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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학생은 취미 활동, 부모는 운전기사

글&사진·김은영

2011. 04. 01

학생은 취미 활동, 부모는 운전기사


영국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평생학습센터, 시청 같은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운다. 악기, 미술, 테니스, 축구, 골프, 연극, 발레, 드라마 수업, 체조 등이 영국 어린이들이 많이 참가하는 방과 후 활동이다. 비용은 무료거나 1만~2만원 정도 최소한의 경비만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영국은 방과 후 활동의 천국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학교, 방과 후 클럽으로 이동할 때마다 보호자가 동반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영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반드시 보호자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 한다.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부모는 아침과 오후에는 따로 사람을 고용해서 아이를 픽업한다. 이렇게 아이들을 픽업해 돌봐주는 이들을 ‘차일드마인더(Childminder)’라고 부르는데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차일드마인더 집에서 어울려 놀거나 공부를 한다. 부모는 퇴근(보통 오후 5시)을 하면서 차일드마인더 집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간다. 차일드마인더는 정부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들이 제대로 아이들을 돌보는지 체크하는 감시기관도 있다.

방과 후 수영장, 주말엔 축구장

학생은 취미 활동, 부모는 운전기사


맞벌이를 하지 않는 경우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픽업해 스포츠클럽 등에 데려다준다. 방과 후 스포츠나 음악 활동은 보통 1시간 정도. 아이가 여러 명이고, 한 아이당 두 가지 이상의 방과 후 활동을 할 경우는 부모가 오후 내내 아이들을 픽업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영국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수영 레슨을 꼭 한 번은 받는데 부모는 아이를 수영장에 데려갔다가 30분 정도 구경하며 기다린 후 아이를 데리고 온다. 주말에는 축구장마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부모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필자가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스포츠클럽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갈 때 친구들이 말했다.
“이제 시작이야. 더 있어봐. 오늘은 럭비, 내일은 수영, 모레는 축구…, 만날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 된다니까.”
서울 강남에는 학원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 차를 대놓고 기다리는 부모들이 많듯이 영국 부모들도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할 수 있도록 기꺼이 운전기사 노릇을 한다.



학생은 취미 활동, 부모는 운전기사

영국 학생들은 방과 후 드라마 수업, 발레, 음악, 운동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한다.



김은영씨는… 한국에서 수학과를 졸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통역일을 했다. 영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남편을 만나 영국으로 이주, 중·고등학교에서 7학년부터 13학년까지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으며 저서로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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