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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musical

카리스마 잃고 미소 얻다 홍경민

editor 정희순

입력 2016.12.15 15:34:01

한때 ‘한국의 본 조비’를 꿈꾼 가수 홍경민이 잔잔한 감성을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다.
그 변화의 일등 공신은 ‘순둥이’ 아내와 ‘귀요미’ 딸이다.
카리스마 잃고 미소 얻다 홍경민
얼마 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는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2000년대를 강타한 노래 ‘흔들린 우정’의 주인공 가수 홍경민(40)이 아내 김유나(30) 씨와 딸 라원 양과 함께하는 잔잔한 일상을 공개한 것이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내와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공처가이자 딸 바보가 된 그가 새롭게 느껴졌다.

그가 유나 씨를 처음 만난 건 2014년 초. 당시 〈불후의 명곡2〉의 3·1절 특집으로 ‘홀로 아리랑’이라는 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주자를 찾다가 그녀를 알게 됐다. 당시 운명처럼 뭔가 꽂히는 느낌이 들어 바로 작업(?)에 들어갔고, 그해 11월 그녀와 결혼했다. 지난 4월엔 ‘금쪽같은’ 딸 라원 양도 품에 안았다. 요즘 그의 입가에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다.

지난 11월 16일,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오른 그를 만났다. 고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 멤버들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고 김광석을 의미하는 ‘그 친구’다. 프레스콜 무대에 오른 그는 원곡의 감성에 자신의 록 스피릿을 담아 노래했다. 모습과 목소리는 분명 홍경민인데, 가슴에는 올해 작고한 지 20주기를 맞은 고 김광석의 모습이 선연했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을 무렵, 본 공연을 준비하기 전 비어 있는 무대 위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 공연 기대되네요. 방송에서도 고 김광석 씨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제가 가수로 데뷔한 이후 아이돌 그룹 위주의 댄스 음악이 인기를 끌었지만, 사실 전 통기타 음악을 좋아했어요. 물론 동물원과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 들었죠. 지금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진한 향수가 느껴져요. 그래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들의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는데, 이렇게 뮤지컬을 통해 고 김광석 선배를 그릴 기회가 생겨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 대중적인 명곡들을 부른다는 게 부담스럽진 않은가요.

이번 공연에서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최승열 씨는 목소리 톤이 김광석 씨와 굉장히 비슷해요. 하지만 전 목소리나 창법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실제가 가진 오리지널리티가 훼손될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죠. 너무 제 색깔을 드러내면 관객분들이 오히려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따라 한들 그 음색을 똑같이 낼 순 없겠지만, 원곡이 주는 감성만큼은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다만, 이번 작품은 다른 연주 없이 홀로 기타를 치면서 불러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 긴장되긴 하더라고요. 실수를 하면 바로 티가 나니까요.

▼ 뮤지컬 무대에 선 지 꼭 10년이 됐네요. 감회가 어떤가요.

거의 1년에 한 작품씩 무대에 올려 어느새 이번이 아홉 번째 작품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는 어색하네요(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10년 전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제가 처음 무대에 올린 작품 역시 동물원의 노래들을 모티프로 한 〈동물원〉이라는 창작극이었거든요. 사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상처 받고 힘든 부분들도 많았어요. 어쩌다 보니 창작 뮤지컬만 하게 됐는데, 이쪽 시장이 워낙 힘들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그런데 이번에 다시 동물원의 음악으로 꾸려진 작품을 만나면서, 처음 무대에 섰던 추억들이 떠올라 지금껏 받아온 상처들이 치유된 것 같아요.

▼ 첫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나 봐요.  

누구든 그럴 거예요. 처음 무대에 선다는 설렘도 컸고, 무엇보다 팀워크가 굉장히 좋았어요. 뒤풀이를 하다, 하다 이튿날 낮 12시 30분에 마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배우들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종종 모여요. 당시 음악을 담당하셨던 박기영 음악감독님, 같은 배역을 맡았던 배우 이정열 씨와는 이번 작품에서 재회하게 됐고요. 첫 작품이라 힘든 점이 많았고 초연 이후 재연도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때만큼 제게 기쁨과 추억을 안겨준 작품은 이후로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자면 뮤지컬 배우 홍경민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무엇보다 무대에서의 움직임 등이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죠. 가수의 콘서트 무대와 뮤지컬 무대가 확연히 달라 처음엔 애를 좀 먹었거든요. 그렇다고 첫 작품에서 실수가 잦았던 건 아니에요. 그땐 바싹 긴장하고 있어서 실수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원래 운전할 때도 초보자들은 큰 사고를 안 낸다고 하잖아요. 10년 전보다 여유는 많이 생겼지만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더 실수하기 쉬운 때라고 생각해요.

▼ 3개월여에 걸쳐 장기 공연을 하게 됐는데 체력 걱정은 없나요.  

사실 체력적인 면에서는 단독 콘서트에 비해 덜 힘든 편이에요. 여러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리는 데다 더블 캐스팅이기 때문에 제가 공연을 매일 하진 않으니까요. 그것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몸에 익으면 안이해질 수 있잖아요. 공연 마칠 때까지 매회 처음 무대에 오르는 마음으로 집중하려고 해요.  

▼ 동물원의 음악 중 특별히 아끼는 곡이 있나요.

1988년에 발매된 동물원 2집 앨범 중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요. 중학교 2학년 때 고 김광석 씨가 라이브로 부르는 노래를 들었던 적이 딱 한 번 있어요. 당시  통기타 하나를 들고 이 노랠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몸에 전율이 느껴졌어요. 특히 노래 후반부에 애드리브로 고음을 지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그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이번 뮤지컬에서 제가 그 곡을 불러요. 관객들도 그때 제가 느꼈던 그 감동이 전해질까 궁금해요. 



카리스마 잃고 미소 얻다 홍경민

한창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연출부에서 공연 전 무대 세팅이 필요하다고 해 출연자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그의 전화벨이 울린다. 청명한 목소리의 아내다. 이제 막 결혼 2주년을 맞이한 신혼부부 아니랄까 봐 어느새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져 있다. 가만 보니 음성이 아닌 영상 통화다.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 비친 건 다름 아닌 라원 양이다.

▼ 얼마 전 다큐멘터리에 공개된 가족의 일상을 봤어요. 자상한 남편이자 딸바보 아빠더라고요(웃음).

예전 같았으면 사생활을 공개하는 방송이라면 질색을 했을 텐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런 기회가 아내와 딸에게는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방송 나간 후에 행복한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미안한 점이 많아요. 뮤지컬 공연이 있는 날이면 아무리 빨리 집에 들어간다 해도 딸이 자고 있는 모습밖에 못 보니까요. 사실 얼마 전 결혼 2주년 기념일이었는데, 첫 공연이 일주일도 안 남았던 터라 연습하느라고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지나갔어요. 늦은 밤 케이크에 2주년을 나타내는 촛불을 켜고 사진을 찍은 게 전부였죠.

▼ 연애할 때도 자상한 편이었나요.  

음, 다정한 편이었죠. 그렇다고 최수종 씨처럼 헌신적인 스타일은 아니었어요(웃음). 아내는 저더러 연애할 때와 달라졌다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서운함을 표현해요. 자기를 바라보던 사랑스러운 눈빛이 이제는 모두 라원이한테 넘어갔다면서요. 원래 아빠들은 다 그렇지 않나요?

▼ 아내와의 첫 만남 얘기 좀 해주세요.

2014년 3월에 방영된 〈불후의 명곡2〉에서 함께 무대를 준비하다가 만났어요. 3·1절 특집으로 ‘홀로 아리랑’이라는 곡을 불렀는데 그때 아내가 해금을 연주했죠. 사실 녹화하러 갈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는데, 녹화 현장에서 만나 보니 사람이 참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대시했어요. 녹화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버지께 전화해서 “해금 하는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쭤보기도 했고요. 인연이 맺어지려면 신기하게도 그렇게 되나 봐요.

▼ 아내에게 곡도 선물했다면서요.

아내를 만나기 전 꽤 오랫동안 연애를 못 했어요. 20대 때는 이사람 저사람 만나보기도 했는데, 30대에 접어들면서 신중해지더라고요. ‘가수 인생은 노래 가사 따라간다던데 그런 종류의 곡을 한번 써봐야겠다’ 싶어서 ‘마지막 사랑에게’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곡을 만들고 딱 보름 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거예요. 이 스토리를 아내에게 들려줬더니, 자신만의 곡이 생겼다는 생각 때문인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 딸 이름이 참 예뻐요. 무슨 뜻인가요.

아버지께서 지어주셨는데, ‘그물 라(羅)’ 자에 ‘구슬 원(瑗)’ 자를 써서 라원이에요. 직역하면 ‘구슬을 모은다’는 뜻인데, 여기서 구슬을 꿈이나 돈으로 풀이할 수도 있대요. 때론 구슬의 의미를 ‘소리’라고 해석하기도 하고요. 음악을 업으로 하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니 정말 멋진 이름인 것 같아요.

▼ 아직 아빠의 무게를 실감하기엔 좀 이른가요.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때 같으면 사소하게 넘겼을 법한 일들도 고민거리가 되더라고요. 공부하라고 유난 떠는 학부모가 되고 싶진 않은데, 막상 남들이 다 영어 유치원에 보낸다고 하면 우리 애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몇 살이 되면 뭘 또 가르쳐야 된다는데 하는 것들요. 언젠가 한번은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힘든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아빠가 미안해” 하고 말한 적도 있어요. 제가 20대 때 겪었던 아픔, 30대 때 겪었던 슬픔들을 라원이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죠. 무게감이 느껴진다거나 어깨가 무겁다기보다는 딸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은 아빠예요.

▼ 라원이가 어떤 딸로 자랐으면 하나요.

피겨스케이팅을 시켜서 김연아 선수처럼 만들겠다, 공부를 시켜서 판검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아내가 성격이 순한 편인데, 그런 엄마를 닮아서 착하고 바른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크리스마스 당일을 비롯해 연말에 쭉 뮤지컬 공연이 있는 데다 12월 31일엔 대전에서 콘서트도 열 계획이라 가족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는 준비하지 못할 것 같아요. 내년이 데뷔 20주년인데 새 앨범을 만들지, 공연을 준비할지 계획도 짜봐야 하고요. 내년 이맘때면 딸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사진 홍태식
디자인 조윤제




여성동아 2016년 12월 6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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