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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star

만능맨 이광수

EDITOR 김지영 기자

2019. 06. 13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으로 ‘아시아 프린스’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이광수가 최근 개봉된 영화로 본업이 배우임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절제된 감정 표현과 특유의 유머 코드로 감동과 웃음을 자아낸 그의 특별한 도전.

5월 1일 개봉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가 18일 손익분기점인 1백4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꾸준히 선전 중이다. 마치 그 모습은 ‘약자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기에 실은 강자보다 더 강하다’는 메시지를 담담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영화 속
두 주인공과 같다. 

비상한 두뇌를 가진 지체 장애인 세하(신하균)와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춘 지적 장애인 동구(이광수)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한사람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때로 웃음을 자아내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동구 역을 맡은 이광수(34)는 이전에 그가 보여줬던 모습을 깡그리 잊게 할 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본업인 연기로도 끊임없이 성과를 내온 그를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다.

영화 반응이 좋아요. 관객 평점이 9점(9.22)을 넘는 경우는 드물죠.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저도 다 재미있었어요(웃음). 주변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이렇게 따뜻한 소재는 오랜만이라 반가웠어요. 장애인들을 위로해야 할 주변인이 아닌 삶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좋았고요.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보다 더 진한 형제애를 나누는 영화를 찍으면서 저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연기가 리얼하다는 평이에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실제 주인공을 참고했나요. 

육상효 감독님이 실존 인물을 직접 만나거나 다큐멘터리도 보지 말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영화적으로 더 풍성해질 것 같다고 하셔서 딱히 참고한 점은 없어요. 대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나갔죠. 

실존인물의 이야기라 연기하기가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희극적인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래서 관객이 보기에 동구의 모습이 희화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당부하셨어요. 저도 연기할 때는 물론 작품을 준비할 때도 그런 면에서 조심스럽게 다가갔고요. 또 감독님이 “동구의 순수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 보이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가 있는 역할이라고 해서 그걸 표현하기 위한 설정은 없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시나리오를 자주 들여다보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한 동작이나 표정을 수정했어요. 

다부진 체격과 수준급 수영 실력도 이번 영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인가요. 


동구가 세하 형의 손발이 돼주는 역할이니 체력이 좋아 보여야 하잖아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해 근육을 만들었어요. 수영도 촬영에 들어가기 넉 달 전부터 배웠고요. 

극 중 눈물을 펑펑 흘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엔 잘 안 우는 편인데 이번엔 시사회 때도 많이 울었어요. 20년을 한 몸처럼 지낸 세하 형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형의 사진을 보는 순간 감정이 더 깊이 이입돼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어떤 점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나요. 


시나리오를 받으면 먼저 재미있고 끌리는 작품인지를 살피고 나서 캐릭터에 공감이 가는지를 봐요. 그래야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거든요. 이번 영화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파적이거나 희화적이지 않아 끌렸지만 실존 인물이 있는 캐릭터라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저한테는 큰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는데, 이런 걱정 때문에 저를 가두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출연하기로 마음먹었죠. 제가 좋아하는 (신)하균이 형과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신하균 씨와의 작업은 어땠어요. 

처음에는 형을 어렵게만 생각했어요. 형의 연기를 스크린으로 보고 자랐기 때문에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어요. 근데 촬영 전에도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하시고, 현장에서도 항상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그런 배려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는 형을 만진다든지 대사를 주고받는 연기를 제가 준비한 대로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저도 후배들에게 형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구 캐릭터와 닮은 점을 꼽는다면요. 

동구가 세하 형을 굉장히 좋아하고 따르잖아요. 저도 형들을 굉장히 좋아하고 잘 따르는 편이에요.

두 눈을 껌벅이며 천진한 표정과 말투로 기자를 마주한 그는 묻는 말에 공들여 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진실 게임’이 하고 싶어졌다.

이광수 씨가 최근 자신의 ‘특별한 형제’로 조인성 씨만 지목해 다른 친한 연예인 형들이 섭섭해할 듯해요. 그 마음엔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예. 아무래도 인성이 형이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제 고민거리도 많이 들어주고, 편하기도 해요. 형이 저를 가장 많이 찾아서 평소 자주 만나요. 

동갑내기 절친 송중기 씨와 조인성 씨 중에선 누가 더 특별한 형제인가요. 

(몹시 난감해하며 한참 망설인 끝에) 저는 그러면 (유)재석이 형으로 하면 안 될까요. 

자신이 의지하는 이가 아닌, 의지가 돼주는 상대를 꼽는다면. 

(김)우빈이랑 (도)경수랑 (박)보영이, (양)세찬이, (정)소민이오. 그 중에서도 경수랑 제일 자주 만나요. 얘기도 많이 하고요. 

극 중 세하 형처럼 평소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는요.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 (연예인) 형들에게 고민 상담을 자주 하고 많은 도움을 받아요. 

배우 이선빈 씨와 공개 열애 중인데 대중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가요. 

부담이 없을 순 없죠. 하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 교제 사실을 공개했고, 지금도 잘 만나고 있어요. 

그는 2007년 모델로 활동하다 이듬해인 2008년 MBC 시트콤 ‘그 분이 오신다’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지붕 뚫고 하이킥’ ‘동이’ ‘시티헌터’ ‘불의 여신 정이’ ‘괜찮아, 사랑이야’ ‘화랑’ 등의 드라마와 영화 ‘평양성’ ‘간기남’ ‘좋은 친구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만큼 확실하게 그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없지 싶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러 애칭도 ‘런닝맨’을 통해 얻은 것들이다.

‘런닝맨’으로 구축된 이미지가 배우 생활에 걸림돌이 되진 않나요.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이번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런닝맨’을 통해 얻은 친근한 이미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도 ‘런닝맨’의 영향이 없지 않은 것 같고요. 

배우가 본업임에도 전방위로 활동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런닝맨’은 운이 좋아 하게 됐고, 지난 9년 동안 매주 출연하다 보니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어요. 제게는 너무 고마운 프로그램이라 지금도 감사한 마음으로 매번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요. 영화나 드라마는 늘 새로운 작업을 하고, 제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과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어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꼭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요. 


기회가 된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같은 역할요.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나요. 

어릴 땐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학창 시절엔 미술을 했고요.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건 대학(동아방송대학 방송연예과) 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예요. 그때 연기를 처음 접했거든요. 

촬영이 없을 때 시간을 보내는 나름의 방법은요. 

제가 잘 쉬는 방법을 몰라요. 데뷔 이후 계속 촬영이 잡혀 요즘처럼 쉬어본 적이 흔치 않거든요. 이번에 쉬면서 뭔가 취미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아 잘 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갖고 싶거나 염두에 둔 취미가 있을 듯해요. 

지금은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소일하는데 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막상 하려니 엄두가 나진 않지만요. 

‘기린’ ‘매력 부자’ ‘아시아 프린스’ 등으로 불리고 있어요. 앞으로 이름 앞에 달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지금 갖고 있는 걸 지켜내는 것만도 힘든 일이에요. 직업 특성상 저를 언제까지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실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앞으로 잘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고 있어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소망은 뭔가요. 

많은 작품을 잘해내고 싶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의 행복감을 유지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는 삶에 방점을 두고 매사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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