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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차이나)-뷰티가 온다

오한별 객원기자

2025. 09. 19

K-뷰티에 이어 화려하고도 정교한 중국식 미학이 글로벌 뷰티의 새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flowerknows_global 

@flowerknows_global 

금발에 푸른 눈, 흠잡을 데 없는 새하얀 피부. 할리우드가 빚어낸 이상형은 수십 년간 글로벌 뷰티 산업의 기준이자 방향이었다. 그러다 ‘내추럴 뷰티’를 앞세운 K-뷰티가 세계의 중심 무대를 서울로 옮겼다. 그리고 지금 그 무대 뒤편에서 조용히 룰을 다시 쓰는 새로운 주자가 등장했다. 바로 중국의 ‘C-뷰티’다.

C-뷰티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정 앱을 쓴 듯 잡티 없이 매트하게 표현된 피부, 어디서 봐도 입체적으로 보이는 얼굴, 극단적으로 컬링된 속눈썹, 입술 중앙만 살짝 블러 처리한 립. 완벽한 조명과 연출이 전제된 이 스타일은 국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SNS 피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언뜻 블랙핑크나 에스파, 아이브, 키스오브라이프 등 요즘 K-아이돌이 하는 무대 메이크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디테일에서 갈린다. K-뷰티가 ‘꾸안꾸’ 느낌의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추구한다면, 더우인 메이크업은 코와 광대뼈에 아낌없이 글리터를 올리고,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클러스터 속눈썹으로 극적인 효과를 만든다. 이 ‘중국식’ 미감은 더우인의 알고리즘과 만나 언제 어디서든 복제 가능한 글로벌 뷰티 코드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플로라시스는 중국적 디자인과 문화 요소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세워 패키지 곳곳에 전통 기법을 반영했다. @florasis.official

플로라시스는 중국적 디자인과 문화 요소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세워 패키지 곳곳에 전통 기법을 반영했다. @florasis.official

C-뷰티 브랜드의 부상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가 4242억 달러(약 589조 6442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은 단일 국가로서 무려 23.4%를 차지하며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또 지난해 중국 고급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C-뷰티의 최대 무기는 ‘비주얼 전략’에 최적화된 설계를 꼽을 수 있다. 하이라이터는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얼굴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고, 블러셔와 립은 짧은 영상 속에서도 색과 질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제품 패키지도 중국 전통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손에 쥐면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듯한 완성도를 갖췄다.

‘마오거핑(MGPIN)’과 ‘플로라시스(Florasis)’는 현재 중국 로컬 뷰티 시장을 성장시킨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오거핑이 2000년 창립한 마오거핑은 중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로, 파우더 팩트와 쿠션 파운데이션 등이 주력 제품이다. 시그니처인 ‘래디언스 스컬프팅 듀오 하이라이트 팔레트’는 480위안(약 9만2000원)으로, 랑콤이나 나스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대부분의 중국 토종 브랜드가 200위안(약 3만8000원) 이하 제품을 내놓는 것을 생각하면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2017년 창립한 플로라시스는 중국적 디자인과 문화 요소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세워 패키지 곳곳에 전통 기법을 반영했다. 시그니처 립스틱(395위안·약 7만6000원대)에는 정교한 중국 전통 문양을 새겨 “예술품 같다”는 반응을 얻었고, 소수 민족의 공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도 선보인다. 



Z세대 타깃 시장에서는 색조 브랜드들이 활약 중이다. ‘플라워노즈(Flower Knows)’는 에뛰드하우스를 떠올리게 하는 공주풍 패키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꽃문양과 금빛 테두리를 양각으로 새긴 케이스, 아기 천사 일러스트를 넣은 블러셔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또 ‘인투유(INTO YOU)’는 립 메이크업 중심으로 8000원대 가격을 내세워 알리, 테무 등의 플랫폼에서 ‘가성비 색조’로 입소문을 탔다.

‘주디돌(Judydoll)’은 C-뷰티의 진입 장벽을 낮춘 대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인기 제품인 ‘2in1 하이라이터 컨투어 팔레트(121위안·약2만3000원대)’는 하이라이터와 파우더 등 2가지 톤의 브라운 셰이딩을 담아 얼굴 음영부터 아이 메이크업까지 가능하다. 또 발색이나 컬러 조합, 밀착력에서 호평을 받으며 수많은 유사 제품을 탄생시켰다. 풍성하고 입체적인 속눈썹을 만들어주는 ‘3D 컬링 속눈썹 아이언(64위안·약 1만2000원대)’도 베스트셀러다.

@jellybean_xxdd

@jellybean_xxdd

완벽한 조명과 연출이 전제된 ‘더우인 룩’은 국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SNS 피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intoyou_global

완벽한 조명과 연출이 전제된 ‘더우인 룩’은 국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SNS 피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intoyou_global

미감이 전략이 될 때

C-뷰티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이제 글로벌 뷰티 산업의 판을 바꾸는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중국 젊은 층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궈차오(國潮·중국풍)’ 트렌드가 ‘차이나 메이드’를 주류로 끌어올리며 성장의 불씨가 됐다. 이처럼 거대한 내수 시장과 막강한 구매력, 틱톡·알리·테무 등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접근성은 이들의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조사에 따르면, 최근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부터 가성비 브랜드까지 C-뷰티의 시장 포트폴리오 역시 점점 더 촘촘하고 다채로워지는 중이다.

물론 ‘중국산’이라는 꼬리표에 따른 편견, 안전성 인증, 글로벌 규제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머물지 않는다. 클린 걸, 콰이어트 럭셔리로 대표되는 단정한 미학에 지친 Z세대는 화려한 C-뷰티에 눈을 돌린다. 중국은 이 미학을 욕망을 자극하는 형태로 구현하는 법을 누구보다 빨리 익혔다. 그래서 다음 글로벌 뷰티 무대의 주인공으로 C-뷰티가 거론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뷰티 #마오거핑 #더우인룩 #여성동아  

사진제공 마오거핑 주디돌 플라워노즈 플로라시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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