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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팔 아프게 저어야 하는 깨두부, 게을러지지 말자는 다짐이죠”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셰프

이슬아 기자

2026. 01. 22

최강록 셰프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 결승전에서 주특기인 조림 대신
오랜 시간 쉼 없이 저어서 만드는 깨두부 요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종영 직후 그와 만나
우승 소감과 깨두부에 응축된 요리 인생에 대해 들었다.

“이제 53%쯤 된 것 같습니다.”

2013년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에서 우승한 최강록 셰프는 “요리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13년이 흘러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에서 또 한 번의 우승을 기록한 그는 그 숫자를 단 1% 수정했다.

십수 년의 세월에 덧대진 숫자가 고작 1%라니. 1월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마주한 최강록 셰프는 남몰래 요리에 쏟아부었을 시간도 그저 그 정도 숫자로 축약할 사람으로 보였다. 그에게 요리란 모든 셰프가 그렇듯, 당연하게 감내해야 할 일상의 무게라서 자신만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런 최강록 셰프의 면모는 ‘흑백요리사’ 시즌 2 결승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운 좋게 ‘조림인간’ ‘연쇄조림마’ ‘조림핑’ 같은 별명을 얻으면서 한동안 조림을 잘하는 척했다”는 뜻밖의 자기 고백을 던졌다. 그러고서 내놓은 메뉴는 팔이 떨어질 듯 저어야 완성되는 깨두부 요리였다. 깨두부는 그가 3년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근성의 음식’이라고 명명했던 음식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주방에 갓 입문한 이들의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시험하는 요리”에 스스로를 다시 밀어넣은 것이다.

최강록 셰프의 우승은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도전 끝에 거머쥔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서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물 들어올 때 노 버린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경쟁이나 세속적 성공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사람이 다시금 혹독한 서바이벌 과정에 자기 자신을 던져 증명해 낸 것이기 때문이다. 겸손함과 치열함 사이, 그에게 ‘흑백요리사’ 시즌 2 우승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흑백요리사’ 시즌 2 우승 축하드려요. 우승하니 무엇이 가장 좋던가요.

앞으로 또 나이를 먹게 될 텐데, 한 10년 정도 힘을 내서 살아갈 이유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원동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결승전 때 만든 깨두부 요리에 대한 추측이 많아요. 팔고 남은 식재료를 활용하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한 흔적 같다는 반응이에요. 이전에 만들어본 적 있는 메뉴인가요.

‘스태프 밀’이라는 게 있습니다. 직원들끼리 만들어 먹는 음식, 메뉴로 낼 수는 없는…. 이게 결승에 어울리는 음식일까, 하는 걱정은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미션이 ‘나를 위한 요리’였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로 ‘흑백요리사’ 시즌 2 최종 우승을 차지한 최강록 셰프.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로 ‘흑백요리사’ 시즌 2 최종 우승을 차지한 최강록 셰프.

‘나를 위한 요리’에 그렇게 힘든 메뉴를 택한 이유는요.

요리사마다 각자 의미를 부여하는 음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깨두부는 ‘게을러지지 말자’ 하는 다짐입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 잘 안 하게 되거든요. 팔이 아파서요. 가끔씩 자기 점검 차원에서 ‘내가 예전에 이걸 참 잘 만들었는데’ 하고 만드는 것이 깨두부입니다.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음식 하는 자세에 대한 심사를 받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공교롭게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 때도 결승전에서 깨두부 요리를 했어요. 그때와 지금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 때는 깨두부가 디저트였습니다. 젤라틴을 넣어서 굳힌, 그러니까 힘이 비교적 덜 드는 디저트의 의미였고요. 이번에는 중년에 접어든 음식 하는 사람이 점점 체력이 약해지고, 창의력도 없어지는 것 같고, 머리도 빠르게 안 돌아가는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힘내라는 의미의 깨두부였습니다.

“장사하다 기본기 배우러 일본 유학, 거꾸로 간 케이스”

‘흑백요리사’ 시즌 1 때와 다르게 승부에 있어서 훨씬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어떤 마음으로 재도전에 임했나요.

‘히든 백수저’라고 해서 등장을 하는데… 그런 연출인 줄 알았으면 아마…(웃음). 내려가고 싶었는데 너무 높은 곳에 올려놓으셨어요. 점프할 수는 없고. 사실 제 주변에 ‘흑백요리사’ 시즌 2에 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한 번 나갔던 사람이 또 출연한다는 데 대한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좀 많이 올라간 다음에 집에 가면 좋겠다, 이런 각오는 있었습니다.

‘도파민 충전’을 위해 다시 출연했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는데…. 살면서 그렇게 큰 무대가 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림 하는 요리사 가면을 썼다고 했지만, 사실 가면을 쓰고 나갈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게 소중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무대나 기회가 있다면 잡는 것이 좋지 않나, 이런 생각에 후배들에게도 무슨 대회가 있으면 꼭 나가보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자꾸 나를 욕하지 말고…(웃음).

“조림을 잘하는 척했다”고 했지만, 척으로 우승까지 하기는 어려워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요.

저는 요리는 그냥 “TT 관리”라고 얘기합니다. 시간, 온도 관리라는 뜻입니다. 숫자로 보이고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특별히 제가 엄격하다기보다 숫자에 따르는 것뿐입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요리하는 분들이 이렇게 하고 있어서 저한테 특별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조림이라는 요리법이 셰프님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어요. 빨리빨리 세상 속에서 혼자 느긋하게 졸여지는 느낌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요리가 뭐냐”는 질문에 “시간과 귀찮음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라고 대답하곤 하는데요. 안 어울리게(웃음). 거기에 부합하는 조리법이 조림이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가장 어울리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서 조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중식을 다이내믹하게 하는 그 뒷모습을 굉장히 부러워합니다. 일본 요리는 아무래도 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불의 요리와 물의 요리라고들 하는데, 불의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 속마음도 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우승 사실을 숨겼다고요. 결과가 공개되고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딸아이랑 마지막 회를 같이 봤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툭 치더라고요. 배우자에게는 중간에 얘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꾸 외박하게 돼서, 가정에 금이 갈 것 같아서 중간에 얘기했습니다.

강레오 셰프에게도 축하 연락 받았나요.

네, 축하한다는 메시지 받았습니다.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을 읽고 초밥집을 연 게 요리 인생의 시작이었다고요. 요리를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요리를 장사의 수단으로 선택했습니다. ‘장사를 해야겠다’ 해서 음식을 접했다가 ‘아 이건 더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거꾸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서른이 다 돼가는 나이에 유학을 떠난다는 것이 그때만 해도 굉장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콤플렉스를 계속 갖고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일본 요리와 문화를 일본 현지에서 배워봤다는, 그런 나름대로 기록을 남기고자 기본으로 되돌아가서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식당 재오픈 계획 없어… 노년에 작은 국숫집 할래요”

‘흑백요리사’ 시즌 3에 출연할 의향도 있나요. 추후 요리 서바이벌에 심사위원 등 역할 제안이 온다면 응할 것인지도 궁금해요.

‘흑백요리사’ 시즌 3는 제 가게가 없어서 못 나갈 것 같습니다. 사실 시즌 1 때는 여경래 셰프님 같은 대선배님들을 보면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는 패배에 대한 부담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경래 셰프님이나 후덕죽 셰프님 같은 분들의 존재로 인해서 제가 더 힘을 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저런 분들도 여기 임해주시는데 ‘나 따위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20년 지난 뒤에 제가 현업에 있다면 ‘나도 두 분과 같은 존재로 출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이번에 한번 해봤습니다.

가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24년 ‘식당 네오’를 폐업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어요. 그 이유와 공백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들려준다면요.

식당 문을 닫은 이유는 (계약) 기간이 다 돼서 그렇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당시에 ‘흑백요리사’ 시즌 1이 잘되면서 큰 기대를 갖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마침 다행스럽게도 정해진 기간이 다 됐다는 엑시트가 있어서 자연스레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출연하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요리 예능이 굉장한 수련장입니다. 패배를 경험할 수 있고, 15분이라는 압박 속에서 아이디어를 막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냉부’를 통해서 강해졌습니다.

우승자의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식당 재오픈 계획은 없나요.

좋은 기억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열었다가 맛이 없어서 엎을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좋은 기억은 고이 간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먼 훗날 제 노년의 계획에 조그마한 국숫집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이번 우승 상금도 나중에 이 국숫집을 열 때 보태 쓰려고 합니다.

“‘흑백요리사’ 시즌 2 스포일러 죄송 …  
시즌 3 ‘식당 대항’으로 더 많은 셰프 소개할 것”

1월 16일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 연출을 맡은 김학민 PD, 김은지 PD도 함께했다. 스포일러, ‘요리 괴물’ 이하성 셰프 태도 논란 등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요리사 개개인의 스토리와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가닿아 프로그램이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 자체로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흑백요리사’ 시즌 2를 연출한 김학민 PD(왼쪽)와 김은지 PD.

‘흑백요리사’ 시즌 2를 연출한 김학민 PD(왼쪽)와 김은지 PD.

방영 중 스포일러 논란이 끊이지 않았어요.

김학민  |  먼저 명찰 스포일러는 저희 제작진도 회차가 방영되고 나서 뒤늦게 발견하게 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사고라서 여지없이 저희 둘의 책임이고, 이 자리를 빌려 피해를 입은 이하성 셰프님과 재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던 시청자분들께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다만 방영 초반에 나온 우승자 스포일러의 경우 의도를 가진 외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에서 별도의 조사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미션 ‘나를 위한 요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최강록 셰프의 자기 고백을 듣고 ‘이건 됐다’는 느낌도 받았을 것 같아요.

김학민  |  시즌 1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님을 통해 ‘비빔 인간’이라는 서사가 나왔듯이 시즌 2에서도 셰프님들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미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어느 시점이면 좋을지 논의하다가 결승으로 정해졌는데, 내용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 저희도 2층에서 내려다보는 다른 셰프님들과 똑같이 떨리고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됐습니다. 그때 최강록 셰프님이 ‘척’이라든지 자신의 요리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셨고, 그간 수많은 서바이벌과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출)해봤지만 역사상 이런 울림은 처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참가자가 있나, 내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이런 분을 만나게 됐나’ 싶을 정도로 마지막 우승 소감까지 완벽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웃음). 

이하성 셰프가 직접 태도 논란에 대한 해명을 했어요.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듯한데요. 

김학민  |  저희는 이하성 셰프님의 “우승하러 왔다”는 멘트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본인 실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한편으로는 ‘이겨야만 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표현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공격이나 비난을 받을 소지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와 관련해서 저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분을 어느 한쪽의 캐릭터로 몰았다고 하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는 멋진 캐릭터를 가감 없이 보여드리려 했을 뿐이에요. 리스펙트를 담아서 요리도 최대한 더 잘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시즌 3 참가 팀 모집 공고가 벌써 올라왔더라고요. ‘식당 대항’ 콘셉트를 잡은 이유와 제작에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은지  |  시즌을 거듭하면서 좀 더 확장된 재미, 감동을 드릴 방법이 없을까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다 (K-푸드의 인기를 고려해) 한국 요리사들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는 포맷으로 떠올린 게 식당 대항이었습니다. 시즌 3에서는 좀 더 많은, 다양한 세대의 요리사분들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밖에 다른 것들은 아직 프로그램 기획 초반 단계여서, 정해진 게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김학민  |  책임감 측면에서는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점을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시즌 1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영향력을 예측하지 못하고 편집을 마무리했는데요. 이 쇼를 저희 딸도 보고, 안성재 셰프님만 해도 자녀분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대스타가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즌 2부터는 날 선 부분, 이유 없는 욕설 이런 것들을 많이 걷어내고 아주 어린 친구들도 볼 수 있게 제작하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2 #최강록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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