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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자취생 기자가 2주간 써봤다

문영훈 기자

2023. 03. 11

혼수 필수템으로 자리 잡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11년 차 자취생이 분쇄 건조형 처리기를 2주간 사용해봤다.

“영훈아, 밖에 나갈 일 없니?”

학창 시절, 어머니가 내게 이렇게 말을 거는 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는 뜻이었다. 분명 조금 전 식탁 위에 올랐을 음식일 테지만 그게 몽땅 합쳐진 형태로 봉투에 담겨 있는 모습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지금 생각하면 몰염치하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들고 슬리퍼를 구겨 신으며 항상 짜증을 냈다.

자취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음식물 쓰레기는 항상 골칫거리였다. 특히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잦아지면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음식이 늘어났다. 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 먹어도 음식물 쓰레기가 싱크대 배수구를 채우는 건 순식간이다. 차갑고 건조한 계절에는 며칠 개수대에 두어도 괜찮지만 한여름에는 몇 시간만 지나도 금세 날파리가 꼬인다. 줄곧 공동주택이 아닌 일반 주택에 거주했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을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는 점도 귀찮음을 더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취생은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하는 스킬을 사용한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일부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영하 20℃의 온도에서도 서식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또 소중한 식량과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 있는 노란 봉투가 동거하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렇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1조 원의 ‘음쓰 처리기’ 시장

음식물 분쇄 건조가 끝났을 때 내용물, ‘스마트카라 400 pro’가 작동할 때의 소음 수준, 주방 한편에 설치한 ‘스마트카라 400 pro’(왼쪽부터).

음식물 분쇄 건조가 끝났을 때 내용물, ‘스마트카라 400 pro’가 작동할 때의 소음 수준, 주방 한편에 설치한 ‘스마트카라 400 pro’(왼쪽부터).

최근 혼수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2000년대 후반 시장에서 외면당하기도 했다. 큰 전력 소모와 냄새가 원인이었다. 최근 이 문제가 차츰 해결되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 기준 2000억 원대 시장 규모가 올해 1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처리 방식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우선 습식 처리 방식인 디스포저(disposer·주방용 오물분쇄기)가 있다. 쉽게 말하면 주방 개수대에 달려 있는 믹서다. 음식물을 갈아서 하수도로 내려보낸다. 하지만 현행법상 80%의 건더기는 걸러내고 20% 미만만 하수도로 내려보낼 수 있다. 2차 처리기에 모이는 축축한 음식물은 결국 따로 버려야 하기에 음식물 처리의 불편은 여전히 남는다.

음식물을 고온으로 건조해 냄새와 부피를 줄이는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단순 건조와 분쇄 건조로 한 번 더 나뉘는데, 분쇄 건조는 고온으로 말린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부피를 확실히 줄여주는 것이 차이다. 미생물 처리 방식도 있다. 미생물이 사는 배양토를 이용해 음식물을 분해하는 형태다. 설치 과정이 복잡한 디스포저를 빼면 건조냐 미생물이냐의 선택지가 남는다.

각각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건조, 특히 분쇄 건조 방식은 처리 시간이 짧은 대신 주기적으로 냄새를 거르는 필터를 교체해줘야 한다. 미생물 방식은 작동 여부와 관계없이 음식물을 추가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분해 시간이 12시간 정도로 길다.

성격이 급한 기자는 분쇄 건조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분쇄 건조 방식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중에서도 ‘스마트카라 400 pro’를 2주간 대여해 사용했다. 이 모델은 스마트카라가 내놓은 7세대 모델로 2022년 5월 출시됐다. 2009년 설립된 스마트카라는 분쇄 건조 방식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한 우물만 판 업체다.

음식물 쓰레기가 커피 가루처럼 되기까지

집으로 도착한 제품은 화이트 바닐라 컬러로 주방 수납장 위에 올려둬도 괜찮을 만큼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크기는 가로 26㎝, 세로 46㎝, 높이 36㎝인데, 소형 전자레인지를 세로로 세운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전기밥솥 밥통처럼 생긴 건조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잠금 장치를 걸어준다. 그 뒤 전원 버튼을 누르면 끝. “음식물 처리를 시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건조-분쇄-식힘 세 단계를 알아서 거친다. 이 순간을 위해 쌓아둔 설거지를 말끔하게 끝마친 뒤 싱크대 배수구 거름망을 꽉 채운 음식물 쓰레기를 한꺼번에 건조통에 털어 넣었다. 이미 쉰 것 같지만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 냉장고에 방치했던 시금치나물과 애매하게 상한 양파도 포함시켰다. 스마트카라 400 pro 제품은 최대 2L의 처리용량을 갖고 있다.

작동하는 동안 소음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소음 측정기로 체크했을 때 30~40dB(데시벨) 정도로 생활 소음 수준이다. 설명서에 따르면 건조와 분쇄에 최대 7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건조통의 약 3분의 1만 채웠기 때문인지 음식물 처리는 3시간 만에 끝이 났다. 커버를 열자 음식물은 커피 가루처럼 검고 바삭한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가장 우려했던 것은 냄새였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건조통의 온도는 최대 120℃까지 높아진다. 된장찌개만 끓여도 집 안 전체에 냄새가 퍼지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고온으로 건조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음식물이 검은 가루가 되는 동안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건조가 끝나고 커버를 열면 약간의 구수한 냄새가 나는 정도다. 향이 강한 새우젓과 마늘 등을 넣어서 다시 작동해봤지만, 불쾌한 냄새는 거의 없었다. 이는 제품 후방에 설치돼 있는 필터 덕분이다. 3중 활성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영원히 냄새를 봉인해주지는 않아 3~4개월(주 2~3회 사용 기준)에 한 번씩 교체가 필요하다.

건조된 음식물의 부피는 현저히 줄어든다. 2L짜리 종량제봉투를 절반 정도 채울 양이 처리기를 통과하자 종이컵 2분의 1 컵 정도의 분량으로 바뀌었다. 이를 따로 잘 보관해두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음식 물 쓰레기를 버리면 된다.

물론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가 만능 로봇은 아니다. 기존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 달걀 껍데기, 조개껍데기와 같이 딱딱한 쓰레기는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분류나 당분류, 기름기가 많은 음식만을 투입하면 건조 과정에서 이들끼리 엉겨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는 세척 기능을 이용해 건조통에 눌어붙은 음식물을 풀어줘야 한다.

그래서 사, 말아?

2주간 경험해본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신세계였다. 특히 날짜에 맞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쾌감이 컸다. 냉동고를 열 때마다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란 봉투도 사라져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 대여해 사용한 시기가 겨울이 아닌 여름이었다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의 효능은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89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멈칫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개당 1만5000원 정도에 판매되는 필터를 3~4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줘야 한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대여 기간이 끝나 ‘스마트카라 400 pro’를 다시 박스에 포장하며 생각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넣으며 최대한 손에 묻지 않도록 조심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스마트카라 #음식물쓰레기처리기 #문테크 #여성동아


文tech | ‘문’과 출신 기자가 글(文)로 푸는 알기 쉬운 테크 제품 리뷰
문(文)영훈. 3년 차 잡지 기자. 기사를 쓰면서 이야깃거리를 얻고 일상 속에서 기삿거리를 찾는다. 요즘 꽂힌 건 테크.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기술에 매료된다.



사진 문영훈 사진제공 스마트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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