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10일 열린 ‘PWS 레슬네이션: 프로젝트 3000’. 경기장 좌석(3000석)이 모두 매진되며 프로레슬링이 제2의 전성기를 알렸다.
유튜브 타고 뜬 ‘초통령’ 스포츠
초등학생을 필두로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높아진 데는 유튜브 채널 ‘급식왕’과의 협업이 큰 몫을 했다. 149만 구독자를 보유한 초등학생 대상 코미디 채널 ‘급식왕’에 PWS 선수들이 출연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유튜브 영상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결말은 실제 프로레슬링 경기장의 링 위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세계관을 결합했다. 이야기의 결말을 보기 위해 프로레슬링 경기장을 찾는 초등학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PWS 창립자이자 프로레슬링 선수인 시호(35)는 “초등학생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프로레슬링이 아이들 인성과 신체를 동시에 발달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업에서는 기술 연습뿐 아니라 파트너에 대한 존중, 규칙의 이해와 협동심 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PWS 관계자는 “링 위에서는 잘한다 혹은 못한다 식의 평가는 금지”라며 “장애가 있는 아이도, 소극적이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도 링 위에 서면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자긍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PWS에 따르면 2023년 900명이었던 한 해 관객이 올해 상반기에만 5000여 명에 달한다. PWS가 5월 10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에서 개최한 경기는 전석(3000석)이 단번에 매진돼 화제를 모았다. 6월 15일과 21일에 평택 PWS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경기도 이미 다 매진돼 이젠 프로레슬링 경기 티켓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PWS 최세연 사무국장은 “프로레슬링이 폭력적인 기술이 난무하는 차력 쇼가 아닌 엔터테인먼트가 되도록 기획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선한 영웅 역할을 맡은 ‘진개성’ 선수는 초록색을, 악당 역할을 맡은 ‘시호’ 선수는 빨간색을 포인트 컬러로 디자인했다. 아이들이 캐릭터 등장 10초 만에 선과 악 관계를 뚜렷이 인지하도록 시각적인 효과를 준 것이다. 각자 개성 있는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들의 대립 관계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었다. PWS 관계자에 따르면 ‘급식왕’ 역시 영웅과 악당이 대립하는 프로레슬링 스토리의 요소를 갖추고 있었기에 PWS 세계관과의 결합이 잘 어울릴 것이라 예상했다고. 마침 ‘급식왕’ 출연진의 ‘발가락쌤’이 프로레슬링의 팬이라서 만남이 성사됐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열리는 PWS 프로레슬링 어린이 캠프. 아이들은 자긍심과 스포츠맨십을 배워간다.

온 가족이 즐기는 프로레슬링 경기
이정훈(11)·승훈(8) 형제를 둔 주부 장선영(43) 씨는 “아이들은 경기 내내 선수들을 응원하느라 즐거웠고, 남편과 나도 같이 응원하면서 육아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말했다. 장 씨는 프로레슬링의 팬인 두 아이의 손에 이끌려 처음 경기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프로레슬링이 난폭한 스포츠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경기를 볼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사춘기인 큰아이와 프로레슬링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생겨 모자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고. 이제 프로레슬링은 온 가족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장 씨는 “프로레슬링 경기는 영웅 캐릭터가 악당을 물리치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선한 행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레슬링의 기본 구조는 ‘권선징악’이다. 착한 캐릭터가 악당을 물리치고 협동과 용기, 정의의 메시지를 전한다. 부모들은 이를 교육적인 콘텐츠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쌓아 올린 프로레슬링 연출과 기술력으로 프로레슬링의 퀄리티를 유지하되 공격성은 낮췄다. 이 덕분에 가족 단위 관람이 가능해졌다. PWS 최세연 사무국장은 “관람객의 80%가 부모님과 함께 오는 어린이들”이라며 “아빠들은 어린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엄마들 역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PWS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모두 프로레슬링이란 운동에 만족감을 표했다. 초등학생인 세 자녀 모두 수업을 받고 있다는 신성은(41) 씨는 “선수들에게 직접 프로레슬링을 배울 수 있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아이들이 흥분하는 것 같으면 진정시킨 후 안전하게 강습하는 모습에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박성호(46) 씨도 아홉 살배기 아들이 먼저 프로레슬링을 알고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이곳을 찾았다. 박 씨는 “아이가 집에서 항상 자신만의 필살기를 연습한다”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스포츠맨십을 익히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 아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PWS 이희정 이사는 “프로레슬링은 반드시 상대를 신뢰해야만 기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스포츠”라며 “공격하는 사람보다 공격받는 사람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안전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는 프로레슬링의 성격상 아이들은 사회성과 공감 능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몸을 부딪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맺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이사는 “현재 일본 방송국 NHK와 촬영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로 한국 프로레슬링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의 아이들이 전 세계 링 위에서 만나도록 문화 콘텐츠로서의 K-프로레슬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프로레슬링 #초통령 #여성동아
사진제공 P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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