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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책을 펴는 즐거움

‘행복의 비밀’을 푸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꾸뻬씨의 행복여행

기획·김동희 / 글·민지일‘문화 에세이스트’ || ■ 일러스트·베아트리체 리

입력 2005.07.20 13:26:00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꾸뻬씨의 행복여행’. 주인공 꾸뻬씨가 세계 여행을 다니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읽는 이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알기 쉽게 설명한 ‘행복 길라잡이’라 할 만하다.
‘행복의 비밀’을 푸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꾸뻬씨의 행복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 진료실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 체험을 토대로 소설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썼다.


결과는 다를 수 있지만 일부러, 짜증나라고 책을 읽는 사람은 없다. 책을 드는 것부터 읽는 것, 얻는 것, 느끼는 것은 모두 즐거움이다. 거기엔 아직 가보지 못한 땅으로 작가와 함께 떠나는 설렘이 있다. 미처 몰랐던 지식의 알갱이를 거두어 깨 먹는 맛도 상큼하다. 인간 본성의 심연을 찾아내고 사랑과 그리움, 행복 같은 마음속 심지에 불을 붙이는 쩌릿한 떨림은 또 어떤가. 단순히 책을 펴는 행위 그 자체로도 우리는 흥분하고 즐거워한다.
책은 그럼에도 이율배반의 속성을 갖고 있다. 쓴 사람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읽는 사람의 즐거움은 늘어난다. 언덕 위로 돌덩이를 밀어올리듯 공들여 쓴 책에선 작가의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그만큼 우리 마음의 때도 씻겨나간다.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채치듯 고르고 잘게 썰어 내놓았을 때 느끼는 신선한 기쁨은 책 읽기의 즐거움 중에서도 으뜸이다.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소설 ‘꾸뻬씨의 행복여행’(오래된 미래 펴냄, 오유란 번역)은 그렇게 오롯한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작가 자신과 같은 직업을 가진 꾸뻬씨가 세계 여행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오디세이식 모험과 우화 형식을 빌려 풀어냈다.

모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행복
‘행복의 비밀’을 푸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꾸뻬씨의 행복여행

꾸뻬씨는 ‘다른 곳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파리)에, 다른 모든 지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사실’과 매일 그를 찾아오는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자신도 점점 더 피곤하고 불행해져갔다. 결국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모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행복’이라는 말을 새기며 여행을 떠난다.
사실 그의 정신과 의원은 ‘모든 것을 갖고 있고 많은 행운을 누리는, 진짜 불행한 삶을 산 적이 없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의 환자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늘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이 과연 좋은 사람과 결혼했는지, 결혼할 뻔했는지’를 물었다. ‘삶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원하는 삶에 다가서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으며 ‘스스로 행복하지 못함을 발견하고 가끔씩 자살을 생각’했다.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부터 꾸뻬씨는 행복이 지닌 비밀의 문을 하나씩 열기 시작한다. 3등 객실표를 끊은 그에게 생각지도 않게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주어져 행복했지만 옆 좌석 사업가는 퍼스트 클래스에 타지 못한 것을 불행해한다. 같은 비행기, 같은 좌석, 같은 음식, 같은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사람은 제 마음속에서 행복과 불행을 재단해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배운 두 가지를 꾸뻬씨는 소중하게 메모한다.
배움 1)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 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이런 식으로 그는 아프리카의 못사는 나라와 세계에서 가장 풍족한 나라까지 돌아다닌다. 가는 곳마다 사업가, 콜걸, 노승(老僧), 난민, 거지 소년들, 의사, 아편 밀매꾼, 강도 납치범, 불치병 환자, 옛 여자친구와 그 남편, 행복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와 연구팀 등을 만나며 행복의 실체에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해간다. 사랑도 나누고 죽을 고비도 넘기는 동안 그의 취재노트에는 행복에 대한 느낌과 배움이 23개나 차곡차곡 쌓여간다.

‘행복의 비밀’을 푸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꾸뻬씨의 행복여행

베아트리체 리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프랑스에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 청년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길잡이는 그 자신의 마음이었고 중국의 노승이 지팡이 역할을 했다. 여행을 시작하며, 그리고 끝 무렵에 노승을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그는 23개의 ‘행복요건’ 중 3가지에 밑줄을 친다.
배움 20) 행복은 사물들을 보는 방식에 있다.
배움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지금 이순간 존재한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지만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이모저모 짚어보면서도 이 책은 딱딱하지 않다. 주인공이 아주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도 풋~ 웃음이 나고 자칫 야하게 흐를 수 있는 대목도 머리를 끄덕이는 감동으로 포장했다. 사실 사람들의 마음의 병, 뇌의 병을 고치는 정신과 의사가 불행이란 전염병에 감염됐다는 설정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일상의 작은 일들 -- 사실 그 하나하나가 우리 삶을 꿰는 중요한 일들이지만 -- 에서 우리가 항상 느끼지만 잊고 있던 행복과 불행을 집어내는 작가의 눈과 필력은 읽는 내내 책을 닫지 못하게 한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한국어판은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글귀를 하나 더 덧붙였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이래서 책을 펴는 것은 즐거움이다.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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