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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05년생 스페인 공주가 군에 입대하는 이유

오홍석 기자

2023. 03. 23

여전히 왕실이 존재하는 국가 스페인. 약 200년 만에 왕위를 물려받을 것이 유력시되는 레오노르 공주가 3년간 군에 복무하기로 결정해 화제가 되고 있다. 고작 18세인 공주는 왜 험난한 군 생활을 자처한 것일까.

왕실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군 입대를 결정한 스페인 레오노르 아스투리아스 여공.

왕실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군 입대를 결정한 스페인 레오노르 아스투리아스 여공.

유럽에는 왕실과 의회가 공존하는 입헌군주정을 택한 나라가 여럿 있다. 스페인도 그중 하나다. 최근 스페인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1위, 레오노르 아스투리아스 여 공(18)이 군에 입대할 계획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레오노르 공주는 현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와 언론인 출신 왕비 레티시아 사이에 서 2005년 태어났다. 국왕 부부의 첫째 딸로 아버지 펠리페 6세에 이어 왕위에 오 른다면 1833년 왕좌에 앉은 이사벨 2세에 이어 약 200년 만에 탄생하는 여왕이다. 스페인은 왕위를 왕자에게 우선 계승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국왕 부부가 50대 를 넘겨 레오노르 공주가 왕위를 계승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유럽의 모든 입헌군주는 군 경험 쌓는다”

레오노르 공주가 군에 입대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군 통수권자가 되는 국왕은 군에 입대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유럽 내 전통 때문이다. 마가리타 로블레스 스 페인 국방부 장관은 각료회의를 통해 레오노르 공주의 군 입대가 결정됐음을 발 표하며 “유럽의 모든 입헌군주는 군 복무를 통해 군 관련 경험을 쌓는다. 시간이 지나며 스페인의 군 통수권자는 여성이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스페인 헌법은 국왕의 권력과 기능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리가 정부를 운영하며 국왕은 상징적인 국가 원수 역할을 수행한다.

1980년대 군에 복무한 펠리페 6세가 그러했듯, 레오노르 공주는 오는 8월에서 9 월 사이 군에 입대해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에서 각 1년씩 중위(lieutenant)로 복 무할 예정이다.

레오노르 공주는 2021년부터 영국 웨일스의 UWC(United World Colleges) 애틀랜 틱 칼리지에 재학 중이다. 스페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UWC에서 공부를 마치고 군에 입대한 뒤 복무기간이 끝나면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레오노르 공주의 입대가 스페인 내 왕실에 대한 여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공주의 할아버지이자 펠리페 6세의 아버지 부왕 후안 카 를로스 1세는 악화된 여론에 2014년 건강 이상을 이유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카를로스 1세는 스페인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2012년,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코 끼리 사냥에 나선 사실이 밝혀지며 비판을 받았다. 당시 스페인 내에서는 왕실이 없는 공화정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과반에 달할 정도로 여론이 나빴다. 결국 카를로스 1세는 연이은 퇴위 압박에 못 이겨 아들에게 왕위를 양도했다. 이후에도 각종 비리와 사생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스페인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왕위를 계승한 펠리페 6세는 왕실 이미지 반전에 힘쓰고 있다. 그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국제외교학 석사학위를 마쳤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요트 종목 국가대표로 출전해 선수단 기수를 할 정도로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다. 유독 지지율이 낮은 젊은 세대를 의식한 듯 왕위에 오른 뒤 스페인 최초로 성소수자 단 체를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이어 공직에 임명 시 성경에 맹세하는 전통을 폐지하 고,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자진해서 연봉 20%를 삭감하는 등 진취적인 행보를 보였 다. 유산 상속도 포기하며 부왕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2022년 9월 이루어진 여론조 사에서 응답자 56%가 스페인 왕실에 호감을 표했는데, 부왕이 악화한 여론으로 왕 위에서 내려온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미지 개선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레오노르 공주는 13세라는 어린 나이부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8년 첫 공식 석상에서 부모님과 동생 소피아,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헌법 제1조를 낭독해 화제가 됐다. 2015년부터는 아버지가 운영해온 아스 투리아스 재단을 물려받아 과학기술, 인문학, 국제 관계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인 물을 선정해 아스투리아스상을 시상하고 있다. 아버지가 그랬듯, 향후 점차 미디 어 노출을 늘리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모아진다. 레오노르 공주는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보유한 가비의 팬으로 알려 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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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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