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현철과 정재은 부부를 생각하면 늘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먼저 떠오른다. 무대 위 카리스마로, 때로는 절절한 눈물로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던 베테랑 연기자들. 그런 이들이 최근 가장 편안한 옷차림으로 대중 앞에 섰다. 새로운 무대는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집 안 거실, 유튜브 채널명은 이름만큼 정겨운 ‘옆집 부부’다. 특별한 조명도 짜인 대본도 없지만, 소파에 앉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수다는 그 어떤 대작 드라마보다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채널을 연 지 이제 한 달 남짓. 고작 몇 편의 영상만으로 수많은 구독자가 모여든 현상은 꽤 흥미롭다. 평생 타인의 인생을 연기하며 캐릭터 속에 존재하던 두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민낯을 공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만 보려고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많이 웃어주셔서 얼떨떨하다”는 수줍은 고백은 이 뜨거운 반응의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꾸며내지 않은 담백함이야말로 우리가 보고 싶어 했던 진짜 모습이었던 셈이다.
사람들이 이들 부부에게 마음을 여는 건 서현철의 무해한 유머와 정재은의 유쾌한 에너지가 만났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온기 덕분이다. 식탁 앞에 앉아 딱히 결론도, 맥락도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파안대소하는 부부의 모습은 지친 일상에 휴식 같은 웃음을 준다. 앞뒤가 맞지 않는 농담과 핀잔 속에 섞인 이들의 ‘아무 말 대잔치’는 역설적으로 가장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그 웃음 밑바탕에는 같은 길을 걷는 동료이자 배우자로서 쌓아온 깊은 신뢰가 촘촘히 박혀 있다. 단순히 ‘재미있는 부부’를 넘어 갈등조차 유머로 넘길 줄 아는 이들만의 소통법은 잊고 지낸 부부관계의 소중함도 다시금 일깨운다.
배우라는 견고한 필모그래피 옆에 ‘크리에이터’라는 이력을 추가하기까지, 일상을 공개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남편의 입담을 우리만 알기 아까웠다”는 정재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여정은,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가장 단단한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을 만나 부부의 일상을 공개하게 된 이유를 들어보았다.
‘옆집부부’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일상 기록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서현철(이하 서) | 요즘 많은 분이 유튜브를 하잖아요. 저희도 관심은 가졌는데 마땅한 계기가 없어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아내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저희가 집에서 이야기를 하며 웃을 일이 정말 많거든요. 그때 집사람이 “이런 모습 다른 사람들이 보면 재미있어하겠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재은(이하 정) | 사실 저는 몇 년 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현철 씨가 보시다시피 입담이 정말 좋거든요. 매일 나누는 이 재미있는 대화를 우리만 듣고 있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많은 사람이 보면 얼마나 재미있어할까?’ 생각했죠. 집에서 나누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제안이 와서 제가 먼저 얘기를 꺼냈어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할 때 지금처럼 큰 관심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정 | 전혀요. 채널 열기 전에 우리끼리 내기를 했어요. 한 달 뒤에 구독자가 몇 명이나 될지요. 저는 “한 몇백 명은 되지 않을까?” 했고, 남편은 “에이, 한 300명이나 보겠어?” 그랬거든요. 사실 그것도 우리한테는 굉장히 큰 기대치였어요(웃음).
서 | 맞아요. 사실 저는 ‘이거 우리만 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구독자 수 내기를 했던 건데, 이렇게 많은 분이 봐주실 거라고는 정말 생각 못 했어요.
구독자 수 공약도 혹시 있었을까요.
서 | 지금 생각해보니 공약이 있었네요. 이렇게 빨리 구독자가 늘 줄 알았으면 공약을 함부로 거는 게 아니었는데…. 저희가 구독자 수 공약으로 ‘댄스’를 하겠다고 했거든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웃음).
정 | 그때는 사실 그렇게까지 빨리 늘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비교적 가볍게 이야기했던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빨라 “이거 진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죠.
대중이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하시나요.
서 | 저보다는 아마 집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것 같아요. 방송에 많이 안 나왔으니까요.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는 이유가 궁금해서 주변 분들한테 물어봤더니, “아무것도 안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극적인 것도 없고 특별히 꾸민 것도 없고 그냥 이야기만 하는데, 그게 편해 보인다는 거죠.
정 | 지인들도 그러세요. “너희 평소 모습 그대로다”라고요. 그래서 저도 생각했어요. ‘우리가 일부러 다르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어색해질 것 같다’고요.

서 | 대본요? 전혀 없어요. 카메라가 돌아가도 저희는 그냥 이야기하거든요. 특별히 준비하거나 짜맞춘 건 없어요. 평소에 대화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라고요.
정 | 평소 집에서 나누는 대화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돼요. 촬영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꾸미거나 준비하려고 하진 않아요. 그냥 집에서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대화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이거 방송 나가도 되나?’ 싶을 만큼 너무 솔직해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나요.
정 | 매 순간이죠(웃음).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걱정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일부러 꾸미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서 | 그래서 편집하시는 분이 고생을 많이 하실 거예요. 저희의 날것 그대로를 보실 수 있게 적절히 잘라내느라 고군분투 중이시죠.
구독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요.
서 |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는 댓글을 볼 때가 가장 기분 좋아요. 요즘 다들 삶이 팍팍하고 힘드시잖아요. 그런데 저희 영상을 보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근심 잊고 웃으셨다고 하면 큰 보람을 느끼고 힘이 돼요.
정 | 제가 댓글을 주로 보는 편이에요. 올라오는 댓글을 읽다 보면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죠. “마음이 울적했는데 영상 보며 위로받았다”는 댓글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런 따뜻한 반응들을 접하면서 ‘아, 우리가 유튜브를 통해 하고 싶었던 게 바로 이런 거였구나’를 다시금 깨닫곤 해요.
의견 차이가 생기거나 티격태격할 때, 두 분만의 지혜로운 화해 방식도 궁금합니다.
정 | 저는 감정이 너무 올라오기 전에 ‘잠깐 멈춤’을 하는 편이에요. 예민해졌다 싶으면 각자 할 일을 하거나 잠시 쉬는 거죠.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하면 훨씬 이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더라고요.
서 | 살다 보니 사람을 100% 이해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게 결국 부부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딸 은조의 제안으로 시작한 AI 댄스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서현철·정재은 부부.
가족의 팀워크가 발휘되는 순간
딸 은조 씨가 출연은 물론 기획에도 참여할 만큼 적극적이더군요. 사춘기 자녀와 이렇게 격의 없이 소통하는 비결이 있나요.서 | 아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사실 아이가 하는 이야기가 부모로서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그걸 처음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들어주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면 아이가 신나서 이야기를 계속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마음도 조금씩 열게 되는 것 같아요. 은조가 “공부하면서 틈틈이, 가끔은 방송에 얼굴 비칠게”라고 기분 좋게 약속도 해줬어요(웃음).
정 | 부모는 자꾸 가르치고 싶어 하잖아요. 그러면 아이 처지에서는 다 잔소리로 들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일단 아이의 생각을 먼저 충분히 들으려고 노력해요. 아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끝까지 듣다 보면, 아이도 자기 이야기를 더 편하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은조 씨가 부모님 채널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 건 어릴 적 깊은 유대감 덕분이겠죠.
서 | 은조 어릴 때 정말 많이 놀아줬어요. 인형을 학생 삼아 ‘학교 놀이’를 하며 출석도 부르고 질문도 던졌죠. 그 안에서 규칙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기도 했어요. 은조가 그런 시간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런 기억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법을 익힌 것 같아요.
정 | 제가 옆에서 보며 늘 감탄했던 부분이에요. 남편은 촬영 끝나고 새벽에 들어와도 다음 날 아침이면 꼭 아이와 놀아주는 ‘500점 아빠’였거든요. 그런 아빠의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은 은조가 아이디어나 피드백까지 도와줄 정도로 단단한 유대감이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유튜브 밖에서도 영상 속 모습 그대로, 늘 장난기 가득한 친구 같은 서현철·정재은 부부와 딸 은조.
서 | 처음에는 생소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참 재미있더라고요. 새로운 세상과 문화를 배우고, 또 우리 세대와는 다른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정 | 세대 차이가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부딪혀보니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의외로 많았어요. 결국 소통하려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배우’로 살아오셨는데, 카메라 앞에서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게 부담되진 않으셨나요.
서 | 사실 처음에는 고민이 좀 됐죠. 하지만 결국 대중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건 저희의 솔직한 모습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용기 있게 저희 그대로를 보여드리기로 했죠.
정 | 맞아요. 만들어진 캐릭터를 연기할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거든요. 오히려 지금은 그런 리얼한 소통이 저희에게 배우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어요.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부부의 삶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정 |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조금 더 소중히 기록하게 된 점이에요. 무심코 지나칠 대화들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요.
서 |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는 만큼, 이제는 저희의 한마디 한마디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끼며 살게 됐어요.
앞으로 ‘옆집 부부’ 채널에서 꼭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요.
서 | 저는 지금처럼 꾸밈없이 편하게 수다 떠는 모습들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구독자분들이 저희의 가장 평범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거라, 그 본질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 | 기회가 된다면 더 다양한 이웃과 만나서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확장된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만의 육아 노하우를 담은 코너를 꼭 해보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현철 씨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주는 데 정말 소질이 있거든요. 그런 ‘서현철표 구연동화’나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들을 영상으로 잘 담아내 보고 싶어요.
본업인 연기자로서의 향후 활동 계획도 알려주세요.
서 | 감사하게도 본업인 연기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에요. 현재 올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새로운 드라마 촬영을 준비 중이에요. 유튜브에서는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또 다른 인물로 몰입해 시청자분들을 찾아뵈려고 해요.
정 | 저 역시 배우로서의 무대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해요. 현재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는 차기작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유튜브가 저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창구라면, 작품은 저희의 ‘연기적 열정’을 쏟아내는 공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옆집 부부’를 아껴주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서 | 요즘 다들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잖아요. 저희 채널을 보면서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편하게 보시면서 ‘이 부부는 이렇게 사는구나’ 하고 가볍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정 | 요즘 사는 게 녹록지 않겠지만, 저희처럼 명랑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수다가 여러분의 일상에 작은 온기가 되길 바라요. 앞으로도 옆집 이웃처럼 편하게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서현철정재은부부 #옆집부부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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