해윤 기자

입력 2004.03.04 11:14:00

‘애인’ ‘신데렐라’의 이창순 PD가 부부간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 홈드라마를 선보인다. 3월 하순부터 방영하는 최수종 최진실 주연의 MBC 새 주말드라마 ‘장미의 전쟁’이 그것.
아내 원미경이 두 아이와 함께 유학을 떠나 ‘기러기 아빠’로 사는 그가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싶다는, 실제 17년 간의 체험을 통해 터득한 결혼생활의 지혜.
MBC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 이창순 PD가 처음 털어놓은  ‘내 아내 원미경, 결혼생활의 애환…’

여성 특유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멜로 드라마 ‘애인’ ‘신데렐라’ ‘눈사람’ 등을 통해 ‘흥행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이창순 PD(45)가 새 드라마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92년 화제작 ‘질투’에 함께 출연했던 최수종과 최진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C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이 그것.
‘회전목마’ 후속으로 3월20일부터 방송될 예정인 ‘장미의 전쟁’은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젊은 부부가 오해와 다툼 속에서 헤어지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재결합한다는 내용으로, 24부작 미니시리즈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이혼했다가 재결합하는 설정은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인 동시에 이혼율이 50%를 육박하는 요즘, 이혼이 과연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
“결혼해서 살다 보면 많은 갈등을 겪게 되지만 그것을 극복하느냐, 포기하느냐는 결국 본인들의 노력 여하에 달렸어요. 저도 아내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아이 낳고 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일들로 서로 힘들어할 때가 있었어요. 남녀관계가 바뀌는 건 아닌데도 연애시절에 느꼈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차츰 패밀리로서의 감정으로 변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제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어요.”

아내를 가족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성으로 바라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내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 보이는데, 가족이라는 느낌만으로 함께 산다는 건 왠지 허전하고 헛헛하다는 그는 예전에 스위스로 여행을 갔다가 만난 노부부의 이야기를 꺼냈다. 할아버지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부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참 부럽더라고요. 나이 들어서도 그런 애정을 나누며 산다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에요. 남은 시간 동안 저도 아내와 매일매일 사랑을 쌓아가면서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부부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성으로 배우자를 대하는 일인 것 같아요. 내 주위에도 무미건조하게 그저 가족의 느낌으로만 살아가는 부부가 많이 있어요. 농담처럼 ‘가족하고 어떻게 잠자리를 하느냐, 근친상간이다’는 말을 할 정도로요. 하지만 부부는 늘 정신과 육체를 함께하면서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해요.”
MBC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 이창순 PD가 처음 털어놓은  ‘내 아내 원미경, 결혼생활의 애환…’

아내 원미경과 아이들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찍은 가족사진.


‘장미의 전쟁’을 통해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가 많은 연기자 가운데 하필 최수종과 최진실을 캐스팅한 동기는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아이들을 둔 아빠 엄마라는 점 때문이다. 부부문제를 다루려면 나이가 적어도 30대 후반이 되는 기혼자이면서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연기자가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
“저는 아이가 없는 부부의 결혼생활은 동거나 다름없다고 봐요. 나이대를 30대 후반으로 잡은 건 그 무렵 남자들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거든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족에 대한 책임감, 거기에 업무 스트레스까지 심해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섹스리스 부부가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오히려 단순 육체노동을 하는 남자들은 부부생활에 그다지 문제가 없어요.”

MBC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 이창순 PD가 처음 털어놓은  ‘내 아내 원미경, 결혼생활의 애환…’

그는 앞으로 드라마 한편을 더 선보인 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간 미뤄두었던 영화 공부를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남자주인공으로는 일찌감치 최수종을 캐스팅했지만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는 미시 연기자는 많지 않았다. 최수종과 어울리는 연기자를 찾다 보니 ‘질투’에서 최수종과 호흡을 맞춘 최진실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그는 12년 전 두 사람이 극중에서 어렵게 사랑을 이뤘으니, 이번 드라마에서 이후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과거 회상신에서 ‘질투’의 장면들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재미있는 점은 그가 그동안 히트시킨 ‘애인’ ‘눈사람’ 같은 드라마를 보면 매번 불륜이라는 소재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 나름대로는 남성우월주의에 억눌린 여자들의 ‘불순한’ 심리를 대변한 여성 드라마였다지만, 그 자신도 불륜을 꿈꿨던 건 아닐까.
“저는 워낙 게을러서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다거나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와이프는 늘 이런 얘기를 해요. 자기는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갈 거라고. 제가 봐도 그럴 수 있는 사람 같아요. 열정이 식지 않는 사람이라 항상 사랑을 갈구해요. 제가 아내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도 있고, 그래서 더 잘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봐요. 저는 아내와 연애하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랑은 못할 것 같아요.”

아이들 데리고 유학 간 아내와 수시로 전화통화, 전보다 애틋한 감정이 새록새록 생겨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 조연출 시절에 원미경을 만난 그는 2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운명적인 사랑임을 직감했다. 첫 만남에서도,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두 사람은 ‘동물적’으로 통했다. 인간 본연의 순수한 감정이 통하니 두 사람 사이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었다. 얼굴이 명함이나 다름없는 유명 연예인이라 어디를 가든 자유롭지 못했지만 그 정도는 사랑이 싹틀 때부터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고 한다. 사랑만 변치 않는다면 어떤 고비가 닥쳐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그에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고.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멀리할 때의 괴로움,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보게 될 때의 안타까움을 어떻게 말로 다하겠어요. 그 아픔은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이지만 사랑하지 않는 일은 더 힘들기 때문에 고통스러워도 감내하는 것이지요.”
지난 87년 결혼식을 올리며 사랑의 열매를 맺은 두 사람은 예린(14)과 예은(12) 두 딸과 막내아들 상운(8)을 낳았다. 세 아이의 육아를 위해 이들은 한 사람이 일할 때는 다른 사람이 쉬는 것을 원칙처럼 지켜왔는데, 그 때문에 원미경이 좋은 작품을 많이 놓쳤다고 한다. MBC에서 사표를 던지고 독립하기 전까지는 회사에 매인 몸이라 시간 조절이 어려웠다는 그는, 그동안 자신이 일하는 시간을 피해 연기생활을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묵묵히 견뎌온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아내는 흠잡을 데가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배우로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갖고 연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그러면서도 아이들 육아와 일이 동시에 걸려 있을 때는 일을 포기해요. 아내의 강점은 무엇보다 마음이 열려 있다는 거예요. 발음이 나쁘고 연기력이 부족해도 순박하고 솔직하니까 호소하는 감정이 바로바로 전달되죠.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또 아이들이나 저한테도 최선을 다하고요. 불만이 없진 않지만 평균 점수 70점 이상이면 좋은 아내 아닌가요. 그래도 저보단 점수가 나아요. 저는 과락을 면할 정도라고나 할까요.”

MBC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 이창순 PD가 처음 털어놓은  ‘내 아내 원미경, 결혼생활의 애환…’

지난해 아내 원미경은 “그동안 연기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세 아이와 함께 친언니가 살고 있는 미국 워싱턴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그 바람에 그는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됐지만, 자신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좋은 경험을 쌓았기에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기회라 여기고 기꺼이 보내주었다.
“아이들만 보낸다고 했으면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 아내가 떠맡을 수 있다고 해서 같이 가도록 했어요. 자기 변화를 모색하고 싶다며 영어 공부를 희망하더라고요. 영어는 일단 배워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잖아요. 아내는 지금 랭귀지 코스를 밟고 있어요. 92년부터 3년간 저도 UCLA대학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하며 많은 걸 배우고 느꼈는데 아내에게도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오히려 그는 떨어져 지내면서 더 가까워졌다고 털어놓는다. 함께 살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아내와 아이들의 자리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를 깨달으면서 가족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고. 그래서 아이들과는 매일 이메일을 주고 받고, 아내와는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데 그런 가운데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새록새록 생겨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쓸쓸한 집에서 외로운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그의 심정이 좋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는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가족 사진을 꺼내 보거나 당장 전화해서 목소리라도 들으며 마음을 달래요. 작품이 끝나면 얼마간 가족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지금은 떨어져 지낸 지 몇달 되다 보니 많이 힘드네요. 집에 들어가도 저 혼자뿐이니 누가 술마시자고 하면 거절을 못하겠고,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요. 신체적인 접촉이 없으니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웃음).”

부부 사이라도 상처를 주는 치명적인 얘기 피해야
이창순 PD와 원미경의 결혼생활도 어느덧 17년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에 부부가 함께 몸담고 있으면서 구설에 오르지 않고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이들 부부는 늘 원만하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 연예계의 잉꼬부부로 불리고 있다. 거기에는 이들 부부만의 비결이 숨어 있는 듯했다.
“저희는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눠요. 일이 없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거의 하루 종일 아내와 붙어 있어요. 그럴 때는 같이 조깅도 하고, 쇼핑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외식도 하고 그래요. 그때는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것도 제 몫이고요. 또 저녁에는 함께 TV도 시청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눠요. 서로 같은 분야에서 일하니까 공유하는 부분도 많고 통하는 점도 많거든요.”
그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과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뒷받침되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가족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 가운데 서로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저희는 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저는 아내의 프로다운 면을, 아내는 저의 인간적인 면을 높이 사거든요.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고 아끼지 않으면 사랑을 지속하기가 힘들어요. 또 경제적인 여유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고요.”

MBC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 이창순 PD가 처음 털어놓은  ‘내 아내 원미경, 결혼생활의 애환…’

하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이들 부부도 종종 티격태격 다툰다고 한다. 대신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고 바로 화해 무드가 조성될 수 있는 건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치명적인 얘기만큼은 서로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제가 그것을 못 참아요. 저에 대해 치명적인 얘기를 들으면 전 냉정하기 때문에 참지 못하고 사단을 낼 거예요. 상황이 나빠져서 갈라설 수는 있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사이인데 악감정을 가져서야 되겠어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말을 가려서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에요. 아내도 마찬가지고요. 말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당장의 위기를 견디고 나면 곧 풀어지지요. 저희는 싸워도 오래 끌지 않아요. 싸운 뒤에는 상대를 원망하기보다 자기를 돌아보고 바로 잘못을 인정하기 때문에 하루를 못 넘겨요. 지금까지 잘 살아와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제가 잘못했다고 해요.”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젠틀맨이자 애처가인 그는 뜻밖에도 자신을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인 한국 남자의 전형”이라고 밝힌다. “남들이 하는 짓 다 하고, 남들이 하는 실수를 다 해봤는데 그런 과정에서조차 아내가 집안을 잘 지켜주고 자신을 신뢰해줘서 고마울 뿐”이라는 그는, “결혼생활 17년 동안 어떤 상황에서든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로서 자신에게 신뢰와 존경심을 보여준 아내를 맞아들인 자신이야말로 행운아가 아니겠냐”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내를 생각하면 앞으로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요. 정말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아내를 만나지 못했다면 과연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싶어요. 제가 결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아내 덕분이에요. 서로 상대를 조금만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대가 흔들릴 때 잘 견뎌주면 극단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요.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가던 연애시절처럼 아낌없이 마음을 주고받는다면요.”
살아오면서 자신이 직접 피부로 느낀 부부의 문제와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해나가는 해법을 제시한 드라마 ‘장미의 전쟁’을 통해 ‘재결합 100%’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란다는 이창순 PD. 앞으로 그는 드라마 한편을 더 선보인 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간 미뤄두었던 영화 공부를 마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여성동아 2004년 3월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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