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푹 쉬었어요. 해외 여행도 다니고, 스키장에도 가고,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수다도 떨고요.”
지난해 ‘올인’ 이후 활동이 뜸했던 송혜교(22)가 SBS 미니시리즈 ‘햇빛 쏟아지다’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첫 방송을 닷새 앞둔 지난 2월6일 만난 그는 한층 성숙하고 밝아진 모습이었다. 방송 활동을 잠시 접은 사이 ‘올인’에서 만나 연인이 된 이병헌(34)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궁금한데 “남들처럼 지냈어요” 하고는 엷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다.
지난 2월11일 첫 방송된 ‘햇빛 쏟아지다’에서 송혜교가 맡은 역할은, 강직한 경찰관인 아버지가 누명을 쓴 채 목숨을 잃고, 엄마마저 사고로 죽은 뒤 갑작스레 남겨진 빚과 어린 동생을 떠맡게 된 스물여섯살의 ‘연우.’ 지하철 행상, 식당 허드렛일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억척스러운 역할이다.
“지하철에서 볼펜을 팔기도 하고, 식당 일도 해요. 목돈이 급해 룸살롱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면접만 보고, 막상 일을 하지는 않죠. 나중에 빵집에서 기술을 배워 제빵사로 일하게 될 거예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맡았던 역할은 항상 혼자 외로워하고, 슬퍼하고, 자기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캐릭터였는데 이번 역할은 누가 뭐라 하면 되받아칠 줄 아는 당찬 성격이에요. 처음에는 어색하다고 하실지 몰라도 곧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가을동화’의 한없이 착하기만 했던 ‘은서’와 ‘올인’에서 운명적 사랑에 순응하는 따뜻한 여인 ‘수연’을 연기하며 청순 가련형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그에게 추레한 옷차림과 무미건조한 눈빛은 낯설고 어색할 듯한데 그는 이미 ‘연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기존에 비슷비슷한 연기를 하다보니 재미가 없었어요. 보는 사람들도 지겹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꼭 연기변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좀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에 맡은 ‘연우’는 적어도 답답하지는 않아요. 바보 같지도 않고요.”
더군다나 극중 연우의 성격이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어 연기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한다. 그는 “처음 데뷔할 때는 ‘가을동화’의 은서처럼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점점 변하더라고요. 물론 연우처럼 억세진 않죠” 하며 밝게 웃었다.
‘햇빛 쏟아지다’에서 송혜교는 류승범, 조현재 두 청춘스타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류승범은 연우의 20년지기 친구로 뒤늦게 우정이 사랑으로 변했음을 깨닫는 경찰관 민우를, 조현재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연우의 매력에 이끌리는 부잣집 아들 은섭을 연기한다. 송혜교는 류승범과 조현재 등 상대배우들이 비슷한 또래라 촬영장 분위기가 편안하고 재미있다고 한다.
“방송 시작하면 이병헌 선배님이 모니터 해주기로 했어요”
“원래 첫 촬영 때는 많이 떨리는데 이번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어요. 다른 연기자들과 나이 차이가 적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참 좋아요. 처음엔 류승범씨와 잘 안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언밸런스한 게 귀여운가 봐요.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류승범씨와 장난으로 시청률 64.5%를 기록할 거란 얘기도 했어요(웃음).”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제 나이를 찾은 것 또한 신나는 일이라고 했다. ‘올인’에서 워낙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탓에 적잖은 부담이 됐었다고.
송혜교는 ‘햇빛 쏟아지다’에 함께 출연하는 류승범, 조현재와 나이가 비슷해 촬영이 즐겁다고 한다.
“제 실제 나이와 비슷한 인물을 연기하기는 ‘가을동화’ 이후 처음이에요. ‘올인’을 찍을 때는 실제 저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역할을 맡은데다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느라 좀 힘들었어요. 일어나 영어를 구사하는 장면 때문에도 긴장을 많이 했고요. 그때는 이병헌 선배님도 너무 무서웠어요(웃음). 어떤 연기를 하던 ‘이렇게 해야 한다’하며 일일이 가르쳐주곤 했거든요. 물론 저뿐만 아니라 박솔미씨, 지성씨 등 모든 후배 연기자들한테 그랬어요. 저희끼리 ‘무서운 선생님 같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오랜만에 연기를 재개한 것에 대해 연인인 이병헌이 뭔가 조언을 해줬을 듯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젓는다.
“별말 없었어요. 그냥 잘하라고 하던데요. 저희는 각자의 일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아요. 잘하라고 격려할 뿐, 이런 걸 해보는 건 어떻겠냐, 저런 건 좀 그렇다 하는 말을 하지 않아요. 방송 시작하면 모니터는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는 이병헌과 관련된 질문에 말을 아꼈지만 관심 자체가 싫지는 않은 듯했다. 그는 자신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상황에 있는 만큼 사람들의 관심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 사람들을 만날 때도 일부러 모자나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고.
송혜교는 은광여고 1학년생이던 97년 한 학생복 모델로 선발돼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유치원생 ‘미달이’와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는 철부지 여대생 ‘혜교’를 연기하며 주목을 받은 뒤 옆집 동생 같은 편안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학창시절의 추억이 없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지난해 ‘올인’을 촬영하며 대학(세종대 영화예술학과)을 자퇴했을 정도로 연기자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학업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지금은 연기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요. 학교는 언제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때 다시 들어가면 되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가을동화’를 꼽았다.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작품이 바로 ‘가을동화’라는 것. 또한 ‘올인’을 찍으면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는 그는 앞으로 ‘마냥 쾌활하고 발랄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사실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캐릭터가 푼수 같은 역할이었으면 하고 기대를 했어요. 그런데 마냥 쾌활한 역할만은 아니라 약간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해요. 앞으로는 웃기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건 드라마건 쾌활하고 밝고, 망가지는 역할도 좋고요(웃음).”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결혼한 다음에도 연기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냐”고 다시 묻자 방긋 웃으며 “결혼한 다음에 물어봐주세요” 하며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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