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뜻하지 않은 위기의 순간을 만난다. 배우 공형진(47)에게도 최근 그런 암흑의 시기가 찾아왔다. 이미 알려졌듯이 공형진은 지난해 7월 은행 채무로 인해 그 소유의 서울 평창동 빌라를 압류당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은행이 법원에 경매취하서를 제출하면서 원만히 문제가 해결됐다. 이번 일로 데뷔 후 처음으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마음고생한 그는 다시금 심기일전의 자세로 본업인 연기자와 방송인으로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SBS 드라마 ‘애인 있어요’에서 맛깔스러운 악역 연기를 펼치고 있는 한편, 11월부터는 채널A 연예 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 진행자로도 활약 중이다. ‘풍문쇼’에서 그는 공동 MC인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특유의 너스레와 돌직구 발언 등으로 방송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12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형진은 평소 화면에서 보던 것과 같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롱 카디건에 목에는 머플러를 둘러 수수한 듯 스타일리시한 멋을 냈는데, 얼핏 보면 고3 아들이 있을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였다.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서 불과 몇 개월 전 기사들을 통해 느꼈던 침울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역시 이번에 채무와 관련된 일이 마무리가 잘된 것에 대해 다소 안도하는 눈치였다. 물론 그는 이번 일로 깨달은 바가 크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일로 좋지 않은 모습 보여드려서 송구스럽게 생각해요. 은행에 진 채무는 마침 얼마 전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 중이던 금전 관련 소송이 잘 마무리되면서 원만히 해결됐어요. 물론 아직까지 부채가 좀 남아 있는데, 은행 측에 앞으로 성실히 갚아가기로 약속을 했으니 잘 이행해야죠.”
처음 그의 부채가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것이,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배우로 데뷔한 뒤에도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 같은 그가 어쩌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나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공형진은 “소소한 집안일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최근 들어 연기 성적이 좋지 못해 수입이 많지 않았고, 그럼에도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다 보니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다. 또 집안 송사를 비롯해 몇 년 전 처제(가수 김성수의 전처)의 죽음 등 가족 모두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 반복되면서 악재가 겹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아내는 지금도 몸무게 48kg을 유지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해요. 이번 일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텐데, 그래도 제가 더 힘들어할까 봐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하지만 근거 없는 혹은 악의적인 추측성 기사가 날 때는 답답하고 속상하더라고요. 새삼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걸 깨달았죠. 이번 일을 만회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1991년 SBS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한 공형진은 2000년대 중반 영화 ‘몽정기’ ‘태극기 휘날리며’ ‘가문의 영광’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왕성히 활동했다. 이후 ‘연애 시대’ ‘달자의 봄’ 등 드라마로도 연기 영역을 넓혔고, 그러면서 예능에 자주 얼굴을 비치면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하지만 앞서 말한 개인적인 침체기로 인해 연기 활동이 위축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배우로서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드라마 SBS ‘애인 있어요’로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요즘 그는 오랜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촬영장에 나가는 게 즐겁다고 한다. 극 중 그는 주인공 김현주와 대립각을 펼치는 악인 중의 악인을 연기 중이다.
“그동안 연기를 쉰 적은 없는데, 영화 같은 경우에는 개봉이 미뤄진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그렇기에 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
처음 ‘애인 있어요’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공형진은 자신이 맡은 민태석이란 인물이 이렇게 악랄한 역할인지 몰랐다고 한다. 민태석은 재벌가에 데릴사위로 입성해 신분 상승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드라마의 주 배경인 천년제약에서 임상 실험 조작, 내부 고발자 살인 교사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 사장 자리에 오른다.
“점점 극이 하이라이트로 치달으면서 민태석이 사방에서 공격을 받기 시작하는데, 끝까지 밀리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욕하지만 저는 그래도 민태석을 이해할 수 있어요.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에서 지극정성으로 동생을 의사로 키워냈고, 애정 없는 부부 관계를 이어가면서까지 그룹 총수가 되겠다는, 어찌 보면 허황된 꿈을 꾸는 인물인데, 그러려니 얼마나 많은 오욕의 날들을 보냈겠어요. 사실 이 드라마에는 착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인생이라는 게 모두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게 마련이잖아요.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망가져가는, 어쩌면 드라마 속 캐릭터 모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같아요.”
그는 여주인공 김현주에 대해 침이 마를 만큼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평소 인사성 밝은 후배들을 특히 예뻐한다는 그는 “김현주가 신인 시절 방송국 로비 멀리서부터 뛰어와 90도로 인사를 했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며 “드라마 첫 대본 리딩 때는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고 후배지만 존경심이 솟구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청자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다. 연기대상은 따놓은 당상 아니겠냐”며 허허 웃었다.
“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신들린 연기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웃음). 얼마 전 영화 ‘사도’를 보는데, 송강호 씨 연기에 소름이 돋았어요. 사도세자가 죽었을 때 거의 동물에 가깝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울음소리를 내는데, ‘저건 송강호가 아니라 영조 그 자체구나’ 싶더라고요. 캐릭터의 핵심을 정확히 잡아내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과 함께 반성도 많이 했어요.”
겸손한 발언으로 자신을 낮추는 그이지만, 현재 배우를 꿈꾸는 그의 아들에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롤 모델이 바로 아버지 공형진이다.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아들은 어려서부터 입버릇처럼 “아버지 같은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3년 전 우연히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촬영을 위해 운전하던 택시에 탑승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아버지가 배우 공형진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자기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날을 떠올리며 공형진은 “갑자기 내 이름이 인터넷 인기 검색어에 올라 뭔 일인가 하고 봤더니 아이가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더라”며 크게 웃었다. 그런데 아들이 배우의 길을 가는 것을 허락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고2 때까지는 결사반대했어요. 연기자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수차례에 걸쳐 아들에게 ‘배우로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먹고사는 문제는 현실이다’ 라며 설득했지만 안되더라고요(웃음). 워낙 본인 뜻이 확고하고 또 ‘내 아들인데 그 피가 어디 가겠나’ 싶어서 제가 포기했어요. 저희 아버지가 저를 말리지 못한 것과 똑같죠 뭐. 하하.”
인터뷰 당시 그는 아들의 대입 실기 시험을 위해 집에서 연기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을 똑 닮은 아들은 성격이 무던하고 밝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매우 여유롭다는 것인데, 앞으로 어떤 모양의 그릇으로 완성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디오 덕분에 영화에 대한 지식도 넓혔고 무엇보다 날마다 보는 가족 같은 청취자들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에요.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라디오 진행은 다시 하고 싶어요.”
장동건의 베프이자, 연예계 황금 인맥 보유자로 소문나 있는 공형진은 요즘도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느냐는 질문에 “3년 전부터 집안 문제들이 생기면서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동건, 정우성, 김승우 등을 비롯해 30여 명의 영화배우들이 함께 운동하는 연예인 대표 야구 모임 ‘플레이보이즈’ 멤버인 그는 동료 배우들과 가끔 연락만 하는 정도이고, 최근에는 술자리 등의 모임은 많이 자제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공형진은 화장품에 정통한 지인과 손잡고 1년 넘게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먹어도 되는 유기농 함량 95%의 화장품이에요. 어른, 아이 상관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고 있어요. 원료 전부를 미국에서 들여오는데, 얼마 전에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인증도 받았어요.”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라는 공형진. “지금까지 비축해둔 에너지를 다 끌어다 연기도 사업도 열심히 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SBS 드라마 ‘애인 있어요’에서 맛깔스러운 악역 연기를 펼치고 있는 한편, 11월부터는 채널A 연예 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 진행자로도 활약 중이다. ‘풍문쇼’에서 그는 공동 MC인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특유의 너스레와 돌직구 발언 등으로 방송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12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형진은 평소 화면에서 보던 것과 같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롱 카디건에 목에는 머플러를 둘러 수수한 듯 스타일리시한 멋을 냈는데, 얼핏 보면 고3 아들이 있을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였다.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서 불과 몇 개월 전 기사들을 통해 느꼈던 침울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역시 이번에 채무와 관련된 일이 마무리가 잘된 것에 대해 다소 안도하는 눈치였다. 물론 그는 이번 일로 깨달은 바가 크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일로 좋지 않은 모습 보여드려서 송구스럽게 생각해요. 은행에 진 채무는 마침 얼마 전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 중이던 금전 관련 소송이 잘 마무리되면서 원만히 해결됐어요. 물론 아직까지 부채가 좀 남아 있는데, 은행 측에 앞으로 성실히 갚아가기로 약속을 했으니 잘 이행해야죠.”
처음 그의 부채가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것이,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배우로 데뷔한 뒤에도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 같은 그가 어쩌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나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공형진은 “소소한 집안일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최근 들어 연기 성적이 좋지 못해 수입이 많지 않았고, 그럼에도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다 보니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다. 또 집안 송사를 비롯해 몇 년 전 처제(가수 김성수의 전처)의 죽음 등 가족 모두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 반복되면서 악재가 겹친 것 같다”고 밝혔다.
가족 우환 겹치며 위기 만나
무엇보다 그는 이번 일이 기사화되면서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 매우 미안해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아내와 아들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그에게 기사와 관련된 그 어떤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아내는 지금도 몸무게 48kg을 유지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해요. 이번 일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텐데, 그래도 제가 더 힘들어할까 봐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하지만 근거 없는 혹은 악의적인 추측성 기사가 날 때는 답답하고 속상하더라고요. 새삼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걸 깨달았죠. 이번 일을 만회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1991년 SBS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한 공형진은 2000년대 중반 영화 ‘몽정기’ ‘태극기 휘날리며’ ‘가문의 영광’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왕성히 활동했다. 이후 ‘연애 시대’ ‘달자의 봄’ 등 드라마로도 연기 영역을 넓혔고, 그러면서 예능에 자주 얼굴을 비치면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하지만 앞서 말한 개인적인 침체기로 인해 연기 활동이 위축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배우로서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드라마 SBS ‘애인 있어요’로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요즘 그는 오랜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촬영장에 나가는 게 즐겁다고 한다. 극 중 그는 주인공 김현주와 대립각을 펼치는 악인 중의 악인을 연기 중이다.
“그동안 연기를 쉰 적은 없는데, 영화 같은 경우에는 개봉이 미뤄진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그렇기에 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
처음 ‘애인 있어요’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공형진은 자신이 맡은 민태석이란 인물이 이렇게 악랄한 역할인지 몰랐다고 한다. 민태석은 재벌가에 데릴사위로 입성해 신분 상승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드라마의 주 배경인 천년제약에서 임상 실험 조작, 내부 고발자 살인 교사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 사장 자리에 오른다.
“점점 극이 하이라이트로 치달으면서 민태석이 사방에서 공격을 받기 시작하는데, 끝까지 밀리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욕하지만 저는 그래도 민태석을 이해할 수 있어요.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에서 지극정성으로 동생을 의사로 키워냈고, 애정 없는 부부 관계를 이어가면서까지 그룹 총수가 되겠다는, 어찌 보면 허황된 꿈을 꾸는 인물인데, 그러려니 얼마나 많은 오욕의 날들을 보냈겠어요. 사실 이 드라마에는 착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인생이라는 게 모두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게 마련이잖아요.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망가져가는, 어쩌면 드라마 속 캐릭터 모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같아요.”
그는 여주인공 김현주에 대해 침이 마를 만큼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평소 인사성 밝은 후배들을 특히 예뻐한다는 그는 “김현주가 신인 시절 방송국 로비 멀리서부터 뛰어와 90도로 인사를 했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며 “드라마 첫 대본 리딩 때는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고 후배지만 존경심이 솟구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청자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다. 연기대상은 따놓은 당상 아니겠냐”며 허허 웃었다.
결사반대했지만 배우 꿈꾸는 아들
올해로 어느덧 연기 경력 25년째인 그는 “연기는 할수록 더 어렵고, 내가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가진 배우들을 보면 마냥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오죽하면 그는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연기를 잘하게 해달라고 할 거다”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신들린 연기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웃음). 얼마 전 영화 ‘사도’를 보는데, 송강호 씨 연기에 소름이 돋았어요. 사도세자가 죽었을 때 거의 동물에 가깝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울음소리를 내는데, ‘저건 송강호가 아니라 영조 그 자체구나’ 싶더라고요. 캐릭터의 핵심을 정확히 잡아내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과 함께 반성도 많이 했어요.”
겸손한 발언으로 자신을 낮추는 그이지만, 현재 배우를 꿈꾸는 그의 아들에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롤 모델이 바로 아버지 공형진이다.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아들은 어려서부터 입버릇처럼 “아버지 같은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3년 전 우연히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촬영을 위해 운전하던 택시에 탑승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아버지가 배우 공형진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자기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날을 떠올리며 공형진은 “갑자기 내 이름이 인터넷 인기 검색어에 올라 뭔 일인가 하고 봤더니 아이가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더라”며 크게 웃었다. 그런데 아들이 배우의 길을 가는 것을 허락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고2 때까지는 결사반대했어요. 연기자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수차례에 걸쳐 아들에게 ‘배우로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먹고사는 문제는 현실이다’ 라며 설득했지만 안되더라고요(웃음). 워낙 본인 뜻이 확고하고 또 ‘내 아들인데 그 피가 어디 가겠나’ 싶어서 제가 포기했어요. 저희 아버지가 저를 말리지 못한 것과 똑같죠 뭐. 하하.”
인터뷰 당시 그는 아들의 대입 실기 시험을 위해 집에서 연기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을 똑 닮은 아들은 성격이 무던하고 밝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매우 여유롭다는 것인데, 앞으로 어떤 모양의 그릇으로 완성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와 사업에 모든 에너지 쏟아붓겠다”
공형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8년간 진행한 SBS 라디오 ‘공형진의 씨네타운’이다. 방송국 내 사정으로 지난해 10월 DJ 자리에서 물러난 공형진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보다 더 아쉬워한 이들은 바로 ‘씨네타운’ 애청자. 인터뷰를 진행한 카페 사장님도 공형진을 보자마자 “정말 팬이에요. ‘씨네타운’ 마지막 방송하던 날 울었어요” 하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라디오에서는 다소 의외다 싶을 정도로 연기할 때와는 다른,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으로 영화와 영화음악을 소개해 많은 이들에게 정감 가는 DJ로 평가받았다.“라디오 덕분에 영화에 대한 지식도 넓혔고 무엇보다 날마다 보는 가족 같은 청취자들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에요.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라디오 진행은 다시 하고 싶어요.”
장동건의 베프이자, 연예계 황금 인맥 보유자로 소문나 있는 공형진은 요즘도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느냐는 질문에 “3년 전부터 집안 문제들이 생기면서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동건, 정우성, 김승우 등을 비롯해 30여 명의 영화배우들이 함께 운동하는 연예인 대표 야구 모임 ‘플레이보이즈’ 멤버인 그는 동료 배우들과 가끔 연락만 하는 정도이고, 최근에는 술자리 등의 모임은 많이 자제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공형진은 화장품에 정통한 지인과 손잡고 1년 넘게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먹어도 되는 유기농 함량 95%의 화장품이에요. 어른, 아이 상관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고 있어요. 원료 전부를 미국에서 들여오는데, 얼마 전에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인증도 받았어요.”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라는 공형진. “지금까지 비축해둔 에너지를 다 끌어다 연기도 사업도 열심히 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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