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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진솔한 고백

유동근 프라이버시 인터뷰

드라마‘에덴의 동쪽’카리스마 넘치는 카지노 대부

글·최숙영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 ■장소협찬·엔터식스 왕십리역사점

2008. 11. 19

지난해 드라마 제작진 폭행사건으로 연기인생에서 한 차례 고비를 겪은 유동근. 그가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연기 열정, 아내 전인화와의 결혼생활을 속속들이 공개했다.

유동근 프라이버시 인터뷰

유동근(52)이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에덴의 동쪽’은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랑과 복수를 그린 드라마. 극중에서 유동근은 카지노 대부 국 회장 역을 맡고 있다. 국 회장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집안을 파멸로 이끈 신태환에게 복수하려는 이동철(송승헌)의 후견인이기도 하다.
지난 9월 말 촬영장에서 만난 유동근은 무척 노련하고 여유있어 보였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전부터 나연숙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 배역을 제의 받았을 때 선뜻 응했다”고 말했다. 나연숙 작가는 그동안‘달동네’‘보통사람들’‘야망의 세월’ 등 선 굵은 드라마를 집필해왔다.
“배역을 제의받고 국 회장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봤어요. 국 회장은 카지노 대부로 어둠의 세계를 장악하고 있지만 난을 치고 춤을 추는 등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요. 사업가이면서도 한량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죠. 그래서 세트 촬영을 할 때는 한복을 입고 야외 촬영을 할 때는 양복을 입는 것으로 설정했어요. 또 극중 춤추는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전통 춤사위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전에 사극에 많이 출연해 그런 장면들을 촬영하는 게 낯설지는 않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또 지인들을 통해 카지노 세계의 생리 등에 관한 조언을 듣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특히 많은 분의 도움을 받은 것 같네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항상 극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가 조연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주연을 맡았을 때는 내가 출연하는 장면만 찍고 돌아가면 됐기 때문에 조연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는 줄 몰랐다”며 웃었다. 유동근은 28년 연기인생과 지금 자신의 모습을 골프에 비추어 설명했다.
“골프를 칠 때 보통 평균 타수 100부터 시작합니다. 저 역시 신인시절에는 100부터 시작했어요. 골프를 열심히 하다 보면 실력이 자신도 모르게 늘어 어느 날 싱글 수준에 이르고, 또 세월이 흐르면 기력이 쇠해 타수가 다시 늘어나는 것처럼,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날 주인공을 맡게 됐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다시 초보로 돌아온 것 같네요.”

“항상 주인공만 할 수 없는 게 세상 이치, 제가 먼저 해서 아내에게 길 터주고 싶었어요”
그런 남편의 선택에 대해 아내 전인화(43)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 친구 역시 제가 이렇게 드라마 1~2신을 촬영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겠죠. 그런 상황에도 제가 편안하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아내의 배려 덕분이었어요. 또 평생 저와 같이 가는 사람이니 제가 먼저 길(조연)을 걸어줘야 그 친구도 편안하게 길을 갈 수 있을 거예요. 아내가 시작하는 것보다는 제가 먼저 시작하는 게 좋은 모습일 듯해요.”
그는 지난해 아내 전인화가 출연 중이던 SBS ‘왕과 나’ 연출진에게 대본이 늦게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다 폭행을 해 물의를 빚고 제작진에게 공개사과를 한 바 있다. 그로부터 1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당시의 일을 어떻게 생각할까. 유동근은 “드라마는 종합예술이다.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입장 차이가 있을 때는 연장자인 내가 양보하는 게 도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동근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동안 연기생활을 하면서 사연도 많았고 고통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잘 이겨낼 수 있었던 바탕에는 아내의 공이 컸어요. 남자가 잘되려면 여자가 후덕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아내 덕에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동근·전인화 부부는 지난 89년 톱스타 커플로 주목을 받으며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는 결혼생활을 묻는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했다.
“신혼 때는 알콩달콩 살았지만 이제 중년 아닙니까. 나이가 드니 아내 눈치도 보게 되고…(웃음)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신혼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아내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잘 자라준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으니까요.”

“나이 드니 아내 눈치 보게 되지만 아이들 구김살 없이 키워줘 항상 고마워요”
슬하에 서현(17)·지상(15) 남매를 두고 있는 그는 연예가에서 자상한 아빠로 소문이 자자하다. 인터뷰 도중에도 딸 서현양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말투에는 사랑이 넘쳤다.
“이젠 서현이도 엄마와 친구처럼 지낼 정도로 많이 컸어요. 저하고도 인생을 같이 얘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됐고요. 어딜 가나 아주 잘 어울리는 부녀지간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참고로 우리 딸은 똥똥하답니다(웃음).”
그는 극중 상당히 많은 분량의 영어 대사를 소화한다. 국 회장이 세계적인 카지노 거물들과 이야기하거나 파티를 열 때 영어로 말하기 때문. 유동근은 딸에게 영어 개인지도를 받고 있다면서 또 웃었다. 그가 대본 연습을 하면 딸이 발음과 끊어읽기 등을 교정해준다는 것.
딸 자랑을 하던 유동근은 극중 자신의 딸로 출연 중인 이연희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최근 일부에서 이연희를 둘러싸고 연기력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사랑으로 감싸달라”고 당부했다.
“그 친구는 배우 수업을 받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어요. 지금 아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값진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께서 더 아껴주면 좋겠습니다.”
송승헌에 대해서는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갖고 있다”면서 “항상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연기에 열정을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유동근은 오래전부터 영화 제작을 꿈꿨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드라마 ‘연개소문’에 출연할 당시 청각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준비했지만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직 완성을 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돈을 열심히 벌어서 언젠가는 꼭 영화를 완성할 것”이라고 각오를 내보였다.
“솔직히 배우 입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얻는 것도 많았죠. 저는 청각장애인들의 삶을 소재로 어떻게 하면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 했는데 실제로 청각장애인들을 만나 보니 그들은 제 생각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들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서로 손잡고 봉사하며 살고 있었기에 슬픔이 없었고 어린아이들도 자신의 부모가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육신이 멀쩡한 제가 장애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이는 그의 삶을 바꿀 정도로 진한 감동을 줬다고 한다. 그들이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과거의 아픔에 연연해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졌으며, 희망과 행복의 진정한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래서 유동근은 당분간 연기에 충실할 계획이지만 영화 제작의 꿈도 버리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지난날의 화려함을 벗고 신인 때처럼 출발선에 다시 서게 됐다고 말하는 그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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