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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이현이의 클래식

진행 최은초롱 기자 글 윤혜진 객원기자

2024. 01. 24

커버 촬영으로 2년 만에 다시 마주한 이현이는 여전히 ‘기승전축구’였다. 다만 ‘종이 인형’이 믿음직한 FC 구척장신의 주장으로 성장하는 동안 볼 컨트롤 능력만큼이나 역할과 역할 사이 티키타카도 늘어 있었다.

지난해 인심이 후했던 SBS 연예대상에서 선정 이유가 가장 합당하고 대상만큼 값지게 느껴진 상은 다름 아닌 ‘SBS의 아들·딸상’이었다. 지난 1년 동안 SBS 방송 화면에 노출된 시간이 가장 긴 사람에게 주는 상이었기 때문이다. 총 311분 16초를 기록해 2년 연속 SBS의 ‘딸’로 인정받은 모델 이현이(41)는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과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현이는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모델로 데뷔했다. 그는 시크한 이미지와 달리 솔직담백한 ‘리액션 장인’으로 지금까지 방송가에서 사랑받아왔다. 지난 2021년 ‘골때녀’와 ‘동상이몽’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예능감에 물이 올랐다. 특히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원년 멤버로 출연 중인 ‘골때녀’는 인간 이현이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악에 받쳐 소리 지르고 분해서 울고 미안해서 또 우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저리 푹 빠졌을까’ 싶지만, 사실 이현이는 축구는 거들 뿐 인생을 배워가는 중이다.

‘SBS의 딸상’ 2년 연속 수상을 축하해요. 이렇게 오래 축구를 하게 될 줄 예상했나요.

전혀요. ‘골때녀’ 100회를 넘기려면 2년 이상 해야 하잖아요.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녹화하기 위해 일주일에 3회씩 훈련을 해왔어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 훈련을 안 하면 다른 선수들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하는 거예요. 제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얼마 전 부상을 입었잖아요. 마비가 온 오른쪽 얼굴은 정상으로 돌아왔나요.



아직도 완벽하게 돌아오진 않았어요. 지금 주 3회 훈련과 더불어 주 3회 한의원과 피부과에 들러 계속 재활치료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다치고 2~3주 정도 후에 경기가 있었어요. 감독님이랑 통화하면서 “다리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얼굴이라 그나마 경기에 뛸 수 있다”고 했거든요. 전화 끊고 나서 ‘나도 참 병이다, 중증이다’ 생각했어요(웃음).

모델에게 ‘재활’이란 단어를 듣다니요. 축구에 빠져 지낸 지난 3년은 어땠나요.

저는 축구하기 전에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어요.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는데요. 모델은 체형을 타고나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어려운 직업군인 데다, 우리는 가진 개성대로 쇼와 화보에 선택을 받는 사람들이에요.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하고 싶은 곳에 나가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눈곱만큼 발전하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 성취감을 학창 시절에 느꼈어야 했는데 마흔이 되어 느껴봤어요.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죠.

아까 보니까 팔도 가늘고 상체는 예의상 있던데(웃음), 이런 몸으로 공 차고 내내 뛰고 몸싸움하려니 더 힘들었겠어요.

처음에는 옆에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나부꼈어요(웃음). 그런 제 모습에 너무 화가 나 열심히 했더니 근육이 생겼어요. 지금 체지방률이 선수들만큼 나와요. 보통 여자들이 26% 정도인데 저는 14%예요. 문제는 운동해서 허벅지와 종아리를 기껏 단단하게 만들어놓으면 모델 촬영 때문에 전신 마사지로 매끈하게 풀어야 해요. 그럼 다음 훈련 때는 원점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마사지를 안 받아요. 각선미를 포기했는데 오히려 지금 몸이 더 좋고 자신 있어요. 노력을 통해 제가 만든 거잖아요. 요즘도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고 술은 안 마셔요.

거의 선수의 삶이네요. 다섯 살인 둘째 영서가 유치원에 엄마를 축구선수라 소개할 만도 한걸요.

영서는 아직도 엄마가 축구하는 사람으로 알아요. “엄마 흉내 내봐” 그러면 모델로서의 엄마 모습에 익숙한 첫째 윤서는 워킹하고 포즈 잡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둘째는 공을 차요. 그래도 축구 좋아하는 아들들이라 제가 하는 축구에도 관심이 많고, 저랑 잘 맞아요. 지난해 12월에 첫째 생일이 있었는데 친구들을 축구 클럽에 초대해 생일 파티를 했어요.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학부모가 돼보니 어떤가요.

어느 학원, 어떤 문제집이 좋은지 아이들 공부에 관심을 많이 갖는 편이에요.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려고 애쓰고요. 아이와 관련된 일을 무조건 1순위 스케줄로 정해서 학부모 모임이나 공개수업, 상담도 다 갑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일과 중에 공부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당연히 생각하도록 아이에게 습관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숙제하면 게임하게 해줄게’ 이런 협상은 안 하려고 해요.

이현이에게 주어진 역할 중 가장 재미있는 것과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역할은 FC 구척장신 선수 아닐까요. 3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슬럼프가 오기도 했지만, 살면서 이렇게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재미있었던 적이 없어요. 반면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고 어려운 건 역시 엄마죠. 축구랑 육아가 다 힘든데, 축구는 몸으로 힘들고 육아는 정신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가족들한테 정말 고마워요. 제가 엄마 역할 외 아내, 딸, 며느리 역할은 잘하지 못해도 다 이해해주거든요. 특히 남편이 가장 고마워요.

역할 간의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을 땐 어떻게 하나요.

균형을 꼭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인생을 살아가며 무조건 우선순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의 우선순위는 아이들이고 그 뒤는 그때그때 바뀌어요. 사실 오늘 낮 12시에 빠지면 안 되는 연습경기가 있는데 여기 와 있어요. 축구가 중요하지만 커버 촬영도 중요한 커리어니까 개인 연습을 하는 걸로 조율한 거죠. 조율하고 선택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럼 지금 균형 잡기 밸런스 게임을 해볼까요.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혼자만의 일주일 자유 시간’ vs ‘가족과 함께하는 한 달간의 휴가’, 지금 더 끌리는 건 무엇인가요(질문이 끝나자마자 이현이는 답했다).

저는 일주일도 필요 없어요 2박 3일만 주세요! 휴대폰과 TV도 필요 없어요(웃음). 주어진 시간이 60시간이라고 하면 30시간은 자고 한 4시간 정도는 목욕을 할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는 레고 조립 같은 걸로 머리를 비우고 싶어요. 저 말고도 대부분이 첫 번째를 고르지 않을까요?

신이 이현이를 만들 때 넣었으면 하는 재료로 ‘마음껏 먹고 운동 안 해도 완벽한 몸매’ vs ‘예능 PD들이 탐내는 ‘웃수저’’, 무엇을 고르겠어요.

웃수저요. 첫 번째는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저는 축구를 하기 전에는 운동해본 적이 없어요.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이미 가진 것 말고 웃수저가 되고 싶어요. 방송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장도연 씨나 박나래 씨, 이국주 씨처럼 잘하는 분들 보면 타고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긴 한데, 연예대상은 웃긴 사람에게만 주는 상은 아니잖아요. 이왕이면 한번 후보에 들어갔으니 꾸준히 오르면 좋겠어요. 하하.

솔직한 답이네요. 저는 이현이 씨의 이런 모습이 오늘 촬영 콘셉트인 군더더기 없는 클래식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한결같이 클래식한 이현이에게 변주가 필요한 순간이 올까요.

요즘은 제 삶에서 오히려 클래식하고 미니멀한 게 변주예요. 거의 3년 동안 운동 위주로 살고 밖에서도 축구 이야기만 했더니 저를 축구에 미친 방송인으로 정의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 정체성은 모델이자 엄마인데 축구를 하는 거예요. 저는 아직도 제 이름 앞에 모델이란 수식어가 붙는 게 좋아요. 오늘처럼 이런 촬영을 하면서 조금 에너지를 얻고,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에너지를 좀 얻고 하면서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요. 하이패션 화보도 찍고 싶고, (조)혜련 언니 환갑잔치를 축구장에서 할 때까지 ‘골때녀’에 출연하고 싶은 것도 저예요.


#이현이 #골때리는그녀들 #SBS #여성동아

사진 이종호 
제품협찬 가브리엘리 렉토 르하스 조이그라이슨 토템 톰우드 포트레이트리포트
헤어 지원(우선) 메이크업 명선(우선) 스타일리스트 박정아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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