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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엄마, 신보라 의원

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9.05.06 17:00:01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안고 국회에서 연설하겠다고 요청해 화제가 됐던 신보라 의원. 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정치하는 엄마의 이야기.
정치하는 엄마, 신보라 의원
어느 나라나 국회는 입법이 이루어지는 신성한 장소다. 이곳에서 2015년 아르헨티나의 빅토리아 돈다 페레스 의원, 2017년 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의원은 모유 수유를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7년 트레버 맬러드 뉴질랜드 국회의장은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법안을 심의하는 동안 동료 의원의 아이를 안고 의사 진행을 했다. 아이를 동반하고 국회에 출석하는 것은 해외 토픽에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도 흔한 광경은 아니지만 정치가 모성을 향해 한발 다가간 순간으로 기록됐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보라(36·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월 말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동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설명을 하겠다고 요청, 이러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나 4월 4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심 끝에 불허하면서 아쉽게도 무산됐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장에는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국무위원과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돼 있어 아이와 동반 출석을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허가가 필요한데, 문 의장은 “현재 24개월 이하 영아의 본회의장 동반 법안이 발의돼 심의 중인 상황에서 신 의원과 아이의 동반 출석을 선제적으로 허가할 경우 다른 의원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역사를 돌아보면 실패한 혁명도 그 자체로 의의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동반하고 본회의장에 출석해 법안을 설명하겠다는 신 의원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국회’와 ‘엄마’ ‘아기’라는 이질적인 단어들이 동시에 언급되고 회자된 건 큰 수확이다. 

전북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등을 거쳐 2016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 환경노동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인 신보라 의원의 명함에는 아들 하준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다. 국회의원 그리고 엄마. 신보라 의원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두 단어다. 난임으로 고생하다 결혼 7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얻은 그는 임기 중 출산한 몇 안되는 국회의원으로서 대한민국 엄마들이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아이와 동반 출석해 발의하려던 법안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 개정안’으로,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하고 현행법상 부부가 번갈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을 동시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4월 중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신 의원은 “입법을 하는 상징적인 공간인 국회에 아이를 동반함으로써 워킹맘의 고충을 알리고 우리 사회에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러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 또한 국회부터 가족 친화적인 일터를 위한 모범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내보였다.




정치하는 엄마, 신보라 의원
하준이가 촬영을 하는 동안 한 번도 보채지 않았어요. 순한가 봐요. 

평소엔 이렇게까지 순한 편은 아닌데, 오늘은 어떻게 알고 엄마를 도와주네요(웃음). 

신보라 의원은 19대 장하나 의원에 이어 임기 중 출산한 두 번째 의원으로 알고 있어요. 임신 중 의정 활동이 힘들진 않았나요. 

임신 당시 원내 대변인을 맡고 있었는데 ‘드루킹 특검’을 비롯한 굵직한 정치 현안이 많았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때라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회의가 몇 번 있었어요. 입덧도 심했고, 불안정한 상황도 몇 번 있어서 의사가 휴식을 권하기도 했지만 법안 심사를 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제가 참석하지 않으면 헌법기관으로서 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참석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이를 낳기 전날까지 국회에 출석했다고 들었어요.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는데 수술 전날 오전에는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있었고 오후에는 여성가족위원회 법안 심사가 있었어요. 제가 발의한 ‘데이트폭력 방지법’을 논의하는 자리라 빠질 수 없었어요. 감사하게도 여성가족위원회 동료 의원님들이 후순위에 있던 법안 논의를 앞으로 당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법안 심사를 마치고 병원에 갈 수 있었어요. 

아기를 안고 본회의에서 연설을 하려던 시도가 무산됐는데. 

국회와 우리 사회에 워킹맘의 고충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요청을 드린 거였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어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선 이미 낯설지 않은 일이거든요.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가 워킹맘에게 냉담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했다는 점에서 많이 안타까워요.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님들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국회 직원들과 출입 기자들도 응원해주셔서 많은 힘이 됐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설명하려던 것이 육아 관련 법안이었기에 특히 워킹맘들의 관심이 많았어요.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정부가 독박육아를 권하는 거잖아요. 사실 제가 출산을 했을 때 남편이 회사 차원의 배려를 받아서 한 달 정도 같이 쉬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몸도 회복이 안 되고 정신적으로도 힘든데, 남편이 옆에 있으니까 의지가 많이 됐어요. 아이와 아빠의 애착 형성에도 도움이 됐고요. 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 곧바로 이어지는 육아와 산후우울증으로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데 남편이 같이 쉬면서 도움을 준다면 그런 문제가 많이 해소될 수 있거든요. 

출산 후 45일 만에 국회에 복귀했는데, 45일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건가요. 

국회 직원들은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만 국회의원은 따로 출산휴가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더라고요. 임기 중 출산한 의원이 19대 장하나 의원에 이어 제가 두 번째일 정도로 드문 일이었거든요. 

45일은 근로기준법에 준거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산전후 휴가를 90일로 규정하고, 산후는 45일을 초과해야 한다고 나와 있어요. 45일은 산후조리를 하기에 충분치 않은 기간인데요. 

저도 출산 후 회복이 그렇게 더딘 줄은 몰랐어요. 웬만한 수술을 하면 일주일쯤 지나 거동을 하니까 아이를 낳고도 한 달 반 정도 지나면 충분히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산후조리를 충분히 못 해서 지금도 바람이 불면 어깨가 아프고 손목이 시려요. 모유 수유도 충분히 하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하고요. 

현재 아이는 누가 돌보고 있나요. 


친정어머니가 봐주세요. 원래 부모님이 광주광역시에 사는데, 저희 때문에 주말 부부가 되셨어요. 너무 죄송하죠.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담보돼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그나마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친정어머니 찬스를 쓸 수 있는 것도 오복 중 하나라고 하잖아요. 주변의 맞벌이 부부들을 보면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모두 아이를 봐줄 상황이 안 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아요. 설령 봐주신다고 해도 갑자기 어른들께 일이 생겨 육아 공백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저출산 문제로 우리나라에 곧 인구 재앙이 닥칠 거라고 걱정하지만 정작 아이를 키우는 환경에 대한 배려는 너무 허술해요. 육아가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선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문화적, 제도적 장치들이 빨리 마련돼야 합니다. 

4월 11일 아이돌봄 사업의 개선책을 담은 ‘안심 아이돌봄법’을 발의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어머니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해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아이돌보미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놀란 게, 부모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너무 없더라고요. 저는 연령, 이름, 연락처, 그리고 이분이 돌보미 교육을 받고 처음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받았어요. 부모가 없는 시간 동안 아이를 케어해주시는 분인 만큼, 인성과 적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발의한 법안은 아이돌보미 채용 시 인적성 검사를 의무화하고 부모들에게는 아이돌보미의 경력 등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또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 조항을 적용해 바로 자격이 정지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얼마 전 KBS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에서 일상을 공개한 적이 있어요. 조찬 세미나도 있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많은데,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요. 


새벽에 나왔다가 밤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아요. 저는 늦더라도 아이 얼굴을 보고 잠이 들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며칠간 엄마 얼굴을 못 볼 때도 있죠. 최근 아이돌봄 사업과 관련된 토론에 참석했다가 육아 전문가를 만났는데 그분이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놀아주고 사랑을 쏟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위안을 받으면서도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내 몸이 너무 힘들고 피곤할 땐 아이에게 집중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육아 입법과 관련된 아이디어와 정책은 어떻게 얻나요. 

‘맘앤맘’이라는 엄마들의 모임을 발족해서 거기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육아와 여성 관련 정책을 만들기도 하고, 의원실로 직접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맘 커뮤니티에 가입해 엄마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체크하기도 하고요. 

맘카페 회원이신가 봐요. 

네. 제가 사는 지역의 맘카페에 가입했는데, 정책 관련 모니터링뿐 아니라 육아 정보도 많이 얻고 있어요. 난임으로 고생하다 결혼 7년 만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아이를 얻었는데 그땐 난임 카페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상세한 정보와 난임 시술 절차 같은 걸 카페를 통해 알았거든요. 마음의 위안도 얻었고요.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한 차례 인공수정에 실패하고 시험관아기 시술로 넘어가 바로 성공했으니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더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시술 과정도 힘들고 병원에 가는 일도 큰 스트레스예요. 병원에 일정하게 가야 하는데 직장에 일일이 사정을 말하기가 어렵거든요. 2017년 국회에서 난임 부부에게 연간 3일의 휴일을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사실 3일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저는 7일은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3일이라도 일단 시행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앞으로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죠. 

둘째 계획이 있나요. 

혼자 크는 것보다는 형제가 있으면 아이에게도 좋고, 가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만 지금 당장은 용기를 내기가 망설여져요. 하나를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둘째가 생기면 또 어떤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걸까, 막막하고 두렵거든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출산을 계획할 때 그런 걱정 없이 가정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판단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는 게 제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출산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해결책이 나와요.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인프라는 늘고 있지만 그것이 수요자와 매칭이 잘 안 되고 있어요. 보건소, 모자보건지소, 육아종합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등이 마련돼 있지만 정작 부모들은 내가 사는 동네에는 무엇이 있는지, 당장 육아 공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국민 혈세를 들여 마련한 인프라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요. 영국의 경우는 ‘보편적 방문’이라고 해서 정부의 육아 관련 담당자가 출산 가정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하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면 차별적인 지원과 케어를 제공하는데 그러한 맞춤형 지원도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국회에 30대 의원은 신보라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둘뿐인데,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클 것 같아요. 

어떤 일을 직접 경험해야만 그에 관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본인이 직접 경험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 국회가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세대 대표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젊은 층의 국회 진출이 더 늘어야 한다고 봐요. 

앞으로 하준이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요.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길 바라요. 그러기 위해선 학교를 선택할 때도, 직장을 선택할 때도,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취약한 상황에서 불리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하고요. 아이가 어떤 일을 하든 행복하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어요.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9년 5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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