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닝은 이미 지난해부터 업계 트렌드로 떠올랐다. 관련 패션 시장 규모 역시 대폭 성장했다. 글로벌 데이터분석 기업 유로모니터는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7761억 원에서 지난해 3조4150억 원으로, 3년 동안 약 1조 원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러닝은 시간과 장소, 비용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 유산소 운동이다. 체력 증진 및 다이어트 효과를 비롯해 스트레스를 감소하며, 러닝 시 뇌에서 분출되는 BDNF(뇌, 척추 등 신경세포에 영양분이 될 수 있는 신경영양인자) 덕분에 집중력과 기억력까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와 같은 장점에 매료돼 너나없이 달리기에 나서지만, 철저한 준비 없는 시작으로 되레 몸을 망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은 강도와 잘못된 자세 등으로 부상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에 건강을 지키고 효과를 높여줄 방법을 제시할 러닝 전문가의 조언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병곤 스포츠의학 박사는 LG트윈스 야구단에서 10여 년간 일하다가 2020년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 야구선수의 퍼포먼스 코치로 1년간 근무했다. 이후 서아프리카 가봉의 대통령궁에서 가봉 대통령 헬스케어 디렉터 임무를 1년간 수행하고 돌아왔다. 2023년부터는 성수동에 K-헬스케어 운동연구소를 열어 선수 및 일반인들의 건강관리를 해주고 있다.
김병곤 박사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해 그간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러닝 방법’에 관한 정보를 전달 했다. 이 영상은 조회수 400만 회를 기록하며 러너는 물론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콘텐츠에는 “실질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조언” “덕분에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 등 우호적인 댓글이 넘쳐난다.
김병곤 박사는 “올바른 자세로만 달려도 러닝의 효과는 극대화된다”고 말한다. 실제 러너들의 자세를 관찰하기 위해 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러너 중 제대로 뛰는 사람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김병곤 박사는 2020년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 야구선수의 퍼포먼스 코치로 1년간 활약했다.
가장 중요한 건 발이 지면에 닿는 순서예요. 착지하는 부분이 발바닥 앞부분이면 포어풋, 중간이면 미드풋, 발꿈치면 리어풋이라고 부릅니다. 각각은 멈춤, 안정, 전진의 기능을 가지죠. 이 중 가장 올바른 착지법은 미드풋에서 시작해 포어풋으로 이어지는 동작이에요. 발바닥 중간 부분에서 앞으로 바닥을 밀어내듯이 달리는 거죠. 뒤꿈치로 착지하면 발목과 무릎에 충격이 전해지며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거든요. 허벅지는 발달하지만 종아리 기능은 약해질 가능성도 있고요. 또 무지외반증을 겪고 있거나 평발인 경우, 처음에는 걷기부터 시작하며 근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 후 러닝으로 넘어가야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어요.
보폭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1분당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를 의미하는 케이던스는 보폭을 넓히면 그 숫자가 줄어들어요. 보통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러닝을 하면 약 170~180의 케이던스가 기록됩니다. 이때 보폭을 과하게 넓히면 부상이 생기는 거죠. 보폭이 1.2m와 1.4m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후자가 더 빠르겠죠. 만약 전자가 의도적으로 보폭을 1.4m로 만들려고 하면 부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케이던스는 170~180이 가장 적당해요. 만약 보폭을 더 늘리고 싶다면 근력을 키운 뒤 도전해보는 것이 좋아요.
몸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호흡법이 있다면요.
코로 마신 뒤 입으로 뱉는 것이 기본이에요. 입으로 숨을 마시면 입안이 마르면서 오래 뛸 수 없거든요. 심장박동수는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숫자가 가장 적당한데, 러닝 경력에 따라 적절하게 변동해도 좋습니다. 만약 30분~1시간을 뛸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너무 고강도로 시작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심박수를 계산해서 조절하는 것이 좋아요. 처음부터 최대 심박수로 뛰면 쉽게 지쳐 금방 포기해버리거든요. 스스로 몸의 에너지를 보존하면서 뛸 방법을 찾아야 해요.
항간에는 많이 달릴수록 심박수가 낮아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실인가요.
맞아요. 운동하지 않는 사람의 휴식기 심박수(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의 1분 동안 심장박동수)는 1분당 80 정도를 기록해요. 마라톤선수는 약 30 후반에서 40 초반으로 일반인의 절반이죠. 이는 마라톤선수와 일반인이 똑같은 거리를 뛰어도 덜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최대 심박수가 180인 30대 남자 2명이 있어요. 평소 러닝을 하는 남성은 오래 달려도 최대 심박수에 도달하지 않는 반면, 달리기가 처음인 남성은 조금만 달려도 금방 최대 심박수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빨리 지치면서 피로해지겠죠. 따라서 심박수를 낮추고 싶다면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선수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러닝을 하는 것이 좋아요. 저희 센터에 숨이 차오를 때까지 오랫동안 달리다 근감소증 등의 부작용으로 재활을 하고 계신 분이 있어요. 선수처럼 빠르게 잘 달리고 싶은 마음에 오버 페이스를 하신 거죠. 선수와 일반인은 러닝의 목적이 달라요. 선수는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힘들게 훈련을 합니다. 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숨이 70~80% 정도 찼을 때까지만 운동해도 충분해요. 러닝을 하며 옆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속도를 줄여야 하고요.
숨이 70~80% 정도로 차오르면 운동을 멈춰야 하나요.
초보자의 경우는 러닝을 멈추는 것이 좋아요. 그 이상으로 차오르면 호흡이 올라가면서 러닝을 하기 힘들어지거든요. 한마디로 오버 페이스가 되는 거죠. 중상급자는 숨이 70~80% 정도 차오른 상태를 유지하며 30분 정도는 더 뛰어도 좋습니다. 러닝은 일반적으로 주 2~3회, 30분만 해도 충분해요. 물론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30분 내내 뛰지 못하는 경우 걷고 뛰고를 반복하는 것을 추천해요.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30분 동안 쭉 뛸 수 있는 몸이 될 겁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러닝을 하면 오버트레이닝이 되는 건가요.
대부분 그렇죠. 몸에 무리가 가며 피로도가 쌓이니까요.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대상포진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또 심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학업이나 일을 수행하는 데 악영향을 끼치고요. 초보자들은 한번 뛰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운동한 뒤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하고 러닝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숙련자들은 격일로 운동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되고요. 만약 일주일에 3회 이상 뛰고 싶다면 강도를 낮추는 걸 추천합니다.
시선은 어디에 둬야 할까요. 팔치기 방법도 궁금합니다.
본인의 키 높이보다 살짝 아래가 좋아요. 만약 몸이 10° 정도 기울어 있다고 가정하면, 시선도 10° 아래를 향하는 거죠. 팔치기를 할 때는 몸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그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팔을 움직이는 것이 좋아요. 팔이 중심선을 넘어가면 몸이 흔들리면서 중심축이 무너지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상체를 아예 고정하는 것도 잘못된 방법입니다. 몸 전체가 뻣뻣해지면서 피로감이 쌓이니까요.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팔을 자연스럽게 회전시키는 것이 좋아요.
“초보자는 쿠션 있는 러닝화 피해야”
러닝화 선택도 중요할 것 같아요.초보자의 경우 쿠션이 많은 러닝화는 가급적 피하세요. 러닝화 바닥에 쿠션이 많이 들어가면 발바닥이 지면보다 훨씬 높아지거든요. 이로 인해 착지 시 자세가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커지고요. 처음에는 쿠션이 적게 들어간 러닝화로 달리기를 시작하세요. 그 후 체중을 발바닥에 골고루 분산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그때 쿠션이 많이 들어간 운동화를 신어도 충분합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듯 자신의 레벨에 맞는 장비로 운동해야 그 효과도 커지니까요.
가장 잘못된 자세는 뭘까요.
앞서 언급한 뒤꿈치로 과도하게 착지하는 동작이요. 이 같은 자세가 반복되면, 쉽게 말해 무릎이 나갈 수 있어요. 무릎과 발목에 엄청난 충격이 오거든요. 또 관절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서 에너지 손실도 커집니다. 몸이 펼쳐지고 키가 커지는 느낌으로 발의 미드풋부터 가볍게 착지해야 합니다. 달리기는 무릎에 자극을 주는 운동이 아니에요. 축구나 농구처럼 방향을 전환하는 스포츠가 무릎에 충격을 줍니다. 만약 달리기하다 무릎을 다쳤다면 대부분은 자세 때문일 거예요. 이 밖에 뛸 때 다리를 높이 들거나 팔을 과하게 흔드는 것도 피해야 해요. 이러한 자세를 취하면 허리와 가슴이 뻣뻣하게 펴지면서 몸 전체가 긴장된 상태가 되거든요. 팽이가 제자리에서 돌듯 팔은 자연스럽게 흔들고, 다리는 무리가 가지 않는 선까지만 들면서 뛰는 것이 좋아요.
러닝머신과 야외 달리기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에너지 소모죠. 러닝머신은 바닥에서 벨트가 돌아가기 때문에 내 몸을 수직으로만 올려놓으면 돼요. 줄넘기하듯 탄력을 받으며 달릴 수 있죠. 하지만 야외 달리기는 점프가 안 돼요. 제자리에서 뛰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몸을 대각선 모양으로 기울이게 되는데, 이 자세로 뛰면 에너지 소모가 정말 많이 됩니다. 야외 달리기의 칼로리 소모량이 러닝머신보다 대략 20%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러닝머신으로 야외 달리기의 효과를 낼 방법도 있나요.
경사를 5~10° 정도 올려놓고 러닝을 하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게, 러닝머신 위에서 몸을 대각선 모양으로 만드는 겁니다. 발목, 허벅지, 엉덩이에 경사를 올라가는 듯한 자극을 주려면 몸이 사선으로 기울어져 있어야 하거든요. 러닝머신에서는 경사도 조절을 통해 이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속도는 초보라면 5~6km가 좋고, 중급 또는 베테랑은 7~10km까지도 추천해요.


김병곤 박사는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올바른 러닝 방법과 자세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벌 달리기하면 살 쭉쭉 빠져요”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체지방을 태우려면 운동 강도가 높아야 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트레드밀에서 속도 4km로 3분 걷고, 6km로 1분 뛰는 걸 총 30분 반복하는 거예요. 이 방법이 몸에 익으면 뛰는 시간을 30초 정도씩 늘리면서 걷는 시간을 줄이는 거죠. 이런 식으로 시간을 조절하며 강도를 높이면 다이어트에 분명 효과가 있어요.
‘달리기를 하면 종아리가 두꺼워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러닝을 하면 종아리는 무조건 얇아져요. 종아리가 전보다 두꺼워졌다면 달릴 때 발목을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요. 러닝을 할 때 혈액은 발목과 종아리 등을 타고 위로 순환합니다. 반면 발목을 사용하지 않으면 혈액이 종아리까지 내려온 뒤 다시 위로 올라가지 못해요. 하체 순환이 안 되는 거죠. 그러면 혈액이 막히면서 종아리가 붓는 현상이 발생하죠. 올바른 자세로 러닝을 하면 종아리가 두꺼워질 이유는 전혀 없어요.
집에서는 어떻게 운동하면 좋을까요.
제자리뛰기를 추천해요. 바닥에서 뒤꿈치를 뗀 상태로, 까치발을 들고 무릎을 배꼽까지 번갈아가며 가볍게 뛰는 거죠. 이는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까지 자극을 주는 동작으로 꾸준히 하면 러닝머신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숨이 차오르는 것도 느껴질 거고요.
‘잘 달렸다’는 신호를 받기 위해선 러닝 후 어떤 부분에 자극이 와야 할까요.
종아리와 허벅지 앞쪽, 엉덩이요. 그중 종아리에 가장 큰 자극을 받았다면 정말 잘 달린 겁니다. 올바른 자세로 뛰었을 때 가장 자극이 많이 오는 부분이 종아리거든요. 그다음으로 자극의 강도가 허벅지 앞쪽, 엉덩이 순으로 낮아지면 100점입니다. 만약 허벅지에만 자극이 왔다면 무릎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뒤꿈치가 지면에 세게 닿거나, 발이 닿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릎에 충격이 가해졌을 테니까요.
러닝과 함께하면 좋은 운동이 있다면요.
달리기할 때 사용하는 근육을 자극하는 것이 좋아요.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코어까지 활용하는 운동을 병행하면 완벽한 패키지가 되겠죠. 가장 좋은 조합은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동작+런지+브리지+플랭크 또는 윗몸일으키기예요. 이는 앞의 각 부위를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동작으로 근력 운동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만약 상체 운동까지 곁들이고 싶다면 팔굽혀펴기 정도를 추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식단 관리도 따로 해야 할까요.
아니요. 제발 닭가슴살 먹지 마세요. 맛없잖아요(웃음). 주위에서 보통 다이어트를 시작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닭가슴살을 찾더라고요. 정말 잘못된 생각이에요. 평생 닭가슴살만 먹고 살 순 없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이어트를 극혐오하지만, 그래도 만약 체중 조절을 원한다면 간헐적 단식을 추천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14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10시간 동안은 뭐든 먹는 거죠. 정제 탄수화물이나 설탕, 과당, 밀가루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요. 또 식이섬유,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해요. 혈당 스파이크도 막고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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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사진출처 tvN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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