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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봄을 닮은 박하선

진행 최은초롱 기자 글 조지윤 기자

2024. 02. 27

베테랑 배우이자 DJ로 다가오는 봄을 기대하는 모습 한편에는 새내기 학부모로서 설렘과 긴장이 녹아 있었다.

셔츠, 스커트 모두 파비아나필리피. 슈즈 스튜어트와이츠먼.

셔츠, 스커트 모두 파비아나필리피. 슈즈 스튜어트와이츠먼.

“말을 좀 줄여야겠어요.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데(웃음).”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 한마디’를 묻는 질문에 배우 박하선은 서글서글하게 말했다. 4시간의 화보 촬영을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미소로 대화를 나눴다. 편안하게 대답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을 4년 여간 이끄는 DJ의 관록이 느껴졌다. 매일 오전 11시를 여는 ‘캔디(DJ 박하선의 애칭)’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의 본캐는 19년 차 배우. 2005년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이후 ‘동이’(2010),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혼술남녀’(2016), ‘며느라기’(2020)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왔다. 올해 공개하는 드라마 ‘타로’를 통해서는 ‘전설의 고향’(2008) 이후 오랜만에 공포 연기를 선보인다.

노련한 배우이자 DJ로 자리매김한 박하선은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새내기 학부모이기도 하다.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믿고 먹는 어남선생’으로 인기를 모으는 배우 류수영의 아내로서 ‘맛 감별사’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봄의 문턱에서, 봄을 닮은 박하선과 만났다.

interview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 팬츠 모두 아크네스튜디오. 이어링 플랑. 벨트, 브레이슬릿 모두 파코라반.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 팬츠 모두 아크네스튜디오. 이어링 플랑. 벨트, 브레이슬릿 모두 파코라반.

내일(2월 15일)이면 ‘캔디’로 활약한 지 1200일째예요. DJ로서 보낸 시간은 어땠나요.

이제는 안 하면 허전할 것 같아요. 매일 오전 11시에 라디오를 한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됐거든요. 라디오 끝나면 바로 운동을 가는 게 루틴이에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있어요. ‘씨네 초대석’ 코너를 통해 매주 다른 감독님과 배우를 만나는 것도 꼭 소개팅하는 것처럼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당대에 제일 핫한 분들이 나오니까 자극도 많이 받고요.

주 7일 오전 11시에 방송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몸만 나오면 되고, 매일 운전하러 와주는 매니저가 고생이 많죠. 물론 4년 차쯤 되니까 피로도가 쌓이긴 하고 가끔은 쉬고 싶을 때도 있어요. 직장인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특히 월요일이요. 그래도 테리우스(‘박하선의 씨네타운’ 청취자)분들과의 약속이니 방송을 빠지면 안 되죠. 아이가 유치원 가기 싫어할 때마다 “엄마도 출근하기 싫은데, 엄마 안 가면 라디오 펑크 나겠지?”라고 설득하면서 유치원에 보낼 수도 있고요. 또 설날 같은 명절에 출근하면 집에 살짝 늦게 가도 돼서 나쁘지 않아요(웃음).



슬리브리스 톱 마인. 데님 재킷, 팬츠 모두 우영미.

슬리브리스 톱 마인. 데님 재킷, 팬츠 모두 우영미.

올해 드라마 ‘타로’가 공개돼요. 오랜만에 공포 장르로 돌아왔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제 생각엔 제가 서늘한 느낌이 있어서 공포물에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다들 몰라주시더라고요(웃음). 영화 취향이 ‘미드소마’나 ‘어스’ ‘겟 아웃’ 같은 공포 장르이기도 해서 공포 연기를 해보고 싶던 찰나에 좋은 제안이 들어왔어요. 제가 원래 옴니버스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시나리오는 엮어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나 시체스영화제에 출품해도 될 만큼 흥미롭더라고요. 조여정 언니나 덱스 씨처럼 핫한 분들도 함께하신다니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연기를 19년 동안 했는데 그간 한 번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던 표정이 잡혀서 재미있었고, 많이 해본 적 없는 장르라서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잘 담긴 것 같아 기대하고 있어요.

남편 류수영 씨가 평소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해주시나요.

‘신상출시 편스토랑’ 방송 전에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해줘요. 초창기에는 성공할 때까지 먹어야 했는데, 이제는 웬만하면 처음부터 다 맛있게 만들더라고요. 지난주에는 내내 양념게장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번 팔아보라고 했어요. 제가 양념게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웬만큼 양념게장 맛있게 하는 곳보다도 나은 거예요. 저희 둘 다 사업 머리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그 전까지는 절대 팔아보라는 말을 안 했는데 양념게장은 정말 욕심나더라고요(웃음).

아이는 엄마와 아빠 중 누구를 더 닮았나요.

남편 말로는 제 ‘미니미’라고 해요. 둘이 짜증 내는 포인트도, 화내는 포인트도 똑같고 시크한 것도 꼭 닮았다고요. 그래도 딸이 저한테는 되게 다정하게 대해요(웃음). 조금만 다쳐도 “엄마, 괜찮아?” 하고 걱정해주고요. 요즘은 제가 보기에도 저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깃털 장식 재킷 마이클코어스. 롱부츠 슈콤마보니. 이어링 넘버링.

깃털 장식 재킷 마이클코어스. 롱부츠 슈콤마보니. 이어링 넘버링.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새내기 학부모로서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죽겠어요(웃음). 제가 라디오 방송이 다 끝나면 오후 12시 40분쯤인데 아이가 하교를 1시에 해요. 유치원은 5시에 마치는데 말이죠. 얼마 전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한 반에 20명씩만 추첨해서 뽑는다더라고요. 돌봄교실을 신청할 때는 제가 라디오국에서 재직증명서를 떼고, 남편은 소득증명서를 발급했어요. 맞벌이 부부면 거의 된다고 했지만, 입학이 2주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 아직 선발 확인이 안 돼 걱정스러워요. 둘 다 프리랜서라서 새벽에 나가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데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전하기엔 너무 먼 거리라 만약 탈락하면 정말 큰일이거든요. 방과후학교랑 돌봄교실 둘 다 안 되면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너무 조마조마해요.

아이가 어릴 때 인형 놀이하면서 대사를 지정해주는 등 연기에 소질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아이도 배우가 되고 싶어 하나요.

꿈이 매일 바뀌어요. 한번은 배우를 하고 싶다 해서 “너 울라고 하면 바로 울어야 해”라고 말해줬는데 연기가 안 되더라고요(웃음). 아직은 배우의 끼가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갑자기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해서 같이 노래방을 가보니까 고음이 안 올라가요(웃음). 그래도 패션에는 진짜 관심이 많고 저보다도 옷을 잘 입어요.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죠. 메이크업에도 관심이 많아서 저한테 화장을 해주기도 해요. 8만 원짜리 메이크업 세트를 사달라고 하길래 너무 비싸서 안 된다고 하니까 2만 원짜리로 찾아왔더라고요. 예체능에도 관심이 많긴 한데, 요즘은 예체능 계열로 진학하려고 해도 공부를 잘해야 하니 걱정이에요.

레더 셔츠 레하. 이어 커프 스와로브스키.

레더 셔츠 레하. 이어 커프 스와로브스키.

돈에 대한 개념이 일찍 트인 것 같은데요.

남편은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걸 다 사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저는 특별한 날에만 사주려고 해요. 어릴 때부터 경제 개념을 잘 잡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요. 최근에는 그동안 모은 세뱃돈을 가지고 같이 통장을 만들러 은행에 갔어요. 당근마켓에서 아이 물건을 팔아 그 돈을 아이 통장에 입금하고요. 아이가 처음에는 “내 돈을 왜 은행에 가져가야 해?” 하면서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제는 되게 재밌어 해요. 그리고 본인 돈이 되게 많은 줄 알아서 물건 구입할 때, “내 돈으로 사” 하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박하선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 가운데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쉬고 있는 중이라서 엄마 역할에 제일 충실해요. 그동안 못 해준 걸 많이 해주려고 같이 체험도 많이 다니고요. 사실 잘해야 하고, 잘하고 싶은 건 배우예요. 연기 트렌드도 빨리빨리 바뀌어서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배우 박하선으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나요.

여태까지는 안 해본 것들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대중이 좋아해주는 이미지, 잘 한다고 생각해주는 이미지로 돌아가려고 해요. 이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늘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이제는 내려놓으려고요. 호흡이 긴 사극도 다시 해보고 싶고, ‘혼술남녀’나 ‘하이킥’ 시리즈처럼 재미있는 장르도 하고 싶어요.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맡았던 역할도 재미있어서 제대로 된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사이에서 조율하는 게 쉽진 않아요.


#박하선 #타로 #여성동아

사진 서원기 
제품협찬 넘버링 레하 마이클코어스 마인 슈콤마보니 스와로브스키 스튜어트와이츠먼 아크네스튜디오 우영미 파비아나필리피 파코라반 플랑 
헤어 서현(제니하우스) 메이크업 김유빈(제니하우스) 스타일리스트 김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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