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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대입 방향부터 학교 수준까지 ‘3월 모의고사’ 안에 다 있어요”

윤여정 입시컨설턴트 인터뷰

이경은 기자

2023. 03. 24

날씨가 다 풀리지도 않을 무렵 전국 고등학생을 긴장 속에 놓는 시험이 있으니, 3월 모의고사다. 얼렁뚱땅 넘어갔던 이 시험이 알고 보니 내 자녀 성적의 기본 해독표였다고? 

윤 컨설턴트는 “정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긴 모의고사 성적표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윤 컨설턴트는 “정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긴 모의고사 성적표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따스한 봄 날씨에 앞서 고등학생을 반기는 건 바로 3월 모의고사다. 아직 새 학급 새 분위기에 적응도 못 했는데 벌써 시험이라니. 잘 보면 잘 본 대로 못 보면 못 본 대로 걱정 가득한 모의고사, 어떻게 준비하고 해석하는 게 좋을까.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고등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수험생을 향한 단호한 조언과 분석으로 정평이 난 윤여정 입시 컨설턴트에게 모의고사의 모든 것을 물었다. 그는 2007년부터 서울 대치동에서 교육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현재 대치 해듦교육컨설팅 공동대표로 재직하며 유튜브 채널 '유니브클래스'에서 입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수험생 본인은 물론, 모의고사의 ‘ㅁ’ 자도 모르는 학부모까지 알차고 꼼꼼하게 배워가자.

모의고사는 무엇인가요.

모의고사 정식 명칭은 ‘전국연합학력평가’입니다. 매년 11월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과목, 문항 수, 시험 시간을 동일하게 설정한 시험입니다. 그래서 수능을 미리 경험한다는 뜻에서 모의고사라고 부릅니다.

고1은 시험 범위가 어딘가요.

고1 때는 아직 고교 과정을 배우지 않은 시기라 중학 교육과정 전체가 시험 범위가 됩니다. 국어, 영어, 수학, 통합 과학, 통합 사회, 한국사 이렇게 6개 영역을 치릅니다.



모의고사도 내신처럼 대비가 필요한지요.

모의고사 성적은 대입 수시 원서를 쓸 대학을 정할 때 중요해져요. 고3 3월 모의고사를 보는 시기에 아이가 어떤 성적을 받느냐에 따라 그해 쓸 수 있는 학교 라인이 정해지니까요. 1학년부터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보는 학생은 어디에도 없지만 3학년이 돼서 모의고사를 잘 보려면 그 전부터 준비가 필요합니다. 고1, 고2 대부분은 “갑자기 모의고사를 치네” 하고 시험을 봐요(웃음). 그날만큼은 시험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죠.

‘정시러’도 내신 최선 다해야

모 학원의 학기 초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모 학원의 학기 초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모의고사는 학년별로 양상이 다르다. 고 1·2는 3월, 6월, 9월, 11월 총 네 번의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 중 보통 세 번을 치른다. 학교 재량에 따라 네 번을 다 보는 학교도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네 곳의 교육청이 번갈아 가면서 시험을 낸다.

고3의 경우 6월과 9월 모의고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한다.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능 난도와 문항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고3 때도 3월, 4월, 7월, 10월 총 4번 교육청 모의고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6월, 9월 모의고사가 중요하다.

모의고사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은요.

보통 2학년이 되면 본인이 대학을 갈 수 있는 전형이 보입니다. 정시로 대학을 갈지, 수시로 갈지요. 주 전형이 정시로 정해지면 모의고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주 전형에 따라 그 시작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내신 준비가 잘된 학생이 모의고사 성적도 좋은가요.

학생 개인과 학교의 특징에 따라 달라요. 내신 시험 범위에 모의고사 기출 문제가 포함된 학교의 경우엔 아이들이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 위해서 학교 수업이나 교과서 외에도 수 개년 모의고사까지 공부해야 하죠. 이런 학교는 보통 내신 경쟁이 치열해도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이 비례해요. 하지만 단순 암기만 중요한 내신형 문항만 출제하는 학교가 문제예요. 수업 내용만 열심히 외우면 성적이 잘 나오는 학교요. 이 학교 학생은 내신 성적이 유지되더라도 대부분 모의고사 성적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떨어집니다. 한정된 수학 능력으로 단순 암기식 내신 공부에 힘쓰니 응용이 필요한 모의고사에선 뒤처지는 겁니다.

내신을 준비하면서 모의고사도 대비할 수 있는 학교도 있군요.

대표적으로 대치나 목동 학군지입니다. 두 지역에서는 내신을 잘하려면 모의고사 경험이 많아야 해요. 솔직히 선행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워낙 문제가 어렵게 출제돼서요. 내신 시험에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워요. 선행과 모의고사 기출을 포함해 모든 걸 준비할 수밖에 없죠. 이쪽 학군 학생들은 내신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니 일찍 정시에 기대는 경향이 있어요. 심지어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바로 정하는 아이도 봤어요. 설명회 때마다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요(웃음).

왜 그런가요.

개인적 견해긴 하지만 정시로 일찍 마음을 굳히면 우선 대입 선택지가 너무 빠르게 좁아져요. 저학년 때는 수시 전형인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논술 그리고 정시 전형 이렇게 총 4가지로 선택지의 폭을 넓혀놔야 해요. 학생부 교과와 학생부 종합은 내신 성적이 중요한 수시 전형이에요. 애초부터 내신 성적을 포기하면 결국 논술과 정시 전형만 남게 되죠. 그리고 내신이 어렵다는 이유로 바로 모의고사에 온 힘을 쏟는 건 당장 내 눈앞에 있는 허들은 넘지 않는 거예요. 이건 회피죠. 내신 따기 어려운 학교에서 어떻게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지 그것도 해보지 않는 아이가 장기전인 수능에서 성적이 잘 나오긴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나요.

1, 2학년에게 수능은 멀리 있어요. 그 기간 동안 일상에서 긴장감을 갖고 꾸준히 준비하는 건 어렵습니다. 다만 한 달 뒤에 있는 내신 시험은 집중해서 수능 과목을 공부할 시간을 주죠. 정시만 노리더라도 2학년까진 수능 범위 과목에선 내신도 톱(Top)이 되게끔 노력하라는 이유입니다.

‘백분위’부터 ‘오답률’까지 꼼꼼히 독해하자

고등학생들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2024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도권 주요 대학 정시모집 선발 비율이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정시 평균 모집 인원 비율이 올해 35.3%(2023학년도)에서 35.6%로 증가한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은 서울대다. 전체 인원의 41%를 정시모집으로 선발한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45% 비율로 학생을 선발하던 2021학년도 입시와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 또 올해부터는 모든 대학의 수시 전형에서 자기소개서 항목이 사라진다. 생활기록부와 내신 성적, 예상 수능 성적인 모의고사 성적으로 수시 지원 대학을 정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윤 컨설턴트는 “정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긴 모의고사 성적표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모의고사 성적표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뭔가요.

아이의 수학 능력입니다. 아이의 수준은 모의고사로 보는 게 좋아요. 내신은 학교마다 편차가 큽니다. 내신을 잘한다고 내 아이가 전국에서 경쟁력 있다고 보긴 어렵죠. 그래서 모의고사 성적표상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중요합니다. 모든 과목이 절대평가로 점수가 매겨졌던 중학교 때와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이 상대평가입니다. 원점수는 아이가 시험에서 획득한 점수입니다. 동일한 원점수 80점이라도 모의고사에선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난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 표준점수엔 그 시험의 난도와 함께 시험 봤던 집단의 수준이 반영됩니다. 백분위는 이 표준점수를 기반으로 비율을 계산해 산출됩니다. 예를 들어 국어 백분위가 89면 이 아이는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상위 11%에 위치한 겁니다. 100명 중 11등이라는 의미죠.

또 체크해야 할 내용이 있나요.

문항의 오답률도 유심히 보셔야 해요. 모의고사 성적표 하단 정오표를 보면 문항별로 난이도를 뜻하는 알파벳(A~E)이 나와 있습니다. 정답률이 80% 이상이면 A 20% 미만이면 E로, 뒤로 갈수록 어렵다는 뜻이죠. 아이가 A부터 E를 골고루 틀린다면 점수가 높아도 주의해야 합니다. 찍어서 맞춘 거지 풀어서 맞춘 거라 볼 수 없어요. 그때 아이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추후 계속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이죠. 또 아이가 D나 E 문항만 틀린다면 기본 개념은 갖췄지만 응용·변형 연습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오답 유형에 따라 아이에게 시급한 학습법이 달라집니다.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요.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전반적인 성적 수준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의고사 백분위 89%(상위 11%)인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상위 11%라면 전국 수준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전국에서 상위 11%인데, 학교에서 상위 25% 정도에 있으면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아 내신 따기 어려운 학교’라는 걸 알아채셔야 해요. 그걸 보고 앞으로 무엇에 더 신경 써야 할지 알 수 있죠. 부모님들은 성적이 안 나오면 ‘학원을 더 다녀야 하나’ ‘문제집을 더 풀려야 하나’만 고민하세요. 실은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부 방법과 환경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신과 모의고사를 모두 잘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성적표를 읽는 방법이 중요하네요.

학원 상담 때도 마찬가지예요. 선생님에게 “성적이 떨어졌어요. 왜일까요?” 이렇게 물으면 좋은 답을 듣기 어렵습니다. 부모도 최소한 공부해서 추상적 질문보단 성적표 해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게 중요합니다. 몇 개월 치 모의고사 성적표를 모아 분석해 물으면 선생님도 아이에게 적합한 학습 방법을 더 빠르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N수생에 뒤지지 않는 요즘 현역

‘3월 모의고사는 수능 성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대개는 고3, 그러니까 현역 수험생의 경우 3월 모의고사를 가장 잘 봅니다. 겨울방학 때 내신이나 수행평가 부담 없이 온전히 모의고사 준비만 할 수 있고, N수생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능 때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죠. 그래서 현역은 수능에서 불리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달라졌나요.

내신 중심인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도 높은 수능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모의고사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내신과 함께 수능 공부도 계속해온 거죠. 문과와 이과 통합형 수능이 되면서 범위는 줄어들고 난도는 낮아져 이들의 비중이 늘었다 봅니다. 올해부터는 수시 지원에서 자기소개서가 빠져 7~8월에 수능 준비에 더 힘쓸 수 있게 됐고요. 끝까지 내신과 수능 모두를 놓치지 않는 수험생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3월 모의고사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가 꼭 알아둘 것은 뭔가요.

부모님이 모의고사에 대해 조금만 공부하면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많은 부분이 달라집니다. 마냥 타박하기보단 “네 백분위는 얼마고 학교 수준은 이 정돈데 점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고 운을 떼면 아이의 대답도 달라질 거예요. 부모님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감사한 마음이 생겨서요. 조금의 공부가 어렵다면 차라리 아무 말씀을 하지 마세요(웃음). 최소한의 분석도 없이 “공부는 하니” “학원을 다른 데 다녀라” 말하는 건 대화 단절의 지름길입니다.

#모의고사 #정시 #대입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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