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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interview

가족의 이름으로, 양동근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12. 28

배우 겸 래퍼로 인기를 누리던 ‘자유로운 영혼’에게 결혼과 육아는 새로운 도전이자 예상치 못한 삶의 무게로 다가왔다.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자 고군분투 중인 세 아이의 아빠 양동근의 ‘솔풀’한 고백.

배우 양동근(39) 특유의 유머 코드가 오랜만에 빛을 발했다. 

평균 시청률이 5%에 육박하며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든 예능드라마 ‘보그맘’을 통해서다. 12월 초 막을 내린 이 작품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아들을 키우는 천재 로봇 개발자 최고봉 역을 맡았다. 까칠해보이지만 로봇마저 사랑에 빠지게 할 만큼 순수하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 최고봉은 2000년대 초반, 한량 같은 여유로움으로 대중을 사로잡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시트콤 ‘뉴논스톱’(2000~2002)과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 영화 ‘와일드 카드’(2003)를 연거푸 흥행 궤도에 올려놓은‘구리구리’ 양동근 말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음악에 심취한 그는 2001년 ‘YDG aka Madman’이라는 예명으로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래퍼로서도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를 처음 인터뷰한 것도 그 무렵인데, 대화를 잇기 난감할 정도로 말수가 적었더랬다. ‘보그맘’이 끝나고 나흘 뒤, 십수년 만에 재회한 그는 놀랍게도 기자를 첫눈에 알아봤다. 

“예전처럼 단답식이면 곤란하다”고 운을 떼자 그가 “오늘솔풀(Soulful)한 내면을 다 꺼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확실히 전과는 달라졌다. 그사이 그는 오랜 교제 끝에 결혼한 아내 박가람 씨와 2남 1녀를 낳았다. 큰아들 준서는 2013년생이고 외동딸 조이는 2015년 10월, 작은아들 실로는 2017년 4월에 태어났다. 조이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말투가 꼭 최고봉 같아요. 
드라마가 이제 막 끝나서 그럴 거예요. 실제로는 닮은 점이1도 없어요. 저는 최고봉처럼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도아니며,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돈이 많지도 않아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닮지 않았을까요. 
가족애나 부성애가 결혼했다고 곧바로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가정생활을 하면서 그런 사랑의 감정이 제안에 퍼지게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제 마음을 표현하지만 ‘보그맘’에서 그걸 섬세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저는 이번 작품이 영화 ‘아이언맨’ 같은 줄 알았어요. 사랑모드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요.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처음 로봇과 사랑하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웃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이보그와 살아본 소감은요. 
정말 그런 로봇이 있다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요리, 청소, 살림솜씨도 뛰어나고 매너까지 좋잖아요. 한국에 여성보다 남성 인구가많다고 하니 잘 팔릴 거예요. 

예상했던 작품이 아니어서 캐릭터를 입기가 힘들진 않았나요. 
진정성을 따지는 배우였을 때라면 그랬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생계형 배우예요. 생계형 배우가 되려면 배우로서 더 많은 덕목과 자질이 필요하더라고요. 어떻게든 해내야 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옷을 잘맞게 입을 수 있는 내공과 자질을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됐죠. 

보그맘, 박한별 씨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같은 작품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다른 작품에서도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여배우와 함께 작업해봤지만, 그 누구보다 편한 친구였어요. 훌륭한 파트너죠. 작품이 너무 빨리 끝나 아쉬워요. 

예전에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표현했어요. 지금도 그런가요. 
자유로운 영혼이었죠. 실로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럼에도 생계형 배우가 된 이유는 하나예요. 세 아이와 아내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잖아요. 지금은 그냥 양동근이 배우를 하는 게 아니고 가장이 생계를 위해 배우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생계형 배우인 거죠. 

저출산 시대에 아이 셋을 낳았으니 애국하셨네요(웃음).

맞습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 사랑하고, 나라 사랑까지 실천한걸로요. 하하하. 

집에서는 어떤 아빠인가요.
아이들을 유치원에 등·하원시키는 거랑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일을 아내와 최대한 같이합니다. 아내가 손이 부족해서 힘들어하는 부분은 제가 하고요(웃음). 그러다 보면 정말 하루가 다 가요. 일주일에 이틀은 ‘보그맘’ 촬영하고 남은 5일은 육아에 올인했어요. 드라마를 찍고 나면 장난감 소품이 많이 남아서 그걸 아이들에게 갖다 줬더니 참 좋아하더라고요. 그거 가지고 함께 놀아주곤 했죠. 

세 아이 키우기가 쉽진 않을 텐데요. 
우리나라의 다른 아빠들처럼 저도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 고충을 한꺼번에 겪고 있어요. 그 때문에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비극적이고 절망적이고 찌들고 힘들고 바닥을 칠 때까지 내려가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모든 고뇌가 사라지고 슈퍼맨 같은 힘이 나더라고요. 지금은 대한민국 아빠로서 살아내는 것, 가정을 잘 꾸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위해서는 뭐든 할 각오가 돼 있어요. 저의 이런모습이 다른 아빠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해요. 

배우 양동근과 가장의 책임감을 짊어진 양동근 사이에서 갈등을 겪진 않나요. 

그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요 몇 년간이 그런 싸움을 하는 시간이었어요. 결국 배우 양동근을 내려놓고 아빠로서 책임을 다해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그러지 못했다면 집을 뛰쳐나갔을지도 몰라요. 저 스스로 탈바꿈하기까지 무척 힘든시간을 보냈는데, 그 시간이 ‘보그맘’을 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빠 역을 맡은 건 처음이거든요. 지금은 배우로서의 욕심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더 큰 삶의 가치를 부여해요. 아빠로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세상을 달리 바라보게 되었어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모험심이 좀 생겼어요. 그 모든 경험이 배우 생활을 하는 데도 자양분이 될 거라 믿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을 내려놓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아이들이 지금 다섯 살, 세 살, 생후 8개월이라 손이 많이 가요. 제가 밖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인기를 얻으려면 아내가 힘들어야 해요. 한동안 작품이나 음악 활동에 치중했더니 아내가 무척 힘들어했어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하다 배우 타이틀을 잃어버리더라도 아내를 거들어야겠다는 답을 얻었죠. 결혼은 정말 쉽게 볼 일이 아니에요. 저희도 위기가 많았어요. 근데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보니 지금은 일보다 가정을 잘 지키고 잘 가꾸는 것이, 또 어떤 배우가 되느냐보다 어떤 아빠가 되느냐가 더 가치 있고 중요한 시기더라고요. 

자녀가 배우가 되고 싶어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저는 꼬맹이 때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엄마를 졸라 연기 학원을 다녔어요. 유년기에 연기를 시작했고 늘 혼자다녔어요. 그러면 모르는 어른들이 반갑다며 제 손을 덥석 잡곤했어요. 그게 무서워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다니다보니 말수가 줄고 폐쇄적인 면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아이들을 등 떠밀어 뭐가 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교육열이 높은 아내는 조이를 골프 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만약 아이가 어느 정도 개념이 생긴 후 배우가 되고 싶다며 제게 조언을 구한다면 해줄 말이 참 많을것 같아요. 연기자로 사는 좋은 점, 나쁜 점, 제가 연기를 포기하려고 했던 때의 이야기 등등. 이후의 선택은 아이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소통이에요.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놓고 저와 진중한 대화를 나눌 그날이어서 오길 바라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처럼 보이는데요. 
결혼 전엔 제게 좋은 아빠가 될 DNA(유전자)가 1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제가 사랑이 부족한 사람인걸 또 느끼고, 아이한테 정말 관심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러다 보니 제 부족함을 채워가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아내의 눈물과 헌신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제가 손댈수 없는 부분을 혼자 감내하면서 아내가 눈물을 삼키며 버텨온 그 힘이 저를 변하게 했죠. 

가족들이 어떤 남편과 아빠로 생각해주길 바라나요. 
그 질문의 답을 찾다 보면 굉장히 외롭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사랑을 많이 주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걸 몰라줄 때가 많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뚝 잘 설 수 있는 아빠가 되면 좋겠어요. 벼랑 끝에 있을 때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아내밖에 없는데, 남편은 더 큰 울타리가 되어 가족을 지켜줘야 하더라고요. 정말 ‘잘 서 있는 아빠’가되고 싶어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최고의 배우이자 가수가 되려면 먼저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가 돼야 할것 같아요(웃음). 

결혼 후 연기가 더 깊어졌다는 평이 많아요. 결혼 생활에 충실하며 얻은 여유로움이 ‘보그맘’에서도 그대로 우러난듯해요. ‘보그맘’ 시즌2를 기대해도 될까요. 

저도 시즌2를 기대하고 있어요. 원래 12부씩 시즌제로 가기로 했는데 박한별 씨가 아이를 가져 바로 시작하긴 힘들 것같아요. ‘보그맘’은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딱 맞는 가족드라마이니 시즌제로 계속 이어져 ‘전원일기’처럼 장수하길바라요. 저도 ‘보그맘’을 발판으로 제 연기 의욕을 자극하는 작품을 꾸준히 만나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designer 김영화
사진제공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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